문득 생각해보니 우리 가족 취미 진짜 많은 것 같아서 기억나는 것들만 한번 정리해봄




아빠

  • 영화감상


동네 비디오 가게 매일 밤 다님. DVD 모았었음. 지금은 넷플릭스로 온갖 영화 다봄.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영화 제일 많이 본 사람 우리 아빠. 옛날에 왓챠로 영화 별점 매기는 법 알려드렸더니 순식간에 1000편 넘게 평가함.

  • 음악감상


집에 인켈 전축 있었음. LP 모았었음. 용산 가서 딸들 방마다 전용 오디오 하나씩 사줌. 집에 오디오 3대. 내 오디오는 25년 전에도 30만원 했었다. 클래식 열심히 들으심. 정경화와 조수미를 좋아했던 기억.

  • 낚시


맨날 맨날 낚시 다님. 밤새고 오는 날도 많았음. 떡붕어는 어떻고 참붕어는 어떻고 막 그런 얘기 듣던 기억. 낚시터에서 어느날 엄청 잘 잡혔다며 붕어 거의 50마리 넘게 잡아옴. 엄마가 다 냉동실에 얼려버림. 난 먹기 싫어서 안 먹음. 나도 몇 번 따라갔는데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걍 멍 때리고 있는 거라 개노잼이었다. 아빠 취미 중에 엄마가 제일 싫어했던 취미. 낚싯대 집에 몇십 개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가 어느날 엄청 빡쳐서 누구 줘버렸나 버렸나. 그래서 아빠의 낚시 생활은 강제로 종료됨.

  • 바둑


한동안 바둑에 빠져지냄. 바둑책 맨날 보고 집에서 혼자 바둑둠. 티비로 맨날 바둑보고 있어서 짜증났음. 내가 내용 모를 때 제일 재미없는 티비가 바둑티비 아닐까 싶음.

  • 수영


엄마랑 같이 빠져서 두분이서 맨날 수영하러 다니심. 엄마 아빠 둘다 40대쯤까지도 수영할 줄 몰랐는데 같이 새벽에 다니면서 배우고 수영할 줄 알게 됨.

  • 독서


이건 취미라기에는 생활에 가깝다. 지금도 책을 엄청 사고 엄청 읽으심. 내가 맨날 집앞에 도서관 있는데 도서관에서 빌려보라는데도 꼭 사서 봄. 주로 실생활에 도움 안되는 사회과학, 철학, 정치서적을 읽으심. 아빠의 독서취향이 우리 집 사정 안 좋을 때 엄마를 빡치게 했음. 엄마가 아빠가 사둔 트렌드 코리아인가 뭐시기 책 반으로 찢던 기억이 충격적이라 기억남. 이딴 거 읽을 시간에 돈 버는 데 필요한 책 좀 읽으라고 소리질렀음. 그래도 꿋꿋이 독서 취향을 지켜가고 있음. 왜인지 절대 도서관에서 빌려보지 않음. 난 한 번 읽은 책 다시 안 읽어서 책 사기 아까워서 죄다 도서관에서 빌려읽는데.

  • 캐스트 퍼즐

캐스트퍼즐 46종 선택 / cast puzzle - YES24

m.yes24.com


이게 대체 이름이 뭐지 하고 검색해서 찾아냄. 아빠가 예전에 영풍문고를 혼자 진짜 자주 갔는데 거기에 팔던 금속으로 된 퍼즐. 맨날 이거 사서 손에 쥐고 다니면서 푸심. 그리고 다 풀면 다시 원래대로 만든 다음 중딩이던 나한테 주면서 풀어보라고 함. 난 이거 진짜 못 품. 이것말고도 분명 아빠 취미 더 많았을텐데 기억이 안나네.


엄마

  • 홈패션


동대문 가서 천 사다 미싱으로 베갯잎, 이불, 침대, 옷 등등 만드는 것임. 나 초딩 때 살던 빌라 2층 아줌마가 집에서 홈패션 가르치는 분이었음. 엄마 맨날 거기 가서 미싱 드르륵하면서 뭐 만듦. 학교 끝나고 집오면 아무도 없어서 2층 가보면 엄마랑 아줌마랑 다른 아줌마랑 미싱 드르륵 드르륵 돌리는 중이었다.

엄마랑 아줌마가 동대문에 천 사러 가는 거 따라가서 내가 원하는 천 골라서 사왔던 기억 난다. ‘마’ 단위로 파는데 고르면 거기서 가게 주인이 가위로 천 잘라줌. 이때 사온 천으로 엄마가 짝퉁 밍키 이불도 만들어주고, 짝퉁 세일러문 뭐도 만들어주고, 곰돌이 푸 이불도 만들어주고 그랬음.

  • 열대어 키우기


한동안 집에 어항이 여러 개 있었음. 엄마와 아빠의 공동 취미였나 가물가물. 막 물도 갈아주고 물고기가 새끼 낳으면(엄청 많이 낳음) 엄마가 뜰채로 떠주고 그랬던 기억.
나도 가끔 물고기들에게 밥을 주곤 했다. 어항 구석엔 그 빨판 물고기 붙어있는 거 국룰.

  • 꽃꽂이


동네 문화센터 꽃꽂이 교실 다녀서 그 초록색 네모난 스펀지(?)에 꽃꽂이 맨날 해옴. 지금도 엄마는 꽃을 좋아해서 내가 남친한테 꽃 받아오거나 하면 엄마가 끝에 잘라서 화병에 담아주고 다 해준다. 예전에 남친이 엄청 큰 꽃다발 준 적 있는데 엄마가 엄청 좋아하면서 여러 개로 나누어서 약품 처리 맡기거나 말리고ㅋㅋㅋ 카페에도 가져가고 그랬다. 그리고 나중에 그런 꽃 주는 로맨틱한 애라면서 남친 칭찬함ㅋㅋㅋ

  • 사군자


요즘은 민화가 대세지만 예전엔 사군자가 대세였던듯. 매난국죽 난치는 거...이것도 엄마가 한동안 문화센터 다니면서 열심히 배웠던듯함.

  • 조개캐기, 나물캐기 등 각종 동식물 채집


자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ㅋㅋㅋ 기회있을 땐 엄청 열심히 채집하고 좋아하심; 지금도 냉동실에 엄마가 봄인가에 갯벌가서 캐온 바지락 잔뜩 있음. 할아버지 산소 갔는데 여기 민들레랑 냉이 짱많다고 갑자기 자리잡고 캐기 시작함ㅋㅋㅋㅋㅋㅋㅋ 채집 매니아이다.

  • 텃밭 농사


이건 일이랑도 연결시켜서ㅋㅋㅋ 여기서 나온 채소들 엄마 회사에서 쓴다. 지금도 열심히 짓고 계심. 겨울이라 농사 못짓는데 봄에서 가을은 열심히 지음ㅋ 오전에 전화하면 농사일 하느라 전화 못받음;;;

  • 도자기 만들기


도자기 공방 열심히 다니셨었는데 요새 공방 선생님이 어디 옮겨갔나 그래서 자연스럽게 못하게 됨. 엄마는 나와 달리 금손인데 도자기 되게 잘 만들어서 집에 엄마가 직접 만든 접시, 컵, 찻잔 등이 있음. 나도 종종 엄마따라 가서 수저받침, 프레디머큐리, 피카츄 같은 거 만들어옴.

  • 목공


목공방도 한동안 열심히 다니시더니 요새 안 가시네. 이건 아빠랑 같이 다님. (아빠 약간 억지로 끌려감ㅋㅋㅋ) 내 침대 아빠가 만들어 준건데 부실하게 만든건지 내가 무거운건지 아래 받침대 하나 부러짐; 사용하는 데 지장 없어서 그냥 씀. 서랍장은 엄마가 만들어줬는데 겉에 오일 안 발라서 먼지가 잘낌. ㅋㅋㅋㅋㅋ

  • 고스톱


홈패션 아줌마네 빌라살 때ㅋㅋㅋ 학교 다녀왔는데 엄마 없어서 올라가면 윗집 아줌마 아저씨랑 셋이 고스톱 치고 있음;ㅋㅋㅋㅋㅋ 엄마는 고스톱을 참으로 좋아한다. 예전엔 한게임 고스톱에 한동안 빠졌었고 지금도 핸드폰으로 피망 맞고를 열심히 치신다. 여행갈 땐 꼭 고스톱이나 윷놀이를 챙겨가는 엄마...

  • 요리


이건 일이자 취미랄까. 일반적인 요리야 매일 하시지만 엄마는 떡도 만들고 식혜도 만들고 막걸리도 빚고 된장 고추장도 만들고 그런다...옛날에 집에서 전기장판 틀어서 메주 띄울 때는 진짜 냄새 넘 싫었음. ㅋㅋㅋㅋㅋㅋ 다행히 이제 집에서 메주 안 띄우는 걸 보면 요즘은 메주는 사다 만드시는듯. 나와는 달리...참 부지런한 우리 엄마...분명 뭔가 빼먹었을텐데 기억이 안나네. 진정한 취미 부자.




언니

  • 아이돌 덕질


우리 가족 중에 취미 개수만 따지자면 제일 적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는 덕후기질이 있어 한번 빠지면 깊게 빠진다. 10대 때부터 결혼 전까지 꾸준히 아이돌을 덕질했다. 젝키 천리안 팬클럽인가 거기 임원 출신일걸. 아이돌 나오는 가요프로를 항상 즐겨보며 항상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이 누군가 있다. 서지원, 최창민, SS501, 틴탑, w-inds 등을 좋아하다가 30대엔 스맙에 미친듯이 빠져서 맨날 일본 오가면서 일본어 독학하심. 집에 기무라 타쿠야 부채있고 그랬다ㅋㅋㅋㅋㅋㅋ 내 일본 덕후(과거 스맙 덕후) 친구 소개해줘서 둘이 라인으로 대화 나누던 기억ㅎㅎ 결혼하고는 아이돌 덕질은 안하는 듯하며 임영웅을 좋아하는 듯하다.

  • 클럽 다니기


20대 중반쯤 edm이었나 뭐 그런 비슷한 클럽에 빠져서 열심히 다니다가 거기서 디제이 남친도 사귀고 그랬다. 엄마가 엄격해서 아무리 클럽 다녀도 외박은 안함.

  • 베이킹, 요리


집에서 빵, 디저트, 요리 열심히 만들어줌. 시카고 피자도 만들어주고 푸딩도 만들어주고 엄마는 한식이라면 언니는 양식이나 분식을 많이 만들어줘서 좋았다. 떡볶이도 매우 잘 만듦.

  • 향초 만들기


언니가 10년 전에 향초 너무 많이 만들어놔서 지금도 집에 남아있음. ㅋㅋㅋㅋㅋㅋ






취미 생활을 얕고 길게 하는 게 특징임. 뭐든 깊게 빠지지 못한다. *는 현재 취미

  • 민화 그리기*
  • 댄스*
  • 요가*
  • 레고*
  • 엽서, 스티커 수집*
  • 퍼즐 (500피스를 주로 함)
  • 스티커 컬러링 북
  • 방탈출
  • 야구관전 (대학교 때 야구만 봄)
  • 메이플 스토리 (중딩 때)
  • 포토샵 (이것도 중딩 때 열심히 함. 장미가족의 태그교실을 아시나요...? 지금 먹고 사는 데 쏠쏠하게 활용 중)


사실 요가는 취미는 아닌듯. 의무감이 90% 이상이라...ㅋ...



  • 온가족의 과거 취미



- 만화책 보기

만화대여점이 성업하던 시절 넷 다 열심히 읽었었다. 한 명이 빌려오면 다같이 돌려봄ㅋ 언니가 가끔 혼자만 몰래 보고 갖다주려다 엄마한테 걸리면 치사하다고 욕먹음. 다들 만화취향이 좀씩 다른데 미스터 초밥왕, 맛의 달인 같은 요리 만화는 넷 다 좋아했던듯. 아빠 빼고 셋은 취향이 겹쳐서 이누야샤, 드래곤볼, 천재 유교수의 생활, 오늘부터 우리는 같은 건 셋이 봤던 것 같다. 아빠는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들이나 시마 시리즈, 배가본드 좋아함.


다 쓰고 보니 사람의 취미는 정말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단 걸 느끼게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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