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 맘때 군대에 일말상초가 있다면 대학엔 이말삼초가 있다고 친구들은 말했다. 생각없이 즐겁던 대학생활은 이제 끝났다고.

그 때 나는 미래에 대한 포부로 가득차 있는 초롱한 눈을 가진 스무살이었고 그 눈에 친구들은 생기 없는 늙은 말들처럼 보였다. 초라하고 불쌍한 늙은 말들. 한 때엔 잘 나갔을 경주마들이 마굿간 한구석에 모여 앉아 담배나 뻐끔뻐끔 피고 있었다. 사회가 그들의 생기를 앗아간 걸까 아니면 너무 많은 알콜 탓일까. 

생기 없는 청춘의 모습은 곧 내 미래가 될 것만 같았다. 불안했고 역시나 예상보다 빨리 내 일이 되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나는 지쳐있었다. 생각없이 놀아본 적도 없는데. 사람에 지친 것도 공부에 지친 것도 아니었다. 긴 시간 학습된 무력감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내 발목을 붙잡았고 거기서 벗어나려는 인위적인 노력은 번번이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지쳐갔지만 노력은 계속했다.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밴드를 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찍고 소설을 썼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니 나에게도 드디어 이말삼초가 왔다. 뭐먹고 살거냐는 질문을 받는 때가 종종 생겨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에게도 고민의 시간이 온 것이다. 시간은 빠르게 흐를거고 지금 충분히 고민해두지 않으면 닥쳐서 힘들어 지겠지.

 

'일체(一切)냐 그렇지 않으면 무(無)냐?'

 

나는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
예전일기.  나는 잘 살고 있나.때로 너무 많은 생각은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 것만 못할 때도 있다. 생각이 많아지면 행동을 제 때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이분법적 사고가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 자기 철학을 바탕으로 하나의 길을 걸을 수 있다면 좋겠지. 나는 아직 철학이 없다. 모든 것을 상대주의적으로 생각하는 함정에 빠질 때가 많다. 어떻게 살아야하나 계속 고민이 된다. 나도 나를 모르기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한 설명은 오늘내일이 손바닥 뒤집듯 다르다. 누군가는 일관성이 없다고 말하겠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싶다. 일체일까. 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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