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모유 수유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임신 기간 내내 누워만 있고 육아에 대해 뭘 찾아보거나 준비한 게 없다보니 수유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몰랐다.
하지만 모유는 당연히 최소 한 달은 먹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왜냐면! 난 모든 사람이 못 먹일 이유가 없으면 모유를 최소 한 달은 먹이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초유는 먹여야지'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기에.

아기를 낳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최소한 초유는 먹여야지'의 초유는 출산 후 한 달이 아닌 최장 일주일간 나오는 모유였다. 그리고 그마저도 먹이지 않고 바로 단유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리고 난 모유 수유하는 사람이 50%, 분유 수유하는 사람이 50% 정도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조리원 퇴소 후 친구랑 대화를 하다가 한국의 생후 6개월간 완전 모유 수유율은 13%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계 는 41%) 한국에서는 조리원에서나, 나와서 얼마 안 있어서 모유는 끊고 분유를 먹이는 게 스탠다드인 듯 했다. 아기를 낳고 보니 수면 교육, 육아 용품 등 거의 모든 육아 정보가 분유 수유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적혀 있었다.

난 어떻게 할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로 출산을 했다.
진통이 너무 아파서 못 견디고 수술을 해달라 소리질렀고, 하도 비명을 지르는 통에 의료진의 판단으로 수술이 예정돼있던 다른 사람을 새치기해 그날 첫번째로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 아기를 낳았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명의였는지 수술은 정말 잘 됐다. 다음날부터 멀쩡하게 걸어다닐 수 있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한 경우에는 이틀 후부터 신생아실에서 수유콜을 줘서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상태가 좋아보인다며 수술 다음 날부터 바로 수유콜을 주셨다. 이때는 아직 젖이 나오지 않았다.

수술 이틀 후부터는 하루 두 번씩 수유콜을 받아 아기를 만나 젖을 물려보고, 유축도 해야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빠는 힘이 없어서 젖을 잘 못 물었다. 그래서 젖을 물려서 배불리 먹인다기 보다는 같이 연습을 하는 수준이었다. 그대신 유축기로 유축을 해서 노란 초유를 신생아실에 전해주었다.

(왼) 유축하면 처음엔 진짜 몇 방울 나옴 (오) 병원에서 퇴원할 때쯤엔 꽤 나온 노란 초유


병원에서 유축을 하면서, 내가 갔던 병원 연계 조리원에서 제공해주는 오케타니 마사지 무료 서비스 1회를 받게 되었다. 오케타니 마사지란 모유가 잘 나오게 하는 가슴 마사지이다. 물론 단유를 하고 싶으면, 모유가 안 나오게 마사지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모유 수유 전문가분께 무료 오케타니 마사지를 받으면서 내 가슴이 모유 수유하기에 적합한지 어쩐지도 들을 수 있었다. 많은 한국 여성들처럼 치밀 유방이지만, 유선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모유 수유를 하고 싶으면 오케타니 마사지를 추가로 받아보라고 했는데, 회당 9만원 정도 하는 마사지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일단 그냥 돌아왔다. 모유 수유를 더 해보고, 양이 적은 것 같거나 수유가 어려우면 돈 내고 받아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나는 모유 수유하기에는 유두 모양이 나빴다. 병원 수유 시간에 내 유두를 본 모든 간호사 선생님, 모유 수유 담당 선생님들이 "유두 보호기 사셨어요?" 라고 물었다. 역시나 아무런 것도 안 알아봤기에...난 유두보호기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다.

내가 샀던 유두보호기. 비싼 것도 샀었는데 이건 안된다고 모유수유 선생님한테 빠꾸 먹고 아기도 안 물어줘서 이것만 썼다.


유두보호기란 함몰유두, 편평유두 같이 유두가 튀어나오지 않아 아기가 빨기 어려운 경우, 아기가 빨기 쉽게 가슴에 붙이는 도구다. 난 누가 봐도 유두보호기 없이는 아기가 빨 수 없을 정도로 아무런 경사가 없는 꼭쥐쓰를 갖고 있었다...출산 전엔 노브라로 티셔츠를 입어도 티가 안 나서 편하다며 좋아했는데, 아기를 낳고 보니 모유 수유하기엔 절망적인 모양이었다...ㅠㅠ

아무튼 유두보호기를 샀고, 병원과 조리원에서 열심히 모유 수유를 하기 시작했다. 왜냐면 일단 한 달은 모유를 먹일 생각이었으니까.

조리원에서는 일단 푹 쉬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언니 말대로 밤과 새벽에는 아기에게 직접 수유를 하는 수유콜을 받지 않았다. 오케타니 마사지를 해준 선생님이 마사지를 받으면 젖몸살이 오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마사지 덕인지 정말 젖몸살도 없었다. 젖몸살은 젖이 돌면서 가슴이 단단해지고 열이 나면서 가슴에 통증이 생기는 증상인데, 난 젖몸살 없이 젖이 돌았다. 젖이 차면 아파서 아기에게 직접 모유 수유를 하든, 유축을 하든 해야한다고도 하던데, 나는 젖이 많이 차도 아프지 않고 그냥 넘쳐서 뚝뚝 흘렀다. 그래서 밤에는 귀찮으면 유축도 하지 않고 그냥 내내 푹~ 잤다.

내 몸 회복이 우선이었으므로 낮에도 수유콜을 그다지 열심히 받지 않았다. 가기 싫으면 그냥 분유 먹여 달라고 하고 안 갔다. 하루 세 번은 수유하러 갔으려나? 

모유 수유를 하려면 아기와 합을 맞추는 게 중요해서 조리원에서부터 직수(아기에게 직접 젖을 물려 모유를 먹이는 것)를 많이 해야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난 그런 지식도 별로 없었고, 주위에서 모유 수유에 성공한 언니와 친구 C도 조리원에선 쉬라고들 해서 그냥 쉬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수유콜을 받고 아기에게 수유를 하러 가면, 아기가 젖을 물기 싫어서 거부하기 시작했다. 분유와 유축 모유가 콸콸콸 나오는 조리원의 그린맘 젖병에 길들여진 것이었다. 아기 입장에선 젖병은 빨면 바로 나오는데, 이놈의 엄마 젖은 모양이 나빠서 빨기도 힘든데다, 빨아도 잘 안 나오니 젖병을 내놓으라고 우는 거였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기가 우는 모습을 보는 건 쉽지 않았다. 조리원의 많은 아기 엄마들이 아기가 우는 걸 견디지 못하고 바로 분유를 줬다. 나도 그럴까 싶은 유혹에 자주 흔들렸다.

밤새 유축 안하고 푹 자고 일어나서 유축하면 모유 양 많은 사람이 돼버림~


그런데 내가 육아 얘기를 가장 많이 하던 친언니는 3년 동안 모유 수유를 했고, 두번째로 육아 얘기를 많이 하고 나보다 6개월 먼저 아기를 낳은 친구 C는 6개월째 모유 수유 중이라는 사실이 영향을 끼쳤다. 두 사람은 나의 모유 수유를 아주 열심히 응원했다. 

아기는 젖을 물리면 울고, 세워서 토닥토닥하면 울음을 그쳤다. 다시 젖을 물리면 이번엔 젖병인가 싶은지 또 한 번 빨았다가, 젖병이 아닌 걸 알고는 또 울었다. 그러면 난 또 세워서 아기를 달랬다. 이렇게 30분씩 반복하고 있으면, 멘탈이 나갈 것 같았다. 내 아기가 우는 걸 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그때마다 언니랑 카톡을 했는데, 언니는 아기한테 지지 말라면서 아기는 말을 못하니 우는 것 뿐이라며 아기가 우는 것에 너무 마음 아파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리곤 끝까지 물리라고 나를 응원해줬다. 덕분에 나는 포기하지 않고 30분씩 아기를 울리면서 끝끝내 젖을 물리곤 했다. 아기는 30분쯤 저 행동을 반복하면 그제야 포기하고 젖을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젖을 물리는 건 너무 지치는 일이어서, 하루에 딱 1번씩만 했다. 수유실에서 아기와 씨름을 하고 있으면 신생아실 선생님들이 와서 분유를 줄지 묻곤 했다. 아기가 너무 우니 수유실을 같이 이용하는 다른 아기 엄마들에게도 민폐였다. 그래서 나는 아기가 너무 운다 싶을 때는 아기를 내 방으로 데리고 가서 수유를 진행했다. 나중에는 신생아실 선생님들도 내가 포기하지 않는 걸 알게 되어서, 수유실에서 아기가 울면 나와봤다가 우는 아기가 우리 아기인 걸 알고는 "앗 튼튼아 넌 못 도와줘~" 하고 돌아가곤 하셨다.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아기는 여전히 잘 빠는 것 같지 않았고, 분유와 유축한 모유 위주로 수유를 진행하며 조리원에서 퇴소를 하게 되었다.

퇴소 전 모유 수유 선생님께 모유 수유를 하고 싶은데, 그래도 비상용으로 분유를 사둬야 할지 여쭤보니 그냥 사지 말고 무조건 모유만 물리며 악으로 깡으로 버텨보라는ㅎㅎ 조언을 해주셔서 분유도 젖병도 사지 않고 집으로 갔다.

조리원에서 퇴소해 집으로 가면서 이제부터 매번 30분씩 그 고생을 하고 고군분투하며 모유를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그런데! 우리 아기가 내가 분유를 안 사둔 걸 눈치챘는지...집에 가자마자 젖을 거부하지 않고 유두 보호기를 잘 빨기 시작했다. 와~~!

하지만 젖 양이 적은지 아기를 배불리 먹이기엔 역부족인 것 같았다. 모유만 먹이려고 하면 새벽에도 남편과 교대할 수 없어 출산한지 얼마 안된 몸인데 길게 잘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나혼자 아기밥을 다 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결국 조리원에서 퇴소한 다음날 쿠팡으로 분유를 샀다. 조리원에서 먹던 트루맘. 젖병도 최소 수량으로 두 개 샀다. 국민 젖병이라는 더블하트.

그리고 계속해서 유두 보호기를 한 채 젖을 물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유두 통증이었다. 아기의 빠는 힘이 세져 가니, 내 유두는 점점 더 아파만 갔다. 30년 넘게 함몰된 채로 있던 유두가 아기가 먹을 수 있게 튀어나오려니 얼마나 아팠겠는가...아기에게 젖을 물릴 때마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젖을 물렸다. 자연히 아기가 밥 달라고 우는 시간이 너무 무섭고 도망가고 싶어졌다. 그때마다 언니와 친구 C에게 하소연을 했다. 너무 아프다고...두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며 나를 응원해줬다. 특히 나처럼 유두 모양이 좋지 않았던 친구 C는 자기는 그맘때 강철 꼭지를 갖고 싶다고 남편 앞에서 엉엉 울었다며 너도 한 달만 지나보라고 나를 응원해줬다. 한 달은 까마득해보였지만, 난 한번 시작한 일은 잘 그만두지 않는 성격이었다. 이 블로그를 16년째 해오고 있는 것처럼...ㅋㅋㅋ 모유 수유도 시작한 이상 포기할 수는 없었다.

유두가 아파도 아기가 잘 빠는 날은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아기가 잘 빨지 못하면 우울해졌다. 내 하루의 기분은 아기가 젖을 잘 먹느냐 못 먹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럴수록 모유 수유에 대한 집착이 생겼다. ㅋㅋㅋ 분유를 먹이기 싫은 마음도 커져갔다. 새벽에 자느라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해 남편이 분유를 먹이는 게 2번 이상이 되면 찜찜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유두 보호기도 떼고, 분유도 끊고 싶었다.

유두 보호 크림도 사서 발라보고, 손수건에 따뜻한 물을 묻혀 유두 마사지도 해보고. 별짓을 다하면서, 아플 줄 알면서도 그냥 무식하게 계속 젖을 물렸다. 유축도 끊고 직수에만 매진했다.

그러다 어느 날에는 가슴에 이전과는 다른 고통이 느껴졌다. 언제나처럼 유두가 아픈 게 아니라 가슴 안쪽에 있는 실? 같은 게 당겨지는 불편한 느낌이랄까. 아픈 건 아니었는데, 아픈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불편한 느낌이었다. 유선염 같은 건가 뭔가 하고 오케타니 상담을 가볼까 알아보기도 했는데, 가슴 양쪽에서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이상해서 언니와 C에게 물어보니 '모유 양이 늘어날 때 드는 느낌'이라고 했다. 아니 이렇게 구린 느낌이라고...? 이 느낌이 계속 들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다행히 하루 이틀만에 그 느낌은 다시 사라졌다.

그 느낌을 느껴보고 나니 유두 통증쯤은 견딜 수 있었다. 그냥 계속 계속 물렸다. 언니가 유두 보호기를 떼보라길래 보호기도 뗐다. 보호기를 떼도 아기가 잘 먹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유두가 별로 안 아파지기 시작했다. 더이상 큰 부담없이 아기에게 수유를 할 수 있게 됐다.

아기는 생후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깨 있을 땐 1~2시간 간격으로 모유를 찾고, 밤잠도 길게 자지 않아 2~3시간 마다 한번씩은 수유를 해줘야 한다. 여전히 나는 하루에 9~12번씩 모유 수유를 한다. 누구는 생후 60일이면 새벽 수유도 끊고 통잠을 잔다고도 하지만 나는 잠은 끊어자야할지언정 더이상 유두를 뜯기는 극한의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어서 행복하다.

분유도 끊었다. 유두 통증이 줄어드니 새벽에도 아기가 울면 벌떡 벌떡 일어나 모유를 먹이게 되었다. 그동안 새벽에 분유를 먹인 건 잠에 깊이 빠져서라기 보다는, 은연 중에 고통스러운 모유 수유를 피하고 싶은 내 마음이 반영된 것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모유 수유를 할 마음이 없었는데, 이렇게 고생 끝에 모유 수유가 수월해지니 이제 생후 한 달은 무슨 먹일 수 있는 한은 모유 수유를 길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모유가 좋다는 우리 엄마한테 대고 "요즘은 분유도 잘 나와~재벌들도 모유 수유 안할걸?"이라고 했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그날 바로 삼성가 이부진이 자기 아들한테 30개월 동안 모유 수유를 했다는 기사가 떴다. 기사를 보며 우리 아들에게 이부진 아들처럼 부를 물려줄 순 없지만 모유 수유만큼은 나도 비슷하게 해주어서 아들이 건강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ㅋㅋㅋ

이렇게 나는 모친자(모유 수유에 미친 자)가 되었다. 모유 수유는 적응되니 편한 점도 많아서, 친구 C와 함께 주기적으로 모유 수유를 예찬하는 중ㅎㅎㅎ

2주 전에는 사과를 깎다 손을 썰어버려 '외상'이 써있는 근처 정형외과에 가 인생 최초로 5바늘을 꿰맸다. 손이 썰려 피를 뚝뚝 흘리는 와중에도, 손이 아픈 것보다 '항생제 먹어서 모유 수유 못한다고 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다. 내가 스스로 모친자가 됐단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일단 내 손 상태를 본 의사 선생님은 일주일 정도는 모유 수유를 끊어야 할 거라고 했다. 모유는 일주일을 안 먹이면...유축을 해도 양이 줄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아예 안 나오게 될 수도 있다. 내가 그동안 모유 먹이려고 얼마나 개고생을 하고 유두가 뜯기는 고통을 참았는데!!! 포기할 수 없었다.

자연분만하면 회음부를 절개하고 꿰매는데도 직후에 모유 수유를 잘만 하는데, 왜 손 좀 썰렸다고 모유 수유를 못하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 대기 공간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한 손으로 '모유 수유해도 먹을 수 있는 항생제'를 검색하고, 의사인 친한 언니에게 연락해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모유 수유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를 물었다.

언니는 모유 수유 중에도 먹을 수 있는 항생제가 있지만, 정형외과 의사가 그것까지 알기는 어려울테니 그냥 처방을 받은 다음에 약국은 가지 말고 와서 모유 수유를 하라고 했다. ㅋㅋㅋ 어차피 손을 꿰맸을 때 항생제는 예방적인 거라 그냥 열심히 소독만 해줘도 된다나.

그럴 마음으로 의사 선생님이 손을 꿰매주길 기다렸다. 그런데 다시 나타난 의사 선생님은 그 사이 수유를 원했던 내 모습을 보고 고민했는지 '항생제는 안 먹고, 수유를 그대로 해도 될 것 같다'고 해주셨다. 감사하다고 말했는데, 잠시 후 수납하려할 때 다시 나타난 의사 선생님이 모유 수유 중에도 먹을 수 있는 항생제를 알아와서 처방해주셨다. 덕분에 나는 손에 붕대를 감고 와서 다시 바로 모유 수유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모유 수유를 힘겹게 하고 나니, 모유 수유 자체가 나에게 무척 소중해진 느낌이다. 어떤 엄마들은 아기가 모유를 먹을 때 그 느낌이 정말 행복하고 소중하다고도 하던데. 난 사실 그런 느낌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흡연하는 엄마의 모유도 분유보다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소아 비만이나 아토피 등도 모유 수유를 하면 발생 확률이 낮다고 하니 아이의 건강을 위해 내 힘이 닿는 한 열심히 모유 수유를 하고 싶다. 아기의 태명은 '튼튼이'인데, 다른 건 못 물려주더라도 몸과 마음의 건강만큼은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이렇게 모유 수유를 열심히 하고 있다. 유축까지 할만큼 양이 충분하지 않아 유축을 하지 않다보니 어느새 직수만으로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는 스틱 분유를 구비해뒀지만, 쓸 일이 없었으면 한다. 얼마 전에는 제왕절개 흉터 주사를 맞으러 출산한 병원에 갔는데, 병원이 멀고 대기도 길어 4시간 뒤에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남편에게 아기가 배고파하면 스틱 분유를 주라며 분유물까지 만들어 놓고 갔다. 그런데 마침 아기가 그 4시간 중에 대부분을 낮잠을 자주어서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안도의 마음과 함께, 한동안은 아기와 떨어지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유 수유는 분리 불안을 낳는다...ㅋㅋㅋ

친구 C는 모유 수유를 하면서 시간 계산을 하고 혈중 알콜 농도를 측정하는 키트를 이용해 술도 마시고, 매운 음식은 당연히 먹는다고 했다. 나는 아직 간격이 짧아 술은 못 마시지만, 음식은 매운 것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있다. 임신 후로는 술 생각이 안 나서, 무알콜 맥주로도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 아파서 약을 먹어야 하거나 해서 모유 수유를 더 하고 싶은데 끊어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며...

글을 여기까지 길게 쓰고나니 아기가 깼는지 운다. 젖 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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