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잠들어 있는 아침에 맡는 밥냄새는 황홀하다. 예약된 시간에 맞추어 밥을 하는 전기밥솥의 부지런함에 괜스레 고마워진다.
아날로그 감성이라는 건 실은 큰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인간성을 찾을 수 없을 듯한 그 어느 곳에서도 결국은 인간성을 찾아내고야 만다. 엄마가 아궁이 앞에 앉아 졸면서 하는 가마솥 밥냄새가 아닌, 전기밥솥의 밥냄새에도 황홀해지는 나처럼. 사람을 마주하지 않는 소통이 사람을 마주하는 소통보다 몰인간적이라고 말하는 그 아무도 몰인간적인 소통을 포기하지 않는 건, 사람을 마주하지 않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소통도 인간적이라는 반증이다. 결국 인간이 존재하는 한 완벽하게 몰인간적인 사회는 SF영화 속에나 존재한다. 이것이 내가 인간에 대해 품고 있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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