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오고 나서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자전거를 수월하게 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자전거를 잘 타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가파른 경사는 오르막도 내리막도 탈 수가 없다. 전에 살던 집은 언덕 위에 있는 아파트 였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려면 평지까지 자전거를 끌고 내려가야 했기에 자전거를 타기에는 매우 나쁜 환경이었다. 그래서 그 땐 언제나 가족 모두 자전거를 타고 싶어 했지만 아무도 자전거를 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지금 집은 한강대교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데 자전거를 타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자전거 도로가 끝없이 펼쳐진 한강변까지 자전거를 타고 2분이 채 안 걸리니까. (걸어서도 5분 정도)



덕분에 이사 오고 나서 자연스럽게 자전거가 생겼다. 주로 타는 사람은 아빠와 나. 아빠는 한강공원 자전거도로를 타고 난지도까지 가거나 하시는 등 주로 한강변에서 운동으로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기신다. 물론 나도 한강변에서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기지만 나는 운동을 위한 자전거 타기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날씨 좋을 땐 운동을 위해 목적지 없이 자전거를 탈 때도 있지만, 보통은 주로 어딘가를 갈 때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편이다. 한강 근처는 한강공원이 아니라도 웬만하면 평지고 자전거 도로도 잘되어 있는 편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를 가기가 수월하다.



내가 여태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본 곳들은 다음과 같다. (출발지는 모두 한강대교 북단)



1. 노량진 : 난이도 하

내가 가장 만만하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곳, 노량진. 여긴 꽤 여러 번 갔다. 가깝고, 친구들이 노량진 근처에 많이 살아서 친구들 만나러 갈 일도 종종 있어서. 가는 길이 100% 평지고, 노량진역 앞에 자전거 주차소도 있다. 거의 최저 난이도라고 할 수 있다. 노량진 가까워져서 인도부터는 사람이 많고 인도도 좁아서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할 거리가 꽤 된다는 게 조금 귀찮지만 뭐 그정도야.



2. 상수역 : 난이도 하

이것도 뭐. 말할 내용도 딱히 없이 쉽다. 남자친구 동네라 두어 번 갔었음. 한강공원 상수지구까지 그냥 한강변 자전거 도로 따라 쭉 간 후에 상수 출입구였나 아무튼 거기로 나가서 조금만 안쪽으로 가면 상수역. 그 끝엔 남친이 바나나 우유 두 개 들고 날 기다리고 있었기에 더 힘들지 않았는지도...



3. 63빌딩 : 난이도 하

어제 자전거 타고 갔던 63빌딩.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면 언제나 건너편에 탐스럽게 보이는 63빌딩. 남친과 전망대 겸 미술관이라는 스카이아트 미술관에 갔었다. 야경을 보기 위해 야간에 자전거를 타고 갔다. 한강 근처랑 가까워서 가기 쉬웠다. 마지막에 한강공원에서 63빌딩으로 나가는 출구가 계단이라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게 좀 난코스였지만. 그리고 갈 땐 안 추웠는데 올 땐 아직 추위가 덜 풀려서 입 돌아갈 뻔. 그래도 워낙 가까워서 추웠는데도 갈 만 했다. 



4. 한강공원 망원지구 근처 ㅇㅇ이 작업실 : 난이도 중하

친구 ㅇㅇ이의 작업실이 망원역 근처여서 거기까지 자전거 타고 놀러갔었다. 한강공원 망원지구까지 자전거 타고 가는 건 역시나 수월하고, 망원지구에서 나와 ㅇㅇ이의 작업실까지도 도로가 되게 한산하고 골목도 넓직넓직해서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가는 일 없이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하인 이유는 거리가 좀 있어서...



5. 여의나루 : 난이도 중

이촌 한강공원에서 출발해서 마포대교를 건너 갔었나? 네이버 지도 보고 갔었는데 무튼 길 찾는 것 빼곤 수월했던 코스. 내려서 자전거 끌 부분도 딱히 없었다. 여의나루 한강공원에서 ㅇ언니랑 치맥 먹으려고 갔었지. 맥주 한 잔 하니까 올 때는 겁도 없이 더 즐겁게 타고 왔던 기억이... 



6. 상도동 (상도역 근처) : 난이도 중상

내가 태어나서부터 10년이 넘게 살던 동네인 내 마음의 고향 상도동.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먹었던 오시오 떡볶이가 아직도 있고, 친구들도 몇 명 있다. 날 좋은 어느 금요일 낮 친구와 오시오 떡볶이를 먹기로 하고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상도터널만 건너서 가면 되니 노량진보다 더 가깝겠구나 가기 쉽겠네. 라는 나의 생각은 상도터널에 들어선지 채 10미터도 되지 않아 산산조각 났다. 상도터널은 차로 갈 땐절대 알 수 없었지만...미세한 경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그런 터널이었다. 초반엔 근성으로 자전거 페달을 쭉쭉 밟았으나 그러다 다리도 죽고 나도 죽을 듯 하여 중반부터는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터널을 건넜다. 차타고 다닐 땐 몰랐는데 터널은 또 왜 그리 길던지. 중학교 때 버스비 없어서 친구인 김우영과 둘이 인도가 없던 그 시절 상도터널을(먼지가 가득하고 바로 옆엔 차가 쌩쌩거렸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걸어서 건넌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 때 다시는 상도터널을 걸어서 건너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물론 걷는 게 아니라 자전거긴 했지만 10년 전 다짐이라 방심했던 것 같다... 터널을 나와 오시오 떡볶이 앞에서 만난 친구는 터널을 건너자마자 폐인이 되어 급격히 생기를 잃은 내 모습을 비웃었다. 아무튼 상도터널은 아무리 자전거 기어에 자신이 있더라도 차로 건너야 한다. 다시는 안 갈 코스.



7. 서강대학교 : 난이도 상

1교시를 자전거 타고 등교... 마포나룻까지는 가깝고 쉽게 갔지만... 마포나룻 출구에서 대흥역을 지나 학교까지 가는 코스가 난코스였다. 갈 때는 오전이라 차도 많고, 마포나룻에서 학교까지는 주로 미세한 오르막인데다가 인도도 좁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이라 참 힘들었다. 뭐 또 자전거 타고 가라면 심호흡 한 번 하고 갈 수야 있겠지만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마포나룻에서 학교까지가 미세한 오르막이라 그런가 아니면 몇 시까지 맞춰가야 한다는 정해진 시간이 없어서 그런가 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길은 가는 길보다 꽤 수월했던 기억이 나네. 




여기말고도 용산역이나 신용산역까지도 자전거타고 잘 다닌다. 둘 다 걷기엔 멀고 버스 타기엔 가까운 애매한 거리라 자전거 타고 가기가 딱이다. 써놓고 보니 자전거 타고 참 많이도 다녔구나. 겨울 동안은 추워서 잘 못 타고 다녔는데, 빨리 날 풀려서 자전거 타고 또 이곳 저곳 다니고 싶다. 자전거 타고 다니면 바람도 가를 수 있고, 평소에 못 보던 이런 저런 풍경도 보고 이런 저런 냄새도 맡을 수 있고, 친구 만날 땐 좀 있어 보이는 도시인이 된 기분이 들어서 좋다. 알러뷰 자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