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이라는 단어의 뜻을 착각하고 있었다
후일담의 본래 뜻은 에필로그. 그러니까 어떤 사건이 일어난 후의 이야기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털리고 난 엄석대가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뭐 그런 얘기.
하지만 난 후일담을
'어떤 시점에는 미처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듣게 되는 사건의 진상' 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건 뒷이야기 같은 거지.
후일에 듣게 되는 이야기라 후일담이라고 착각한 것인데, 이건 후일담이 아니라면 뭐라 이르는지 잘 모르겠다.
후일담은 후일에 대한 이야기라 후일담이니, 이건 전일에 대한 이야기니까 전일담이라고 부르면 되려나.
아무튼 연애를 하다보면 후일담인지 전일담인지 모를 그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순간이 자주 있다.
그리고 난 그 순간이 좋다.
그때까지 열심히 숨겨온 비밀을 더이상 숨기지 않고 솔직해져도 되는 순간이니까.
무장해제되는 느낌.
막 사귀기 시작한 연인의
- 난 사실 너 처음봤을 때부터 좋아했어,
- 어? 나돈데. 나 그래서 너랑 같은 조 하려고 조교 찾아갔었어.
로맨틱한 이야기나(이게 제일 좋음!)
싸운 후에 화해한 연인의
- 사실 너보라고 상태메시지 그렇게 해놨다.
- 알아. 그거 알아서 일부러 더 연락 안했다.
사랑싸움에 대한 이야기
헤어짐을 앞에 둔 연인의
- 100일 기념일에 직접 싸준 도시락, 사실 식당에서 사온거야.
- 응 알고 있었어. 나 그 집 자주가서. 근데 식었는지 맛 어지간히 없더라. 억지로 먹었다.
모든 걸 내려놓은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다 좋다.
자주 찾아오지 않는 순간이라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비밀을 합의하에 털어놓을 수 있는 시간 같달까. 병적으로 솔직한 나에겐, 나도 눈치보지 않고 솔직해도 되고, 솔직한 상대방을 볼 수도 있어서 드문 기회다.
언제나 듣고싶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저런 이야기를 들은지 오래되었다.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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