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건너 건너 듣고 상갓집에 갔다
고3때 같은 반이었고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한 번도 서로 연락을 안한 친구여서 조금 주저되었지만 고3때 친구와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갔다

친척이 아닌 사람의 상갓집은 두번째였다
첫번째는 고1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의 아버지셨는데... 고등학교 때라 친한 친구들과 여럿이 교복입고 가서 부조도 하지않고 친구를 위로하다 왔었고

그리고 두번째였다
그러니 스무살 넘고나서는 처음 가는 거였지 
뭘 어떻게 해야하고 그런 걸 하나도 몰랐다 그래도 있는 옷중에 검은 옷들을 챙겨입고
부조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같이 가는 친구가 삼만원정도 한다길래 나도 그렇게 했다
어제가 아르바이트비 받은 날이라 다행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전해들은 이층을 올라가는데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마지막 이별의 공간. 그리고 그 공간 특유의 무거운 공기.
저녁이 늦어서인지 눈에 띄게 조용했고 그 공기는 내 마음을 짓눌렀다
머리가 크고나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 친구아버지의 장례식...
네 번의 장례식을 갔었는데 그 느낌은 갈 때마다 생경하고 무섭기도하고 여러가지 기분이 공존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줄은 모르겠지만 내가 원체 그런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무튼 그래서 이층에 올라가서 들어가는 바로 앞에서도 들어갈 수가 없어서 밖에서 조금 더 있다가 마음의 준비를 한 후 들어가고 싶어서 머뭇거렸는데 같이 간 친구가 잘 걸어가길래 심호흡을 하고 따라갔다


가서 부조를 한 후 조문을 하러 들어가는데 (이 용어사용이 제대로 되고있는건지)
친구의 얼굴이 보였다. 정말 수척해보였다...
친구와 인사를 하고 위로도 하고 친구가 나가서 뭐라도 먹고 있으라길래 나와있었더니 곧 친구가 나왔다
오랫동안 못본 터라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친구의 아버지는 간암이셨다 했다
집의 장녀라는 그 애가 지금 얼마나 힘들까 또 앞으로는 얼마나 더 힘들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당장 경황이 없어서 친한 친구들한테조차 연락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 애의 어머니와 아시는 분들을 통해 전해전해 들어서 가게된 것이고...
그래서 그런지 많은 친구들이 오진 못한 모양이었고 그래서 그 애는 딱히 쉴 틈도 없이 온종일 서서 문상객을 맞느라 힘들었던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랑 이런 저런 근황이나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수척한 친구가 웃기도 하고 숨도 돌리는 듯 해서 마음이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

아직 우리는 부모님을 잃기에는 정말 어린 나인데
졸업하고 삼 년만에 보는 친구를 이런 일로 보게되다니.
사실 이런 소식이 아니었다면 평생 다시 얼굴 볼 일 없이 살았을텐데
이런 소식을 들었어도 그래?하고 말 정도로 그 애와 나의 끈이 끊어지지는 않았나 보다


사실 가기 전엔 졸업하고 삼 년동안 연락 한 번 안하고 지낸 사이고 소식도 직접 듣거나 같이 가자고 들은 것도 지나가듯이 들은 소식인데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부조는 한 번도 안해봤는데 아직 학생인데 부조까지 해야하나 뭐 이런 이기적인 생각들을 했었다
그래도 내가 저런 일을 당했으면 어땠을까 하면서 입장바꿔서 생각해보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갔는데
가서 막상 친구의 얼굴도 보고 하니 가기 전에 저런 생각을 했다는 게 정말 미안해졌다...   


친구가 기운을 냈으면 좋겠다 앞으로 잘되었으면 좋겠고
알아서 잘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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