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대학생이 아닐 땐 그리고 막 대학생이 되어서도 스펙쌓기에 매몰된 대학생 친구들을 욕하며 낭만을 꿈꾸고 자유를 즐기는 학점과 스펙에 함몰되지 않는 낭만의 청춘 낭만의 스물하나를 살겠다고 학원에 앉아 멍하니 강의를 들으며 젊음을 헛되이 하지는 않겠다고 이 지독한 물신경쟁에서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구경하겠다고 좋은 직장 좋은 집 좋은 남편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찾기위해 고민하고 생각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어느덧 그 결심은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대학 다닌지 일년만에 내 이름 앞으로 천만원 넘는 빚이 쌓여가는 것을 구경하며 알바다 뭐다 몸 상해가며 이 나이에 즐기지도 못하고 뛰어다니고 있자니 어느덧 이 지독한 물신경쟁에서 최후에 승리해야겠다는 생각만이 남아 나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읽어온 그 신문과 잡지의 지식인들은 스펙에 함몰되어버린 대학생을 의식없다고 비판하였지만 그들도 결국 그 스펙없는 대학생들은 인턴으로도 써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인, 삼수해서 대학와서 빚만 학자금대출만 벌써부터 천만원이 넘는 나는 고대생 김예슬인가처럼 혹은 부당한 회사에 미련없이 사표쓰는 멋진 회사원처럼 멋지게 사표를 쓰고싶어도 쓸 수가 없다. 내 삶은 나만의 것이 아니므로. 부모님의 기대와 가족의 미래가 내 어깨에 달려있다고 하면 오버처럼 보이겠지만 그런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나는, 원래 좋은 연못이 아닌, 개천에서 난 가방끈 긴 뱀이니까.  

민주화운동을 하지 않고 그 시간에 도서관에 박혀있던 그 시절 대학생 어른들을 혐오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중에는 나에게 그렇게 혐오받아서는 안될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대의보다는 당장 자신과 가족의 생계가 절실한, 자신의 작은 어깨에 온 가족의 생계가 걸렸있었던, 개천을 먹여살려야 하는 개천에서 난 용들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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