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입니다
4월이니까 이렇게 말해도 되는거겠지.

계절마다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는 지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각각의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계절에 그 계절에 어울리는 특정 음악을 들으면 그 계절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물론 그 음악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그래서 나는 노라 존스의 끈적한 목소리가 들려오면 "겨울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기준엔 노라 존스의 노래들이나 자넷 잭슨의 my baby 등이 대표적인 겨울 음악들이다. 캐롤은 말할 것도 없고.
무튼 봄이니까 겨울 음악들은 뒤로하고, 봄 음악에 대한 이야기.



우선 김현철의 봄이 와. 고등학교 때 정말 좋아했었던 노래여서 추억이 방울방울. 김현철 혼자 부른 원곡보다 나중에 롤러코스터가 피쳐링해 조원선과 김현철이 같이 부른 버전의 봄이 와가 더 봄스럽다. 그 다음, 델리스파이스의 봄봄을 꼽고 싶지만 아쉽게도 봄봄은 가사와 제목은 봄이지만 노래는 봄노래가 아니다. 다음으로 전자양의 봄을 낚다가 있겠다. 가사가 참 봄스러운 노래지만 봄을 낚다는 봄보다는 초여름의 느낌이랄까? 전자양의 같은 앨범(2집 '숲',좋아하는 앨범.)에 있는 당분인간이나 나와 산책하지 않겠어요 도 비슷한 느낌인데 어떤 사람에겐 봄의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초여름 밤의 느낌이 더 강하다. 미묘한 차이이니 직접 듣고 느껴보시길. 

그 다음은 양양의 봄봄, 소박한 봄의 느낌. 만연한 봄보다는 봄이 오기 전의 그 설레이는 언젠가의 노래랄까. 
신곡도 있다. KBS 라디오PD인 곰PD가 낸 앨범안에 있는 봄 날, 버스안에서 라는 노랜데, 감미로운 세렝게티의 보컬 유정균이 노래했다. 봄날 밤의 아련한 느낌이 잘 묻어나는 봄 노래다. 곰PD의 앨범은 전체적으로 정말 좋다. 라디오PD와 뮤지션. 내가 동경하는 두 가지를 모두 이뤄내다니. 곰PD, 무한 질투와 존경. 



위 노래들이 제목에 '봄'이 들어가고 가사도 '봄'과 관련되는 노래들이라면, 이제 진짜 내가 생각하는 봄느낌나서 봄노래인 노래들.

우선 조월의 불꽃놀이를 꼽고싶다. 조월은 예전 속옷밴드의 멤버. 지금은 미국에서 음악공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던듯. 무튼 이전 속옷밴드보다는 좀 덜 사이키델릭하고 좀 더 보송한 노래가 불꽃놀이랄까? 불꽃놀이가 들어있는 앨범인 조월의 1집 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 의 다른 노래보다 좀 더 분위기가 포근하고 밝다. 듣다보면 주황색이나 분홍색이 생각나는 노래. 페퍼톤스의 신재평이 예전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에서 추천해주었던 노래인데, 정말 좋아하는 노래다. 여러모로 봄의 느낌이 드는 노래. 잊고 지내다가도 봄이 느껴지면 들어야겠다. 싶어지는 노래다. 작년 봄에도, 올해 봄에도.

다음은 김광진의 동경소녀. 워낙 유명한 노래니까 딱히 설명할 말은 없을거고. 그냥 들으면 봄의 느낌이 든다. 이건 좀 주관적인 것 같긴 하지만. 다음은 이한철 노래들. 이한철의 노래들 중에는 유독 봄느낌 드는 사뿐한 노래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이한철과 루시드폴의 연인 박새별이 함께 불렀던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 제일 봄같은 노래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포스팅을 하게 된 계기인 Tahiti 80의 노래들.
푸근한 봄이 조금이나마 느껴지기 시작했던 지난 한 주. 시끌벅적한 한낮의 소음과 활기도 사라지고 유치원생들은 낮잠을 자고 회사원들은 컴퓨터 앞에서 말없이 일이든 뭐든 몰두하고 있을 것만 같은 오후 네 시쯤. 아르바이트를 가기위해 버스를 탔다. 아르바이트를 가기위해 타는 버스는 신촌에서 서강대교를 지나 여의도를 한 바퀴 돌아 내가 일하는 학원까지 간다.
여의도도 사랑하고, 한강도 사랑하는지라 그 시간에 버스창가에 앉아 혼자 이어폰 꽂고 음악듣는 것을 좋아한다. 한강을 바라보면서 음악듣기. 한강을 보지만 강바람은 안맞아도 되는 그 (지리적 의미의) 고요의 상태.

그 때, mp3를 랜덤으로 돌리고 있다가 tahiti80의 음악이 나왔는데, 
더 없이 맑은 창 밖의 햇살,
살짝 열어놓은 버스 창문으로 불어오는 차분한 봄바람
그리고 tahiti80의 노래들이
삼위일체로 완벽한 봄의 경지를 이룬 것이다. 이런 것이 일상에서 오는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 주체할 수 없는 그 벅차는 감각에 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Tahiti80 최고의 명곡은 Open book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봄의 문앞에서 더 잘어울리는 노래는 Wallpaper for soul 앨범의 1000 times(김광진의 동경소녀와 곡의 느낌이 비슷한 구석이 있다), Puzzle 앨범의 Swimming Suit, 그리고 역시 같은 앨범의 Mr.Davies. 그 중에서 특히 Mr.Davies는 특히 더 봄에 듣기 좋은 노래다. Mr.Davies 초반의 기타가 정말 좋다. 
Mr.Davies 초반의 기타가 봄느낌이라는 것에 공감하신다면
Tahiti80이 아닌 다른 밴드. 또 다른 색을 가지고 있지만 역시나 좋은  
Majestic의 Say Dee La, Wonderful도 꼭 한 번 들어보시길. 
 


봄스러운 음악-의 기준이 다분히 주관적이니까 
왠만하면 언급된 노래 중 모르는 노래가 있으면 다 들어보시되
귀찮은 분들을 위한


봄 노래 포스팅 액기스 5곡 정리
1.
 Mr.Davies - tahiti 80
2. 1000 times - tahiti 80
(달리는 버스나 지상구간을 지나는 지하철에서 창밖을 보며 들어야 봄느낌이 물씬)
3. Say Dee La - majestic
4. 봄봄 - 양양
5. 불꽃놀이 - 조월 



     조월의 불꽃놀이. 첨부.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오디오 이야기  (0) 2011.07.17
cd를 산다는 것의 의미  (0) 2011.07.17
즐거운 5월을 기약하며  (0) 2011.02.26
10cm 1집 앨범 1.0 발매!  (0) 2011.02.10
폴 매카트니가 좋다  (1) 2011.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