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cd를 샀다.
조휴일의 블로그를 보다가 드디어 2집이 나온다길래 인터파크로 달려가 7월 13일에 나올 검정치마 2집을 예약하고
그 김에 토마스 쿡의 journey 앨범도


두 앨범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나에게 cd를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나는 왜 굳이 cd를 사는 걸까


사실 cd를 안사도 된다
인터넷으로 mp3를 다운받으면 되니까
왠만한 신보는 유료 mp3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는 친구들의 컴퓨터에 이미 다운받아져 있다
나 무슨무슨 앨범좀 하면 노래가 뚝딱 메신저 너머로 전송된다
공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cd를 산다
물론 사고 싶은 모든 cd를 살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나는 너무 많은 밴드를 좋아한다


cd를 산다는 것이 주는 일종의 선민의식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돈을 주면서 cd를 사서 듣는 문화인입니다 하는 자부심 같은 거랄까
근데 그건 사실 큰 비중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cd샀다고 어디가서 얘기하고 다니지도 않고


그럼 왜지 방에 오디오가 있기 때문인가
내 방에는 중학교 때 아빠가 사준 소니의 오디오가 있다 테이프도 cd도 라디오도 된다
오디오에 cd를 넣고 방에 가득 찬 음악을 들으며 혼자 책 읽는 그 시간을 나는 사랑한다
삼수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터파크에서 문제집과 함께 듣고 싶은 시디 두어장을 결제해 새벽에 혼자 시디를 들으며 책을 읽곤 했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다
아마 바로 그 시간이 내가 cd를 사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해온지 10년이 넘었으니 습관이 되기도 되었을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으면 그 음악과 책이 참 잘어울린다는 느낌도 생기는데 그 느낌도 좋다
2년 전 겨울에는 하임을 들으며 1Q84를 읽었었는데 그 차갑고 이질적인 느낌이 꽤나 잘어울렸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요새는 검정치마를 들으며 속좁은 여학생이나 담배 한 개비의 시간을 읽는데 이것들도 따뜻하고 풋풋한 느낌이 어디인지 모르게 닮아 있다


음악이 너무 쉽게 쉽게 소비된다
클릭 몇 번에 다운되고 재생된다
만드는 것도 기술의 발달로 예전보다 쉬워졌지만...
잘 안 팔리는 cd를 살 때는 이 사람들이 다음 앨범을 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내가 cd를 사서 조금이나마 다음 앨범을 제작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cd를 살 때도 있다


cd를 산다는 작은 행동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서 어떤 의식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cd를 사는 것은 추억에 대한 집착이다 추억을 지키고 또 만들어가야만 한다는 그런 집착


어쨌든 앞으로도 cd를 살 것이다



cd사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방에서 오디오를 켜서 cd를 넣고 듣는 그런 혼자만의 시간을 아는 사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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