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진짜 커뮤사세 같은 게 많다.

가볍게 예를 들자면 인터넷 커뮤에서는 자기는 빠른년생 안 쳐준다며 빠른이 어디있냐고

자긴 무조건 맞먹는다고, 빠른년생을 박쥐라고 엄청들 욕하는데

내가 빠른년생으로 30년 넘게 살아보면서 내가 빠른년생이라고 했을 때 해당년생 사람들은 진짜 백이면 백

"아 그럼 누나네요", "아 그럼 언니네요" 라고 하고 누나, 언니라고 불렀음

물론 내가 말 놓고 싶어서 친구하자고 한 애들도 있지만 자기가 먼저 그러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봄

단.한.번의 예외도 본 적 없음

근데 인터넷에선 다들 지가 빠른년생 안 쳐준대ㅋㅋㅋ 대체 니들은 어딨는거냐?

 

암튼 본론을 얘기하자면

요즘 남혐, 여혐이 유행이니까 커뮤에서 종종 관련 게시글들을 많이 보고

20대 후배나 동생들 만나면 확실히 내 세대보다는 페미니즘이나 남혐이 유행이구나 싶을 때가 많음

여자 기준에서 얘기하자면

뭐 인터넷만 보면 성범죄도 넘 많고 더치페이충에 헬시댁에 남자를 상종하면 안될 것 같은 헬조센이라 그런지 몰라도

요새 20대들 중엔 아이돌만 좋아하면서 현실 남자를 다 '한남충'이라고 지레짐작하는 여자들이 많은 것 같음

 

문제는 이런 남혐이 자기 합리화의 도구로 쓰인다는 것임

자기가 2x살, 3x살 모쏠인 게 속으로는 불안하면서

'한남충은 배나와서 꼴리지도 않고 돈도 많이 못벌고 더치페이만 요구하니 뭐하러 만나냐',

'한남충 만나는 여자들도 대부분 오징어 지킴이던데?'

하고 정신승리를 하는 도구로 남혐을 사용하는 것임

 

이게 문제가 뭐냐면 솔직히 20대 후반, 30대까지 비자발적으로 모쏠인 건 뭔가 특이한 거고

내가 지나치게 집순이건, 사람 만나는 걸 안 좋아하건, 사회성이 부족하건, 여성성이 부족하건, 남자를 두려워 하건

연애하는 데 불리한 점이 한 가지 정도는 있다는 거고

어쨌든 내가 모쏠을 탈출하고 싶으면 스스로 자아성찰을 해서 개선해야할 부분이 있긴 하단 건데

저렇게 남탓, 한남충 탓을 해버리면 그럴 수가 없어진다는 것임

 

진짜 비혼이고 자발적 모쏠이고 그게 좋은 인생은 괜찮아

김숙 송은이 박나래보고 아무도 결혼하라고 안하잖아? 배우자 없어도 인생 되게 재밌어보이니까

근데 속마음은 그게 아니고 남들처럼 연애하고 싶고 모쏠 탈출하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싶은데

남탓 하느라 자기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렇게 모쏠 탈출은 더 소원해지고

나이가 들수록 괜찮은 남자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더욱더 모쏠 탈출은 소원해짐

 

이게 공감이 안된다면 취직이랑 비교한다면

취직은 보통 20중후반까지 하니까 연애보다 시작 연령이 더 높다고 보면

30대 중반이나 40까지 태어나서 한번도 취직 안하고 남이 번 돈으로 살면 특이한 거잖아

물론 결혼을 했거나 집에 돈이 많거나해서 취직 필요성 없어서 자발적으로 취직 안하는 사람 말고

(아까 말한 송은이 김숙 같은 존재)

취직해야하는 상황인데 여기 회사는 이게 맘에 안들고, 저기 회사는 저게 맘에 안들어서 35살 40살까지 취직 안하고

빠듯한 부모 돈 축내면서 살면 뭔가 특이한 거잖아

근데 그러면 일단 갈 수 있는 회사라도 간 다음에 경험을 쌓거나

하다못해 알바나 계약직으로라도 사회 생활을 시작해야

그걸 발판으로 이 회사도 가고 저 회사도 가고 하는 건데

회사들이 다 구려서 못 가겠다고 회사들만 탓하고 있음 얼마나 한심해

이성탓하면서 모쏠인 걸 합리화하는 건 이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함

 

하여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특히나 소심하고 누워서 인터넷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모쏠도 보통 사람들보다 많을 수밖에 없어서

자기들끼리 "20대 후반 모쏠인데 괜찮나요", "30대 모쏠인데 괜찮나요" 물어보고

"뭐 어때 괜찮은 남자도 없던데", "한남충들 다 별로라서 모쏠". "아이돌 OOO급 아니면 만나기 싫어서 모쏠"

이런 댓글 달아가면서

'역시 나만 모쏠이 아니구나', '난 고칠 게 없어', '내가 이상한 게 아니네' 하면서 안심하고 아무것도 안하는데

그러다가 좋은 사람 만날 기회 다 놓치고 나중에 후회하게 됨

저런 말에 위로 받으면 안됨

박명수 말대로 뭐라도 찍어바르고 나가서 말 걸고 시도하고 노력해야함

남자들은 성욕이라는 강력한 원동력이 있어서 이렇게 지레 시도도 안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여자들은 그것도 없어서 걍 집에서 홀로 늙어가기 쉬움

 

물론 이 글은 모쏠들이 문제있단 글이 아님

나도 남자를 쉽게 만나는 편은 아니라서

내가 왜 남들 다하는 연애를 못할까 존나 머리뜯고 고민하고 분석하던 게 한 세월이고

끼리끼리 논다고 내 친구들도 모쏠, 거의 모쏠들 많음

다들 줜나 멀쩡하고 이쁘고 똑똑하고 주체성 매력 넘침

얘넨 내가 볼 때 적극성 좀 탑재하고 주체성을 좀만 숨기면 언제든 연애할 수 있을 것 같음

무엇보다 일단 기회가 되면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은 하거든

 

근데 문제는 스스로 남혐으로 자기합리화하면서 이래서 한남충은 안만나야지 하면서

애초에 기회를 원천차단하는 게 문제임

20대 후반 모쏠, 30대 모쏠 괜찮다는 커뮤 여론은 진짜 커뮤사세니까 절대 듣지 말아야함

까여도 되고 썸만 타도 되고 짝사랑해도 되고 차여도 되니까 나가서 남자 만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