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피디가 있다면
하이킥 만든 김병욱 피디와 함께
짝과 스트레인저와 나는 솔로를 만들고 있는 남규홍 피디를 꼽겠다

과거 프듀를 만들던 안준영도 좋아했지만...안준영에게 사기를 당한 걸 안 후로 그는 제외...


SBS 짝 시절부터 매회 챙겨본 터라 폐지된 후 헛헛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비슷한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 외국 방송까지 뒤져가며 테라스 하우스 등을 찾아봤지만
짝에 견줄만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ㅠ...
그래서 남규홍 PD가 '스트레인저'로 돌아왔을 때 매우 열심히 봤으나 곧 폐지가 되어서
슬퍼하던 찰나 '나는 솔로'가 시작했다.
내 주위에 나랑 비슷한 짝 덕후들이 정보를 알려주며 얼른 보라고...ㅋㅋㅋ

남규홍 피디 짝짓기 프로그램의 매력은 무엇인가...!
단순한 짝짓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뭔가 인간을 관찰하는 느낌, 인간의 면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느낌이 나서 좋다.

막 때깔 좋은 프로그램들은 애초에 좀 이쁘거나 잘생기거나 한 고만고만한 출연자들만 모아다가 대충 괜찮은 모습만 포장해서 보여준다. 그런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보통 어디서든 연인을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이 프로그램에서 꼭 연애하겠다는 진정성이나 절실함이 별로 없다.

근데 짝 PD 프로그램은 되게 막 사람들이 어떻게든 잘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가득해보이고
또 거기 며칠동안 갇혀서(풍경 숙소 이런 것도 별로 안 이쁘고 걍 대학 MT 펜션스러워서 놀러간 느낌보다는 서로에만 집중하게 됨) 막 연애만 생각하며 살다보니 사람들이 좀 미치기도 하고 극단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그래서 재밌다...

PD가 섭외할 때 기준이 확고한 것 같은데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 뭐 잘난 사람 위주로 뽑는 게 아니라 진짜 꼭 여기서 짝 찾아가고 싶은 사람들 위주로 뽑는 것 같음.
그래서인지 짝이나 스트레인저 통해서 만나고 결혼한 찐 커플들이 실제로 많다.

이런 차이가 어디서 기인할까 생각해보면
보통 짝짓기 프로그램 PD들은 예능PD들인데
남규홍 PD는 SBS 시사교양 PD였던 게 차이점인 것 같다.

짝을 처음부터 봤는데 짝은 애초에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고 사람들이 짝을 찾으면서 어떤 기준으로 만나는지 또 어떻게 구애하고 승낙하거나 거절하는지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간 실험 다큐멘터리 느낌의 프로그램이었다.
무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었음...ㅋㅋㅋ
(딴 얘기지만 SBS는 원래 예능보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더 볼만하고 신선하다.
그알, 동물농장, 궁금한 이야기 Y도 다 시교인데 재밌고, 특집 다큐멘터리들도 되게 신선하고 재밌는 게 많음.)

아무튼 인간 관찰 다큐멘터리 같은 그런 색깔이 프로그램이 많이 예능화된 지금도 남아서 묻어난다.

스트레인저 1기의 노무사 '미스터 윤'에 이어
나는 솔로도 1기의 성악가 '영호'가 화제다. ㅋㅋㅋ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캐리하는, 제작진에게 가장 소듕한 존재들...내가 이 PD의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포인트들이기도 하다.
막 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하면서도 재밌음...ㅋㅋㅋ
나 10대~20대 초반 흑역사들도 떠오르고...ㅋㅋㅋㅋㅋ

근데 그때 나였더라도 카메라 있는 데선 못그랬을 것 같은데ㅋㅋㅋ
카메라가 다 찍고 있는데도 저렇게 서슴없이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참 신기하고 재밌다. 카메라 의식을 안해서 좋다.

짝이나 스트레인저나 나는솔로나 셋 다 가끔씩 저런 프로그램을 캐리하는 출연자들이 나오는데
보통 30대 남성이다.

내가 여자라 그런가 저런 사람들 보면 성별 차이가 절절하게 느껴진다.
여자들 중에서도 학창시절엔 사회성 없는 여자들 많은데(나 포함ㅋ)
여자 사회에서 저렇게 눈치 없이 나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면서 초중고를 다니면
그게 보통 웬만하면 고쳐지게 돼있다.

뭔 얘기냐면 가끔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자들 사이에서 따돌림 당하는 여자는
잘나거나 못난 여자가 아니다. 그냥 남들과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다른 여자다...ㅋ
특히 한창 예민한 여중고딩들은 사회성이나 눈치가 좀이라도 없으면 절대 봐주지 않음...ㅋ
까거나 왕따시키거나 은따시키거나 대놓고 말하거나 등등 여러 방법으로
사회성+눈치 없음을 열심히 교정해준다...

그래서 학교 12년을 잘 다녔으면 여자는 보통
사회성 없음+눈치 없음이 대충 가면쓰고는 살 수 있는 정도로 많이 교정된다.

근데 내가 항상 공학 다니면서 보면
남자들은 사회성이나 눈치 없는 남자랑도 별로 신경 안쓰고 잘 논다.

사회성이나 눈치 없는 애들도 좀 모범생스럽거나 하고 다니는 게 멀쩡하면(잘 씻고 다니고 그런거) 신경 안쓰고 잘들 놈.

그 결과...그들은 사회성이나 눈치 없는 걸 교정할 기회 없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고딩 때처럼 남자 10명이 축구하고 피씨방가고 놀기보다
소그룹으로 맘맞는 애들끼리 노는 게 심화돼서
이때부터 저런 애들이 좀 아싸가 된다...

그러면 사람과 가끔 만나긴 해도
단점까지 서로 보일 정도로 친밀하게 지낼 기회가 없으니 더 교정 안됨...
사람을 잘 안만나니 연애 시장에서 자기 위치가 어떤지 자기 매력이 뭔지
자기객관화가 어려워짐...
운좋게 찐따스러움에 관대한 여자랑 연애한다 쳐도 오래 사귈 수 없음...
이쯤되면 자기만의 세계가 이미 공고해지기 때문에...

그렇게 그들은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 신청서를 쓰게 되고...
수많은 사람들의 악플을 마주하며 해명글을 쓰게 된다...ㅠㅠㅠ

보통 나쁜 사람들은 아닌데
성장기에 쌓아야할 사회성이나 눈치를 못쌓은 것 뿐인데
프로그램에서 그런 게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안타까워짐
사람들로 하여금 '대체 왜...'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인물들이랄까

근데 남규홍 PD 프로그램들 보면서 좋은 게
저런 출연자들한테도 되게 애정이 있고 관대한 게 느껴져서다.

남규홍 PD가 하는 촌장엔터테인먼트 유튜브에서
기존에 짝에서 이뤄진 커플들 찾아가는 거 보면
이 분도 사회성이 딱히 좋은 편은 아니고...ㅋㅋㅋ
좀 뜨악스러운 말을 많이 하고(보면서 가끔 조마조마함) 특이한 사람인데
그래서인지 저렇게 좀 특이한 사람들에게도 애정을 갖고 이해하면서 그려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남규홍 PD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화제가 된 사람들은 해명글을 올릴 때 딱히 PD탓을 하지 않는다...ㅋㅋㅋ
방송에 나온 모습이 전부는 아니란 식으로 말하지, PD가 악편을 했다거나 제작진이 행동을 유도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제작진을 원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음.ㅋㅋㅋ

이건 이제는 조작범으로 밝혀진 프듀 PD 안준영이랑 비교하면 진짜 확연히 느껴지는데
안준영은 출연자들을 진짜 도구로만 대하고 출연자가 약간의 미성숙함만 보여도
과도하게 악마의 편집하고 먹잇감 찾아서 신나하는  느낌이 드는데
남규홍 PD 프로그램 보면 어떤 출연자를 좋아하고 어떤 출연자를 싫어하는지 별로 티가 안난다.
그냥 관조적으로 보여주는 느낌? 무척 공정함.
뭣보다 본인이 인간을 관찰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 바탕에 깔려있는듯.

하여튼 여전히 재밌게 보고있다.
원래 짝 포맷을 좋아하는터라 패널들 나오는 건  너무 재미가 없지만...ㅎㅎ;;
앞으로 좀 더 잘돼서 제작비 빵빵해져서 좀 더 이것저것 화면도 다양해지고 더 재밌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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