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대 초반의 직원과 하루종일 둘이 일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나도 내가 그 나이였을 적을 떠올리게 된다

20대 초반의 나는 창작욕이 강했다
이 블로그도 그때 만들어 13년째 글을 쓰고 있고
영화를 찍어 영화제에 내기도 했고,
밴드도 했고, 영상도 만들고, 팟캐스트도 만들고
친한 친구들과 독립 잡지를 만들고자 기획도 했었다
시작도 못했지만 첫 회의를 하던 날은 홍대 앞 내가 좋아하던 옥상달빛이란 치킨집에서 치킨도 샀다
내가 편집장이니까 내가 샀다
난 엄청난 짠순이였는데ㅋㅋㅋ

아무튼
그 과정에서 뭐 하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정도로 제대로 해낸 건 없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무척 즐거웠다

지금은 창작욕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글쓰기 모임을 1년 넘게 하기도 했지만
평소엔 욕구가 예전 같진 않아서 그냥 마음 한 구석에 쟁여두고 지낸다

요즘 내가 즐거울 때는
춤을 출 때, 자전거를 탈 때,
맛있는 걸 먹을 때, 누워서 뒹굴거릴 때, 좋아하는 사람들과 수다떨 때 등등...
창작과는 별 상관없는 일상적인 순간들...
이렇게 나이들어가나 싶긴한데

그래도 13년째 꾸준히 쓰는 이 블로그가 있어 좋다
내가 내 창작욕구를 발산하는 얼마 안남은 공간이다

난 내 블로그를 참 좋아하는데
그건 내가 별 고민없이 그때 그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놓는 내 가장 내밀한 공간이라서다

몇 안되는 손님도 그래서 소중하다
내 블로그를 보는 사람들은 내 속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실제로 매일 만나지만 내 블로그를 모르는 어떤 사람들보다도 나에 대해 잘 아는 느낌ㅋㅋㅋ

현실에서 내 블로그를 아는 실제 친구들이 좀 있는데
내가 정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들에게만 이 블로그를 알려줬다

그렇게
이곳은 나에겐 참 소중한 곳
생각이 점점 단순해지니
감수성이 넘치던 20대 초반만큼 자주 재밌게 글을 쓰지는 못한다만(가끔 옛날 글에 댓글 달려서 보면 깜짝깜짝 놀람) 그래도 계속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