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문득 생각나서 쓰고 싶어서 써본다
난 돈을 잘 모으는 편이다
월급의 80% 정도는 저축하는 편이니 그런 거겠지
돈 드럽게 못 벌 때(한달에 100만원 벌었음) 50% 이상 저축해서 유럽여행 갔고...
암튼 30대 중반이 된 지금은 학자금도 다 갚고 모은 돈도 또래보다는 좀 더 있다

하여튼 돈 모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돈 모으는 법을 알려드림

사실 별 거 없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걍 안 쓰면 됨
써야할 때는 쓰지만, 나머지는 다 안 쓰면 됨

일단
내 시급이 최소 십만원쯤 되지 않는다면
천원 이천원을 금 같이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돈 못 모으는 사람들 주위에 많아서 관찰한 바로는
자기 몸 좀 고생하면 아낄 수 있는 돈을 별 고민 없이 쉽게 써버리는 경향이 있음
그 모습을 보면 한동안 유행했던 말 해주고 싶어짐
“너 뭐 돼?”
니 몸이 뭐라고 고생을 안시키냐
어차피 100년 안에 썩어 없어질 몸뚱이 고생시켜 걍
옛날에 유행했던 말도 해주고 싶음
“땅을 파봐라 천원이 나오나 만원이 나오나”(물가에 맞게 금액 조정했읍니다)
아 보통은 돈 아끼고 몸 좀 더 쓰는 게 건강에도 더 좋다

난 ATM 수수료 마지막으로 낸 게 2000년대쯤인 것 같고 아마 평생 다 합쳐도 5회 미만일 것임
수수료 공짜인 은행이 걸어서 30분 이내면 걍 걸어가서 뽑아온다 사지 멀쩡한 거 이럴 때 쓰지 언제 쓰냐
카카오뱅크 쓴 후에는 CU에서 돈 뽑으면 수수료 공짜니까 편함

택시도 안 탄다
20대 초중반에 술 한참 쳐마실 때는 맥도날드나 할리스 같은 데서 밤새고 첫 차 타고 집갔다
취직하면서 늦게까지 술 마시고 탄 적이 몇 번 있지만 남친 사귀고부터는 남친이 다 델러와서 거의 안탐

얼마 전에 경주에서 다리 너무 아파서 3400원 어치 택시 탄 게 아주 오랜만이었던 것 같음

어릴 때 돈 열심히 모으면서 돈 많이 벌어서 택시 타고 미터기 안 보는 인생 살아야지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다짐했었는데 돈은 더 생겼는데 더 못 타겠네 ㅎㅎ

일단 멀쩡하게 버스 지하철 있을 때 택시타지 말고
차 끊겨서 어쩔 수 없이 택시 타야 하는 거면 술 끊어라
야근하느라 차 끊겨서 택시 타는 거면 회사에 돈 달라 해라 아님 회사에서 자든지

술먹고 나서 차 끊겼을 때
걸을 수 있는 거리고 치안 문제 없으면 걍 걸어라
치안 문제 있는 동네 살아서 못 걸어가면
술 작작 먹고 차 끊기기 전에 집 가라
그래야 빨리 돈 모아서 그 동네 탈출하지

그리고 유튜브 프리미엄 안 쓰는 것도 걍 내가 몇 초씩 더 불편한 대신(=즉 내 몸 고생해서) 돈 아끼는 거라고 생각하고 안쓰고 참는 것이다
일단 나보다 우리보다 수백배 부자일 페이커도 유튜브 프리미엄 안쓴다 내 주제를 알자

하여튼 본론을 얘기하겠다

돈을 모으려면
돈 쓰는 데 나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나는 모든 물건에 나만의 상한선이 있다
블로그에 예전에 쓴 것 같은데

티셔츠 3만원대
바지 5만원
신발 15만원 (10년째 동결돼있음)
가방 10만원
겨울코트, 패딩 25만원
배달비 3천원

이런 식으로 거의 모든 항목에 마음 속 상한선이 있다
이거 넘으면 너무 갖고 싶은 게 생겨도 100번 중에 99번은 안 삼

물론 상한선 보다 밑이라고 해서 14만 9천원짜리 신발은 자유롭게 사는 거 아님
상한선은 말그대로 상한선일 뿐 상한선에 가까울 수록 더 많이 고민해보고 사야한다
그리고 상한선 너무 높게 잡지 말자 아주 싼 것보다 좀 더 비싼 것 정도 수준에서 잡아야 한다
안 그러면 상한선 잡는 의미가 없어짐

그리고 소비를 무조건 다음으로 미뤄라
소비를 유도하고 싶은 기업들은 결제를 최대한 쉽게 해놨다 쿠팡은 드래그 한번이면 결제가 됨;;

그러나 소비할 때 만큼은 게을러져라
충동적으로 소비하지 말란 소리다
사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사지 말고 좀 더 싸거나 좋은 거 없는지 찾아보고 사야지 하고 넘겨라
소비는 무조건 계획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나 지금 오니츠카 타이거 멕시코66 빈티지 너무 사고 싶은데 쿠폰 써도 16만원이길래 참고
일본 가서 사면 8만원이길래 더 살 마음 사라져서
일본 여행 가면 사야지 이러고 안샀음

저런 마음 속 상한선이 없으면
아 너무 갖고 싶은데 이거까지만 사고 다른 거 안 사지 뭐
하고 일단 지르고 자기합리화하게 돼있다
인간은 원래 유혹에 약해

만약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겼는데 상한선 넘거나 최근 너무 쇼핑을 많이 해서 사면 안된다면
그걸 왜 사면 안되는지 이유를 만들어줘라

사고 싶은 거 살 때 아 이래서 필요해 저래서 필요해 사야해 하고 스스로 합리화하잖아? 그걸 반대로 해야함

우선 안 사면서도 그 사이트 폰에 띄워놓고 아침 저녁으로 맨날 들어가서 사진 엄청 보면서 그 물건 후려치다가 질려서 안 사게 되는 게 내 패턴임ㅎㅎ

리뷰들 다 뒤져보면서 불만족 리뷰 찾아서 읽고 ‘역시 구리군’ 하는 것도 자주 쓰는 방법

지금 가격 보다 더 싸게 산 사람 후기 찾아보는 것도 소비 억제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내가 지금 사고 싶은 신발 작년에 지금보다 3만원 싸게 팔던 거 발견하면 정 떨어져서 사기 싫어짐ㅎ

이 방법은 요즘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으므로 특히 유용한 방법이다

아 인터넷에 살지 말지 물어보지 마라
어차피 지들 돈 아니니까 누가 봐도 이상한 거 아니면 다들 사라고 한다
절대 노노

살말 물어보고 싶으면
주위를 둘러보면 나같은 자낳괴 친구들이 한둘씩 있을 것임(나도 있음 월 이백얼마 벌면서 나만큼 모은 독한 년)
그 친구들에게 물어봐라

써야 할 땐 써라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나는 친구 결혼식 축의금은 소중한 친구라면 아끼지 않는다 물론 아깝지만 걍 낸다
조의금도 마찬가지
생일 선물도 마찬가지

축의금이나 조의금, 선물에 관해서는 예전 회사 상사가 한 말을 떠올린다

상사 아들이 강남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교사가 촌지를 요구해서 아내가 고민을 하더랜다
그래서 부장이 말했다고 한다
“안 주고 버틸 거면 끝까지 주지 말고,
줄 거면 그 사람이 받았다 싶을만큼 줘버려.”

다른 사람에게 돈을 쓸 때는
안 쓸 거면 아예 안 쓰고(난 안친한 사람 결혼식은 다 쌩깐다)
쓸 거면 확실하게 써라

근데 물론!! 너무 자주 확실하게 쓰진 말고.
만약에 난 소중한 친구가 20명이다 이러면 내 말 듣지 마셈...ㅎㅎ

하여튼 돈 많아져도 같이 즐길 사람 없으면 소용 없으니
인간관계 유지에 필요한 돈은 너무 아끼지 말자

그리고 같은 돈도 효율적으로 쓰자
예를 들면 친구들 대접해야 해서 집에 초대할 때
같은 10만원으로 치킨 피자 많이 사다 깔아 놓는 것보단
나중에 라면으로 마무리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회 족발 좀 덜 사다 깔아 놓는 게 나을 거고
그보다도 꽤 괜찮은 요리들 내가 직접 만들어서 주는 게 제일 나을 것이다
이것도 사실 앞에 한 말이랑 같은 거다
내 몸 좀 더 고생해서 돈 아끼는 거

돈 모으려면 항상 생각하십쇼
나한테 제일 싼 건 내 인건비임
왜냐면 그건 나한텐 공짜니까

아무튼 어차피 돈을 써야 한다면
돈 쓰고 욕먹을 짓은 하지 말자
같은 돈을 써도 잘 쓰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아 일확천금 욕심내지 말자
아무리 금리 낮아도 돈 버는 제1의 방법은 저축임
주식 코인 난 뭐 해본 적도 번 적도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진짜 잘할 자신 없으면 하지 말자

돈 아끼면서도 즐겁게 노는 법을 많이 알아내자
벚꽃 길 산책하기
도서관 가서 책읽기
넷플릭스 보기(ott는 넷플 하나만 본다. 친구 4명이서 1/4해서 보는중)
따릉이 타기
등등

뭐 이 정도가 떠오르네

쓰고보니 나도 참 어지간히 돈돈 하네 싶은데
내 블로그 오래 봐오거나 예전 글 본 사람들은 알 거다
나 집 망해서 대학생 때 돈 없어서 우울하게 살던 거
돈 벌려고 알바 시간 맞춰 대학 시간표 짜고 살던거
방학 땐 밥먹을 시간도 없이 알바하느라 지하철역에서 햄버거 먹던 거

돈돈할 수밖에 없는 삶이었으니 이해하시고
돈 모으고 싶은 젊은이들은 참고하십쇼

또 생각나면 가끔 추가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