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는 오래된 것들에 대해 소중함을 갖지 않는다. 모든 것은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규칙이라도 가진 듯이. 특정한 공간에 쌓인 무형의 추억들은 때로 너무 쉽게 무시된다.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다. 늦게 변하는 사람이나 변하지 않는 사람은 남겨진다.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는 먼저 변하고 먼저 떠나야 한다. 변하지 않는 사람들은 남겨져서 상대의 뒷모습이나 바라보아야 할 뿐.

홍대 앞 30년 전통의 빵집이 오늘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대기업 때문에 사라지는 동네 빵집인지,비싼 귀족빵집이었기에 사라진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30년동안 한 자리를 지킨 무언가가 사라지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 무섭다. 오시오 떡볶이가 사라진다면, 거북이 놀이터가 사라진다면, 너와 내가 걸었던 그 길이 사라진다면. 아직 변하지 않는 상도동이 고맙다. 그러나 서울에 추억을 쌓는 것은 여전히 무모하다.

언제나 늦게 변하는 사람이라 힘들다. 물건도 관계도 웬만큼 깨지고 더러워져도 버리지 못하는 미련퉁이라 힘들다. 세상은 변화를 강요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전제가 가끔 너무 버겁다. 변치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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