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수영장에 신규 등록하고 첫 수업을 다녀왔다

난 수영 강습에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물을 좋아하면서도 그동안 수영 배우는 걸 피해왔다

초딩 2학년땐가?
엄마가 옆동네 흑석동에 있던 수영장 어린이 수영 토요일반을 등록해주었다
한 반에 20~30명 정도 되는 다인원 수업이었다

주 1회 수업이다보니 매회 진도가 확확 나갔는데
두번째인가 세번째 수업날 일이 있어서 빠지게 됐다
그 다음주에 갔더니...난 잡아본 적도 없는 킥판을 잡고 줄서서 순서대로 쭉쭉 가라는 거다
난 킥판 잡을 줄도 모르는데...? 잡는 법부터 알려주쇼...
그렇게 나는 줄의 일원이 되어 갑자기 킥판을 잡고 헤엄치게 되었다

근데 그 시절엔 키즈풀이란 게 따로 없었고 그냥 깊은 어른용 수영장에서 어린이 수영 강습을 했었다
심지어 깊은 곳부터 시작해서 얕은 곳으로 줄서서 헤엄쳐 가는 방향으로 수업을 했다

그래서 나는 발도 닿지 않는 곳에서 다짜고짜 킥판을 잡고 입수하게 되었고...
물에 들어가자마자 겁먹고 킥판을 놓쳐서 물에 빠져버렸다...후 몸치란...

당연히 물 왕창 먹고 멘붕됨 난리남
난 아직 물이 무서운데...

근데...미친 강사가 날 안구해줌...시간이 뭔 천년처럼 느껴짐...ㅋㅋㅋㅠㅠㅠ

그래서 눈에 뵈는 게 없으니 킥판 잡고 내 뒤에 오던 다른 애의 몸을 붙잡고 살아나왔다...ㅋㅋㅋ 시부럴 미안ㅠㅠ

근데 그렇게 나왔더니 강사가 나한테 괜찮냐고 물어보긴 커녕 나를 막 혼냈다^^... 당장 내가 죽을 것 같아서 뭐든 잡고 나온 건데 어쩌라고 새캬...발도 안 닿고 멘붕인데 왕초보한테 뭘 바라냐...빨리 막대기 넣어서 구해줬어야지^^...

발 안 닿아 멘붕 + 물 잔뜩 먹어서 놀람 + 그 와중에 윽박지르듯 혼남 = 아 수영 때려쳐^^

그날 수업 끝나고 나와서 엄마한테 공중전화로 전화해서 엉엉 울면서 엄마 나 수영 안다닐래ㅠㅠㅠㅠㅠ했던 게 생각난다

우리 엄마는 중간에 뭐 포기하는 거 싫어해서 혼날까봐 좀 쫄았는데 내가 울고 무섭다고 하니까 엄마가 쿨하게 그러면 가지말라함ㅋㅋㅋ

아무튼 그래서...물을 좋아하면서도 물놀이 갈 땐 튜브와 구명조끼를 항상 챙겨다니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러다 이번에 신혼여행을 갔는데,
아이슬란드엔 좋은 온천과 온천수 수영장이 많았다
물을 좋아하니 거를 수 없어서 거의 이틀에 한번씩 갔다
심지어 운전 길게 한 남편이 힘들어서 숙소에서 쉰다는 날도 혼자 감ㅋㅋㅋ

수영장을 갔는데 수영을 못하니 할 수 있는 게 있나...물에서 걸어다닐뿐ㅜㅜㅠ(아이슬란드는 인구 밀도가 낮아서인지 수영장에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이게 딱히 민폐가 아님ㅎㅎㅎ)

그래서 한국 돌아가면 꼭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고
운좋게 동네 수영장 등록이 어렵지 않아 초급반에 바로 등록할 수 있었다! 게다가 리모델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수영장!!! 럭키ㅋㅋㅋ

오늘은 숨쉬는 법 잠깐 배우고 앉아서 발차기 잠깐 하고그 다음부턴 내내 킥판 잡고 등딱지 붙이고 발차기 하다 왔는데 어렵고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이제 수영 수업날이 기다려질듯!!!

수영 수업 얘기 끝

운동은 장비빨이다😂
이제 내가 산 수영 장비 자랑

우선 눈이 안 좋은데 렌즈 끼고 수영하고 싶지 않아서
도수 수경을 하나 샀다


네이버 검색하다 어떤 카페 댓글에서 발견한
피닉스 코모도라는 수경
눈 부분이 넓어서 편하다나 뭐라나
동네 안경원에 가서 28,000원에 맞췄다
난 초보니까 무난하게 검정색 샀는데 흰색과 보라색도 있는듯 보라색 이뻤다 보라색 살걸 그랬나?

수영복은 제모 신경 안 쓰이게 1부나 5부를 살까 하다가 다리 껴넣기가 힘들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다들 나중엔 원피스 입게 된대서 원피스로 결정

마침 11월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르망고, 루프루프, 후그 등 많은 수영복 브랜드들이 세일을 했다

검색해본 결과 후그가 천도 탄탄하고(잘 안 늘어나서 오래 입을 수 있단 소리), 엉덩이 천도 넉넉한 편이라길래 후그로 결정

후그 공홈에서 살까 했는데 가나스윔에서 바로 다음날 오는 샤크배송이 되길래 가나스윔에서 샀다

운명처럼 내가 수영가기 전날부터 세일 시작한 후그~
샤크배송 덕에 받아서 바로 수영갔음😘


꽤 귀여운 수영복
후그 아울렛 여행 미드 엑스백 블랙 데이지
라는 모델이다
지디 컴백에 맞춰 데이지...는 뻥이고 걍 초보답게 검정색이라 무난한데 꽃무늬도 있고 예뻐서 샀다
50,400원에 샀다
제모 귀찮을 거 같아서 로우컷을 사고 싶었는데 내 사이즈는 순식간에 품절ㅠ
어쩔 수 없이 미들컷 샀다 제모는 좀 해야함...ㅎ


수영복에 브라캡 붙어있는 줄 알았는데 브라캡 걸 수 있는 고리만 있지 아니라대...?

그래서 산 피닉스 컴팩트 실리콘 브라캡 (케이스 포함)
5400원

비슷한 가나스윔 자체 제품은 2300원인데 케이스가 없어서 3000원 더 내고 이걸로 산건데

오늘 첫날부터 샤워하다가 케이스 잃어버릴뻔ㅋㅋㅋ
다행히 샤워했던 자리 앞에 쓰레기통에 버려져있어서 다시 건져옴ㅎ 십년감수ㅠ

수영 모자는 그냥 집에 원래있던 아레나 수모

요렇게 하고 털레털레 갔다

키즈풀에서 초보 동료들 2명(20대 여성과 40대 남성인듯)과 셋이 열심히 발차기함

나만 쌩초보라ㅋㅋㅋ 짧은 키즈풀도 몇번을 쉬었다 가고 쉬었다 갔는지 모른다...ㅋㅋ 혼자 느림보 거북이임

원래 다른 반 다니다 옮겼다는 함께하던 여성분은 좀 하다 선생님의 부름으로 어른풀로 이동하심

난...아직 무섭다
사람 없고 한가한 키즈풀에 살고 싶어요ㅎㅎㅎ

아 이 수영장 장점 제일 깊은 곳도 수심이 145cm 밖에 안돼서 흑석동 수영장에서와 같은 멘붕 상황은 아마 겪을 일 없을 거란 것
(혹시 발 안 닿는 곳 있을까봐 미리 집에서 수심 찾아보고 수영장 고름ㅋㅋㅋㅋㅋㅋ)

어쩌다보니 한 달 강습료보다 장비마련에 돈을 더 써버려서 이제 못 관둔다ㅋㅋㅋ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꾸준히 다녀봐야겠다

나도 얼른 수영할 줄 알게 되고 싶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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