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를 보았다
오랜만에 무서운 영화 좀 보고 싶어서 갔는데
무서운 영화 못 보는 개쫄보임에도 불구하고
안 무서웠다

이 영화의 단점

첫번째,
요즘 영화들은 왜 이렇게 설명을 해댈까?
관객한테 말 거는 셀프 나레이션 형식은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나 빅쇼트나 데드풀 같은 헐리웃 영화에서 많이 쓰던 건데
거기서는 가벼운 바이브를 강조하기 위해
또는 보여줄 수 없는 전문적인 내용을 짧은 시간에 담아야할 때(예. 빅쇼트의 마고 로비 욕조씬) 제한적으로 쓰였다면

그게 한국으로 물 건너 오니까
그냥 설명충밖에 안됨...

전우치도 아니고
공포영화에서 왜 시작부터 나는 지관 누구누구다
무당 누구누구다
TMI를 늘어놓으며 자기소개들을 하고 있는 거냐

도입부에서만 그러면 몰라
결정적인 클라이막스 장면에서도
물은 어쩌고 저쩌고ㅋㅋㅋ
거참 말많네 소리가 절로 나옴

그냥 그 순간엔 나레이션 없이 장면에 몰입할 수 있게 가면 안되는 건가
보는 사람들이 보다가 알아서 깨닫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제발 대사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트렌드 좀 바뀌었으면 함 그게 난 감독한테 무한 자유 주는 넷플이나 ott 영화들 특징인 줄 알았는데 그냥 요즘 영화들 특징인가봐

이것도 나중에 한국 영화사에 사조로서 정리될까 싶을 정도다
2020년대 = 스마트폰의 등장과 숏폼 영상의 난립으로
대중의 문해력이 떨어지면서
구구절절 설명하는 설명충 영화들이 대거 출현한 시대?

두번째 단점,
사실 설명충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보다 더 문제인 건 감독이 쫄보라는 거다
아님 관객이 많이 들길 원해서 일부러 안 맵게 만든 건가?
분명 더 끌고나갈 수 있는 서스펜스를 좀 무서울라 치면 끊어버리고 무서울라 치면 끊어버린다

일본 무사 아저씨한테 무서움을 몰빵하지말지
그 아저씨 안 무서워
그 미국 가족이 미스테리하니 무섭던데 의뢰인이나 하다못해 고모라도 끝까지 끌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싶고
일본 무사랑은 별개로 고모를 제2의 무서운 요소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쉬웠음
의뢰인이나 고모가 낯설어서 더 무서웠는데 말야
나 같으면 의뢰인이나 고모 빙의된 티 안 나게 빙의 시켜서 남의 무덤에 뭐하는 짓이냐고 주인공들 방해하게 시킴

공포는 저 등장인물이 뭔 짓을 할지, 왜 저러는지 모를 때 느껴지는 건데 여기는 그냥 등장인물의 행동이 헐리웃 상업 영화처럼 모두 예상 가능하게 찹찹 돌아감
그래서 작정하고 무서운 장면을 때려 넣어도 안 무서움

물론 장점도 있다
의뢰인 호텔에서 최민식 전화받는 장면은 꽤 재밌었고(클리셰지만 이 영화 최고의 서스펜스)
무당, 음양사, 일본 이미지 등 무서운 거 다 때려넣으려는 이미지적 시도도 괜찮았음
그 오리엔탈리즘 때문에 서양에서 좀 먹힐 것 같음
저런 거 처음 보는 서양 사람들 환장하겠드라
세계 시장을 의식했는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죄 없는 닭도 살려주고 말야

하지만
세번째 단점
최민식의 대사 “우리 손주들이 살아갈 땅인데”...
이거는 좀...좀 그랬어요 감독님...
아무리 노노재팬 영화라지만...ㅋ 넘 촌스럽자나요ㅠㅠ
최민식이 그렇게 행동하는 동기 좀 잘 쌓아주지...손주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우손땅’은 너무 성의 없었음
차라리 지관으로서 평생 느껴왔던 찝찝함이 있다든지 뭐라도 빌드업을 넣어줬음 됐을것을ㅠ
하 그러고 보니 이것도 설명충이라 문젠거네

감독님들...우리 주제는 대사로 말하지 말고 장면으로 보여주기로 해요...약속🤙🏻

하여튼
총평
무당이고 음양사고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거 다 때려 넣었는데 이렇게 안 무서울 수가 있나 싶은 영화였다
소재부터 배우까지
맛있는 전으로 전찌개 끓여버리심
곡성 기대하고 갔는데 고스트버스터즈 보고 옴ㅠㅡㅠ

여러모로 아쉬웠다악
감독님 기본기 충분하고 소재 선정 만점인데
다음부터는 나홍진 감독한테 청양고추 좀 얻어오시길
더 맵게 좀 만들어주세여
역시 한국 공포 영화는 곡성이 최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