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났더니 엄마가 끓여놓은 떡만두국을 먹으라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제부도에 있는 유리 박물관에 간다고 나갔다. 아침에 어디 티비 프로에 나왔거나 엄마가 보는 전시 정보 공유 밴드에 올라왔거나 한 모양이다. 

엄마가 끓인 떡만두국과 함께 어제 엄마와 아빠가 먹고 남았다는 오징어 통찜을 먹었다. 티비를 켰는데 마침 '금쪽 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채널A 버전이다. 폭력성이 강하고 자해하는 유치원생이 나왔다. 오은영 선생님의 처방으로 아이가 달라지긴 했지만 엄마가 너무 피곤해보였다. 역시 애 키우는 건 쉽지 않은 일 같았다.

뒹굴거리다보니 낮잠을 자고 싶었는데 남자친구와 약속을 해놔서 더 잘 수 없었다. 약속 시간이 다 돼서야 준비를 시작했다...(남친아 미안...) 회사에서 선후배로 만나 이제 내가 좋아하는 동생이 된 H씨가 생일 선물로 준 빨간 목도리를 처음 개시했다. 요즘 날이 따뜻해서 오랜만에 코트도 입고 맨발로 모카신도 신었다.

남친을 만나 우선 카페에 갔다. 남친도 나도 할일이 좀 있어서 엄마에게 오늘은 카페에 좀 가겠다고 아침에 허락을 받아두었다. 아메리카노와 레모네이드를 해먹고 스콘도 먹었다. 엄마네 카페 메뉴판에 수정사항이 있어서 고치고, 어제부터 빠진 짱구 게임을 열심히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영화 시간이 다 되어 영화관에 갔다. CGV 생일콤보 쿠폰이 왠일인지 나오지 않았다...CGV가 힘들어서 비용절감 차원인가...? 그대신 CJ ONE 앱에 50프로 할인 쿠폰이 있길래 받아서 팝콘과 콜라를 샀는데 사고 나니 안에서 팝콘을 취식 금지라고 알려주었다. 쉣...우리 이거 왜 샀니...

남자친구와 한 칸 띄어 앉아 마스크를 쓰고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소울'을 봤다. PC를 강조하는 세상 흐름에 맞게 픽사 최초로 흑인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라나 뭐라나. 근데 흑인이 재즈하는 건 좀 뻔하지 않남...ㅎ 하여튼 울다 웃다 재밌게 봤다. 이야기의 주제가 좋았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른들이라면 마음에 와닿는 내용일 것 같다. 감독은 인사이드 아웃 감독이던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데 흥미를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 감정도 영혼도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까. 그리고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버럭이, 소울에서는 테리를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 좀 투덜거리는 스타일을 좋아하나봄.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소울에서도 한번씩 울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빙봉-양보 장면) 뭔가 구조상 둘이 좀 비슷한 느낌.

그리고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보니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요즘이야말로 영화관 가기 최적일 것 같았다. 한 칸씩 떨어져서 앉으니 앞뒤 양옆에 사람 없지, 마스크 쓰니 서로 떠드는 사람들도 없지, 팝콘 못 먹으니 팝콘 쩝쩝충들도 없지...코로나가 문제겠지만.

보고 나와서 남친이 먹고 싶다던 해장국집에 갔다. 해장국 가격이 올라 있었다. 코로나고 다들 힘드니까 이해한다...8시 반까지 먹어야 된다고 하셔서 20분만에 해장국을 다 먹었다.

그리곤 남친네 집에 가서 다시 짱구 게임을 했다. 남친과 교대로 게임을 하며 우여곡절 끝에 엔딩을 깼는데 프로그램이 파박 꺼졌다. ㅋㅋㅋ 허허... 그래도 재미있었다.

영화관에서 한입도 못 먹고 싸온 팝콘을 먹으며 1호가 될 순 없어를 봤는데 점점 너무 작위적이어진다...팽락 부부 시청률이 제일 잘 나온다던데 그래서인지 점점 더 자극적이어지고 보기 불편하다. 다 짜고 치는 시트콤이란 걸 알고 보는데도 괴로웠다. 특히 최양락 카드가 안 되는 순간에 남친과 함께 괴로워했다...ㅠㅠㅠ

그렇게 일요일이 갔다. 남친은 공부를 너무 안한다고 괴로워 했다. 오늘 못했으니 내일 하자...

오늘도 잘 놀았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에게 맞는 선물을 주는 건 즐거워  (0) 2021.03.21
설 연휴 일기  (0) 2021.02.15
금이가 보고 싶다  (0) 2021.01.13
춤추는 남자친구  (3) 2021.01.05
금이를 보내주었다  (0) 2020.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