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하다보면 연애 하지 말란 말이 많다
오늘은 뭔ㅋ 더 개소리를 봤는데
20대 때 어설프게 연애하고 남자랑 자주지 말고 30대에 혼전순결로 괜찮은 남자 만나서 결혼하는 게 낫다 이런 글…ㅋ…
20대 때 남자를 안만나봤는데 30대 때 갑자기 괜찮은 남자 어디서 떨어지냐…?

일단 이런 글 요새 왜 유행인지 생각해봄.
코로나 때문에 새로 연애를 시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20대 초중반은 보통 연애에 대한 절실함이 없고 친구들이랑 노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나이라서 자만추로 연애를 많이 하는데 그게 되게 어려운 환경임.
그리고 집구석에 있다보니 폰만 보게 되고 인터넷만 보게 되는데 인터넷엔 남혐 여혐 조장하는 간접 경험만 잔뜩이니까(뭔 메이저 언론사도 네이트판스러운 주작 남혐여혐 사연을 조회수 올리려고 기사로 출고함. 미친 세상)
어차피 연애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연애하려고 노력하긴 귀찮고 힘드니까 ‘난 연애 못하는 게 아니고 안하는 거다. 비혼 비연애!’ 이러는듯. 현실 이성 말고 모니터 속 이성만 보고 서로 혐오하면서.

근데 평생 혼자 살 생각 아니라면 이러면 안된다.
20대 때는 모쏠이라도 할 게 많고 안 심심한데 30대 들어서서 친구들이 다들 어디서 만났는지 갑자기 결혼하고 매주 애인이랑 논다고 안 만나주면 허무하고 심심해짐.
사회적으로 아무리 성공했대도 인생의 기쁨이나 슬픔을 나눌 사람이 없으면 사람이 허무해짐. 그렇다고 그때가서 처음 연애하려하면 경력직들한테 치여서 쉽지 않음. 취업도 30대 중반에 처음 하려고 해봐 그게 쉽나. 20대 때나 늦어도 30대 초반에 작은 회사라도 취업해서 경력을 쌓아야 30대 때 점점 더 나은 회사로 이직을 하지. 30대 중반에 아무 경력도 없는 무경력자가 괜찮은 회사 떡하고 들어가는 건 물론 가능은 하겠지만 진짜 어려워. 연애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평생 혼자 사는 게 쉽나? 그것도 진짜 쉽지 않아.

물론 연애를 하고 싶은데 못하는 거면 얘기가 달라짐. 자기가 하고 싶단 사실만 인정하면 그때부턴 노력하고 살면 되는 거. 연애 못하면 썸이라도 타, 썸 못 타면 짝사랑이라도 해. 취업 못하면 알바라도 하고, 알바 못하면 이력서라도 오백장 넣어봐야지. 애초에 난 취업 안할거야! 하고 십년간 누워있는데 십년 후에 좋은 회사를 뿅하고 취직할 수는 없음. 연애도 마찬가지.

요즘 인터넷 보다가 놀란 댓글들 중에 하나가. 어떤 사람이 자기가 30대 후반 모쏠 여자인데 회사에 연하남이 자기한테 관심있어 보이고 자기도 관심이 가는데 어떡할까 묻는 글을 올림. 근데 여성 유저가 대다수인 그 사이트에서 다들 줄줄이 착각일 거라고 그 사람한테 민폐라고 가만히 있으라함ㅋㅋㅋ 차라리 밖에서 소개팅을 하라나 뭐라나. 니들이 시켜줄거냐 소개팅??? 30대 후반 모쏠이 소개팅 받기가 쉬운 줄 아냐??? 아니 어디서든 맘에 드는 사람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있으면 들이대보고 그 사람이 거절하면 죄송합니다 하고 빠지면 되는거지 왜 애초부터 들이대는 걸 민폐란 건지 이해가 안됨. 요즘 네티즌들은 서로 민폐를 안끼치려고 너무너무 배려를 하는 나머지 지가 맘에 드는 사람이 있어도 짝사랑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음.

하여튼 단순히 늙어서 외로울까봐가 아니라 연애라는 서로가 서로에게 온리원인 깊은 관계만이 인간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감정이 있고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그걸 겪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함. 읽으면서 느껴졌겠지만 나도 연애 많이 못해봤는데 항상 누구 먼저 좋아하고 차이고 가끔은 썸타고 더 가끔은 사귀고 그러고 살았음. 지금 생각해도 이불 찰 흑역사가 산더미지만 좆같은 회사 다녔던 경험이 후회스럽지 않듯 그 흑역사들도 후회스럽지 않음.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트라우마를 갖게 될 정도만 아니면 그게 뭐든 누군가를 좋아해보고 감정을 표현해보고 그런 건 언제나 인생에 도움이 됨.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난 도저히 그런 감정, 성장 없어도 된다는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아니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연애하고 싶은데 사람들 대세 휘둘려서 ‘아 연애 안하는 게 낫나?’ 하거나 모니터에서만 이성을 만나면서 ‘저런 한남/한녀 만나느니 혼자 살래!’ 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남기고싶은 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