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이 글을 보고 영업 당해 만화를 보게 되었다.

극찬받더니 일본 만화대상까지 탄, 미대생 출신 만화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명작 에세이

뼈 아픈 팩폭 입시 시절 쫄렸던 기억 그리고 그 시절을 돌아보며 하는 솔직한 생각들 해파리 공주, 위장불륜 작가 히가시무라 아키코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린 에세이 만화 <그리고, 또 그리고>

theqoo.net


<그리고, 또 그리고 - 히가시무라 아키코>

잊고 있었던 뭔가를 향해 열심히 살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대학 입시 때 보다는 외고 입시 때 기억이 많이 났다. 정이 있던 시절이어서 그런가? 매일 각목으로 맞으면서 공부하던 기억, 방학이면 학원에 하루 12시간씩 틀어박혀 공부하던 기억, 밥은 항상 김밥천국에서 다같이 먹던 기억,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던 그때 그 외고입시 우리반 친구들, 울면서 숙제하던 기억 등등

나에게도 영어 못하던 내가 1년만에 외고에 갈 수 있게 도와주신 영어 선생님이 있는데, 그 선생님은 나를 싫어했던 터라ㅋㅋㅋ 외고에 진학하고는 그냥 몇 번 보고 말았음.

그래서 주인공이 부러웠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저런 선생님을 만나고 오랜 시간 쭉 함께 했다는 게.

어릴 땐 매번 같은 걸 가르치는 선생님이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 같아서 선생님이 되기 싫은 직업 1위였었는데 커서 보니 정말 좋은 직업 같아보이기도 한다. 매해 새로운 (어른보다 훨씬 순수한) 아이들과 깊은 교류를 할 수 있으니까. 이야기에 선생님의 아내나 애인, 자식 이야기는 전혀 없지만, 왠지 저 선생님은 아내나 애인, 자식이 전혀 없었대도 하나도 안 외롭고 행복했을 것 같다. 제자가 자신을 그리워하며 5권이나 되는 만화를 그릴 정도로 제자와 깊은 정을 나눈 인생이니.

나도 가끔 학원에서 강사로 일할 때 가르쳤던 중학생 아이들을 떠올린다. 하나 같이 귀여운 놈들이었는데. 학원이 폐업하게 되어 오랜 시간 함께하지도 못했지만 학원 폐업 후에도 내 과제용 영화에 김가네만 얻어 먹고도 출연해준 자주 기억나는 녀석들. ㅋㅋ 그 애들을 생각하거나 근황을 접하게 되면 괜히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어릴 때부터 이성 간의 사랑보다는 우정, 애정, 호의 같은 걸 다룬 이야기에 더 끌리는 것 같다. 결국 사랑도 성적인 끌림보다는 우정을 바탕으로 한 관계가 더 끈끈한 것 같고.

'컬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키 저베이스 영국 개그 좋아  (0) 2022.06.08
안드레아스 거스키전  (0) 2022.04.17
이토준지의 인간실격을 보았다  (5) 2022.02.07
목요일은 박명수 라디오 듣는 날  (0) 2021.07.08
'아무튼, 예능'을 읽고  (2) 2021.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