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하는
안드레아스 거스키전에 다녀왔다

99센트샵
함, 광산의 동쪽


거스키는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현대 사진계의 거장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사진이 이 사람 사진이라함

최근 몇 년 간 본 사진전 중에 가장 좋았다
다른 전시들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지만
작품 자체가 크게 봐야하는 작품들이라
전시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여러 작품 중에서도 유명한 99센트샵이랑, 비슷한 방식인 아마존이라는 작품이 제일 좋았다
시카고 증권 거래소도 좋았음
쓰고 보니 다 미국에서 찍은 사진들이네
사람의 취향은 잘 변하지 않는듯 하다
난 알록달록한 게 참 좋고
정신없고 모든 게 큼직큼직한 미국 자본주의 느낌도 좋다
어릴 때 엄마아빠 따라 다니던 코스트코 느낌이랄까

거스키는 대다수의 작품을 고해상도로 아주 크게 찍어 부분 부분을 봐도 디테일하게 잘 보이는 특징이 있었다.
어릴 때 보던 '월리를 찾아라'가 떠올랐다
'시카고 증권 거래소' 같은 사진 볼 때는 진짜 월리를 찾아라인줄

전시를 보다보니 99센트샵이나 아마존, 광산 같은 몇몇 사진은 작업 과정이 굉장히 궁금해졌다
현장에서 어떻게 장면을 연출하고 카메라를 세팅하는지,
카메라는 어떤 카메라로 어떻게 찍는지,
후작업은 어떤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하는지 같은...

사진을 전공한 남친이 내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는데 우선 거스키의 많은 사진들은 대형 카메라에 디지털 백을 달아서 찍은 것 같다고 했다
대형 카메라는 되게 비싸다고 한다
거스키의 사진 대부분에서는 엄청난 돈과 노동력이 느껴진다고.
개인이 동원하기 힘든 돈이나 노동력을 이용해 사진을 찍으니 일상에서 보는 사진에 비해 상당히 낯설고 비일상적인듯
예술의 기능 중 하나인 것 같다
비일상적인 체험을 하게 해주는 것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고, 그 사진을 또 핸드폰 화면의 반 크기만한 인스타그램에서 소비하는 요즘
드물게 큰 카메라로 아주 크게 찍은 사진들을 보니
보자마자 낯선 느낌과 함께 확 좋다는 느낌이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진짜 좋았던 건
토요일에 갔는데도 사람이 없어서
한가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는 거다...!
전시가 (아직?)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지 않았는지
그나마 있는 몇몇 관람객들도 젊은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중년분들이셨다

아무리 좋은 작품들도 사람들에 밀려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보다 보면 집중도 잘 안되고 감상이 어려운데
간만에 널널한 전시실에서 충분히 집중하고 즐길 수 있었다
이러려고 미술관 오지...!

자연스럽게 최근 줄 엄청 섰던 도떼기 시장
요시고 사진전이 떠올랐는데
사진이나 전시나 굿즈나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있다고 느껴졌다

참 마음에 들었던 거스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