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게이트가 인터넷에서 핫하다.
이게 뭔지 대충 요약하자면 스웨덴에서 90년대까지 있던 문화인데 집에 아이 친구가 갑자기 놀러오면 걔만 빼고 그 집 가족들끼리 밥을 먹는 풍습이란다. 악의는 없고 갑자기 나타난 손님은 자녀의 친구일지라도 그 가족의 식사 계획을 방해한 거니까 밥을 못주는 거라 함. 풀어 말하자면 가족 수 맞춰 4인분 준비해놨는데 갑자기 5인이 된 거니 자녀 친구에게는 밥을 못 준다는 것이다. 어릴 때 스웨덴 친구 집에 놀러가서 저런 대접 받아본 사람들(주로 외국인들)이 충격적인 기억이라고 소환해서 화제가 됐다. 북유럽 사람들만 빼고 아시아, 아랍, 유럽, 미국 등 전세계 사람들을 한마음으로 분노하게 만들었다는듯...ㅋㅋㅋ

스웨덴 게이트를 촉발시킨 레딧 댓글. 원문은 영어고 이건 번역본.

생각해보면 어릴 때 친구들네 집에 진짜 많이 놀러가고 또 우리집에도 친구들이 많이 놀러왔는데, 저 정도는 아니어도 손님을 대접하는 문화가 집마다 조금씩 달랐던 기억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 엄마는 손님을 잘 대접해줘야한다는 주의고, 우리 집은 내 친구가 놀러오면 엄마도 내 친구를 나보다 더 챙기고 언니도 그러는데(어릴 때 우리 언니는 날 싫어해서 일부러 그런 거지만) 친구들네 집 가보면 자식 친구인 나보다 자기 자식을 더 챙겨대는 아줌마들이 꼭 있었다. ㅋㅋㅋ 어렸지만 그때도 별로 그런 사람들은 어른 같다고 생각 안했고, 그런 친구 집에서는 참 이질감을 많이 느꼈다. 웃긴 게 친구는 되게 착하고 멀쩡한데, 친구 부모님은 그런 부모님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ㅋㅋㅋ

그리고 보통 우리 집에 친구가 와서 자게 되면 난 당연히 친구한테 침대를 내주고, 난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잤는데 이게 반대로 돼서 당연히 자기가 침대에서 자는 애들이 꽤 많았다. 뭐 이해는 하지만, 물어보지도 않거나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당연하게 그러는 애들은 속으론 매너가 없다고 생각했고 친하면 뭐라고 함. 친한 친구 중에서도 이런 친구가 있었는데, 걔는 다음에 우리 집 놀러올 때 미안함 없이 바닥에 재움. 이 얘기는 남자친구와도 한 적이 있다. 남자친구가 어릴 때 친구가 집에 놀러오면 내가 침대에서 잤는지, 바닥에서 잤는지를 물어봤다. ㅋㅋㅋ 당연히 바닥이라고 하니까 남자친구가 친구를 집에 불러다 자는데 당연히 지가 침대에서 자는 애들이 정말 이해가 안 갔다고ㅋㅋㅋ 근데 이것도 진짜 집마다의 교육 차이 같다. 우리 집에서 친구 불러다 자는데 내가 침대에서 자고 친구가 바닥에서 자면 우리 부모님이 들어와서 나보고 못됐다고 친구를 침대에 재워야 하지 않냐고, 친구는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며 나를 혼냄. 근데 안 그렇고 자기 자식이 침대에서 자는 게 당연하거나, 자식 친구가 자기 집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가는지에 무관심한 부모님도 있다는 게 어릴 때 나에겐 문화충격이었다.

어릴 때는 진짜 동네 친구들이랑 응답하라1994처럼 붙어지냈다. 우리 엄마는 그런 것에 굉장히 관대했고 친구들이 우리 집에서 놀거나 자는 것도 싫어하지 않아서 걔네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가고 싶어하는데 부모님 허락 받기를 어려워하면 전화해서 친구 부모님도 설득해주고는 했다. 그래서 어릴 때 우리 집에는 항상 친구들이 많았다. 그중에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던 내 베프는 여름 휴가를 갈 수가 없어 우리 집 여름 휴가에 껴서 같이 간 적도 있는데, 우리 엄마가 나중에 커서 말하기로는 걔네 엄마는 엄마랑 친했으면서도 엄마한테 돈은 커녕 제대로 전화 한 통 안했다고ㅋㅋㅋ 참 사람마다 집집마다 염치의 차이도, 접대 문화의 차이도 큰 것 같다. 아 우리 집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스키장 가는데 언니 친구가 껴서 간 적도 있음. 그 언니는 매일 학교 가는 길에 우리 집 들러서 우리 언니랑 같이 학교가던 언니였는데, 매일 아침을 우리 집에서 먹었었다. ㅋㅋㅋㅋㅋ 걍 우리집 문화였던 것 같음.

물론 우리 엄마 못지 않게 나를 환대해준 친구 부모님들이나 친구들도 굉장히 많다. 그런 부모님을 만나면 뭔가 우리집과 문화가 비슷하다는 동질감이 들면서 친구에 대한 친밀도가 더욱 높아졌다. 기분탓인가? 돌이켜보니 관계가 오래된 절친들중에 유독 그런 집이 많은 것 같다. 자기 자식을 나보다 더 챙겨대는 아줌마들의 딸들과는 자연스레 멀어진 것 같고. ㅋㅋㅋ

아무튼 스웨덴 게이트에 대해 읽어보면서 악의 없이 자식 친구에게 밥을 안 먹였다는 스웨덴 사람들을 보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어떤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와중에 내가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놓고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던 철 없던 일들이 생각나 반성도 하고.

어릴 때는 채소를 안 먹는 심각한 편식쟁이였는데, 친구 집에서 친구 부모님과 식사를 할 때면 참고 참아서 내가 편식한다는 걸 들키지 않도록 온갖 반찬을 골고루 먹던 것도 기억난다. 그래서 친구 엄마들은 우리 엄마가 내가 편식해서 걱정이라고 하면 그렇게 안 가리고 뭐든 잘 먹는 애가 어디있냐고 했었지. 젓가락질은 지금도 못하는데, 친구집에서 밥먹을 땐 필사적으로 젓가락질 제대로 했던 기억도 남...ㅋㅋㅋㅋㅋ

여러모로 많은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스웨덴 게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