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적어도 수도권에선 문재인의 인기는 공고하다


문재인이 영입한 인사들이 수도권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마포을 손혜원, 분당갑 김병관, 은평갑 박주민, 용인정 표창원, 남양주갑 조응천, 동작갑 김병기까지. 이 중 야당 텃밭이라고 할만한 쉬운 지역은 없었다는 점에서 성과가 더 뚜렷해보인다. 호남에서의 패배로 문재인이 사퇴하기엔 수도권과 부산 경남에서의 성과가 확연하다.


2. 새누리 과반 실패


정상적인 국민이 도출한 정상적인 결과. 특히 서울, 경기 지역의 몰빵에 가까운 결과는 민심을 완전히 대변한다. 이명박-오세훈을 뽑았던 서울 아닌가. 그랬던 서울을 하나로 뭉쳐준 건 박근혜의 공이 크다. 어쩌면 이번 총선은 2014 지선 때부터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다. 박원순이 강남구 한 곳 빼고 모든 구에서 정몽준을 이겼고, 구청장도 민주당 몰빵이었으니. 박근혜 이후로 서울은 진짜 야도가 됐다.

어제 일베 좀 눈팅해보니 일베애들 마저도 박근혜 되고나서 살기 팍팍해진 건 인정하더라. 단통법, 도서정가제, 담배값 인상, 술값 인상해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나? 아니 단통법이고 도서정가제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판매자가 싸게 팔겠다는데 나라에서 그걸 막는 법을 만드는 게 말이 되는 건지. 이 와중에 민생 법안한다며 국민 감시하는 테러방지법이나 통과시키고 있고 북풍이나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고 새누리 애들은 학습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당연한 결과. 부산 대구 강남에서까지 더민주 당선자가 나왔으니 할 말 다했지.


3. 더민주 비례 폭망


김종인이 14번이었으면 좋았을 뻔 했는데 아쉽게 됐다. 더민주 비례 명단은 말이 안나오더라. 상징적인 1번에 논문 표절 의혹 있고 별 사회적 활동도 없던 수학교육과 교수를 앉혀놓질 않나, 2번 셀프공천... 할 말이 안나오는 면면이었다. 더민주 지지자들이 더민주 비례에 표를 주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한 결과였다. 그 이탈자들의 대부분이 국민의 당을 선택한 건 좀 충격적이지만.


4. 정의당 아쉬움


선거를 두 달쯤 앞두고 정의당 캠프의 한 오빠에게 영입제의를 받았었다. ㅋㅋㅋ 심상정 캠프에서 일당백으로 일하고 있는 오빤데 정의당 홍보팀 들어와서 같이 2030 저격 영상 좀 만들자는 제의였다. 내가 독일 출국을 며칠 안 남겨놓고 있을 때였기도 하고, 정의당 사정도 있어서 불발됐지만 아무튼 그의 눈물겨운 일당백에도 불구하고 정의당 정당 지지율은 정말 아쉽게 됐다. (나를 영입했어야지!...ㅋㅋㅋ) 심상정과 노회찬이 50%가 넘는 득표율로 넉넉하게 당선됐다는 게 그나마 좋은 소식. 더민주 비례 폭망하면서 10%까지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여러모로 아쉽다. 20대 투표율이 상승했는데도...ㅠㅠ 


내 주변의 특성이긴 하지만 주변에 녹색당에 투표한 지지자들이 꽤나 많았는데(주변은 거의 정의당-녹색당 반반), 정의당도 환경 정책, 동물권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녹색당은 존재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그걸 실질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건 현재로선 진보정당 중 유일하게 원내진출이 가능한 정의당이니까. 녹색당과의 정책 연대를 좀 더 활발하게 했다면 어땠을지. 중식이는 별 영향 없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좀 아쉽게 됐고. (사전에 중식이 얘기를 듣고 난 반대했었다. 물론 여혐 논란을 예상한 건 아니고, 그냥 세련되지 않고 구질한 이미지가 별로인 것 같아서. 결과적으로 세련된 진보 이미지는 괜찮은 애니메이션으로 홍보했던 녹색당이 가져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녹색당으로 간 표는 대표되진 않았어도 충분히 의미있다고 보기에 그다지 아쉽진 않지만, 정의당 지지자 입장에선 더민주 표를 더 못 가져온 게 정말 아쉽다. 조성주의 원내 진출을 기원했는데. 적어도 19살+20대에서만은 정의당이 정당 지지율 1위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심상정이 버니 샌더스처럼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서 대통령 되는 날도 꿈꾸고. 


5. 내가 관심 있는 지역구들 이야기


- 동작갑, 을 


내 고향 동작. 이 곳에서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냈고 지금도 많은 친구들과 친척들이 사는 동네여서 선거 때마다 관심이 가는 동네다. 갑, 을 중에서도 내 고향 동작 을의 결과는 정말 슬프게 됐다. 


동작 을에서 자꾸만 새누리가 당선되니 동작 을이 여권 밭인 줄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동작구는 절대 그런 동네가 아님...ㅠㅠㅠ 이명박 뉴타운 이후로 사람들이 재개발에 눈이 멀어 잠시 잘못된 선택을 했었지만ㅋㅋㅋ 실은 야성이 강한 동네다. 평생 자가 한 채로 동네 떠나지 않고 사는 토박이 서민들이 많은 동네인데, 민주당이 자꾸만 공천을 잘못 했었다. 지역 출신이나 지역에 기반이 있는 사람은 안 나오고, 지역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중앙에서 필요한 네임드들만 밀어 넣으니까 안되지. 새누리당도 그렇긴 하지만. 여든 야든 만만한 게 동작을인지 계속해서 지역과는 상관 없는 중앙 정치인들이 나왔다. 정몽준, 나경원, 정동영, 노회찬 등. 동작 을이 성북이나 마포 같이 대학가가 있고 외부에서 이주해 오는 사람이 많은 동네라면 저게 먹혔을 수도 있겠지만, 동작 을은 비록 대학가(중대)가 있긴 해도 그런 느낌이 아니라 평생 그 동네 사는 토박이가 많은 동네라서 저런 식으로는 안 먹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구청장 출신 허동준을 공천한 건 꽤 괜찮은 선택이었는데, '무도 변호사'로 유명한 장진영이랑 표를 갈라먹는 바람에 졌네. 토박이 가족 단위 유권자들은 허동준을 주로 찍었을 것이고, 중대 때문에 자취하는 젊은 층은 장진영을 많이 찍었을 거다. 나경원은 보궐 때도 그렇고 운도 좋다 진짜. 더민주+국민의당 합치면 55%가 넘는데 동작구민 탓할 건 아니다. 죄라면 전략적 투표에 실패한 죄뿐. 단일화가 진짜 필요한 곳이었다. 


동작 갑은 결과적으로는 이겼고, 중앙에서 필요한 김병기가 아슬아슬하게 당선돼서 국민으로선 잘 된 결과지만, 지역민으로선 지역 네임드고 일 잘하기로 소문난 전병헌을 컷오프한 게 조금 아쉬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구로 을 박영선을 컷오프하고 게임계의 대통령인 전병헌을 구로 을에 박았어야 한다고 생각함. (가디단, 구디단 다 근처잖아~)


- 용산 


한때의 용산구민으로서 진영 아저씨는 새누리당인데도 있는듯 없는듯 잘 살면서 지역구 관리나 잘하는 이미지여서 당이랑 상관 없이 무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공천 탈락된 게 오히려 호재였네. 이번 서울 결과보면 새누리로 나왔으면 간당했을 수도. 어쨌든 귀순용사ㅋㅋㅋ로서 앞으로 여러 일 해주시길 기대하는 바다.


- 광명 갑, 을


여기야말로 더민주가 공천 대충하는 동네ㅋㅋㅋ...(구로을 주민 여러분 같이 웁시다.) 지역 활동 활발히 하는 엄마(cf. 지역에서 환경운동하는 녹색당 지지자)는 광명을 이언주 처음 나올 때부터 이언주 별로라고~~~ 평판 안 좋다고~~~ 싸가지가 없다고오~~~ 그렇게 외치고 있건만 젊은 층, 외부 유입층이 많은 동네 특성상 지역 활동을 하지 않는 대다수의 지역구민들은 그런 거 잘 모르고, 알아도 새누리를 찍을 순 없으니 이언주는 더민주빨 받고 잘 나간다. 


광명갑 백재현은 광명에서 국회의원이고 시장이고 너무 오래 해먹어서(새누리 전재희랑 투탑) 지역구민들이 지겨워함... 그렇다고 중앙에서 딱히 뭘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국민의 당 양순필이 20%나 나온듯. 그리고 엄마 말에 따르면 양순필이 갑툭튀가 아니라 원래 지역에서 활동하고 인식도 좋은 지역 일꾼이라고 한다.


더민주는 꼭 이겨야 되는 중앙에서 필요한 지역구 꼬꼬마들 다른 데 보내지말고 광명으로 보내야 한다. 은수미 같은 사람들 광명 왔으면 다 당선이고, 지역구민들도 백재현, 이언주보다 은수미 같은 사람들을 원했을텐데 하여튼 아쉽게 됐다. 광명에도 전략 공천을 해라 이놈들아! 여기 젊은이들 많고 지역 활동(도시 텃밭, 청소년 운동, 도서관 등) 활발한 동네라 진보 정당도 태동하기 좋은 동넨데 왜 그냥 냅두냐고. 여기 좀 더 이용하라고.


- 종로


애들 밥 안 먹이겠다고 자리 뿌리치고 나간 5세 훈이가 착한 세균 정세균맨에게 응징을 당했다ㅋㅋㅋ

오세훈이 이번 기회로 대선 기어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가 만든 세빛 둥둥섬처럼 세훈이의 정치적 생명도 한강에 세훈 둥둥되어서^.^ 기쁜 마음 뿐이다.  


6. 20대 투표율 상승


이전 총선 대비 13%가 상승했대나ㅋㅋㅋ 20대 투표율 진짜 20대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인스타에 봄꽃 사진만큼이나 투표 인증샷이 넘쳐서 정말 보기 좋았다. 결과에는 다같이 카톡 불나게 환호했고!!! 나만 힘든 거 아니지? 나만 백수인 거 아니지? ㅠㅠㅠ 사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업까지 앞장 서서 20대 빨아먹는 데 혈안이 돼서, 전환형 인턴으로 희망 고문 시키면서 청춘 빼앗고, 공채는 제대로 진행하지도 않고, 이과 아니면 취업 시켜주지도 않으니 이렇게 된 건 당연한 귀결이다. 설연고 서성한 나와서 스펙 빵빵한데도 몇 년째 백수인 친구들이 실제로 한 둘이 아니다. 그리고 그 20대 백수들 이번에 다같이 투표함.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안한 애가 없었다.


딸 취업청탁한 윤후덕이가 당선된 건 20대 백수로서 너무나 빡치는 일이지만!!! (더민주 새끼들 윤후덕이를 공천하냐 개새끼덜아...ㅠㅠㅠ) 그래도 새누리 폭망해서 대부분 신나하는 중. 이제 청년수당 내놔라 이놈들아 ㅠㅠㅠ 수당 받아야 우리도 알바 시간 줄여서 학원도 다니고 기술도 배워서 취업하지... 그리고 20대들은 수고했음 우리 투표 더 잘하자 얘들아~~~(라기엔 다음 선거부턴 30대네 벌써...ㅎㅎㅎ)


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마침.



쓰다보니 아쉬운 점 위주로 쓰게 된 것 같은데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어쨌든 박근혜 책상 땅땅 칠 거 생각하면 기분 좋은 총선이었습니당. 정치 무관심층 코스프레하며 멘탈을 지키고 살았던 지난 4년 그녜치하...간만에 정치 무관심층 코스프레를 집어 던진 즐거운 하루였다.


끗.

캬캬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