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흡연자다.

하지만 담배를 펴본 적이 몇 번 있다. 

첫경험은 17살, 고2 때다. 

지금이나 그때나 죽이 아주 척척 잘맞는 친구 M과 함께한 경험이다.

M과 나는 하루종일 학교에 붙어있다가 매일 밤 연인처럼 장시간의 통화를 하곤 했었다. (요새도 가끔)

수 시간씩 나누던 이야기는 인간 심리에 대한 분석이나 자기가 욕망하는 것 등등


어느 날의 새벽 통화 중 우리는 사람들은 담배를 왜 필까 하는 순수한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당시 좋아하던 오빠(개새끼였음)와 M의 엄마가 오랜 흡연자였기 때문에

우리는 흡연이 궁금해졌다.

그들은 대체 왜 담배를 피는가.

그래서 우리는 담배를 펴보기로 결의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우선 담배는 M이 집에서 엄마의 것을 쌔볐다. (연습장 스프링 사이에 껴왔다.)

시간은 아침에 스쿨버스에서 내려서 학교에 도착해야하는 시간까지 40분 정도의 텀이 있었기 때문에 그 때로 정했다.

두근두근 약속한 날이 왔다.

스쿨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다른 아이들과는 반대로 시내 쪽으로 나갔다.

그리곤 미리 물색해둔 던킨도너츠 상가 건물 화장실으로 갔다.

아주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에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주위 눈치를 살피며 화장실 한 칸에 함께 들어가 조심조심 담배를 꺼냈다. 에쎄였나.

그리곤 담배에 불을 붙였다.

소심한 나보단 조금 더 대범한 M이 먼저 담배를 한 모금 폈다.

"?? 이게 뭐야?"

M은 아무 느낌이 나지 않는다며 나에게 담배를 권했다.

뒤이어 나도 담배를 폈고, M과 같이 느꼈다.

우리는 여러 번 담배를 빨아봤으나 역시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담배를 제대로 피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허무한 담배 펴보기 도전이 끝나고 우리는 등교를 했다.

별거 해본 것도 아닌데 굉장히 비행 청소년이 된 기분이었고, 그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후로 담배를 안피게 되었다.

20살 땐가 말보로 멘솔을 사서 한 두 번 펴본 적이 있는데 그것도 재미가 없어서

두 개피인가 도전해보고 담배 피는 친구에게 줘버렸다.

그래서 난 아직도 사람들이 왜 담배를 피는지 모른다. 

주위 대부분의 사람이 흡연자인데도.

그리고 앞으로도 흡연할 계획이 없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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