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해방전선을 이제야 보았다.
개봉한 지 한참됐으니 볼 사람들은 다 보았겠지...
의도적이지 않은 스포가 있을지도 모름.
근데 뭐 스포가 별 상관없는 영화인 듯하다.

짧게 말하자면
'어떤 사람들만 좋아할 영화.근데 그 어떤 사람이 나야.'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그 어떤 사람인 나에게는 정말 최고의 완전 재밌는 영화였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무분별하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닌듯.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듯한 영화였다.

사실 이 영화를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볼 생각은 딱히 없었다.
영화가 나왔을 당시 영화의 홍보가 영화의 본질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면이 있었다.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이은성은 거의 우정출연 수준인데 어쩔 수 없이 메인 포스터에 넣을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영화의 홍보 이미지를 통해 볼 영화를 정하는 나로서는
그저 그런 일본 청춘 멜로물같은...뭐 그런 영환줄 알았다. 물론 지금 보니 포스터에 멜로가 아닌 코미디라는 카피로 솔직해지려 한 듯하지만,그리고 그게 이 영화의 본질이지만...전체적인 홍보이미지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무튼 그래서 볼 마음이 별로 없었다.
그런 영화를 기대하고 본 수많은 관객들은 덕분에 평이 안좋았고 그래서 이 영화를 좋아할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게되었기 때문에 평점이 7.9점 정도밖에 안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내가 요즘 윤성호 감독에게 빠졌기 때문이다.
우연히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것을 구하라'"를 보게 되었는데, 뭐 감독이 누군지도 관심없고 그저 시트콤을 좋아하는데, 거기다 인디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장르에 꽂혀서 보게됐다. 
결론은...최고.였음. 내가 왜 이제야 보게됐을까! 싶었을 정도였지...뭐 그건 '할 수 있는 것을 구하라' 리뷰에서 따로 얘기하기로 하고.
"~구하라"와 윤성호 감독의 여러 단편들을 뒤늦게 보고나서...난 윤성호 감독에게 빠지게됐다.
그래서 찾아보게 된 은하해방전선.

"~구하라"와 윤 감독의 그전 단편들에서 개그코드나 그만의 스타일?에 대해 공통적으로 읽혀지는 하나의 흐름이 있는데 은하해방전선도 그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니 자신이 은하해방전선을 좋아할 그 '어떤 사람'일지가 궁금하다면 인터넷에 공개되어있는 윤성호 감독의 단편들이나 "~구하라"를 보면 될 것. ("~구하라"는 10분이 채 되지않는 에피소드 총 10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아무튼, 어떤 사람들만 좋아할 영화인데, 그 어떤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나라서, 소울무비를 찾은 듯한 희열감을 안겨준 영화였다.

단편들과 "~구하라"를 통해 윤성호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잘된 일인듯.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심각한 어떤 연애 이야기라기보다 하나의 심각하지 않은 코미디 영화이다. 내가 좋아하는 "깨알같은" 윤성호식 개그들이 군데군데 펼쳐져 있는 영화. 이 영화는 알 수록 재밌는 영화일거다.

                          팬미팅 중인 '혁권 더 그레이트' 실제 배우 이름이 박혁권이다.


그리고 그런 윤성호식 개그가 적재적소에서 빵빵 터져주는 데에는 배우들의 연기도 큰 몫을 한다.
대표적으로 '혁권 더 그레이트'의 연기들은 정말...명품이었다. 은하역을 맡은 서영주도 정말 매력 넘치는 배우다. 특히 누워서 노래부르던 씬과 직접 부른 OST의 목소리...정말 좋다.

최근 인기있는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구용식(박시후)의 비서역으로 나오는 주인공 임지규의 비주얼과 연기도 일품. 비주얼 자체가 역할과 너무 잘어울려서 류영재가 임지규인지 임지규가 류영재인지. 이건 연기를 잘해서도 있겠지만 비주얼도 큰 역할을 하는 듯하다.  윤성호 감독의 영화들에서와는 달리 내조의 여왕에서는 별로 매력발산이 되지 않는 듯해서 아쉬움.

        주인공 류영재역을 맡은 임지규...지켜주고싶은 (왠지)찐따역을 제대로 소화했다.


그리고 간간히 나오는 정치적, 사회적인 이야기들. 우리나라에서 이런 얘기들을 이렇게 세련되고 재밌고 스리슬쩍 잘하는 데에는 윤성호감독이 일등일거다. 이 얘기는 "~구하라"리뷰에서 자세히 하기로하고.

영재가 지하철에서 선임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 은하와 마지막에 메신저 하는 부분, 
영화제에서 다같이 술마실 때 음향감독 여자가 나머지 사람들한테 뭐라고 하는...그런 부분들이 좋았다기보다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 엔딩크레딧에 올라가는 노래, 뇌태풍의 "첫사랑이 생각나는 이밤"도 정말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뇌태풍의 버전보다 은하영주가 부른 영화의 버전이 훨씬 좋은듯.

교포 앤드류나 혁권 더 그레이트나 영재가 실어증에 걸리고나서 트럼펫연주하는 부분이나...뭐 웃긴 부분은 깨알같이 많아서 다 나열하기도 힘듬. 궁금하면 일단 보소.

             영화에 직접 출연한 윤성호 감독(오른쪽 노란티 입은 사람), 님좀짱인듯 


영화를 보는 내내 아 저부분 웃기다. 근데 나만 웃긴 걸 수도 있겠다. 못알아 듣는 사람들도 있겠네. 싶었다. 실제로 "~구하라"를 주위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했는데 호불호가 갈렸던 걸 생각하면...



결국, 어떤 사람들만 좋아할 영화, 근데 그게 나. 
그래서 나한테는 더더 좋았던 영화.
친한 친구들끼리만 알아듣는 개그가 모두가 웃는 개그보다 더 재미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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