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을 봤다. 많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권위적인 사법부에 대한 개인의 고군분투가 영화의 주 내용이지만 나는 그보다 김명호의 해직에 관심이 갔다. 내가 지금 대학 사회의 일원이어서 그런 모양이다. 영화를 보기 전 처음 '석궁 테러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부터 나는 그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스크린으로 보니 분노가 더했다. 이 사건은 애초에 성균관대 측의 부당한 처사에서 비롯되었다. 성균관대는 수학과 교수였던 김명호 의 입시 문제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를 무시했다. 그 처사가 없었다면 김명호가 자신의 재임용 탈락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었다. 대학들의 부당한 처사는 성균관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은 가장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어야 할 곳이 아닌가. 아닌가보다. 대학이 그들의 이름을 무기 삼아 폭력을 자행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석궁 테러 사건이 처음 이슈화 되었을 때 성균관대는 석궁관대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석궁 테러 사건의 근본적 요인은 성균관대 수학과 측의 재임용거부 처분(사실상 해임)이기 때문이었다.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였던 김명호는 자신에 대한 처분이 부당하다고 여겨서, 소송을 걸었으며, 패소했다.
김명호는 1995년 이미 출제된 대학별 고사 수학 문제에서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그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인정하고 그 문제를 모두 만점처리 하거나 모두 0점처리하여 채점하자는 상식적인 주장을 한다. 그러나 그 주장은 학교의 '명예'라는 이름 앞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사건의 보복으로 자신이 해임되었다는 것이 김명호의 주장이다. 학교 측은 김명호의 재임용 탈락 사유로 교원으로서의 부족한 자질과 연구소홀을 들었다. 실제로 김명호는 당시 법정에서 자신은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것이지 가정교육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으며 당시 판결문을 참고하면 김명호의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문제삼은 학교 측의 주장도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김명호의 재임용 탈락 처분이 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것을 판단할 수 없다.
부당한 것은 애초에 대학별 고사 문제에 오류가 있음이 분명한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성균관대 측의 태도다. 1995년 성균관대 대학별 고사의 수학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당시 전국의 수학과 교수들이 연판장을 제출하고 외국 유수의 수학자들조차 문제의 오류를 인정하였으며 해당 문제가 오류가 있다는 취지로 사이언스 지에 실리기도 했다. 법원은 고등과학원, 대한수학회에 틀린 문제인지 아닌지를 문의하였으나 두 기관 모두 답변을 거절하였다. 대학과 교수의 싸움에 끼기 싫은 학계의 비겁한 태도였다. 영화가 흥행하고 나서야 대한수학회는 해당 문제의 오류를 인정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슬픈 코미디인지. 그러나 성균관대의 수많은 교수들이 대한수학회가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고등학교 수준 문제의 명백한 오류를 몰랐을리 없다. 그저 문제의 오류를 인정하고 난 후폭풍을 감당하기가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학교의 명예라는 허구의 가치를 위해 정의롭게 문제를 제기하는 교수를 무시해버렸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우려했듯이 성균관대의 명예는 그들이 우려한 것보다 더욱 더 떨어졌다. 지나치게 상식적이었던 한 교수를 깔아뭉갬으로써.
이것은 비단 성균관대 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강대는 외부에 학내 횡령 비리를 고발함으로써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경영학과 교수들을 학기 중에 집단으로 파면, 해임시켰고, 지금 재판 중에 있다. (현재로서는 교수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는 듯 보인다.) 고려대는 고려대에 통합된 병설 보건전문대생에게도 총학생회 투표권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며 학내 시위를 한 학생들을 출교시켰다.(놀랍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그들은 고려대에 통합된 병설 보건전문대생이 아니었다. 자신의 권리가 아닌 상식을 위해 싸운 셈이다.) 그들은 법원에서 출교 취소 처분을 받아 복학했지만 고대는 그들을 다시 퇴학시켰고, 법원은 다시 퇴학 취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3년을 꼬박 투쟁해야했다. 말도 안되는 학내 비리와 학교 안의 부당한 일상적 권력관계까지 언급할라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상식에 맞지 않는 부당한 처사에 대해 학교 측은 언제나 학교의 '명예'를 운운하는 습속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명예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되도록이면 외부에 이름 안알려지고 문제가 생겨도 안에서 곪아 터지면서 조용조용 흘러가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명예'를 지키는 방법인가?
한국의 대학 사회는 적절히 감시 받고 있는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상식이 관습이라는 이름 하에 억눌리며, 구성원 간에는 다양한 종류의 폭력이 일상화 되어있다. 대학 사회에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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