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10&oid=469&aid=0000166457&viewType=pc


부르주아의 건강성이라는 것을 세상은 너무 맹신한다. 윤리마저 금수저에게만 허락된 사치쯤으로 여기며 가난한 이들의 도덕의지를 멸시한다. 결핍 없는 삶이 부여한 넉넉한 인심과 꼬인 데 없이 해맑은 영혼이 어떤 부르주아들에게는 있다. 그렇다고 프롤레타리아의 건강성은 존재하지 않는가. 기자로서 나는 가난이 굴복시키지 못한 인간의 존엄과 품격을 증거하며 윤리가 부의 산물인 양 거들먹거리는 자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 책임을 느낀다. 어제의 가난이 오늘의 가난을 예고하고, 오늘의 가난이 내일의 가난일 수밖에 없는 이 출구 없는 터널에서 어쩌면 그것은 종교적 체념이거나 정신승리이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가난해서 죄송한 세상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순 없다.

취업 시즌이다. 아직도 ‘느그 아부지 머 하시노?’를 묻는 입사지원서가 수두룩하다. 이것만이라도 못하도록 블라인드 면접을 의무화해야 한다. 수저결정론의 공고한 터널에 작은 구멍이라도 하나 내야 한다. 가난이라는 게 젊어 한때는 사서도 할 만한 일시적인 것이어야 우리는 미당의 시를 읊을 수 있다. 지금 나는 자꾸만 미당에게 화가 난다. 

- 기사 중에서


"너희 집 어떡해."

내게 가난은 친한 친구의 입을 통해 처음 다가왔다.

수능이 몇 주 남지 않았을 때 우리 집은 망했다. 엄마 아빠는 내가 신경쓸까 소식을 숨겼다. 하지만 친구 엄마를 통해 친구 귀에 소식이 들어가게 됐고, 친구는 내가 모를 줄 모르고 날 걱정해주었다. 부모님 마음을 알 것 같아 나도 수능을 볼 때까지 집이 망한 걸 모르는 척했다.

아빠는 그 후로도 몇 년동안 직업을 구하지 못해 집에 있었다. 엄마는 베이비시터 자격증을 따서 일을 하다 손목 터널 증후군이 생겨 수술을 했다. 부모님이 빈 손으로 결혼한지 20년만에 겨우 장만했던 32평 아파트는 날아갔고, 차도 바뀌었다. 전에도 딱히 잘 살았던 적은 없지만, 집은 급격하게 가난해져 갔다.

세간 사람들 말대로 가난은 내게 결핍을 만들었다. 자꾸만 마음에 구멍을 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마냥 밝아서 웃음 소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을 받으며 살았는데, 이제 술만 마시면 처지가 슬퍼 눈물이 났다. 나는 점점 자신감이 사라지고, 열등감이 생기고,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일을 더 열심히 하고, 번 돈을 열심히 쓰고, 내 발로 상담소를 찾아가 약한 마음을 다독이며 열심히 살았다. 사회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 정도로 가난한 것은 아니라서, 가난은 내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처음엔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술 마시며 '가난 배틀'을 한 적도 있으니까. 가난한 게 내 탓도 아니고, 평생 성실히 살아온 부모님 탓도 아니고. 그래서 친한 친구들에겐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우리 집 망했어,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그만 둘 수가 없어. 처음 가난했던 때의 나는 이 가난을 안고서도 열심히 살아간다면 사람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을거라 기대했다.


기대는 금방 깨졌다. 많은 사람의 시야엔 가난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

"여러분. 방학엔 알바말고 책을 한 자 더 읽어요.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 괜히 돈 몇 푼 번다고 알바하지 말고."

진보 좌파 운동을 열심히 하던, 좋아하던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말했다. 교수님은 당신이 그런 말을 한 걸 기억도 못하시겠지만,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그 날 이후로 교수님을 싫어하게 되었으므로. 그래. 우리 학교에 다니는 당신의 아들은 방학에 알바를 하지 않아도 되겠지. 교수님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학기 중에 책을 읽기 위해 방학엔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학생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너희 집 진짜 수입이 0원이라고? 너 등록금 어떻게 내? 말이 되냐 그게?"

엄마와 아빠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집에 있을 때, 동아리방에서 설문조사 용지에 '가계 월수입'을 기입하고 있는 걸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는 물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가난을 숨겨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나는, "진짠데요."라고 대답을 했다. 토익이 700점도 안되면서 부모님 빽으로 금융 공기업 인턴을 했다며 으스대던 그 선배는 차마 알 수 없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서 마찬가지로 경매에 넘어온 이촌동 집에 잠깐 살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사정도 모르고 내가 이촌동에 산다며 나를 다르게 대했다. 그 때 알았다. 강남이나 이촌동 같은 부촌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인지. 

"어디 살아요?" "이촌동이요." "우와~"

처음 알게된 사람들은 물론, 알던 사람들도 내가 이촌동으로 이사를 갔다고 하자 부러워 했다. 알던 사람들에겐 왠지 속이는 기분이 들어서, "아냐 다 빚이야. 원래 집이 경매 넘어가서 온거야." 라고 솔직히 말을 해도, 내가 웃으며 말한 탓인지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아니, 그래도 이촌동이잖아!" 

내가 여자친구 이촌동 산다니까 애들이 다 엄청 부자동네라 하더라."

이촌동에 살 때 만나게 된 남자친구는 나대신 우쭐해하며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을 잘 모르던 애였다.

"아니야. 우리 집 완전 거지야. 망해서 여기로 이사온 거야."

솔직하게 말해도 남자친구는 대수롭게 듣지 않았다. 

친구들은 우리 동네에 놀러오고 싶어했고, 이촌동 맛집을 알려달라 했다. 이게 내 것이 아님을 알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우리 집은 여전히 가난했지만,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릴 땐 바람이 시원했다.

잠시 이촌동에 살며 나는 가난은 숨기는 게 훨씬 좋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더이상 가난해보이지 않는 내 앞에서 사람들은 쉽게 진심을 말했다.

"가난한 애들은 그늘이 있어서, 억척맞고 구질구질해."

"못사는 동네 사람들은 교양도 없고, 매너도 없어."

"고생 안해보고 산 애들이 성격도 좋지."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나는 가난 때문에 인성도 의심 받아야 했다. 가난해도 꿋꿋이 살아가는 캔디를 대견하게 바라봐주는 사람들은 드라마 속에만 존재하는듯 했다. 가난한 애들은 촌스럽고, 취향도 없고, 억척 맞고, 교양도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다고 했다. 나는 내가 가난하단 걸 혹시라도 알게 되면 사람들이 나를 저렇게 볼까봐, 내 가난을 꾹꾹 눌러 담았다. 가난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까 조마조마했다.

"넌 가난한 거 거의 티 안 나. 모르고 보면 모를걸?" 절친한 친구의 말이 고마웠다.


내가 가고 싶어 하는 좋은 직장에서 인턴한 친구가 말했다. 친구는 강남에 살았다. 같이 뽑힌 동료도 강남에 사는 애였는데, 그 둘을 불러 놓곤 팀장이

"솔직히 너네 사는 곳 보고 뽑았어. 원래 강남살고 고생도 안해본 애들이 성격도 모난 데 없고 둥글둥글하거든."

이라 했다는 거였다. "정말?" 놀라 묻는 내게 친구는 다른 대기업 인사팀에 있는 오빠도 같은 말을 해주었다고 말했다. 

"오빠가 취업하고 이사가라고 하더라. 회사에서 강남 사는 애들 선호한다면서." 

친구는 그 회사 수준에 실망했다며 이 얘기를 해줬지만, 나는 역시 가난은 숨겨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 말을 들은 날, 나는 지금 집 주소를 숨기고, 이사온 지 2년이 지난 전 집 주소를 입사 지원서에 적어 넣었다.


그게 고작 며칠 전 일이다.

그래서 기사를 보자마자 펑펑 울었다.

난 가난해도 쉽게 주눅들지 않으려 바둥거렸던, 알바하며 열심히 살았던 내 과거가 훈장은 못돼도 흠은 되지 않을 거라 순진하게 믿었는데 내가 만난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단 사실 하나만으로 심사가 꼬여있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부자를 질투하고, 결핍이 있어 다른 사람과 융화되지 않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가난해봤기에, 가난한 사람, 힘든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사람들의 결핍에 마음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낼 것이다.

고마운 글을 써준 기자에게 감사하며. 





한국에서 조소 전공하고 독일 가서 공부 중인 베프와의 대화 

구구절절 공감이라 동의 받고 올린다  

우리가 너무 '표현의 자유' 지상주의자인건가? 


대화 속의 *정색러*라는 단어는 우리가 어제부터 사용하는 단어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때

비꼬거나 세련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정색하고 "내가 불편하다고! 그러니까 내 눈 앞에서 치우라고!"

우기는 인간들을 말한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믿는 인간들.


요새 어느 분야나 그런 인간들이 넘쳐난다. 프로불편러들의 세상이다.

자기가 싫으면, 자기가 불편하면 다 세상에서 없애버리려는 대중. 난 그들을 대중 권력자라 부른다. 

더 심각한 것은 전체주의의 광기를 비판해야 할 소위 진보 언론이라는 것들이 

대중 권력자의 취향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똥꼬를 빨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은 대중을, 대중은 지식인이네 뽐내는 파워 트위터리안을, 파워 트위터리안은 대중을... 

서로서로 똥꼬를 빨며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다. 

거기서 입바른 소리 하면? 상식 이하라느니 일베냐느니 온갖 융단폭격을 맞게 된다. 

대중이 마녀사냥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실명의 사람들은 물론, 익명의 사람들도 입바른 소리를 하기가 힘들다. 익명의 사람에게도 멘탈은 있으니까.

키워 진중권 등 몇몇 사람만이 그 가운데서도 옳은 소리를 한다. 


박근혜 풍자 그림, 쥐명박 그림을 지우고 그 작가를 처벌하려던 정부나 

일베 조각상을 없애고 작가를 마녀사냥하려 길길이 날뛰는 대중이나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노래 가사 하나하나 의미 부여해가며 오바스럽게 검열하던 여성부와,

아이유 가사가 소아성애라며 아이유가 사과를 해야한다고 아이유를 죄인처럼 쪼아대던 대중이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서로 욕하지만 너희는 결국 하나야. 


저 작가가 저런 조각상을 만들었다고 일베 취급 하는 것도 웃기고, 

저런 작품이 정문에 있다고 자기 학교가 일베 대학 취급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홍대생들도 웃기고,

이 소동 자체가 너무 웃기다. 

만약 사람들의 항의로 저 작품이 철거된다면, 이 해프닝은 화룡정점을 찍을텐데.

예술엔 예술로, 재미 없는 농담은 재미 있는 비꼼으로 반응하면 되는데 

무조건 입 틀어막고 눈에서 안보이게 치우려고 하는 모습이 비민주적이고 촌스럽다.


이게 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개 똥으로 가르쳐서 그렇다.

한국인들은 하루에 열번씩 아래 문장을 받아쓰고, 외워야 한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그것을 주장하는 권리는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다."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다큐3일을 봤다.
총선 이틀 전부터 당일까지, 72시간을 기록한 편이다.

투표용지가 가득찬 투표함을 개표소까지 옮기는데, 노란 사설 태권도 승합차량의 (트렁크도 아닌) 중간 좌석 의자 위에 실어 옮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현금수송차량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탑차나 경찰차 정도론 실어 날라야 하는 거 아닌가? 사설 태권도 승합차 중간 좌석 위는 너무 위험해보였다.

공영방송 KBS의 다큐3일은 계속해서 투개표의 투명성과 철저함을 강조했지만,
방송을 보고난 후 나는 오히려 찜찜해졌다.

찾아보니 사전투표, 재외국민 투표에서 발생하는 관외투표는 무려 "우체국 우편"를 통해 우체부에 의해 배달되고, 선관위에 도착한 후엔 별도의 안전장치도 없다.

누군가 투표 조작을 했을 거란 음모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구멍이, 빈틈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얘기다. 
나쁜 놈이 맘만 먹으면, 안 걸리고 부정 행위를 저지를 수 있을만한 구멍이 너무 많다.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공시생 A씨는 수능도 컨닝을 했다고 한다. 
약시라고 허위 진단서를 떼어서 시험시간을 1.7배 배정받은 후, 미리 화장실에 숨겨놓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온라온 답안을 확인하여 시험을 쳤다나.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수능을 두 번쯤 봤을 때, 그 시험에서 안 걸리고 컨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열가지 정도는 알 것 같았다.

그 중 한두가지는 아주 구체적으로 떠올렸고, 확신도 있었다. 시행하지 않았을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인데, 실제로 행한 사람이 있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게 할 정도로 국가에서 중요시 여기는 시험이 이렇게 허술하게 돌아간다.

너무 많은 중요한 시스템이 개인의 양심이나 두려움에 기대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양심과 선의를 믿는, 신뢰가 넘쳐나는 세상이라면 별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국정원 직원이 선거 개입 댓글을 달고 다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사실로 확인된 지금, 신뢰 잃은 주체는 더더욱 철저하고 투명하게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애국소녀는 어떻게 애국심 없는 ‘국민’이 되었나 


 나는 애국심이 없다. 물론 날 때부터 없던 것은 아니다. 어릴 때의 나는 국가의 충실한 국민이었다.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을 많이 봤는데, 매일 텔레비전의 하루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애국가를 4절까지 외운 것은 물론이고, 태극기 그리는 법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미 깨쳤다. 그리곤 태극기 그릴 줄 모르는 친구들을 한심하게 여겼다. 초등학교 땐 반장이니 부반장이니 하는 것도 가끔 했었는데, 매주 토요일 학급조회가 시작될 때 친구들 앞에서 가슴에 손을 올리고 국가에 대한 경례를 외워서 말할 때면, 마음 속에서 알 수 없는 애국심이 샘솟았다. (눈물이 찔끔 나올 뻔 한 적도 있다.) 김동성이 오노한테 금메달을 뺏길 땐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울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친구들과 붉은 악마 티를 맞춰 입고 목청 높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뭐 이때까지는 나뿐 아니라 우리 부모님도 나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나랑 언니의 돌반지는 모두 IMF시절 금모으기 운동에 징집되어 집에는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지금 생각해보니, 흑역사다.


 내 애국심이 사라진 것은 정치적 의식이 싹트면서부터였다. 중학교 때 많이 읽었던 시사 주간지나 여러 사회과학, 근현대사 서적들이 내 정치적 의식을 형성하는 과정에 역할을 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 군인들이 베트남 주민들에게 행한 폭력에 대한 충격적인 기록, 자국민을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아니 이념이 없는 사람마저 반대 진영으로 몰아 학살한 국가 권력, 정권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민을 간첩으로 몰아 희생시켰던 그 모든 역사들. 우리나라는 일본에 치이고, 중국에 치이는 당하기만 하는 무결한 나라라고 생각했던 내 신념을 깨버리는 모든 진실들. 충격이었고, 나의 애국심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때 ‘국가’가 싫어졌다. 국가 혹은 국가 유지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온 그 잔혹한 폭력에는 국가에 애국심을 가져온 나 또한 일정 부분 책임을 가진 것만 같았다. 국가가 싫어지자 내 애국심이 내 것이 아니라 국가 유지를 위해 교육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국가 유지를 위한 일정 정도의 애국심을 가지고 사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나는 그것조차 거부하고 싶어졌다.



 애국심 없는 국민으로 살기 


 지금도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아, 조금은 삐딱하게 살고 있다. 조금이라도 국가주의의 냄새가 나는 것에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장에 종종 가는데, 야구장에서 야구 경기가 시작하기 전마다 하는 국가 의례가 너무 싫어 그것이 끝날 때쯤 야구장에 입장한다. 어쩌다 야구장에 일찍 입장했을 때엔, 국가에 대한 경례를 한다고 모두들 일어설 때 일어서지도 않고, 애국가를 따라 부르지도 않는다. 최대한 불량하게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과자를 우걱우걱 씹어 먹는다. 소심한 저항인 셈이다. 왜 내 돈 내고 내가 야구 보는 데 국가에 경례를 해야 하지. 야구장에서 국가 의례를 할 때면, 야구라는 스포츠가 전두환 정권 시절 3S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생각나 속이 부글거린다. 그래서 아직까지 야구장에서 국가 대항 경기가 아닌 자국 프로팀끼리의 경기에서도 국가 의례를 하나 싶기도 하고. 그 시절 언젠가는 길 가다가도 국기 게양하는 하루 두 번은 모두 멈춰 서서 국가 의례를 했다고도 하고,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하기 전마다 국가 의례를 했다고도 하는데, 그것들이 모두 사라진 지금 왜 야구장에서만 국가 의례가 남아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뭐, 일선 학교들에서는 요새도 월요일 아침 조회 시간마다 전교생이 국가 의례를 하려나? 아무튼, 국가의 충성스러운 국민이 되기를 바라서 강요하는 국가에 대한 경례는, 아무리 내용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하고 싶지 않다.


 한국인이면 김연아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해야한다는 식의 생각들도 거부감이 든다. 나는 김연아를 싫어하진 않지만,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빼앗겼다고 서명운동을 하고, 하루 종일 그 얘기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삐딱한 생각이 든다. 물론 김연아의 팬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단순한 김연아에 대한 팬심이 아니라 김연아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어찌저찌 해야한다는 식으로 김연아가 국가주의와 연결될 땐, 짜증이 난다. 물론 요새는 김연아가 대한민국이라는 국민은행 광고가 누리꾼들에게 뭇매를 맞은 것만 보더라도 그런 식의 접근이 촌스럽다는 생각이 대세가 된 것 같아 다행이지만, 평소 한국이 얻었던 홈 어드밴티지나, 한국이 수혜를 입은 편파판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었던 언론과 사람들이 김연아의 일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은 분명 기이하다.


 국가가 남성에게 지우는 군복무의 의무도 달갑지 않다. 나는 징병제가 싫다. 국가 권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곳은 군이다. 군대에 가는 또래 남성들이 안타까우면서도, 군대 안 가는 여자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군대 얘기를 들어보면 군은 합리성이라고는 없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도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군 내부에 대한 문제제기는 웬만하면 기각된다. 군은 외부의 적과 맞서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일까, 국민을 억압하기 위한 조직일까 가끔 헷갈린다. 군은 안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군인에게 특정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안보를 위한다는 이유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한다. 여자들은 징병제에 해당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가 징병제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얼마 전 한의사 함익병의 “여자는 군복무를 하지 않으니, 국가에 대한 권리를 3/4만 가져야 한다.”는 말에서 볼 수 있듯, 일부 남성 심지어 여성에게도 “국가로부터 징집되지 않는 여자는 부당한 차별도 감수해야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징병제로 인해 남성이 직접적으로 겪는 고통과는 다를 테지만, 여성 또한 징병제의 부당한 희생자가 될 소지가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국가의 부름에 응해야 하는가. 헌법을 근거로 댄다면 할 말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헌법을 만들 때, 심지어 마지막으로 개헌할 때도, 투표권이 없었다. 아니 이 세상에 없었다. 나는 국가를 선택하지 않았는데 왜 국가를 따라야 하는가. 여기까지 생각하면 나도 혼란스러워진다.  

 

나의 모순을 극복한다는 것 

 

 그냥 한 마디로, 나는 국가가 싫다. 애국심이 없다. 아니 의식적으로 애국심을 갖지 않고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애국심 없는 국민으로 산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없지만,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나의 사회적 삶을 한 순간에 망가뜨릴 수도 있다. 그 정도로 아직 한국은 애국심이 만연한 국가다. 내가 야구장의 관중석에서 국가 의례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지만, 야구 선수가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경기 전에 국가 의례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인터넷이 뒤집어질 일이다. 


 애국심 없는 국민으로 산다는 것은 때때로 나 스스로에게도 모순된 감정을 갖게 한다. 애국심 없는 국민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아무리 애국심이 없어도 나는 국민이니까. 국가라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나는 국가장학재단과 국가 장학금의 힘으로 학교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재단과 장학금에 아예 ‘국가’라는 이름이 들어가는데, 그런 주제에 애국심을 가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도 될까. 가끔은 그런 생각에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내가 생각해온 바가 있다면, 거창한 이름의 국가 권력에는 언제나 날을 세우고 있되,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한 애정을 가지자는 것이 것이다. 방학에 봤던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가 말했잖은가. 국가는 국민이라고. 국가는 정부가 아니다. 국가는 대통령이 아니다. 국가는 경찰이 아니고, 판사가 아니다. 국가는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모두다. 사회는 한반도 이남의 작은 영역일 수도, 전 지구촌 아니 우주에 속한 모두일 수도 있다. 내가 학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 것은 국가장학재단이지만, 그 재원을 마련해 준 것은 이 사회에 속한 다른 구성원들 모두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내가 가진 모순은 조금 줄어든다. 


 ‘국가 권력에 날을 세운다’는 것은, 나에게 다른 의미로써 기능하기도 한다. 국가 뿐 아니라 자동으로 모든 집단에 대해 날을 세우게 된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이 정당화 되듯, 모든 집단은 그 존재 자체로 집단 외부에 폭력을 가할 소지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보고 들을 수 있는 파벌 문제, 학연 지연 혈연 문제 등이 그 사례이다. 집단에 일정 정도의 애정과 소속감을 가지는 것은 개인에게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애정과 소속감이 외부의 사람이나 집단을 배척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인지하고 살기위해 나는 ‘우리’라는 단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우리 학교’대신 ‘서강대학교’, ‘우리 나라’ 대신 ‘한국’이라고 쓰는 식이다. 어쩌면 내가 너무 예민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식과 시도가 쌓여 나갈 때 조금 더 개인이 존중받고 차별 받지 않으며 합리적인,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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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의 이해 2014년도 1학기 과제 -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제출글

당시 강정인 교수님한테 염세적이고 무기력하다는 안좋은 평을 받았던 글이긴 한데

세월호 2주기를 맞아서 이 글이 생각나서. 이때나 지금이나 내 생각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당신에게 국가란 무엇입니까.




1. 적어도 수도권에선 문재인의 인기는 공고하다


문재인이 영입한 인사들이 수도권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마포을 손혜원, 분당갑 김병관, 은평갑 박주민, 용인정 표창원, 남양주갑 조응천, 동작갑 김병기까지. 이 중 야당 텃밭이라고 할만한 쉬운 지역은 없었다는 점에서 성과가 더 뚜렷해보인다. 호남에서의 패배로 문재인이 사퇴하기엔 수도권과 부산 경남에서의 성과가 확연하다.


2. 새누리 과반 실패


정상적인 국민이 도출한 정상적인 결과. 특히 서울, 경기 지역의 몰빵에 가까운 결과는 민심을 완전히 대변한다. 이명박-오세훈을 뽑았던 서울 아닌가. 그랬던 서울을 하나로 뭉쳐준 건 박근혜의 공이 크다. 어쩌면 이번 총선은 2014 지선 때부터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다. 박원순이 강남구 한 곳 빼고 모든 구에서 정몽준을 이겼고, 구청장도 민주당 몰빵이었으니. 박근혜 이후로 서울은 진짜 야도가 됐다.

어제 일베 좀 눈팅해보니 일베애들 마저도 박근혜 되고나서 살기 팍팍해진 건 인정하더라. 단통법, 도서정가제, 담배값 인상, 술값 인상해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나? 아니 단통법이고 도서정가제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판매자가 싸게 팔겠다는데 나라에서 그걸 막는 법을 만드는 게 말이 되는 건지. 이 와중에 민생 법안한다며 국민 감시하는 테러방지법이나 통과시키고 있고 북풍이나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고 새누리 애들은 학습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당연한 결과. 부산 대구 강남에서까지 더민주 당선자가 나왔으니 할 말 다했지.


3. 더민주 비례 폭망


김종인이 14번이었으면 좋았을 뻔 했는데 아쉽게 됐다. 더민주 비례 명단은 말이 안나오더라. 상징적인 1번에 논문 표절 의혹 있고 별 사회적 활동도 없던 수학교육과 교수를 앉혀놓질 않나, 2번 셀프공천... 할 말이 안나오는 면면이었다. 더민주 지지자들이 더민주 비례에 표를 주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한 결과였다. 그 이탈자들의 대부분이 국민의 당을 선택한 건 좀 충격적이지만.


4. 정의당 아쉬움


선거를 두 달쯤 앞두고 정의당 캠프의 한 오빠에게 영입제의를 받았었다. ㅋㅋㅋ 심상정 캠프에서 일당백으로 일하고 있는 오빤데 정의당 홍보팀 들어와서 같이 2030 저격 영상 좀 만들자는 제의였다. 내가 독일 출국을 며칠 안 남겨놓고 있을 때였기도 하고, 정의당 사정도 있어서 불발됐지만 아무튼 그의 눈물겨운 일당백에도 불구하고 정의당 정당 지지율은 정말 아쉽게 됐다. (나를 영입했어야지!...ㅋㅋㅋ) 심상정과 노회찬이 50%가 넘는 득표율로 넉넉하게 당선됐다는 게 그나마 좋은 소식. 더민주 비례 폭망하면서 10%까지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여러모로 아쉽다. 20대 투표율이 상승했는데도...ㅠㅠ 


내 주변의 특성이긴 하지만 주변에 녹색당에 투표한 지지자들이 꽤나 많았는데(주변은 거의 정의당-녹색당 반반), 정의당도 환경 정책, 동물권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녹색당은 존재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그걸 실질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건 현재로선 진보정당 중 유일하게 원내진출이 가능한 정의당이니까. 녹색당과의 정책 연대를 좀 더 활발하게 했다면 어땠을지. 중식이는 별 영향 없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좀 아쉽게 됐고. (사전에 중식이 얘기를 듣고 난 반대했었다. 물론 여혐 논란을 예상한 건 아니고, 그냥 세련되지 않고 구질한 이미지가 별로인 것 같아서. 결과적으로 세련된 진보 이미지는 괜찮은 애니메이션으로 홍보했던 녹색당이 가져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녹색당으로 간 표는 대표되진 않았어도 충분히 의미있다고 보기에 그다지 아쉽진 않지만, 정의당 지지자 입장에선 더민주 표를 더 못 가져온 게 정말 아쉽다. 조성주의 원내 진출을 기원했는데. 적어도 19살+20대에서만은 정의당이 정당 지지율 1위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심상정이 버니 샌더스처럼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서 대통령 되는 날도 꿈꾸고. 


5. 내가 관심 있는 지역구들 이야기


- 동작갑, 을 


내 고향 동작. 이 곳에서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냈고 지금도 많은 친구들과 친척들이 사는 동네여서 선거 때마다 관심이 가는 동네다. 갑, 을 중에서도 내 고향 동작 을의 결과는 정말 슬프게 됐다. 


동작 을에서 자꾸만 새누리가 당선되니 동작 을이 여권 밭인 줄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동작구는 절대 그런 동네가 아님...ㅠㅠㅠ 이명박 뉴타운 이후로 사람들이 재개발에 눈이 멀어 잠시 잘못된 선택을 했었지만ㅋㅋㅋ 실은 야성이 강한 동네다. 평생 자가 한 채로 동네 떠나지 않고 사는 토박이 서민들이 많은 동네인데, 민주당이 자꾸만 공천을 잘못 했었다. 지역 출신이나 지역에 기반이 있는 사람은 안 나오고, 지역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중앙에서 필요한 네임드들만 밀어 넣으니까 안되지. 새누리당도 그렇긴 하지만. 여든 야든 만만한 게 동작을인지 계속해서 지역과는 상관 없는 중앙 정치인들이 나왔다. 정몽준, 나경원, 정동영, 노회찬 등. 동작 을이 성북이나 마포 같이 대학가가 있고 외부에서 이주해 오는 사람이 많은 동네라면 저게 먹혔을 수도 있겠지만, 동작 을은 비록 대학가(중대)가 있긴 해도 그런 느낌이 아니라 평생 그 동네 사는 토박이가 많은 동네라서 저런 식으로는 안 먹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구청장 출신 허동준을 공천한 건 꽤 괜찮은 선택이었는데, '무도 변호사'로 유명한 장진영이랑 표를 갈라먹는 바람에 졌네. 토박이 가족 단위 유권자들은 허동준을 주로 찍었을 것이고, 중대 때문에 자취하는 젊은 층은 장진영을 많이 찍었을 거다. 나경원은 보궐 때도 그렇고 운도 좋다 진짜. 더민주+국민의당 합치면 55%가 넘는데 동작구민 탓할 건 아니다. 죄라면 전략적 투표에 실패한 죄뿐. 단일화가 진짜 필요한 곳이었다. 


동작 갑은 결과적으로는 이겼고, 중앙에서 필요한 김병기가 아슬아슬하게 당선돼서 국민으로선 잘 된 결과지만, 지역민으로선 지역 네임드고 일 잘하기로 소문난 전병헌을 컷오프한 게 조금 아쉬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구로 을 박영선을 컷오프하고 게임계의 대통령인 전병헌을 구로 을에 박았어야 한다고 생각함. (가디단, 구디단 다 근처잖아~)


- 용산 


한때의 용산구민으로서 진영 아저씨는 새누리당인데도 있는듯 없는듯 잘 살면서 지역구 관리나 잘하는 이미지여서 당이랑 상관 없이 무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공천 탈락된 게 오히려 호재였네. 이번 서울 결과보면 새누리로 나왔으면 간당했을 수도. 어쨌든 귀순용사ㅋㅋㅋ로서 앞으로 여러 일 해주시길 기대하는 바다.


- 광명 갑, 을


여기야말로 더민주가 공천 대충하는 동네ㅋㅋㅋ...(구로을 주민 여러분 같이 웁시다.) 지역 활동 활발히 하는 엄마(cf. 지역에서 환경운동하는 녹색당 지지자)는 광명을 이언주 처음 나올 때부터 이언주 별로라고~~~ 평판 안 좋다고~~~ 싸가지가 없다고오~~~ 그렇게 외치고 있건만 젊은 층, 외부 유입층이 많은 동네 특성상 지역 활동을 하지 않는 대다수의 지역구민들은 그런 거 잘 모르고, 알아도 새누리를 찍을 순 없으니 이언주는 더민주빨 받고 잘 나간다. 


광명갑 백재현은 광명에서 국회의원이고 시장이고 너무 오래 해먹어서(새누리 전재희랑 투탑) 지역구민들이 지겨워함... 그렇다고 중앙에서 딱히 뭘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국민의 당 양순필이 20%나 나온듯. 그리고 엄마 말에 따르면 양순필이 갑툭튀가 아니라 원래 지역에서 활동하고 인식도 좋은 지역 일꾼이라고 한다.


더민주는 꼭 이겨야 되는 중앙에서 필요한 지역구 꼬꼬마들 다른 데 보내지말고 광명으로 보내야 한다. 은수미 같은 사람들 광명 왔으면 다 당선이고, 지역구민들도 백재현, 이언주보다 은수미 같은 사람들을 원했을텐데 하여튼 아쉽게 됐다. 광명에도 전략 공천을 해라 이놈들아! 여기 젊은이들 많고 지역 활동(도시 텃밭, 청소년 운동, 도서관 등) 활발한 동네라 진보 정당도 태동하기 좋은 동넨데 왜 그냥 냅두냐고. 여기 좀 더 이용하라고.


- 종로


애들 밥 안 먹이겠다고 자리 뿌리치고 나간 5세 훈이가 착한 세균 정세균맨에게 응징을 당했다ㅋㅋㅋ

오세훈이 이번 기회로 대선 기어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가 만든 세빛 둥둥섬처럼 세훈이의 정치적 생명도 한강에 세훈 둥둥되어서^.^ 기쁜 마음 뿐이다.  


6. 20대 투표율 상승


이전 총선 대비 13%가 상승했대나ㅋㅋㅋ 20대 투표율 진짜 20대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인스타에 봄꽃 사진만큼이나 투표 인증샷이 넘쳐서 정말 보기 좋았다. 결과에는 다같이 카톡 불나게 환호했고!!! 나만 힘든 거 아니지? 나만 백수인 거 아니지? ㅠㅠㅠ 사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업까지 앞장 서서 20대 빨아먹는 데 혈안이 돼서, 전환형 인턴으로 희망 고문 시키면서 청춘 빼앗고, 공채는 제대로 진행하지도 않고, 이과 아니면 취업 시켜주지도 않으니 이렇게 된 건 당연한 귀결이다. 설연고 서성한 나와서 스펙 빵빵한데도 몇 년째 백수인 친구들이 실제로 한 둘이 아니다. 그리고 그 20대 백수들 이번에 다같이 투표함.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안한 애가 없었다.


딸 취업청탁한 윤후덕이가 당선된 건 20대 백수로서 너무나 빡치는 일이지만!!! (더민주 새끼들 윤후덕이를 공천하냐 개새끼덜아...ㅠㅠㅠ) 그래도 새누리 폭망해서 대부분 신나하는 중. 이제 청년수당 내놔라 이놈들아 ㅠㅠㅠ 수당 받아야 우리도 알바 시간 줄여서 학원도 다니고 기술도 배워서 취업하지... 그리고 20대들은 수고했음 우리 투표 더 잘하자 얘들아~~~(라기엔 다음 선거부턴 30대네 벌써...ㅎㅎㅎ)


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마침.



쓰다보니 아쉬운 점 위주로 쓰게 된 것 같은데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어쨌든 박근혜 책상 땅땅 칠 거 생각하면 기분 좋은 총선이었습니당. 정치 무관심층 코스프레하며 멘탈을 지키고 살았던 지난 4년 그녜치하...간만에 정치 무관심층 코스프레를 집어 던진 즐거운 하루였다.


끗.

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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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연인의 명절 크리스마스!



만날 수 있는(만나자는) 사람들은 있지만 이런 날 밖에 나가는 건 사람들에게 치여죽으려 환장하는 짓이라 생각하는 나는 오늘도 평소처럼 잉여롭게 집순이짓을 즐기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해리포터와 배달음식 아닌가요...? >.<


그렇게 평화롭게 족발을 시켜먹고 누워 폰으로 페이스북을 눈팅하던 도중 나는 컴퓨터를 켜서 글을 쓸 정도로 빡치는 글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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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여동생이 남자친구와 밤새 노는 걸 막겠다는 명분하에 별 이상한 말투로 여동생을 갈구는 오빠.

그냥 삐뚤어진 솔로가 커플인 동생한테 부리는 횡포였다면 "어이구 병신ㅋㅋㅋ"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저게 '남성'이 '여성'에게 할 수 있는 간섭이라는 지점에서 나는 짜증이 났고

그걸 내게 인식하게 하고 날 진짜 빡치게 한 건 이 글에 달린 댓글들이었다.









댓글도 댓글이지만 좋아요 수가 진짜 답없다...아무리 페북이라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21세기에 성인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걱정'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이렇게 당당하게 억압해야 한다는 놈들은 나랑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거 맞나? 말이 걱정이지. 그냥 성인 여성인 니 여동생을 성숙한 판단력을 가진 '성인'으로 보지 않고 무시하는 거잖아. 니 여동생이 밖에서 누구랑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섹스를 할지말지는 니 여동생이 정하는 거야. 니가 정하는 게 아니라.;;; 



저 생각의 바탕이 결국 여동생, 딸이 혼전에 남자랑 잤다고 돌로 쳐죽이는 무슬림들의 그것과 같다는 걸 왜 모르나 몰라. 


성인 여성의 주체성과 판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주 똑.같.은 인식인데.  



첫번째 글. 


남자는 남자가 더러운 놈이 얼마나 많으니까 걱정돼서 저런다고? 여자는 나쁜 여자 없니? 니네 맨날 여자 꽃뱀 많다고 꽃뱀 조심하라 하잖아. 그 논리대로라면 남동생도 꽃뱀한테 당할지 걱정되니 밖에서 여자친구랑 자고 다니는 거 일일이 감시하고 귀가시간 규제해야겠다? 근데 너넨 남동생은 감시 안하잖냐. 



두번째 저딴 글이 좋아요 1139개ㅋㅋㅋㅋㅋ



저글 쓴 사람은 지가 뭔 개소리를 하고 있는지 평생이 가도 모르고 지가 옳은 말 했다고 믿을텐데. 5살짜리도 원하는 게 있으면 연기한대매 연기해서 니 여동생 속이는 남친이 니 앞에선 연기 못하겠니? 니 여동생 사람보는 판단력은 못믿고 니 판단력만 믿음직해? 아주 여자를 자기가 누구랑 잘지 판단도 못할 모지랭이도 본다. 



그리고 저기 좋아요 누르고 내 여동생이라도 저랬다 하는 놈들의 대부분이 자기는 여동생을 지켜주고 여자를 지키고 보호하는 남자다운 존재! 이며 고로 괜찮은 남자라고 여기고 있을 걸 생각하면 정말 혐오가 든다. 그러면서 자기는 결혼 안 한 여자친구랑 잘만 자고 다니겠지. 니 여자친구도 누군가의 여동생이고 누나고 딸이란다. 그 니 여자친구 가족들한텐 너도 믿지 못할 늑대놈이고. 뭐 이거 오빠 없는 여자는 서러워서 살겠나. 



결론은, 여자도 자기가 자고 싶은 남자랑 자고 싶을 때 자고 싶은 곳에서 잘 수 있다는 거. 여자가 사랑없이 자건 말건 그 여자 맘이지 당신들이 간섭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 니 여동생이 혼전순결하길 원하면 여동생을 규제할 게 아니라 남자인 너부터 혼전순결하게 살 것! ^^ 



가족이란 이름으로 걱정이란 명분으로 다른 *성인* 가족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걸 당연히 알고 사는 이런 인간들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니 답답하다. 





간만의_정상인.jpg




여동생을 평생 책임지며 먹여살릴 거라도 성인의 사생활에 간섭하는 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꽤나 정상적인 댓글. 



제발 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길. 여자도 성욕구가 있고 성적 자기결정권과 판단력이 있는 주체적인 존재랍니다. 병신 같은 오빠들아. 







언론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권력 전반을 감시하고, 견제한다. 그러나 '언론 권력'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여겨질 정도로 언론의 힘이 큰 사회에서, 대체 언론은 누가 감시하는가. 원칙적으로는 독자 즉 국민이 감시해야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그러한 체계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원화되어갈수록, 혹은 경쟁이 심화되고 밥먹고 살기가 힘들어질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일 외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감시가 밥벌이인 언론이 사회 권력 전반을 감시하지만, 정작 언론은 감시받지 않고 있다.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하지 않는 언론의 직무유기나 불공정성, 혹은 언론계 내부의 모순은 제대로 감시받고 있는 걸까. 


기사로 종종 접할 수 있는 언론의 직무유기나 불공정성만큼이나, 거의 기사화 되지 않는 언론계 내부의 모순도 문제인 것 같다. 언론계 특유의 상명하복식 군대 문화나, 기자라는 사람들이 일반인도 잘 쓰지 않는 일본어를 업계의 전문 용어처럼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이나, 노동자를 착취하는 대기업을 비판하는 언론이 자기들 인턴은 최저시급은 커녕 교통비도 안되는 돈을 주면서 굴린다거나 하는 일들. 


사회에 대한 사명감도 없는 사람들이 그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언론인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나, 사명감을 가지고 언론계에 입성했던 이들이 업계의 모순에 물들어 가는 모습은 비극적이다.





 

 어제 오늘 SBS에서 하는 다큐멘터리 <최후의 권력-7인의 빅맨>을 봤다. 기획도 참신하고 재밌었다. 작년에 내가 스터디할 때 썼던 기획안 <여의도전>이 생각나긴 했지만.(언젠가는 정말 딱 저 제목으로 프로그램 하나 나올 것 같다.) 


 내 기획안과 포맷은 비슷한데 주제는 다른 방향으로 현실화되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친구가 어제 지금 SBS에서 하고 있는 다큐 니가 좋아할 것 같다고 연락이 왔었는데ㅋㅋㅋ그 시점에 난 이미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을 정도로! 워낙 기획부터 내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은 기획이 다가 아니라는 걸 생각해보면 연출도 꽤나 잘 된 것 같다. 기획의도 살리랴, 여야 정치인 불만 안 나오게 균형 맞추랴,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그렇잖아도 편집이 어려운데(요새 다큐 찍으며 뼈저리게 느끼는 중ㅠㅠ) 편집하는 제작진은 참 여러모로 골머리 썩혔을 것 같다.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우선 7인의 빅맨으로 4박5일동안 도전하는 정치인은 총 7명, 실제 정치지형에서의 비중을 고려해서 구성이 짜인 것 같았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박형준(MB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차명진(BBK방어수), 손수조 셋이 나왔고 민주당에서는 정봉주(BBK공격수), 정은혜(청년비례대표) 두 명, 그 외 안철수 진영의 금태섭(전 검사), 정의당 대표 천호선(노무현 정부 대변인출신) 이렇게 총 일곱명이 나왔다. 나야 정치적 성향으로는 정의당 쪽이고 정의당>민주당>안철수>>>새누리당 정도의 호감도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볼 땐 역시나 그런걸 배제하고 정치인 개개인에게 집중해서 보게 된다. 


 정치학을 오로지 관심만으로 복수전공하고 있는 과거의 정치덕후로서, 지역별로 바뀌면서 정치인들 얼굴이 계속 뜨는 총선 개표방송을 보면서는 저 정치인이 뭐한 사람이고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막힘없이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정치덕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프로그램에는 낯선 얼굴이 많았다. 박형준, 차명진 둘도 뭘 했던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낯설었고, 천호선도 이름은 익숙하지만 얼굴과 이름 매치는 잘 안 될 정도로 낯설었다. 손수조야 문재인의 상대후보로 전국민이 다 알테니 나도 당연히 알았고, 정은혜는 얼짱 비례대표로 몇 번 인터넷에서 언급된 걸 봤었다. 금태섭은 안철수 진영 들어가기 전부터 한겨레에 쇠고기 촛불집회 때 '당당히 수사받는 법'을 기고하던 검사로 처음 등장할 때부터 지금까지의 행보를 쭉 지켜봐와서 익숙했다. 정봉주도 한때 나꼼수를 열심히 들었었기에 가장 익숙했다.


방송을 본 후의 개별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는 많이 바뀐 것 같다. 보기 전에는 

정봉주>금태섭>천호선>>정은혜>>>손수조 

정도의 호감도를 가지고 있었다면(박형준, 차명진은 잘 모르지만 그 사람들이 한 일만 들었다면 아마 손수조보다도 맨 뒤 끝 어딘가에 있었을거다.) 방송을 본 후에는 호감도는 뭐 정은혜 빼곤 비슷비슷하게 좋아졌지만 


천호선>박형준>금태섭>손수조, 정봉주, 차명진>정은혜

정도로 괜찮은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첫번째 빅맨을 맡았던 금태섭은 정치초보인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나름 의욕이 있어보였다. 근데 선발대 두 명을 보내기로 했을 때 왜 본인이 안갔을까는 보면서도 굉장히 의문이었다. 그냥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땐 선발대 두 명이 가기로 협상을 했을 때 빅맨 본인이 선발대로 가야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 이건 차후에 정은혜가 빅맨을 맡은 걸 봤을 때도 똑같이 느껴지는 점이다. 물론 집에서 편안히 앉아서 갔어야지 하는 거랑 실제 그 때 상황은 달랐겠지만. 프로그램에 나온 목적은 아무래도 정치인으로서의 본인의 호감도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을텐데, 그런 목적을 기억했다면 당연히 선발대로 나서서 고생했어야 했다. 빅맨을 맡지 않았던 때까지 포함한 프로그램 전체적으로는 성격도 굉장히 좋아보이고 합리적이고 섬세해 보였지만, 조금 우유부단한 성격이 드러났던 것 같다. 금태섭이 치열한 현실 정치의 세계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금 모습으로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좀 더 독해져야할 것 같다.



 첫날 우유부단한 빅맨 금태섭의 반작용으로 둘째날 빅맨이 된 차명진. 전날 선발대로 가장 먼저 목적지에 도착한 저돌 적 사나이로 둘째날 투표로 빅맨이 된다. 차명진은 정봉주랑 묶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둘이 각 진영을 대표해 BBK 방어수와 저격수로 맞붙었던 게 정말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둘이 정치적 성향은 전혀 다르지만 인간적인 모습은 거의 데칼코마니 수준이다. 어딜가든 지도자 타입은 아닌 것 같고, 행동대장 느낌의 두 사람. 둘이 지도자 타입은 아닐 거라는 게 차명진이 빅맨으로서 권위를 전혀 갖지 못한 거나 정봉주가 스스로 빅맨의 자리를 포기한 것만 봐도 느껴진다. 굉장히 인간적이고 순진한 타입이다. 자기를 꾸밀 줄을 모르고 자신의 이득도 크게 계산할 줄 모른다. 좀 어린애 같다고 할까. 단순 무식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서는 순수하게 몸바칠 사람들이다. 첫 날 선발대 두 명이 떠나야할때 둘이 선발대가 된 건 전혀 우연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이득을 별로 계산하지 못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나서서 자신에게 유무형의 이득이 있을 때에만 나서는데, 이 사람들은 전혀 그런 계산을 못한다. 선발대로 고생은 다 해놓고 다음날 둘이 같이 전날 빅맨 금태섭을 호되게 까면서ㅠㅠ 첫날 묵묵히 선발대로서 희생만 하고, 말없이 있거나 금태섭을 옹호했으면 얻었을 좋은 이미지를 전혀 얻지 못함. ㅜㅜ 내가 다 안타까울 지경. 그래서 내 생각엔 방송 후에도 둘은 별로 이미지상 덕은 못봤을 거다. 하지만 서로 좋은 친구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암튼 사람들은 별로 좋게 보지 않았을 것 같지만 난 이런 타입의 사람들을 좋아한다. 나이 들수록 다들 계산만 많아져서, 이렇게 순진한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다. 



 세번째 날 빅맨이 된 정은혜는 손수조랑 처음 이틀간 꽤 친해졌는지 손수조를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앉히겠다고 하고 공동 운명체가 된다. 뭐 정치를 바라보는 대중의 입장으로 보면 손수조가 꽤나 비호감이지만, 그런 거 없이 20대 여자의 시선으로 보면 손수조는 둘이 있으면 친해지기 쉬울 것 같은 타입의 여자다. 좀 만만하기도 하고 성격도 무난해보이고. 그래서 정은혜랑 손수조가 같이 빅맨직을 수행하기로 한 건 별로 놀랍지가 않았다. 근데 정은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제일 이미지상으로는 얻은 게 없을 것 같다. 저런 애가 국회의원이라니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얼굴 반반한 것 빼고는 체력도, 지구력도, 지력도 없다. ㅠ_ㅠ 말을 어떻게 할까 고민되는 지점에서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아니 그 뒤에 그 할배들 냅두고 자기랑 수조 둘이 말타면 어쩌자는 거여. 아저씨들이 여자들 둘 말타라는 게 그냥하는 소린걸 몰라? 마치 빼빼로 안줘도 된다니까 진짜 안주는 남친같네. ㅠㅠ 아니 그 눈치로 정치를 어떻게...정은혜는 정치가 문제가 아니라 그 눈치로 사회생활이 문제다. 발 아프다는 박형준 할배랑 여자고 동생인 수조를 태우고 자기는 아저씨들이랑 걸어갔어야지 이 사람아. 정은혜가 말을 타는 순간부터 다음날 정은혜가 호되게 욕먹을 장면이 예상되었다. 근데 다음 날은 욕먹었다고 울기까지함.ㅜㅜ 전날은 숙소 바닥 삐그덕대는 게 무서웠대. ㅠㅠ 바닥이 낭떨어지도 아니고 똥밭인 게 뭐가 그리 무서운겨...민주당은 대체 무슨 정신으로 얘를 청년 비례대표로 뽑은 걸까. 요즘의 패기없고 능력없는 평범한 청년의 표상이라서...? 정은혜는 알바나 한 번 해봤나 모르겠다...한숨나옴.



 정은혜와 같은 기준에서 보면 손수조는 이 프로그램으로 이미지에 꽤나 이득을 볼 것 같다. 묵묵히 체력도 좋고 군소리도 없고 인터뷰에선 무서운 할배들의 쓴소리로부터 연약한 정은혜 편을 들어주기도 하고. 새누리당이 젊은이에게 바라는 모습의 표상이라고 할까. 기성세대가 딱 좋아할만한 젊은이 캐릭터다. 손수조는 이준석이처럼 학벌이 되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새누리당의 지금 그 자리에 어떻게 갈 수 있었는지 프로그램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애가 좀 정치적으로 방향 잘못잡고 멍청해서 그렇지 나쁜 애는 아니여~ 이런 느낌? 정은혜 공주님과 비교돼서 프로그램에서는 더 좋아보였다. 물론 정치적 배경을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봤을 때 이야기다. 물론 여태까지의 정치적 행보가 너무 에러여서 잊혀지기 힘들다는 게 함정이지만. ㅜㅜ 이준석도 볼 수록 뭐 괜찮아보이던데 손수조도 괜찮네. 새누리당은 졸라 싫지만 민주당보다는 확실히 머리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은 청년 비례대표를 대체 무슨 기준으로 뽑은 거지...박근혜 대항마로 정은혜를 뽑은 건가...새누리당보다 훨씬 좋은 청년인재풀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 없으면 우리학교 김윤영이라도 꼬셔보지. 등록금 투쟁에 삭발하던 윤영이가 이 프로그램에 갔으면 정은혜보다는 백배쯤 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넷째날 빅맨이 된 박형준은 MB의 정무수석비서관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별 사고도 안치고 무난했다. 정은혜가 장애물 건너기를 잘 못할 때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 것도 그냥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알아서 살아오라는 새누리당식 상식적 리더십인듯 했다. 이렇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 어떻게 이명박 비서관을 했지 싶었다. 이명박처럼 단순, 무식, 한국의 조지 부시스러운 인간의 비서관을 어떻게 했을까. 비서관 할 때 이명박이 박형준을 엄청 의지했을 것 같다. 아니면 이명박이 그냥 이명박식대로 했다면 박형준이 엄청 답답해서 가족들한테 이명박 욕 겁나 했을 것 같다. ㅋㅋㅋ 그냥 이건 내 상상. 뭐 그냥 동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아저씨 같았다. 평소엔 딱히 정치적 성향도 드러내지 않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나한테 먼저 인사도 잘해주고 안부도 잘 묻지만 알고보면 새누리당 지지하는 중산층 옆집 아저씨 느낌.

음 난 그런 아저씨들 안 싫더라. ㅋㅋ



(아직 2화가 유투브에 안올라와서 단독샷을 찾기 힘든...첫날부터 냉면을 먹고 싶은 천호선 아저씨)


 마지막날 빅맨인 천호선은 적당히 계산적이고, 적당히 행동할 줄 아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눈치도 빠른 똑똑한 사람 같아 보였다. 나랑 친해지긴 어려울 것 같은 타입의 사람이지만(내가 친해질 수 있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은 차명진, 정봉주 느낌ㅋㅋㅋ) 리더로서는 적합할 것 같은 사람. 마지막까지 리더의 책임을 다 하려고 하는 모습이 좋아보였고, 조용조용 집단 속에서 크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다가도 필요할 땐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정치인다웠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점에서는 박형준과 비슷해보였는데, 관료같은 느낌의 박형준보다는 현실정치에 가까운 사람 같아 보였다. 필요할 땐 행동할 줄 아는 리더십. 물론 다른 사람들이 빅맨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을 마지막 날 빅맨을 할 때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리했겠지만, 빅맨이 아니었을 때 모습도 조직에 잘 적응하고 묵묵히 할 일을 잘하는 성실한 이미지였다. 

 

 보고나서 사람들 감상을 보고 싶었는데 찾기도 힘들고, 트위터로 찾아보니까 그냥 정치적 성향에 따른 뻔한 감상들만 있길래 내가 써보았다. 오랜만에 굉장히 재미있고 참신한 다큐멘터리였다. 역시 정치인들은 보통의 성인보다 자신의 욕망을 좀 더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래서인지 캐릭터들이 재미있는 것 같다. 정치인 캐릭터는 앞으로도 방송에서 무궁무진하게 쓰일듯. 내 <여의도전>도 머지않아 누군가에 의해 현실화될 것 같다. 그 누구가 나였으면 좋겠네. 


 출연진 캐스팅도 꽤나 잘 된 것 같은데, 일부러 여-야 별로 비슷한 캐릭터들을 둘씩 짝지어 꾸린 것 같긴 하지만 그 형태보다 좀 더 다양한 캐릭터의 정치인들로 7인 7색의 팀을 꾸렸으면 또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자에 청년인 손수조-정은혜가 여성 정치인 대표처럼 나온 것도 뭔가 아쉽고. 내가 캐스팅을 했다면 프로그램에 나온 정치인들 외에는 나경원, 전여옥, 진선미, 임수경, 김진태, 이준석, 김용갑, 홍준표, 우윤근, 송호창 이정도 중에 몇명을 추리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이번 방송에서는 여성 정치인쪽 캐스팅이 좀 아쉬워서 임수경이랑 전여옥, 나경원이 나왔더라면 재미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지난 번 조국이랑 원희룡이 나왔던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어쩌고 하던 다큐멘터리도 그렇고 SBS도 이제 슬슬 종편처럼 정치를 순수 보도 외의 영역으로 뽑기 시작하는 것 같다. 지금까진 그런 시도가 꽤나 성공적인 것 같고. 이런 흐름이 예능쪽으로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일듯. 암튼 그런 덕에 보기만 하면 우울해지는 뉴스를 잘 보지 않는 정치덕후는 뉴스를 보지 않아도 볼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신이 난다. 간만에 프로그램을 보는 시간과 비슷하게 걸려 새벽까지 장문의 감상을 쓸 정도로!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다. :)  

 

 

  


시국선언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학교 게시판을 보면서 2013년 들어서 처음으로 내가 서울대 연고대 못 간 사실에 빡침을 느꼈다. 수리 나형 6번 마킹 딱 하나만 제대로 했었어도 이런 병신들이랑 같이 학교를 다니는 일은 없었을 텐데. 대선 기간 선배들이 주도한 박근혜 당선을 반대하는 서강인 선언 덕분에 서강부심을 느꼈었는데, 그런 것 따위 무색하게 만들 만큼 역시 사랑충들한테는 날 빡치게 하는 힘이 있다. 


병신들아 확실히 판결나고나서 시국선언을 하면 뭔 소용이 있냐. 판결 제대로 하고 수사 제대로 하라고 압박용으로 시국선언하는 건데.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이 시국선언 깜이 안된다면 뭐 이승만 정도는 해야 시국선언할 수 있다는 건가. 역시 사랑방은 안 들어가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다들 나같은 생각으로 안 들어가서 사랑방이 저 지경이 된 걸 수도 있지만. 

 





민주당 공식 광고인 줄 알았는데, 한 청년이 만들어 올린 동영상이랜다.

내용도 퀄리티도, 개인이 만들었다기엔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이번 대선 들어 정혜신의 찬조연설 다음으로 두번째로 날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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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3. 20

지난 대선에 내가 이렇게 글 썼는데

이번 대선에선 탈문베했음^^^!!!

내가 저딴 개소리 거짓부렁보고 감동해서 울다니ㅋㅋㅋㅋㅋㅋㅋㅋ

로또로 공공기관 경쟁률 1:1로 취업하는 문재인 아드님~~~ 와우 운도 좋으시다 진짜!!!>.<!!! 

남들한텐 안보이는 연구직 초빙공고 속 일반직 공고도 발견하시고!!! 귀걸이 하고 티셔츠 입은 사진 붙여도 떡떡 합격하시궁!!!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재인아 거짓말은 입에 침이나 바르고 해라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