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넷플릭스에 테라스 하우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일본 후지티비랑 넷플릭스가 합작해서 만든 프로그램인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젊은 남자 3명과 여자 3명이 한 집에 살면서 사랑도 꽃 피우고 우정도 쌓고 뭐 그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좀 세련된 버전의 SBS 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에 어디서 짧은 소개글만 보고 재밌겠네 재밌겠네 하다가 드디어 봤다.


우선 이건 한국 넷플릭스엔 없다. 

심의문제 때문이라함ㅠㅠ

근데 한국 넷플 초기엔 서비스되다가 중간에 무슨 문제로 서비스가 중단된 거라서

한국어 자막은 다 있다.

난 이걸 보고 싶어서 vpn 깔고 온갖 쌩쑈를 하다가 vpn이 자꾸 끊겨서 포기하려던 찰나

스마트 dns 라는 걸 알게 돼서 그걸로 일본 넷플릭스에 접속해서 봤다.


테라스 하우스는 

남3 여3이 나오는데 그냥 계속 그 집에 산다고 한다. 자기 생활 다하면서.

솔직히 얼마나 사실인진 모르겠다. 인터넷 찾아보니까 촬영 때만 그 집에서 사는 것처럼 한단 말도 있고.

왜냐면 이게 카메라 구도가 한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cctv구도가 아니라 거의 드라마 수준이라

대본이 아예 없단 건 솔직히 말이 안된다. 트루먼쇼도 아니고 모든 일상을 어케 그렇게 드라마처럼 찍어ㅋㅋㅋ 

출연자가 스탭들한테 오늘 누구누구상이랑 데이트할거에영 촬영하러 오세요 알려줘야 하냐고...


하여튼 대본 없다고 매회 시작마다 말하는데 개뻥 같다. 

뭐 넷플릭스 전에 후지티비에서 시즌이 몇 개 방영됐었는데 그때는 공개적으로 밝혀진 문제도 많았다고 한다.

누구한테 고백하면 추가수당 얼마 누구랑 키스하면 얼마 뭐 이렇게 출연자랑 딜했다고도 하고 뭐 제작자가 출연자 성추행도 했다하고;;;


아무튼 어떤 방식으로든 짜여진 대본이 있겠지만 

대본이 또 촘촘히 짜여져 있다기엔 다들 카메라를 의식 안하고 엄청 자연스럽다.

나한테 외국인들이라 잘 안보이는 걸까? 한국 리얼리티 프로 보다 보면 카메라 의식하는 어색한 사람들 때매 흥 깨지는 게 한두번이 아닌데

이건 40회 넘게 여러 일반인들 보면서도 카메라 의식하거나 어색한 사람을 한 번도 못봤다. 여자들도 집이니까 다 진짜 쌩얼로 나오고. ㅋㅋㅋ

그래서 대본 없다구 진짜 믿고 몰입해서 보면 재밌다.


6명 출연자는 고정은 아니고

중간중간 나가고 싶은 사람들이 나 나갈래 하면 그때 그때 충원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괜찮았던 사람은 출연자 중 유일하게 여친이 있었던 한다 유토지만

제일 재미있었던 건 처음 6명이었다. 병신들이 많았어서 그런가. 보는 재미가 있었음.


보다보면 리얼리티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무난하고 흠없는 사람이 없단 거다ㅋㅋㅋ


이건 당연한 거지만 이게 짜고 하는 거면 시청률이나 팬덤을 위해서라도 호감이기만 한 사람도 가끔은 있어야 할텐데

이 프로 사람들은 다 흠이 있다... 현실 사람들 같다.

출연자 누구에게든 호감을 가지면 

그 다음 회에 곧바로 반전을 느낄 수 있다... 어휴 저 병신 싶은...ㅋㅋㅋㅋㅋㅋㅋ


되게 평범한 사람들이 연애할 땐 븅신되는 걸 매우 잘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 데이트 제안 한 번 받아들이는 거 보고 질투심에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남자도 있고.

처음엔 되게 이쁘게 여신으로 등장했는데 남자한테 너무 어색하게 무매력으로 굴어서 차이고 무시 당하게 되는 여자도 나온다. ㅠㅠㅠ 

그래서인지 이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역시 사람은 얼굴보다 행동이라고 느끼게 된다.

아무리 잘생긴 사람도 계속 찌질하게 굴면 못생겨 보이고 그냥저냥 평범하게 생긴 사람도 괜찮게 행동하면 잘생겨 보인다.

사람들 성격은 다 주위에 있을 법해서 몰입이 잘 된다.

호박씨 까는 타입의 여자도 있고, 솔직하고 성격 직선적인 여자도 있고, 마냥 사람 좋게 착한 찌질남도 있고...

그래서 사실 누구랑 누구랑 사귈까 커플될까 꽁냥꽁냥할까 하는 재미보다도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람들 성격 보느라 보게 된다. 


아 스튜디오 패널들도 있다. 영상 보고나서 그거 관해서 수다 떨고 뭐 그런 역할임.

특이하게 메인 mc 둘이 여자인데, YOU라는 배우 겸 가수 아주머니랑 토린도루라고 어리고 이쁜 혼혈 아가씨다. 둘 다 귀엽고 매력있다.

그리고 남자 패널들이 웃긴데. 잘생긴 아저씨 한 명이랑 야마사토란 아저씨가 나온다.

야마사토 아저씨가 짱좋다ㅋㅋㅋㅋㅋㅋㅋ약간 우리나라 김구라+박명수 느낌인데 화면 보고 막 자기 느낌대로 아무 소리나 주절거리다가 YOU한테 혼나면 바로 쭈굴거리는 캐릭이다. 


그리고 이게 내가 처음 보는 일본 예능이라 잘 모르겠는데 원래 일본 예능은 이렇게 수위가 쎈건지ㅋㅋㅋ

프로그램 안에서 커플된 여자한테 여자 언니가 너 남친이랑 잤냐 안잤냐도 물어보고ㅋㅋㅋ 여자는 잤단 식으로 대답하고... 여자 21살? 22살? 모델인데...

커플된 애들은 한 방을 쓰질 않나...한국 예능 시청자로서는 낯선 부분이 좀 있었다. 근데 뭐 자연스러움.


아 스튜디오 패널들 토크 수위도 높다. 우결 박미선 역할인데 토크 수준은 트위터나 디씨 수준임ㅋㅋㅋ

방송 끝나고 트위터에서 시청자들이 떠들 거 같은 얘기들을 패널들이 직접 한다. 

저 출연자 찌질하게 왜 저러죠, (여자 출연자) 너무 귀여운 척 하네요, (직업 없는 남자 출연자) 너무 한심하지 않나요?

뭐 이런 얘기 다한다ㅋㅋㅋ 

그래서 속시원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렇지만 한편으론 출연자들이 진짜 일반인들이면 상처 받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한국에서 저렇게 하면 너무 말 심하다고 성희롱 아니냐고 뭐 그러면서 인터넷에 맨날 패널들 지적하는 글 올라오고 패널들 해명글 사과글 쓰고 방송에서 사과하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 같다. ㅎㅎㅎ 하지만 여기선 너무 자연스럽고 스무스하게 넘어가서 별로 거슬리지 않음. ㅋㅋㅋ


아 이거 보다가 일본 사람들 꿈(future)얘기 하는 거 진짜 좋아하고 그런 면에선 서로 오지랖도 잘 떠는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드 얘기할 때 사람들이 희화화하는 대표적인 클리셰가 

여자 주인공이 혼자 거울보면서 "난 할 수 있어! 간바레!" 이러는 거랑, 모든 이야기가 기-승-전-교훈적 결말인 거. 이 두 갠데.

일본 사람들이 진짜 그런가? 싶었달까. 

이 프로 보면 막 다들 맨날 상대방한테 꿈 물어보고 "사람은 마음을 다해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해!" "꿈을 이뤄야해!"

이 지럴함. 오글오글. 저러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님. 

막 남의 꿈 듣고 평가하기도 하고 조언하기도 하고 간바레하기도 하고 오지랖도 잘 떤다. 줠라 숨막힘. 얘네 왜이래? 싶었음.

일본 사람들 개인주의적이라 하던데 한국 젊은이들이 더 개인주의적인건가 싶어졌다. 

한국에서 또래끼리 저렇게 남 꿈이나 미래 계획에 오지랖 떨었다간 면전에서 싸움 날텐데.


진짜 잘 만들긴 잘 만든 예능이다

영상미+세련된 음악도 한국 예능에서 못보던 거라 맘에 든다. 일본 청춘 영화의 간질간질한 감성이 느껴지는 장면도 간혹 있다.

스탭들 얼마나 머리 굴렸을까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디테일한 제작 현장이 궁금해지는 예능이었다. 이런 거 어떻게 만들지 싶은.

우리나라에서 나왔던 온스타일의 셰어 하우스랑 SBS의 룸메이트, MBC 설날 파일럿 발칙한 동거가 다 이 프로그램이 모티브 같은데 이 프로그램 발톱의 때만큼도 못 따라간 것 같아서 안타깝다. 물론 그만큼 이 프로그램이 잘 만들었단 소리겠지만.

한국 동거 프로그램들은 짧은 촬영 기간에 최대한 많은 방송 분량 뽑아내려고 부자연스러운 소재를 너무 억지로 만드는데 이건 안 그러함.ㅋㅋㅋ


오히려 짝 제작진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면 비슷하게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 짝 특유의 짜치는 옷, 애정촌 풍경 이런 거 고급화하고 드라마 작가 섭외해서 약간의 대본을 가미해서 연출하면 한국 버전으로도 비슷하게 괜찮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음. 이거 한국 버전으로 나와도 진짜 재밌을 거 같은데. ㅋㅋㅋ


아무튼 간만의 꿀잼 예능이었따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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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는 사람치고 괜찮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너무 통념을 배반하는 도전적인 얘긴가?

한 스무살까지는 나도 책을 꽤 읽었다. 사회과학책, 소설책, 만화책, 시사 잡지, 문화 잡지... 활자 중독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이 읽었다.

특히 중학교 외고입시~삼수할 때까지 책을 많이 읽었다. 

맨날 공부해야 하고 다른 건 죄책감 들어서 자유롭게 못하니까 책 읽는 게 제일 재밌었음.



근데 대학에 와서 스마트폰이 생기니까 책을 읽을 이유가 없었다. 세상엔 책 말고도 재밌는 게 너무 많았거든.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예능 프로도 챙겨 보고, 팟캐스트도 듣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람들이 올린 글도 챙겨 읽고.

사람들 만나 술도 퍼마시고. 뭐 그러느라 점점 책에서 멀어졌다.

예전엔 만화책도 엄청 봤는데, 스마트폰이 생긴 후로는 웹툰을 보게 됐다.

수업에 필요한 책만 읽었다. 읽고 싶어 산 책도 끝가지 다 못읽기 일쑤였다.



한 스물 대여섯 때까지는 내가 책을 더이상 읽지 않는다는 사실에 부채감을 느꼈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명제를 부정하기 어려웠다.

책 한 권 안 읽고 영화만 본다는 친구에게 어떻게 집에 책이 한 권도 없냐는 훈계질을 한 것도 기억난다. ㅋㅋㅋ

책 읽어야 하는데 하면서도 안 읽고...뭔가 이렇게 점점 멍청해지는건가 나의 지성이 퇴화되는 건가ㅋㅋㅋ 하는 걱정을 했다.



어느날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있는 집단에 들어가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즐겨 읽었고, 그중엔 다독가도 여럿 있었다.

그곳에서 내가 본 다독가들은 자신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근데 우연찮게도 내가 그 집단에서 본 (수십 명 중) 제일 병신들이 바로 그 다독가들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세 명이 기억나는데, 남자 한 명 여자 두 명이었다.

셋 다 자신이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며 열심히 학교 도서관이나 서점을 들락거렸다.

그런 셋의 공통점이 있었다. 셋 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과는 대화가 불가능했다.



남자는 술자리에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남자애와 대화를 하다 빡쳐서 남자애를 때려버렸다.

PC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는데, 마초적인 의견을 가진 남자애랑 토론하다 빡쳐서... 그 남자애를 때려벌임...ㅎㅎㅎ

책을 엄청 많이 읽었다면서 맨날 어려운 말을 썼는데, 그 사람이 쓴 글은 현학적이기만 하고 뭔소린지 당췌 알아들을 수가 없는 글이었다. 자폐적인 글이라고 해야하나. 허지웅스러운 글이라고 해야하나. 허지웅은 가끔 읽을만한 글을 쓰니까 허지웅한테 실례일듯. 임근준스러운 글이라고 해야겠다.

사람들이 그 점을 지적하니까 엄청 부들부들하며 다신 글을 써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로도 그가 작문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또르르...)

과도하게 PC함을 추구했지만, 실제 생활은 개꼰대였다.

나는 그 남성의 술자리 싸움 얘기를 전해듣고 "그 사람 듀게(듀나 게시판)할듯"이라고 말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진짜 듀게하는 사람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듀게에 어떤 애 욕을 상세하게 썼다가 발견됨.

다른 커뮤니티에는 자기 글을 비평한 사람들을 통으로 까는 글을 올렸다.

내가 이렇게 너네보다 책 훨씬 많이 읽고! 도서관에서 몇 년을 보내고! 이렇게 똑똑한데! 책도 안 읽는 니네가 뭘 알아?

하는 울분이 가득찬 글이었다.

좀 안쓰러웠는데...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사회성을 잃은 것 같았다.

아니 사회성이 없어서 책에 빠져든건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진 잘 모르겠으나...그 남자는 책을 끊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1, 2는 자기들끼리 친했는데. 둘 다 자신과 다른 의견은 한 톨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도무지 대화가 안되는 사람들이었다.

일베하는 사람이랑은 말도 섞으면 안된다면서 지나치게 열내는 사람들이었다. 

근데 이 사람들은 정도가 지나쳐서 일베뿐 아니라 자신과 의견이 다른 모든 사안에 열을 냈다.

그냥 의견이 다를 때만 그러면 괜찮은데, 평소에도 훈계충 도덕충이어서 너무 피곤했음.

언제나 나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훈계를 해댔다. 오로지 자기 방식만 맞다고 주장했다. 자기 기준이 절대화됨.

난 내 도덕적 기준에 맞춰 살 뿐인데 그게 틀렸다며 훈계질. 근데 지네가 또 제대로 살고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두 분 다 책을 참 많이 읽고 그걸 참 많이 과시했더랬지...



셋의 공통점은 언제나 자기 생각만 맞다고 생각하고, 남한테 그걸 강요하려 하는 훈계충이란 거였다.

이 사람들이 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로는 

"난 예능 프로 같은 거 안봐." "난 솔직히 현대 미술은 예술 아니라고 생각해. 수십년 동안 땀과 노력을 들여야 예술가인데 현대 미술가는 아니잖아."  

등이 있음. 한없이 편협했다. 

마치 클래식 외의 대중 음악은 음악이 아니라고 무시하는 편협한 클래식 덕후나, 락 외엔 다 저질 상업주의 음악이라고 무시하는 락덕후처럼. 

보통은 중2가 지나 중3이 되면 어떤 장르건 좋은 노래는 좋다는 걸 알게 되던데.

저 사람들은 여전히 클래식만 락만 음악이라고 여겼다.



저 사람들을 관찰하며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데도 왜 저렇게 편협할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저렇게 된 게 아닐까 싶었다.



왜 책 많이 읽고 저렇게 됐을까 생각해봤는데.


1. 책은 요즘 세대의 주류 미디어가 아님. 이 세대의 주류 언어는 이미 활자가 아니라 영상이다. (보기에 따라 과도기일지도)

아기들은 말을 떼기 전부터 뽀로로 동영상을 본다. 이 시대 최고의 천재들은 문학이 아닌 영화판이나 유투브에 있다.

이 세대 사람들의 주류 언어를 받아들이지 않고(난 예능 같은 거 안봐! 현대 미술이 예술이야?) 
여전히 과거의 언어에만(책) 집착하는 것은 그 사람을 타인들로부터 고립시킨다.


2. 사회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데,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배워옴.

물론 이것은 우리가 어릴 땐 활자 언어가 사회의 주류 언어였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에는 이 통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함.

10대 내내 온갖 책을 읽은 아이와 온갖 영화를 본 아이 중 책을 읽은 아이가 꼭 우월할까? 아니라고 본다.


무튼 우리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배워왔기에,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에 대해 부채감이 있다.

반대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에게는 대다수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이 있음.

이 우월감이 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만 옳다는 편협함을 부추긴다.


3. 책은 일방향적 미디어다.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 글은 댓글로 글쓴이랑 토론할 수 있지만, 책은 그게 불가능.

고로 나와 생각이 같은 책만 읽게됨. 나와 생각이 다른 책까지 골고루 읽을 수 있다면 책을 많이 읽는 게 유익할 거라 생각하는데, 보통은 나와 생각이 다른 책은 읽지 않음. 나와 같은 의견만 내내 보니 확증 편향이 강해진다.


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청소년기에 책을 많이 읽는 것과 성인이 되어 책을 많이 읽는 건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의견이 고정되지 않은 청소년기에는 자신이 원래 가진 생각과 다른 책도 큰 거부감 없이 읽고,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다. 

때문에 청소년기까지는 책을 골고루 많이 읽는 게 좋다.


근데 자신의 의견이 고정된 성인 이후에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책은 거의 읽지 않게 된다. 생각이 다른 책을 읽으면서도 오로지 반박만 하며 읽을 뿐, 설득되지 않는다. 책을 그런 식으로 꾸준히 읽느니 안 읽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지만 맞다고 생각하는 편협한 인간이 되기 십상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성인이 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는 건 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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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지 작가가 좋다

처음엔 '짱구는 못말려'와 비슷한 그림체가 마음에 들어서 봤는데

섬세하면도 담담한 캐릭터 묘사, 

어딘가 비일상적이면서도 일상 같은 설정과 스토리들이 무척 맘에 들어서 팬이 되었다

<우리는 시간 문제> 추천글도 썼었는데.

춤추는 도련님도 재밌다.  

​우는 용주. 그림이 맘에 든다.

​용주씨 나랑 동문이었어!!! 

이불킥하는 도련님. 팔 꼬이는 게 너무나 귀엽.​

용주씨 나랑 같은 서강대나온 백수였어!!!

(뜨끔)

흔한 온갖 방송국 면접 탈락자의 공감짤.jpg

왜 불편하거나 화나냐면 날 떨어뜨린 인간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이라서ㅋㅋㅋㅋㅋ

가끔 아는 애들이 막내 피디라고 티비에 나와서ㅋㅋㅋㅋㅋ

​크리스마스 대비짤이었는데 이짤은 써보지도 않고 속세를 떠났더랬지. 



여러분이 지금 보고 계신 이 블로그의 이름은 <서울의 밤> 입니다. (since 2010) ​

​이거 역시 새해짤로 쟁여놨으나 써보지도 못하고 속세를 떠남222 

왠지 맘에 들어서 휴대폰 배경화면용으로 만들어서 쓰고있는 그림. (아이폰6)


용주 벨소리가 조월의 어느새길래 반가워서 캡춰했음



이것 역시 배경화면으로 만들어 쓰고있음.


하양지 작가 만화 넘죠탕.

많이많이 그려주셨으면 좋겠당.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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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간 쌓아온 정을 떨어지게 한 건 단 한 마디였다


날 좋아하는 남자가 싫었다
내가 매달리게 되는 남자가 좋았다
내 팔자 내가 꼰다고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이었다
지나도 잊혀지지 않았다


편하기 때문에 함께한다면, 편하지 않게 될 때 헤어지겠지


흔한 솔로의 정신승리.jpg
근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커플일 때 지금보다 딱히 더 행복했던 것도 아니고


남자는 남자로ㅋㅋㅋ
이건 예전에 저장해둔 짤인데 이 짤을 저장할 때만 해도 공감갔나보다. 지금은 아무도 없다.


여자들 공감짤...이짤 필요한 애들이 몇 있어서 보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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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혜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부터 거의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지켜보았다. 커뮤니티에서 소식을 듣고 트위터에 가서 관련 소식을 훑어보았다. 처음 자신이 피해자라 주장하는 A가 쓴 글, 지금은 삭제되었지만 이자혜 작가가 바로 올렸던 장문의 반박글,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이익이 쓴 글, 방금 전 이자혜 작가가 다시 정리해서 올린 글 모두. 그리고 이에 관한 트위터리안들의 이런 저런 관련 트윗까지 대부분 읽어보았다. 결론적으로 이자혜 작가가 지금 자신이 잘못한 것 이상으로 부당한 비난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트위터리안들의 도가 지나친 일방적 공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렇게 옹호글을 쓴다.

이자혜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잘못한 것도, 사람들이 보기에 한심한 일을 저지른 것도 맞다. 하지만 모든 밥줄이 끊겨야 할 정도로 범죄에 준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생각한다. 강간 모의? 강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말도 안되는 소리다. 부당하다. 이자혜는 질투에 눈이 멀어 찌질한 짓을 저질렀을뿐.

이자혜의 잘못을 이야기하기 위해 가해자로 지목된 이익과 자신을 피해자라 주장하는 A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1.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와 성인 간의 합의된 성관계는 불법이 아니다.

이 사건을 관망하며 미성년자와 성인 간의 성관계는 무조건 불법이라 잘못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국내법상,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와 성인 간의 '합의된' 성관계는 불법이 아니다. 물론 성매매는 불법이므로 금전이 오고 가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만 13세를 만 16세로 상향 조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긴한데, 현재로서는 만 13세 이상이다.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와 성인간의 합의된 성관계는 합법이다. 때문에 사건 당시 19세(만 17~18세)였던 A와 가해자로 지목된 성인 이익 간의 관계가 상호 동의하에 이루어졌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A는 당시 본인이 관계를 갖는 데 합의하지 않았다 주장하지만 이는 A의 주장이다. 이익은 이에 대해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증거와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두 당사자의 진술이 엇갈리므로 이는 법정에서 다투어야 할 문제다. 


2. 이익이 비난 받을 지점

법정에서 사건이 어떻게 결론나든간에, 이익이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지점이 있는 것은 맞다. 성관계 과정에서의 비매너 행위(강간 외에. 구체적 이야기는 생략.), 지속적인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 등의 행위는 일반적으로 비도덕적으로 여겨지는 행위이고, 당사자인 이익도 이러한 행위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으니 사실인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도덕적으로 당사자 간에 욕할만한 일이지, 법적 혹은 사회적으로 단죄할 수 있는 종류의 행위는 아니다.


3. 이자혜가 한 짓이 강간 모의? 강간 권유? 강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말도 안되는 얘기다.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다. 이건 A 스스로의 글로 반박이 가능하다. A 본인조차 사건 당시엔 자신이 당한 행위가 '강간'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가 '강간'임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제3자인 이자혜가 강간이라고 인지할 방법은 없다. A는 이자혜에게 "(이익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 무섭다" 고 말했지만 이자혜가 이를 무시하고 화내고 비꼬기만 했다고 하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 무섭다"는 이야기를 제3자가 강간이라고 예민하게 인지할 방법은 없다. 

A도 당시엔 자기가 당했단 게 강간인지 몰랐다는데 제3자인 이자혜가 당시에 그게 강간인지 어떻게 알며 방조했단건지? 양쪽한테 위악적으로 "니네 섹스해라" 라고 메시지를 보낸 게 강간 모의? 그게 강간 모의면 A에게도 이익이랑 섹스하라고 보냈으니, A랑은 이익 강간모의를 한건가? A가 그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이라 무서웠다는 한마디한 걸 가지고 어떻게 이자혜가 그들 간의 관계를 강간이라고 인식하고 A를 돕지? A 본인도 인식 못한 강간을 제3자가 인식했어야 한다는 건 억지라고 생각한다.


4. 이자혜의 잘못

물론 이자혜도 잘못은 했지. 열폭하고 피해자가 지가 좋아하는 남자랑 잤다고 공개적으로 욕질한 것. 근데 그게 어째서 피해자 강간 모의가 되고 강간 피해자 2차 가해라는 차원이 다른 범죄로 침소봉대되는거지? 강간 사실도 인지를 못했는데? 이자혜는 자신이 질투한 대상에 대한 분노를 도가 지나치는 언어와 표현 방식으로 표출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지, 강간 모의나 강간 피해자 2차 가해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 둘 다 아직 강간 사실이 증명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실제 강간 행위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를 인지 못한 이자혜가 저지른 행위를 강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부를 수는 없다. 


5. 무엇보다 빡치는 레진 & 유어마인드 

결정적으로 레진이랑 유어마인드는 히틀러 책도 출간되는 시대에 이자혜가 큰 잘못을 했다 쳐도 지네가 무슨 권리로 내가 산 걔 작품을 멋대로 다 내리고 환불하는지 이해가 안감. 내리고 싶으면 법적으로 출판, 게재 금지 가처분 신청 받고 내리든가. (신청은 이자혜 작품이 나돌아다니는 걸 보면 고통받는다는 A씨가 해야겠지.) 아무 약관이나 법적 근거 없는 걸 그저 인간들이 몰려가서 내려라 내려라 한다고 내려버리는 회사는 작가의 표현의 자유나 독자의 읽을 권리에 대해 생각이나 하는 건지 모르겠다. 




1. 기안84

기안84가 좋다

예전에 패션왕을 봤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늑대인간까지가 한계였다 

복학왕을 봤다

우바마까지 보고 포기했다

무한도전에 나온 기안84는 만화를 보며 상상한 것과 너무 다른 사람이라 놀랐다

만화보다 인간이 더 매력적이다


일단 어디에서든 자연스럽다

나혼자산다 같은 리얼리티에서는 최고의 출연자다

주변 의식을 안하고, 뭐든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자신을 그냥 한 마리의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의식이라곤 0인, 자의식 무의 상태

그래서 같이 방송에 나오는 박태준과의 케미가 웃기다

박태준이 자의식 과잉 환자라면 기안84는 자의식 부족 환자다

가끔 박태준이 기안84를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는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떻게 저런 인간이 있지 하는)

극과 극이라 잘 어울린다


그러면서 또 유리멘탈인게 너무 티나는데

유리멘탈이라 그런지 주변인들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것 같다 (박태준이나 이말년이나 네이버 담당자나)

하지만 매력있고 자연스러운 인간이라 사람들도 받아주게 되는...그런 인간인듯

그래서 나의 모성애병을 충족시켜준다...네이버에서 사는 거 보고 끌렸다

근데 또 악플 십만개 달려도 군소리 없이 잘살고 자기 앞가림 잘하고 사는 거 보면 약한 멘탈도 잘 다듬고 잘 살아가는듯 하고

아무튼 기안84는 간만에 발견한 매력남이다

사귀고 싶은 매력남말고 친구하고 싶은 매력남

친구돼서 나한테 의존하게 만들고 싶다



2. 원티드

SBS 드라마 원티드를 챙겨본다

원래 운빨로맨스를 보고 있었는데

친구의 추천으로 다시보기로 보다 중간부턴 원티드로 본방을 갈아탔다

원티드는 배우 류준열과 제수호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뛰어나지만, 줄거리가 아쉬웠다면

이 드라마는 배우는 다 그저 그런데 작가가 캐리하는 드라마다

매 회 새로운 사건이 터지고, 숨겨진 단서가 드러난다.

등장인물도 많고 사건도 많아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런만큼 집중해서 보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가끔 몇 가지 작위적 설정이 몰입을 방해하거나 거슬릴 때도 있지만

대부분 탄탄하고 짜임새있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간다

아직 6회분을 남겨두었는데, 끝까지 지금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결말도 기운 빠지지 않게 잘 맺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님 사랑합니다 PD님도 수고가 많으세요 



3. 류준열 (제수호)


원티드로 갈아탄 후 13회정도부터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을 정도로 시들해졌지만

한동안 제수호를 보며 꺅꺅거리곤 했다

소년처럼 틱틱대면서도 지고지순한, 첫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이라니

기존 드라마에서 거의 못보던 캐릭터라 좋았다

그리고 보통 드라마는 여주인공의 감정선 위주로 전개가 흘러가는 데 반해

첫사랑에 빠진 남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

여주인공한테 원하는 대답을 들었을 때 방방 뛰는 장면이라든가

친구에게 연애상담하는 장면이라든가

평생 내 눈으론 직접 볼 일 없는 장면을 드라마로나마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류준열이라는 배우 자체도 정말 좋았다

일단 몸매가 내 이상형 몸매다 

원래 몸이 옷빨을 진짜 잘받는데다 옷도 남친룩의 정석으로 입고 나온다

예전부터 직각어깨의 신재평 몸매를 찬양해왔는데,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얼굴도 매력있다 인조적인 얼굴을 제일 싫어하는데 그런 느낌이 하나도 안나서 좋다

류준열이 못생겼다고 하는 것까진 이해하는데(나도 사람들이 좋다는 김우빈 못생겼다고 생각하니까),

한국남자 중 상위 50프로라느니 주위에 류준열 같은 애 널렸다느니 하는 말은 전혀 공감이 안 된다

어디있냐 대체

저정도 매력상 얼굴에 좋은 비율과 몸매를 가진 남자를...

난 초중고대학 다 남녀공학 합반을 다니면서도 본 일이 없다 그러니 연예인하는 거겠지만

무튼 류준열 좋다좋아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다음엔 다음에 빠져있는 것들로 돌아오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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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년은 나빼고 다 잘 살아보여서 너무도 좆같은 시간들이었는데 그 시간을 함께해준 건 이자혜의 만화 <미지의 세계>였다. 겸디갹 시절부터 이자혜 블로그의 오랜 독자였지만 겸디갹 시절의 판타지적인 만화들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영화로 치자면 겸디갹 시절의 수많은 만화들은 다음 장면을 쉽게 예측할 수 없고, 때론 실험적인 독립 단편 영화 같았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는 좀 더 정제된 언어와 설정의 장편 영화였다. 이것도 그렇게 메이저하지는 않았지만, 겸디갹 시절의 만화에 비하면 훨씬 대중적이었다.

 나는 미지가 완전히 나같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미지는 나와 다르다. 나는 BL엔 전혀 관심이 없고, 미지만큼 책을 즐겨 읽거나 지성적이지도 않고, 트위터도 안 한다. 미지와는 성격도 다르다. 하지만 미지에게 수없이 공감했다. 미지의 생각이 꼭 내 생각 같아 캡쳐한 장면이 한 트럭은 된다. 돈이 없지만 알바를 안하고, 맨날 음악할거야 악기 배울거야 잡지 만들거야 하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사람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대하거나 하는... 채 다 나열할 수 없는 수많은 장면에서 나는 공감했다. 대부분 미지가 하는 병신짓 혹은 병신 같은 생각이다. 

 난 어릴 때부터 친구가 많고 누구와도 쉽게 친해졌는데, 내가 친구를 사귀는 방법은 솔직해지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내 치부를 거르지 않고 털어놓곤 했다. 사람들은 치부를 쉽게 털어놓으면 나중에 화살이 되어 돌아올 거라고 하지만, 딱히 그런 적은 없다. 내 치부야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니, 그게 화살이 될 건덕지가 없었기 때문일거다. 난 해리포터에 나오는 자백약이라도 마신듯 병적으로 솔직했고, 솔직하게 병신이었고, 그 방식은 사람들이 내가 아무리 병신짓을 해도 나를 떠나지 않게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미지의 세계> 속 미지도 그렇기 때문에, 내가 미지를 좋아했던 것 같다. 미지는 솔직한 애가 아니지만, 나는 미지의 솔직한 생각을 볼 수 있으니까. 

 일반적으로 동종혐오와 공감 중 무엇의 힘이 더 큰 지 알 수 없지만, 나에겐 후자의 힘이 더 크다. 내가 <미지의 세계>나 홍상수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공의 찌질함과 병신 같은 면이 나같아서다. 동시에 인간은 다 찌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주인공에게 공감보단 낯섦,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정말 안 찌질한 소수의 인간이거나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는 멍청한 인간, 그것도 아니라면 솔직함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한국형 선비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미지의 세계>는 취향의 리트머스지와도 같은 작품이다. 나와 취향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판별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의 결말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딱히 배드 엔딩도 해피 엔딩도 아니고,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일어나는 그런 결말은 처절하게 현실적이다. 그리고 미지는 여전히 혼자고, 영원히 혼자일 거다. 내가 그렇듯. 울어도 달라질 게 없다는 하리보의 말처럼, 삶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내 인생도 아마 그렇겠지만, 그래도 나도 잘 좀 살아보려고. 미지처럼. <디어 마이 프렌즈> 마지막 회에서 영원이가 항암 치료 받을 난희한테 그러잖아. 기대는 버리고 희망은 품으라고. 그렇게 살아야지.

 지난 2년 가까운 시간동안 나에게 <미지의 세계>는 일주일에 하루 낄낄대며 웃을 수 있는 5분이었다. 5분씩의 웃음이 쌓이니 위로가 되고, 거창하게 말하자면 희망이 되고, 그랬다. 540분의 웃음을 선물해준 미지 그리고 이자혜 작가에게 고맙다. 


다들 행복해져라. 리보도 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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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한겨레를 팔로우해서 보고 있는데 

제목만 봐도 눈쌀 찌푸려지는 칼럼이 바로 토요판의 '안인용의 좋아요가 싫어요' 칼럼이다.

TV 비평 칼럼인데 누군가 내게 비평가가 싫은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 대신 이 칼럼을 보여줄 것이다.

영화 '버드맨'에 보면 주인공 리건이 바에서 평론가 실비아에게 평론가라는 직업에 대해 디스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칼럼에 아주 적절한 비판이다.


안인용은 자신의 편협한 잣대가 절대적인(정치적으로 올바르고도 무결한) 잣대인 것처럼 프로그램을 비평한다.

안인용은 불편한 게 많다. 그의 잣대에 따르면 텔레비전에서 해서는 안될 것도 많다.

뭐 칼럼 제목만 봐도 애초에 이 칼럼의 목적이 그건데, 그게 이 칼럼이 쓰레기 같은 이유다.

예능에서 농담의 소재로 쓰이면 안될 것도 많고, 예능 속 예능인들은 해서는 안될 말도, 가져선 안될 태도도 많다.

예능 속 사람들은 사회적 풍자도 해야 하고, 시청자는 한 명이라도 불쾌하지 않게 배려도 해야 하고, 해야할 게 많다. 

안인용 칼럼은 대통령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요구하는 게 더 많다.

청학동에서 평생 산 훈장 선생님이랑 같이 TV를 보면 이럴까? 

유머감각이라곤 없는 '정치적 올바름 지상주의자'랑 텔레비전을 함께 보는 듯한 피곤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칼럼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이렇게 예능을 안 좋아하면서 대체 왜 보는거야? 대체 왜 애정도 없는 것에 대해 글쓰며 글밥 먹고 사는 거야?

안인용의 TV 칼럼에선 TV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애정어린 비판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다짜고짜 "난 이거 싫어-" 하는 어린 애 억지로 보이는 게 문제.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분석이나 날선 지적은 없다.

그냥 당장 몇몇 여초 커뮤니티만 들어가도 볼 수 있는 "이거 불편하지 않아?" 수준의 비평뿐.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취향존중'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예능의 제 1 목표는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것인데, 

안인용의 가이드 라인을 지키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동시에 안인용에게 비판 받지 않을 프로그램도 알겠다.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용기있게 박근혜나 새누리 까는 예능을 만들면 백전백승!

안인용은 그렇게 만들다 내부에서 압박을 받아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좌천될 PD의 미래엔 관심이 있을까?


아, 물론 그의 모든 지적이 다 쓸 데 없는 건 아니다. 공감가는 비평도, 지적도 있다. 

하지만 대안이나 시청자의 수준,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은 없이 

모든 책임을 프로그램 제작자와 출연진에게 돌리는 그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안인용의 칼럼을 읽다보면 '발목만 잡는 야당' 프레임이 왜 힘을 갖는지를 알 수 있다. 

누구 발목만 잡는 모습처럼 무능력하고 비호감인 모습이 없구나 싶다.

이 칼럼은 비평가에 대한 편견을 가속화 시킨다. 

비평가가 가만히 팔짱끼고 앉아 누군가가 만든 컨텐츠를 까기만 하는 비호감 직업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자신의 잣대에서 자신만은 예외인듯 하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비평에선 '잘생긴 얼굴에 눈물자국이 어디 어울리나' 라는데 그럼 못생긴 얼굴엔 어울리냐?

말도 안되는 비판 같나? 내가 안인용 칼럼 읽을 때 드는 느낌이 저런 거다. 

TV를 좋아서 보는 게 아니라 까려고 보는구나 하는 느낌. 


안인용의 '좋아요가 싫어요'는 같은 한겨레에 연재됐던 방송 칼럼 '류호진의 백스테이지'와 비교된다.

1박 2일 PD인 류호진이 한겨레에 연재했던 '류호진의 백스테이지'는 내가 류호진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칼럼이다.

이 칼럼엔 안인용의 칼럼에 없는 게 다 있다. 방송에 대한 애정, 깊이 있는 분석과 성찰.

비평가와 제작자의 입장이 아무리 다르다지만, 그걸 감안한다해도 이건 뭐 칼럼 자체의 질이 다르다.

취향을 가진 대중문화 마니아가 넘쳐나는 시대에, 

당장 사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대중문화 비평가라는 직업으로 먹고 살려면 이 정도 분석은 해야하지 않을까.


류호진 최고의 칼럼을 링크하며 글을 마침.

류호진의 백스테이지 2013. 2. 28 '호감 가는 사람이 웃기는 예능시대'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5760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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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배성재의 텐이라는 라디오를 듣는다

본방사수는 맨날 까먹어서 제 시간에 들어본 적은 없고 팟캐스트로 듣는다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아재판독기 코너를 추천한 글을 보고 듣기 시작했는데

내가 골라듣는 방송분은 박문성 해설위원이 나오는 비연애 참피언스리그다

연애를 안(못)하는 비연애인들을 위한 코너이다

들으면서 내내 낄낄거리게 된다


우선 오랫동안 축구 해설로 호흡을 맞춰온 배성재-박문성의 쿵짝이 잘맞고

배성재가 박문성을 갈구는 게 너무 웃기다

박문성은 갈굼 당하면서도 특유의 고음으로 계속 낄낄거리는데 마치 방청객 웃음 효과 같은 감칠맛을 더해준다

그리고 둘이 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박문성의 아내와 딸 얘기가 나오는데 그것도 웃기다

아내가 출산할 때 영국 프리미어리그 중계하러 갔대나...소소한 에피인데 둘이 말하면 웃긴다


박펠레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웃음 포인트

예측이 틀리기로 유명한 박문성이 여러가지 사회 현안을 예측하는 건데... 거의 틀리는 게 대부분이라 웃기다 짤 수도 없는 거라

축구 예측도 많이 하는데 다 틀리고ㅋㅋㅋ

음악대장이 10연승에 성공한다던 박문성의 예측이 맞나 보려고 복면가왕을 처음으로 본방사수했는데

역시나 10연승에 실패해서 또 웃음이 터졌다

이쯤되면 진짜 기운이 있나 싶음


이 코너의 묘미는 비연애 참피언스리그라는 코너 제목에 맞는 청취자들의 비참문자 사연인데

연애에 관한 비참한 사연들이 폭주하는데 하나하나 다 웃기다ㅋㅋㅋ 

라디오 듣다보면 아 이런 사연 왜읽지 싶은 의미도 재미도 없는 문자 사연이 대부분인데

이 코너 문자 사연들은 하나같이 깨알같고 웃기다


박문성 코너 다 들으면 이말년 코너를 정주행할 계획

배성재 입담도 센스도 진짜 매력적이고 진행도 안정적이고 너무 재밌다

오래했으면 하는 라디오

SBS가 컬투쇼 이후로 라디오가 삼사중에 제일 괜찮아진듯 새로운 시도도 많이하고 구성도 좋고

하여튼 좋다


마무리는

배텐에서 마땅히 틀 노래 없으면 맨날 트는 배국가

블랙넛의 빈지노를 패러디한 곡인데 원곡보다 웃기다

조정식 아나운서 아나운서라 그런가 발음도 좋고 목소리도 좋아서 랩도 듣기 좋다





네이버


공복의 저녁식사 _ 김계란

고등학교 시절의 미묘한 친구관계 묘사와 맛있어 보이는 음식 묘사가 일품인 작품. 인터넷에서 추천 받아서 봤는데 요새 제일 재밌게 보는 만화 중에 하나다. 만두가 좋다. 주인공 복희도 현실적이고.

남과 여 _ 혀노

시니 혀노 작가의 만화를 좋아했다. '죽음에 관하여'도, '네가 없는 세상'도. '남과 여'는 최근 완결된 혀노 작가의 만환데 앞서 말한 둘에는 뭔가 못미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정말 현실적이라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잘돼서 나까지 아련해지는 느낌이 있다.


찌질의 역사 _ 김풍, 심윤수

참 좋아해서 꼭꼭 챙겨봤던 만화. 난 주인공이 찌질이들인 이야기가 왜 이리 좋지. 홍상수 영화들도 그렇고... 사람들은 남자 주인공이 발암 캐릭터(발암이란 말 싫어하지만)라고 많이들 욕해댔지만 난 주인공한테 많이 이입하면서 봤다. 그 시절 연애에서 찌질해 본 적 없는 사람있으면 나와보라그래ㅠㅠㅠ


하이브 _ 김규삼

처음의 긴장감과 타이트했던 전개에 비해 갈수록 전개가 느슨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어쩌다 한 번 가끔씩 생각나서 몰아보게 되는 만화. 벌레 재난이 닥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 어둑어둑한 미래를 너무 오래 보고 있다보니 뭔가 지치는 감이 있다. 그래도 사기 캐릭터인 할아버지 보는 맛으로 본다.


유미의 세포들 _ 이동건

인사이드 아웃을 너무 재밌게 보고나서 인사이드 아웃과 비슷하다고 추천을 받아 보게된 만화. 어~~~엄청나게 느린 전개(머릿 속 세포들 다 보여줘야돼서 어쩔 수 없다.) 탓에 약간 짜증나지만...그래도 귀여운 세포들 보는 맛에 보게 된다. 대체 유미는 언제쯤 연애를 하게 되는 거죠...?!



손의 흔적 _ 유성연

인간의 음습한 내면을 진짜 잘 그린 만화. 전혀 공감이 안될 정도로 음습하고 밑바닥을 보여주는 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 때때로 주인공을 보다보면 너무 음흉하고 음습해서 기분이 나빠질 정도다.


그 외 네이버에선 최근 완결된 우리 헤어졌어요, 두근거려요도 꾸준히 봤었는데 둘 다 결말이 Aㅏ...라서. 추천하진 않겠음.
+) 캡쳐하기 귀찮아서 안해왔지만 기기괴괴랑 소름도 재밌게 보고 있다.


레진

내 사랑 레진. 제일 좋아하는 웹툰들은 다 레진에 있더라. 우연인지 뭔지 전부 다 여자 작가분들 작품이다.



미지의 세계 _ 이자혜

친구 K의 추천으로 한 5-6년 전부터 이자혜의 블로그를 구경해왔다.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난 BL물을 정말 싫어하는데...미지의 세계를 추천하면 그런 거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게된다. 억울해ㅠㅠ)도 있지만 염세적이고 예술을 동경하는 아웃사이더 미지의 대학 생활은 분명 공감되는 부분이 더 많다. 상대가 여성인 경우 나와 코드가 맞는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미지의 세계를 좋아할만한 사람이냐 아니냐로 판별하면 된다...그정도로 내가 아끼는 만화다. 다행히 이 만화를 좋아할 것 같아 추천한 여자 친구들은 다 좋아했다. 남자애들은 BL물을 좋아하는 미지의 취향이 거북해서 잘 못보는 듯...


먹는 존재 _ 들깨이빨

먹는 존재의 주인공은 단언컨대 여태까지 다른 컨텐츠에서 정말 보기 힘들었던 여자 캐릭터다. 하지만 현실엔 정말 있는 캐릭터. 여자가 그린 여자 캐릭터라는 게 정말 잘 느껴진다. 남자가 보는 객체로서의 여자가 아니다. 그래서 난 이 만화의 주인공 캐릭터에 엄청난 애정을 갖고 있다. 나중에 내 작품을 만들게된다면 꼭 차용해보고 싶은 캐릭터. 촌철살인의 대사+음식에 대한 통찰이 엄청난 만화. 명대사가 진짜 많아서 내 핸드폰 사진첩엔 이 만화를 캡쳐한 사진이 진짜 많다. 안영미가 주인공인 웹드라마(?)화 된다는데 제작진이나 출연진 뭘로보나 그닥 기대는 되지 않는다...
무튼 먹는 존재를 보다보면 내 맘 속 컴플렉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매 장면 구구절절 공감이 되는 만화.



​단지 _ 단지

술김이긴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유료결제를 하게 만든 웹툰.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차별 받으며 상처 받고 자라온 단지의 자전적 이야기다. 나는 전혀 공감되는 지점이 없는 얘기인데도 단지가 너무 안됐고, 또 우리 사회에 수많은 단지들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 보다보면 눈물도 나는 만화. ㅠㅠ 작가님이 잘됐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 유료결제를 했다는...자신의 심각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담담하게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우리는 시간문제 _ 하양지

처음엔 '짱구는 못말려'와 비슷한 그림체가 취향저격이라 보게됐던 만화. BL물을 싫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합물에도 관심이 없는데, 이 작품은 백합물이라기엔 물흘러가듯 두 여주인공의 관계가 흘러가는 잔잔함이 있어서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만화였다. 우정과 애정 사이 어딘가를 그린 만화랄까. 수현이랑 유진이라는 두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고(특히 난 수현이가 정말 좋다.) 그들의 뻔하지 않은 현실엔 절대 없을 법한 관계도 좋았다. 공감보다는 구경의 마음으로...탈모거북의 소설 부분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이 만화를 보고 작가님의 '달콤한 애드립'을 뒤늦게 보게됐는데 완결작이라 무료로 풀려있는 10회까지밖에 못봤다. 근데 달콤한 애드립이 더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다 보고 싶어서 고민중.


신구리의 구리구리 _ 구리

여고 개그 감성이랄까. ㅋㅋㅋ 여자들끼리 모여 있으면 이렇게 웃기고 논다!는 걸 보여주는 만화. 남자들은 이 개그코드를 이해하고 좋아할까 모르겠는데...중고등학교 시절에 여자친구들과 되도 않는 개그를 하고 망가지며 놀아본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개그 만화가 아닐지. 잔잔하게 웃긴 만화다. 내가 개구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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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사형투표 _ 엄세윤, 정이품

최근에 보기 시작한 만화...와 진짜 소재&주제의식이 장난 아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싶은 만화. 뉴스 댓글을 보면 흉악범의 형량이 사람들의 기대에 못미칠 때는 진짜 온갖 과격한 댓글이 넘치는데...그런 댓글을 보면 그 감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뭔가 불편한 기분에 휩싸인다. 그 기분에 대한 만화라고 하면 될까. 소재가 소재인 만큼 이 웹툰은 댓글도 참 흥미롭다. 요즘 보는 만화들 중에 제일 애정 갖고 보게되는 만화. 스토리 작가님이 나보다도 어린 대학생이던데 진짜 대단하다 싶다.



좋아하면 울리는 _ 천계영

S언니의 추천으로 보게된 만화. 제목은 익히 들어봤으나 볼 맘은 없었는데 강력 추천을 받고 보게됐다. 천계영 작가의 이전 작품인 패션을 주제로 한 웹툰이 좀 촌스러워서 안끌렸었는데...이 만화를 보니 천계영 아직 안죽었군 싶었음. 90~2000년대 초반 만화 좀 보는 애들 아니 그냥 일반인들도 천계영 순정만화는 안 본 사람이 없을텐데, 그 때 그 시절 순정만화 보던 감성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해주는 만화다. 뭔가 천계영 작가 특유의 클리셰나 예스럽게 평면적인 몇몇 캐릭터(굴미나 일식이라든지)가 좀 아쉽지만 그래도 내용 전개만큼은 여전히 능력자.



무빙 _ 강풀

최근 완결된 강풀 작품. 동생 P의 추천으로 보게됐다. 강풀 특유의 촌스러운 그림체와 전개는 호불호가 갈릴만하지만, 난 그럭저럭 볼 만 했다. 결국 가장 뻔한 신파가 언제나 잘 먹히는 법이니까. 주제는 Love wins. 정돌까?


이 정도. 더 보는 웹툰이 생기면 또 글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