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입니다
4월이니까 이렇게 말해도 되는거겠지.

계절마다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는 지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각각의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계절에 그 계절에 어울리는 특정 음악을 들으면 그 계절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물론 그 음악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그래서 나는 노라 존스의 끈적한 목소리가 들려오면 "겨울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기준엔 노라 존스의 노래들이나 자넷 잭슨의 my baby 등이 대표적인 겨울 음악들이다. 캐롤은 말할 것도 없고.
무튼 봄이니까 겨울 음악들은 뒤로하고, 봄 음악에 대한 이야기.



우선 김현철의 봄이 와. 고등학교 때 정말 좋아했었던 노래여서 추억이 방울방울. 김현철 혼자 부른 원곡보다 나중에 롤러코스터가 피쳐링해 조원선과 김현철이 같이 부른 버전의 봄이 와가 더 봄스럽다. 그 다음, 델리스파이스의 봄봄을 꼽고 싶지만 아쉽게도 봄봄은 가사와 제목은 봄이지만 노래는 봄노래가 아니다. 다음으로 전자양의 봄을 낚다가 있겠다. 가사가 참 봄스러운 노래지만 봄을 낚다는 봄보다는 초여름의 느낌이랄까? 전자양의 같은 앨범(2집 '숲',좋아하는 앨범.)에 있는 당분인간이나 나와 산책하지 않겠어요 도 비슷한 느낌인데 어떤 사람에겐 봄의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초여름 밤의 느낌이 더 강하다. 미묘한 차이이니 직접 듣고 느껴보시길. 

그 다음은 양양의 봄봄, 소박한 봄의 느낌. 만연한 봄보다는 봄이 오기 전의 그 설레이는 언젠가의 노래랄까. 
신곡도 있다. KBS 라디오PD인 곰PD가 낸 앨범안에 있는 봄 날, 버스안에서 라는 노랜데, 감미로운 세렝게티의 보컬 유정균이 노래했다. 봄날 밤의 아련한 느낌이 잘 묻어나는 봄 노래다. 곰PD의 앨범은 전체적으로 정말 좋다. 라디오PD와 뮤지션. 내가 동경하는 두 가지를 모두 이뤄내다니. 곰PD, 무한 질투와 존경. 



위 노래들이 제목에 '봄'이 들어가고 가사도 '봄'과 관련되는 노래들이라면, 이제 진짜 내가 생각하는 봄느낌나서 봄노래인 노래들.

우선 조월의 불꽃놀이를 꼽고싶다. 조월은 예전 속옷밴드의 멤버. 지금은 미국에서 음악공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던듯. 무튼 이전 속옷밴드보다는 좀 덜 사이키델릭하고 좀 더 보송한 노래가 불꽃놀이랄까? 불꽃놀이가 들어있는 앨범인 조월의 1집 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 의 다른 노래보다 좀 더 분위기가 포근하고 밝다. 듣다보면 주황색이나 분홍색이 생각나는 노래. 페퍼톤스의 신재평이 예전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에서 추천해주었던 노래인데, 정말 좋아하는 노래다. 여러모로 봄의 느낌이 드는 노래. 잊고 지내다가도 봄이 느껴지면 들어야겠다. 싶어지는 노래다. 작년 봄에도, 올해 봄에도.

다음은 김광진의 동경소녀. 워낙 유명한 노래니까 딱히 설명할 말은 없을거고. 그냥 들으면 봄의 느낌이 든다. 이건 좀 주관적인 것 같긴 하지만. 다음은 이한철 노래들. 이한철의 노래들 중에는 유독 봄느낌 드는 사뿐한 노래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이한철과 루시드폴의 연인 박새별이 함께 불렀던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 제일 봄같은 노래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포스팅을 하게 된 계기인 Tahiti 80의 노래들.
푸근한 봄이 조금이나마 느껴지기 시작했던 지난 한 주. 시끌벅적한 한낮의 소음과 활기도 사라지고 유치원생들은 낮잠을 자고 회사원들은 컴퓨터 앞에서 말없이 일이든 뭐든 몰두하고 있을 것만 같은 오후 네 시쯤. 아르바이트를 가기위해 버스를 탔다. 아르바이트를 가기위해 타는 버스는 신촌에서 서강대교를 지나 여의도를 한 바퀴 돌아 내가 일하는 학원까지 간다.
여의도도 사랑하고, 한강도 사랑하는지라 그 시간에 버스창가에 앉아 혼자 이어폰 꽂고 음악듣는 것을 좋아한다. 한강을 바라보면서 음악듣기. 한강을 보지만 강바람은 안맞아도 되는 그 (지리적 의미의) 고요의 상태.

그 때, mp3를 랜덤으로 돌리고 있다가 tahiti80의 음악이 나왔는데, 
더 없이 맑은 창 밖의 햇살,
살짝 열어놓은 버스 창문으로 불어오는 차분한 봄바람
그리고 tahiti80의 노래들이
삼위일체로 완벽한 봄의 경지를 이룬 것이다. 이런 것이 일상에서 오는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 주체할 수 없는 그 벅차는 감각에 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Tahiti80 최고의 명곡은 Open book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봄의 문앞에서 더 잘어울리는 노래는 Wallpaper for soul 앨범의 1000 times(김광진의 동경소녀와 곡의 느낌이 비슷한 구석이 있다), Puzzle 앨범의 Swimming Suit, 그리고 역시 같은 앨범의 Mr.Davies. 그 중에서 특히 Mr.Davies는 특히 더 봄에 듣기 좋은 노래다. Mr.Davies 초반의 기타가 정말 좋다. 
Mr.Davies 초반의 기타가 봄느낌이라는 것에 공감하신다면
Tahiti80이 아닌 다른 밴드. 또 다른 색을 가지고 있지만 역시나 좋은  
Majestic의 Say Dee La, Wonderful도 꼭 한 번 들어보시길. 
 


봄스러운 음악-의 기준이 다분히 주관적이니까 
왠만하면 언급된 노래 중 모르는 노래가 있으면 다 들어보시되
귀찮은 분들을 위한


봄 노래 포스팅 액기스 5곡 정리
1.
 Mr.Davies - tahiti 80
2. 1000 times - tahiti 80
(달리는 버스나 지상구간을 지나는 지하철에서 창밖을 보며 들어야 봄느낌이 물씬)
3. Say Dee La - majestic
4. 봄봄 - 양양
5. 불꽃놀이 - 조월 



     조월의 불꽃놀이.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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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나자신을 위해 모든 가고싶은 문화행사를 가기로 맘먹은 한 해이다
그동안 가고싶었지만 수많은 현실적 제약(ㅋㅋㅋ)으로 가지 못했던 그 곳들...

This is the moment.
올해가 지나면 또다른 현실적 제약들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시작으로 지난 12월31일에 '지킬 앤 하이드'를 홀로 보고 왔었다. 비록 밤새고 알바 후 바로 간터라 그게 얼마짜리 공연인데 졸다왔다는........그런 슬픈 기억이 남았지만...(ㅡㅡ)...


아무튼 그 일환으로 두 개의 페스티벌을 예매하였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작년에도 갔었던 뷰민라. 요새 하도 바쁘고 정신 없어서 까먹고 있다가 작년에 뷰민라에 같이 갔었던 모 양과 통화하던 도중 야 뷰민라 티켓오픈했냐? 할 때 됐잖아. 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티켓오픈은 그 전날...ㄷㄷ
밤 12시까지 수강신청하는 날의 마음으로 대기타다가 겨우겨우 취소표 득템. 작년과 같이 라인업 안떠서 싼 이틀권을 구해야 했기에...라인업은 작년만 같았으면 좋겠다. 참고로 작년엔 페퍼톤스, 9와 숫자들, 메이트, 이아립, 루시드폴, 불쏘클, 옥상달빛, 10cm...돌아다니다 만난 노리플라이와의 수다, 내 뒤에 부인과 행복하게 앉아있던 이지형...공연이 다끝나고 나오는데 야외에서 공연하고 있던 '좋아서 하는 밴드'의 감동까지...그리운 그 봄의 날들로...


그린플러그드
작년에 아는 오빠의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그린플러그드 사진들을 보며 나는 부러움에 눈물 흘렸더랬지...그래서 간다. 그린플러그드!!! 여럿이서 가야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많은 친구들을 꼬셨으나 모두들 간다해놓고 입금의 순간에 배신...결국 이것도 둘이 간다. 아직 1차 라인업만 뜬 상태인데 라인업을 보면서 고민하였으나
이한철, paris match, 9와 숫자들(송재경ㅋㅋㅋ)...결정적으로...더 핀을 발견. 예매했음.


5월을 기다리는 봄은 기대감으로 가득차 즐거울 듯하다.



그리고-추가적인 얘기

안테나뮤직 공연...그 놀라운 가격에...기가 눌려 포기하게 되어...모든 가고싶은 공연을 가겠다는 다짐은 무산되었다. 대실망쇼 컨셉이었다면 그래도 갔을지 모르겠는데 밴드컨셉은 별로. 게다가 난 몇 년전 페퍼톤스가 인디레이블 소속일때나 지금이나 그저 페퍼톤스의 팬인데. 예전에는 2만원이면 페퍼톤스의 레이블공연을 그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손이 닿는 위치에서 즐겼는데 (끝나고 열리는 싸인과 사진과 수다타임은 덤이었지) 그리고 페퍼톤스의 단독 공연은 6만 6천원이라도 갔었는데...옮긴 레이블의 공연은 8만 8천원...적어도 6만 6천원은 줘야 멀리서나마 페퍼톤스를 볼 수 있다는 게 적응이 안되어서...도저히 예매를 할 마음이 돋아나지 않았다. 이럴 때면, 그저 '작별을 고하며' 무한 반복. 캬싸 레이블 파티에서 신재평이 만든 곡이라며 들려주던 그 곡이 그리워져. 난 나쁜 팬인가봐.





10cm의 새 앨범이자 첫 정규앨범 1.0 이 발매되었다!
밴드 이름과 앨범 제목 때문인지 공교롭게도 2월 10일, 그러니까 방금 발매된 따끈한 신보! ^^

까페에서의 라이브 동영상으로 유명한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지금은 폐지된 음악여행 라라라에서 들려준 바 있는 '우정, 그 쓸쓸함에 대하여', 'Hey, Billy',
재치있는 가사가 귀여운 작년 BML에서 들려주기도 한 'Kingstar'
첫 EP에 수록되어 많은 여성팬들의 사랑을 받은 '죽겠네'의 새로운 버전 수록

등 익숙한 노래들은 물론 그렇게 기다려온 새로운 노래들도 드디어 정식앨범으로 발매되다니! 너무 좋다.

일찍이 10cm에 반해서 EP도 구입했었는데! 얼마나 기다린 정규앨범인지^^
인터파크는 배송료가 필요하군 (^_ㅜ) 향뮤직에서 살까하지만 당분간은 신촌갈 일도 없다ㅡ_ㅡ
최근에 책 잔뜩사서 살 책도 없는데 억지로 책한권이라도 사야겠다...ㅋㅋㅋ 책끼면 배송료 안내도되니까...

빨리와라
앨범리뷰는 CD를 입수한 후 내방 오디오로 감상후 올려야지♥
십센치 음악 너무 좋은데 컴퓨터나 아이팟으로 대충 감상하고 리뷰를 올릴 순 없다!




십센치(10cm) 1집 - 1.0
아티스트 : 십센치(10cm)음반사 : Mirrorball Music

Track List  

  • 01. Kingstar
  • 02.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 03. 그게 아니고
  • 04. Talk
  • 05.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 06. Beautiful
  • 07. 죽겠네(Album Ver.)
  • 08. 살
  • 09. 곱슬머리
  • 10. Rebirth
  • 11. 헤이 빌리
  • 12. Beautiful moon


  • 현재, 동시대의 무언가를 좋아한다
    최신의 것들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냥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곳의 사람들이 뭐라고 얘기하는지 듣는 걸 좋아한다

    바야흐로 복고열풍이다
    음악좀 듣는다는 친구들은 70년대 80년대 음악들을 찾아듣고 추천하지만 난 그냥저냥 그랬다

    그런데 비틀즈는 이곳저곳에서 어렸을 때부터 하도 들어와서 그런건지
    친근하고 좋다 특히 폴매카트니가 작곡한 넘버들 
     
    작년이 존 레논의 사망 30주기여서 존 레논의 어린시절을 다룬 영화인
    노웨어보이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우연히 알게되어서 개봉날 보러갔었다
    (노웨어보이도 언젠가는 영화평을 써야지) 난 되게 재밌고 좋게 봤다

    그전까지는 비틀즈에 대해 잘 몰랐었다. 음악에 관심은 많아서 보통 사람들 보다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근데 영화를 보고 흥미가 생겨 비틀즈의 여러 노래들도 찾아듣고 책도 찾아보고 영화도 찾아보고 그러는 중이다

    요새는 weiv를 만든 신현준이 쓴 레논 평전을 읽고 있는데 레논 팬들은 나쁜 평을 많이들 하는듯하지만
    난 거의 모르던 사실들이라 굉장히 흥미롭게 읽고 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노웨어보이를 보고, 레논 평전을 읽으면서
    폴 매카트니가 점점 더 좋아진다는 것
    원래도 폴 매카트니를 더 좋아했지만.

    내가 보는 존 레논은 정말 예술가스러운 예술가다
    난 그게 싫다 
    너무 대놓고 예술가라서
    그리고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개인적인 생활에서의 책임감도 적었던 듯
    난 그거 혐오한다 내가 겪어봐서
    아무튼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상처도 많이 주고  
    게다가 죽음마저 예술가스러운 죽음
    덕분에 더더욱 신화가 되었지만 그게 폴 매카트니한테 불리한 것 같아

    폴 매카트니는 그에 비해 합리주의자에
    어떻게 보면 잇속에 밝은 그런 사람
    그리고 대중적이고 친근한 멜로디들을 만드는 귀재였고
    린다 매카트니가 유방암으로 죽기전까지 잉꼬부부로 지냈지
    (두번째 부인얘기는 차치하고라도)
    그냥 이런 범인 같으면서도 그렇지않은 폴 매카트니가 좋다
     
    존 레논이 바쁘고, 후에는 오노 요코에 빠져 줄리안 레논은 챙기지도 않을 때
    친구의 아들인 줄리안 레논을 더 잘 챙겨준건 폴 매카트니 였다고 한다

    줄리안 레논이 말했다지
    자기가 찾을 때 나와달라고 할 때 언제나 나와주는 사람은 아버지가 아닌 폴아저씨였다고
    나중에 보니 아버지인 존보다 폴아저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훨씬 많았다며...말야
    줄리안 레논이 부모의 이혼으로 힘들어할까봐 Hey,Jude를 만들어준 사람도 폴 매카트니고.
    그냥 이런 폴 매카트니의 성실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너무 좋다

    마냥 착하지만은 않은 까칠하기도 한 사람이라는 것도 좋고

    채식주의자에 지뢰반대운동 뭐 그 등등등 사회적 목소리를 낸다는 점도 좋아
    자기 생활에서의 책임감도 있으면서 그랬던 것 같아서 말야


    나한테 비틀즈를 음악으로서 처음 느끼게 만든 건
    내가 만난 책임감없는 예술가지망생 중의 한 명이었던 어떤 애였다
    사회적인 책임은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자기의 인간관계에서의 불편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애 말야
    그 애는 분명 존 레논을 제일 좋아했을 것이다
    아마도 폴 매카트니는 별로 안좋아했을거야
    그 애의 mp3에는 정말 내취향인 노래들이 없었는데
    그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비틀즈의 yellow submarine이 정말 좋았었어 
    그게 비틀즈를 음악으로 접한 어떤 첫 계기였다 
      



    무튼 중요한 건 아니고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요새 폴 매카트니에게 빠져있다는 얘기
    하루종일 컴퓨터했더니 팔아파서 더이상은 못쓰겄다 하고싶은 얘기는 더더 많지만 말야


    비틀즈 노래들 정말로 좋구나 Blackbird를 기타로 치면서 부르고 싶다 연습해야겠다  


    폴 아저씨 한국에 와주세요 좀


    내가좀짱

                                                                                            하아...웃길려고 쓴걸까 진심일까...이런 날이 올 줄이야 


    나이 차이가 많이나는 언니 덕분에 내 또래보다 앞선 세대의 음악이나 문화에 많이 익숙한 편이다.
    언니는 여중고생시절 이승환의 광팬이었다가 유희열의 음악도시 광팬이다가 뭐 김동률 이현우 등 그런 뮤지션들을 좋아했었다. 자연스럽게 나도 그 영향을 받게되어서 또래의 다른 애들보다 그런 뮤지션들을 먼저 알았다. 초등학교 삼사학년쯤이었나. 초등학교도 들어가기전부터 라디오에 미쳐서 재수 삼수때까지 라디오를 끼고살았던 라디오키드로서 라디오에 강한 그 뮤지션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으나, 뭐 어린애가 듣기엔 사실 좀 그렇지 않나. 음악이 좀 지루하고...난 딱히 또래보다 성숙한 그런 애는 아니었다.
    소위 그 '고급가요' 뮤지션들은 중3때에서야 아는 오빠의 추천으로 김동률을 들으면서 음악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고급가요패밀리'의 일원으로 여겨졌던 윤종신이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희대의 명곡을 내게 된다. 바로 그 곡, 그 후 영계백숙 등의 음식송의 시초가 되는
    팥빙수.



    대체 '빙수용 위생얼음' 같은 가사는 어디서 나오는 거지?


    팥넣고 푹끓인다 설탕은 은근한 불
    서서히 졸인다 졸인다
    빙수용 위생얼음 냉동실안에 꽁꽁
    단단히 얼린다 얼린다
    프루츠 칵테일의
    국물은 따라내고
    과일만 건진다 건진다
    체리는 꼭지체리 체리는 꼭지체리
    깨끗이 씻는다 씻는다

    -윤종신 작사, '팥빙수'-


    이규호가 쓴 그 중독성있고 상큼한 멜로디도 대단했지만...대체 이런 가사는 어떤 머리에서 나오는겐가?
    요즘에야 홍대앞에 워낙 재기발랄한 인디뮤지션들이 넘쳐나고 윤종신의 '팥빙수' 같은 음식송은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재기발랄한 가사들이 많지만 (음식송만 해도 10cm의 아메리카노, 이랑의 쌀국수 뭐이런 곡들)
    이 이전까지도 인디음악에 많은 다양한 가사가 있었을지라도 이런 음식얘기하는 뽀송뽀송한 음악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당시 지상파 tv나 라디오에 나오는 기성 가요에서는 신승훈, 변진섭류의 가사가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사랑노래들, H.O.T,핑클 등 아이돌 그룹들의 보송하고 달달한/혹은 섬뜩한 연애얘기들이 가사들의 주를 이루고 있었다.
    팥빙수의 제조과정을 노래에 담아, 그것도 그 곡을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삼아, '인기가요'등의 가요프로그램에서 하와이안셔츠를 입고 춤추던 그의 모습. 어렸던 나에게 윤종신이라는 사람의 첫인상은 거기였다.
    '아 이사람이 예전에 '너의 결혼식' 뭐 그런 발라드를 불렀었다고?' 




    이...이게 뭐냐고...




    그런데, 가사가 좀 짱이다. 
    그래, 팥빙수 가사를 쓴다 치자. 근데 그래도

    대체 '빙수용 위생얼음', '체리는 꼭지체리', '여름엔 (이게) 왔다야' 이런 가사는 대체 머릿속이 어떻길래 생각해낼 수 있는 가사인가? 위생얼음이나 주의사항 크림연유 같은 단어를 노래가사에 넣을 생각은 어떻게 하는거지. 물론 지금이야 모르겠지만. 10년전인데. 
    윤종신의 작사에 대한 천재성은 팥빙수 이전부터 드러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그 천재성을 어렴풋이나마 느꼈던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팥빙수' 과정을 외우며 노래를 부르던 그 때였다.
    아이돌만 좋아하던 꼬마가 가요프로그램앞에서 '팥빙수'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앉아있곤 했으니까. 따라부르려고. 
     
    이 당시 '팥빙수' 작사의 노하우는 후에 윤종신이 무한도전 가요제의 히트곡, '영계백숙'을 작사할 때 빛을 발한다.


    찌는 태양에 지쳐가는 누들랜드
    백성 모두의 걱정거리 한사람
    마법에 걸린 메밀리아 공주는
    하루하루 말라가고

    오직 한 가지 마법 풀 수 있는 건
    저 바다 건너 외딴 섬에 흐르는
    쯔유쯔유강 신비의 간장
    누가 구해올 수 있을까

    아 오래 걸을 수 없는 누들들은
    그 누구 하나도 나서질 못하고
    이웃나라 용병 찾아보다가

    영계백숙 워어어어
    영계백숙 워어어어
    거만하게 꼬은 다릴 믿어
    속이 꽉 찬 그의 배를 믿어

    떠나기 전날 둘은 처음 만났어
    둘 다 첫눈에 반해 버렸어
    찹쌀 대추가 튀어나올 정도로
    백숙은 그녀가 아름다웠어

    배에 묶인 실 동여매고
    노를 저어 간다 저 바다를 건너
    메밀리아를 위한 간장 찾아

    영계백숙 워어어어
    영계백숙 워어어어
    거만하게 꼬은 다릴 믿어
    속이 꽉 찬 그의 배를 믿어

    - 윤종신 작사, '영계백숙' 중 -



    통째로 얼마나 주옥과 같은 가사인지, 생략할 수 있는 부분 혹은 특히 강조할 부분이 따로 없다. 게다가 무한도전 방송을 통해 봤을 때 이 가사를 별 고민도 없이 단기간에 썼었다는 것 같았는데...아아 윤종신. 그는 작사의 천재임이 틀림없다.




    음식송 가사만 대단한 건 아니야

    그럼, 저런 음식송 한두곡 때문에 윤종신을 작사 천재라고 하느냐, 그건 당연히 아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윤종신의 가사는 따로 있다.
    바로 이거.

    침대옆 가습기 서럽게 숨을 쉬고
    눈을 떠본 내 방안에 흩어지는
    어젯밤 기억들 중에
    취한 가슴이 중얼거리던
    애태운 그리움들이
    또 한번 내 아침 힘을 뺀다
    열린 창문사이
    재떨이 그리고 전화기
    하지말아야 할 두가지 모두가
    무안한듯 나를 보네

    -윤종신 작사, 성시경 5집 수록곡 '굿모닝' 중-



    아침에 술에서 깨 까치 머리로 일어났는데 침대옆 가습기가 서럽게 숨을 쉬는 광경이 머릿속에 그림처럼 그려진다. 
    흩어지는 기억, 취한 가슴, 내 아침 힘을 빼는 그리움...여기까지만해도 충분히 주옥같은데,
    '재떨이 그리고 전화기 하지말아야 할 두가지 모두가 무안한듯 나를 보네'.
    하...이게 가사인가 시인가. 사랑타령하는 발라드 가사는 대부분 굉장히 추상적인 단어들을 쓰는데 윤종신은 아니다.

    당장 검색만 해봐도 '재떨이'라는 가사를 발라드 노래에 쓴 작사가는 윤종신 뿐이다. 나머지는 다 광란의 밤을 보내는 힙합 가사에 주로 등장하는 '재떨이'.
    '가습기'는 또 어떤가. 검색해보니 가습기 들어가는 노래는 총 세 곡 뿐인데. 한 곡이 굿모닝이고, 한 곡은 역시 일상적인 넋두리처럼 이어지는 싸이의 랩 속, 한 곡은 재작년에 타블로가 박지윤에게 써준 곡에나 있구나. 


    가습기도 재떨이도.
    윤종신은 비(非)가사적인 단어들, 그러니까 다들 가사에 잘 쓰지않는 일상적인 단어들을,
    가사의 적재적소에 이질감 없이 스며들게 한다.

    추상적인, 사랑이나 연애에 관한, 단어들이 보통 발라드 노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힘이들어 안아줘요, 내맘이 아파, 나를 떠나지 마 ... 뭐 이런 것들)  
    그런데 윤종신은 다르다.
    그 중에서도 굿모닝은 정말...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거나 시를 읽는 기분이랄까. 정말로 주옥같은 가사다.


    요즘에 발표한 노래들에서도 이런 윤종신의 작사천재성은 바래지 않는다.

    선생님의 하늘색 마스크 한심해하네
    그동안 이 아픈 걸 어떻게 참아왔냐고
    제가 너무 미련하죠 하고 말하려 해도
    이미 마취제로 굳어버린 혀

    구멍 뚫린 하늘색 헝겊
    이 나를 덮는다
    그 하늘 위로 그려지는 아직 선명한 얼굴
    이 와중에 떠오르는 너는 도대체 뭐니
    그라인더 윙하고 나를 향하네

    진작 찾아와야 했어
    진작 잊어버려야 했는데 두려워서
    가끔 한 번씩 몸서리치는 그 순간
    의자에 나 혼자인 게 두려워

    깊숙이도 파고 들어가는 그라인더야
    좀 더 가면 네가 처음 보는 상처가 있어
    안 아프게 그것도 좀 갈아 없애주겠니
    치통의 몇 배로 나를 괴롭혀

    하늘은 걷히고 마스크는 내게 말하네
    오늘밤에 무지 붓고 아플지도 몰라요
    괜찮아요 오늘 하루 만에 끝나준다면
    힘들었던 그 밤 끝나준다면
    마취 안 풀린 채
    안녕히 계세요

    -윤종신 작사, '치과에서'-



    그라인더, 하늘색 헝겊...치통...누가 노래 가사에 이런 단어를 쓴 적 있나?
    그런데 가사 전체의 내용과 맞물려 또 아무렇지않게 단어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상상바래 상상바래 상상바래
    잘되는 상상바래 뒷심바래 뒷심바래 뒷심바래
    끝까지 뒷심바래 오케바래 오케바래 오케바래 섬머나잇 오케바래
    다금바래 다금바래 다금바래
    자연산 다금바래
    빨래빨래 빨래빨래 빨래빨래
    내일은 밀린빨래 에블바래 집중바래 집중바래
    모두다 집중바래

    -윤종신 작사, '바래바래'-



    본능적으로
    느껴졌어
    넌 나의 사람이 된다는 걸
    처음 널 바라봤던 순간
    찰나의 전율을 잊지 못해
    워오 워-오 워우워오

    -윤종신 작사, '본능적으로'-


    내가 택했던 이별을 난 믿겠어
    더 이상 소용없음을
    내가 흘렸던 눈물은 숨기겠어
    니 맘 약해지지 말라고
    우리 생에 우리 사랑 최고라면 슬플거야
    두 번째로 사랑했던 사람으로 남기로 해

    -윤종신 작사, '이성적으로'-


    '이성적으로' 같은 경우는 가사보다도 제목을 더 잘 붙인 노래. 이별 얘기 하는 노래의 제목을 '이성적으로' 라고 하다니 말이다.


    유희열의 가사나 이적의 가사 등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건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내 생각에는 생뚱맞은 단어 가져와서 상업적으로 제대로 써먹으면서도 자기만의 작사세계 구축을 착실히해낸 윤종신이 진정한 '작사천재'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작사도 잘해놓고, 발음도 정확해서 자신의 가사를 누구든지 제대로 들을 수 있게 말을 꾹꾹 담아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를 부르기까지!ㅋㅋㅋㅋㅋ

    유희열도 이적도 윤종신의 작사'감각'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사천재 윤종신.
    가사는 윤종신 가사가 짱.
    개그맨이 노래한다느니, 이적 유희열이랑 같은 급이었는데 이제 형만 3류이라는 김구라의 독설ㅋㅋㅋ이라든지 하는 것 신경쓰지 마시고 앞으로도 주옥같은 노래들과 가사들을 만들어주시길.




     
    초호화 출연진의 뮤직비디오 출연이 이슈화 되었었던, '이별의 온도' mv. 이노래도 역시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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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이 갔다.
    아...쓸쓸하게 지나가버린 2010년...
    친구와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

    아무튼 2011년이 다가왔다.
    올해는 또 어떤 좋은 앨범들이 마구마구 쏟아질지 기대되는 가운데
    내 멋대로 2010 베스트 음반 5장을 선정해볼까 한다.
    음...순위는 없음. 순서와 무관하다.

    그 첫 타자는 2010년 (나한테는) 혜성처럼 등장한(ㅋㅋㅋ) 밴드 The finnn!



    ◎ The Finnn 'Beatles over Zepplin'


     
    아티스트/ The Finnn
    앨범타입/ 국내 | 스튜디오
    발매사 정보/ 2010.08.30 한국 | 킹핀(배포)







     2010년 나에게 가장 핫한 밴드는 바로 The finnn이었다.
    왜 방송사 연기대상에서도 연말에 하는 드라마가 연초에 하는 드라마보다 유리한 면이 있지 않나.
    The finnn도 2010년에 들은 많은 음악들중 2010년 하반기, 구체적으로 10월정도부터 많이 듣던 음악이기 때문에 2010년 나에게 가장 핫했던 밴드가 The finnn이라고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The finnn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자주 가던 인터넷 커뮤니티 음악게시판에서, Dance With An Indian을 우연히 듣고나서 바로 향뮤직으로 달려가 "핀주세요!"를 외쳤다. 이미 그 때 The finnn은 7월에 있었던 지산록밸리페스티벌에서 데모CD를 무료로 배포하여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어느정도 알려져 있는 밴드였다.
     
    The finnn을 처음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내가 집중하게 되었던 부분은 보컬의 목소리였다.
    극히 개인적인 감상일지 모르겠지만
    보드카레인의 보컬인 안승준의 목소리에서 마이앤트메리 정순용의 향기(ㅋㅋ)를 느끼고
    스위트피 김민규의 목소리에서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의 비음이 들릴 때와 같이
    The finnn의 노래에서 검정치마 조휴일이 생각났다.
    특히 I'm sad just to dance with you 에서는 이게 조휴일의 새로운 프로젝트 앨범이 아닐까 하는 정도의
    비슷함을 느꼈다.

    사실 조휴일 같은 재기발랄하거나 실험적이거나 코스모폴리탄적인 톡톡튀는 귀여움은 가지지 못했지만
    The finnn은 그보다는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은 일반적인 팝에 충실한 사운드랄까?
    연주도 보컬도 안정적이고 어느 한 파트가 딱히 튀지도 않는 수려한 완성도를 가진 앨범이다.
    The finnn의 노래를 듣고있으면 방구석에 서서 일렉기타를 둘러매고 마이크에 얼굴을 갖다대고 무심하게 서서
    노래를 하는 한 청년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중요시하는 편이라, 영어로 되어있는 가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노래를 들으면서 동시에 가사의 느낌을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가사의 번역본을 봐도 영어가사에서는 가사자체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내가 100% 받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앨범의 12곡은 9곡은 영어가사로, 3곡은 한국어가사로 되어있다.
    한국어가사인 세 곡 공개무시금지, 말하지 않은 것처럼, 여우에게는 각각 영어가사 버전으로 된 노래 세곡이 앨범에 동시에 실려있다. 그런데 같은 제목에 English Ver. 혹은 Korean Ver. 등으로 표기한 것이 아닌 아예 다른 제목을 달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The finnn은 그 연결된 각각의 두곡씩을 아예 다른 노래라고 취급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확실한 의도는 딱히 찾아본 바가 없어서 알 수 없지만 의도가 그것이 맞다면 나름 성공한 게 아닌가 싶다. 앨범을 아주 여러 번 듣고서야 어느 곡과 어느 곡이 멜로디가 같은지를 알 수 있었으니까.

    공개무시금지는 Dance with an Indian, 말하지 않은 것처럼은 Evelyn!, 여우에게는 The two ghosts 와 멜로디가 같다.

    그런데 한국어가사를 선호하고 영어가사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도 이 앨범의 여섯곡은 한국어가사로 된 세 곡보다 영어가사로 된 세 곡이 더 좋은 것 같다. 내용은 잘 이해할 수 없지만.

    한국어가사로 된 세 곡은 원래 영어가사로 된 노래에 한국어 가사를 억지로 붙인 것처럼 조금 어색한 경향이 있다. 물론 정도는 훨씬 약하지만 비유하기에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OST의 Way back into love을 솔비와 김종욱이 '그대에게 바래요'라는 노래로 번안해서 불러 망쳤을 때 느꼈던 어색함 같은 것이다.

    가사의 어미가 주로 --요,--죠 하는 말투인데 그 말투가 멜로디와 뭔가 괴리감이 있는 느낌이랄까?
    아, 한국어가사로 된 세 곡 중 '말하지 않은 것처럼'의 가사는 어느 정도 좋다.

    가사얘기만 주로 하다보니 The finnn에 대한 좋은 평이 아닌 것 같네.(-_-)
    하지만 CD를 산 지 두달이 되서 매일매일 듣다시피해도 별로 질리는 감이 없고 들으면 들을 수록 좋은 그런 앨범이다.

    게다가 조휴일이 뉴욕에 가있는 지금 (앨범작업을 하고있다고는 하지만 언제나올지--;)
    검정치마의 팬들에게 검정치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좋은 밴드다.
    1월 15일에 단독공연도 한다던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밴드.


    <Track List>

    1. I'm Sad Just To Dance With You 
    2. Dance With An Indian
    3. Evelyn!
    4. The Two Ghosts
    5. So Regular
    6. Basic Blue
    7. Freakin' Me Out
    8. Happy Christmas & Merry New Year
    9. I Hate Bowling
    10. 공개무시금지
    11. 말이 없던 것처럼
    12. 여우에게




    The Finnn 문화콘서트 난장 출연영상 -말이 없던 것처럼-




    포스팅하면서 핀의 공연영상은 처음 찾아보게 되었는데, 앨범만 듣다가 공연을 보게 되니 약간 기대이하이긴 하지만 많은 인디밴드들이 방송출연에서 엄청난 울렁증과 가창력부족으로 인해 수많은 기대이하의 무대를 보여줬던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양호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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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결심하면서, 음악에 대한 글을 제일 쓰고 싶었다.



    7살에 나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를 우상으로 삼게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장영주에 대해 딱히 큰 감명을 받았다기 보다는 어린 나이에 천재, 신동 소리를 듣던 그녀에 대한 동경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 후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이 될 때까지 6년 내내 어딜 가든 꿈이 작곡가라고 말하고, 쓰고 다녔다.
    그 시기의 아이들은 꿈이 수시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는 마치 꿈에 대한 의리라도 지켜야 한다는 양 6년 내내 언제나 꿈을 '작곡가'라고 말하고 다녔다. 당시 작곡했던 동요도 있었다.

    나는, 내가 슈베르트처럼 될 줄 알았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부모님을 졸라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었다. 피아노는 꽤 일찍 그만뒀고 바이올린 또한 내가 좋아하던 그당시 바이올린 레슨 선생님께서 외국으로 유학을 가시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공부, 공부 하면서 작곡가라는 꿈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음악은 여전히 좋아했지만 이 때부터는 철저히 음악 '감상자'의 입장에서 살았다.
    내 꿈인지 부모님의 꿈인지 누구의 꿈인지도 모를 의대를 지망하고 또 많은 대학을 떨어지면서 세월은 흘러갔다.

    대학에 떨어지고 또 떨어지면서 남들보다 좀 더 오래 대학입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삶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변했고 결국 사람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한다는 생각(오랜 입시기간에 대한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것인듯) 을 하게 되었다.
    기댈 것이 변변치 않았던 그 시기에 음악을 들으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기도 했고.


    결국 의대고 뭐고- 언제부터 나한테 주입되었는지도 모를 남의 꿈들은 다 집어치우기로 결심하고
    어린 시절 6년내내 고수했던 그 꿈, 작곡가를 떠올렸다.
    이젠, 꼭 작곡가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기억났다.
    '아 나 '음악'에 집착했었지.'






    해서, 앞으로 블로그에 음악에 관련된 여러 글들-음반 리뷰,뮤지션에 대한 이야기 등등을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