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내 유전자는 딱히 좋지 않은 것 같다.
공부 머리는 좋지만, 뭐 그거야 학창시절까지나 필요한 거고...그 공부 머리 마저도 막 진짜 수재급 그런 것도 아니고 좀 어중간하다. 친가고 외가고 친척 다 뒤져봐야 먼 친척 중에 서울과고 나온 의사 한 명 있고...제일 공부 잘한 사람이 나임...ㅋ...그 다음이 성대 나온 우리아빠고 웬만한 일가친척 다 뒤져봐도 인서울 대학 나온 사람이 거의 없다. 사촌도 친가 6명, 외가 20명 정도 되는데 통틀어서 제일 좋은 대학 나온 게 나...ㅋㅋㅋ

그대신 외가엔 사업 머리 있으신 분들이 계신데, 우리 외할머니도 그 시절에 장사로 큰 돈 벌었던 분이고(하지만 재산은 없다 외할머니 형제들이 유언장 위조해 빼가서 도박으로 다 날려먹음;;;ㅎ) 외삼촌이랑 이모들도 꽤 큰 사업체 운영하셨던 분들이다. 근데 난 그것도 없고...ㅋㅋ

체력적으로 보면 더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단 한 번도 체육이란 과목을 잘 해본 적이 없다. 어릴 때 체육대회에서 4명씩 달리기 하면 무조건 4명 중에 꼴찌함. 사람들이 나 걷는 거 어색하고 웃기다고 한 적도 있음. 움직임이 어색하고 뭘 해도 뚝딱 거리는 편이다. 댄스 다니면서는 춤추는 거 바로바로 못 따라하고ㅋㅋㅋ 외우지도 못하고, 요가 수업들을 땐 요가 동작도 잘 못 따라하는 거 보면 말 다했지...ㅋㅋㅋ

노래도 그림그리는 것도 다 어중간함...음치 박치는 아니고 그림도 진짜 못그리는 건 아니지만 하여튼 잘하는 건 아님. ㅋㅋㅋ

제일 심각한 건 생활머리(?)인데...물건 조립한다거나 물건이 작동 안할 때 쉽게 위치만 바꿔주면 되는 거나...요리를 한다거나...머리 고데기를 한다거나 눈썹을 그린다거나...예시들기가 어렵긴 한데 하여튼 생활에 필요한 크고 작은 능력, 기술들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노력하면 되지 않냐 할텐데 응 안됨...엄마가 나한테 맨날 하던 말 "너 공부까지 못했으면 어쩔 뻔 했냐?"...ㅋㅋㅋ
그래서 난 이런 능력이 필요한 일 하는 사람들이 제일 신기하다. 직접 요리해서 가게하고 있는 친구나 미용실에서 머리하는 친구나 헬스 트레이너...등등. 어떤 사람들은 무시하는 직업이지만 나한테는 억만금을 줘도 못할 직업으로 느껴짐. 애초에 기술 습득이 쉽지 않은 유전자라 하겠다.

민화도 1년 넘게 다니는데 그닥 못하는 것 같고, 춤은 1년이 뭐야 더 오래 췄는데 여전히 못 추고...ㅋㅋㅋ 이런 생각을 곰곰이 하다보니 내 어중간하고 무능한 유전자는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걸까 하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래서 든 생각은 생존 능력 하나는 자신 있단 거. 의심 엄청 많고 쎄한 거 잘 느껴서 병신 발견하자마자 도망가는 걸 진짜 잘하고, 20대 때 술 아무리 꽐라될 때까지 마시고 돌아다녀도 위험한 일 겪은 적 단.한.번도 없음. 운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애초에 조금이라도 위험한 인간이랑은 술 안 마시고 말 안 섞는다. 모르는 사람이랑 말 안 섞고 택시 타서도 나 혼자면 택시 기사랑 얘기 안함...ㅎㅎㅎ 무서우니까.

나는 어릴 때부터 겁이 엄청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뛰어다니다 난 상처 한둘쯤은 있지만 나는 겁쟁이였으므로 다칠 행동을 거의 안했다. 등산을 가면 앉아서 내려왔다.

지금도 슈퍼 겁쟁이어서 검증되지 않은 것에 대한 경계심이 장난 아니고, 검증된 것도 안심을 잘 못한다. 그래서 얼마 전에 독립하려고 집 알아보다가 때려침...전세금 떼일 까봐 무서워서...ㅋㅋㅋ 겁쟁이라 보수적이고 추진력이 부족한 편이다.

근데 문득 그랬기 때문에 내 유전자가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상상 이상의 겁쟁이기 때문에...지금까지 살아남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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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와인바

코로나로 풀린 유동성이 사라지고 전쟁으로 유가가 올라가고 여러모로 경기가 안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사업자들이 다들 부자 돈을 뜯어야 경기를 안 탄다는 걸 알고 부자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기 시작했는데...그 중 하나가 와인바다.

요즘 부쩍 와인바가 많아졌다.
일반 술집도 시내에 있는 곳들은 맥주 소주 팔던 곳들이 죄다 와인바로 바뀌는 중... 코스트코에서 2만원이면 살 와인을 와인바에서는 8-9만원에 팔아제낀다. 소주 몇십 병 팔아야 남는 돈을 와인 한 병으로 땡기네.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일까...? 근데 저렇게 우루루 생기다 우루루 망할 것 같아.

무튼 나같은 가성비에 목숨 거는 구두쇠는 와인바란 단어만 들어도 온몸이 와들와들 떨린다우 가성비랑 반대되는 단어가 있다면 와인바가 아닐지...

와인바는...사장님이랑만 가자.

2. NFT, 여성을 상대로 하는 장사, 소셜 클럽

NFT...코인이 폭망한 요즘도 이거 파는 인플루언서나 이런 사람들이 좀씩 보이는데
진짜 이거야말로 합법적인 사기 아닌가 싶다.
실체가 없는 것을 파는 것. '나만 아니면 돼~!'하면서 폭탄 돌리다 마지막 떠안는 사람이 부웅! 망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세계 최초 트윗 NFT, 35억원에서 1400만원으로 1년만에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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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디지털 자산에 고유성을 부여하는 게 이해가 안됨. 차라리 리니지나 메이플 한정판 아이템이 더 가치있지 않나?...

갑자기 NFT 얘기하는 건 어떤 인플루언서의 NFT 판매 논란을 봤기 때문이다. 어떤 인플루언서가 NFT 만들어 파는 게 까이게 됐는데, 내용을 보니...실체 없는 것을 팔기 위한 그럴듯한 단어들이 모두 들어있어서 웃겼다. 여성들도 모여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공부하자면서 홀더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회원제 어쩌고 소셜클럽 어쩌고...ㅋㅋㅋㅋㅋ

일단 여성들을 위한, 여성들만의...어쩌고는 난 거른다. 자기가 여자인 걸 내세워서 여자들 돈 빼먹겠다는 걸로밖에 안들림. 저런 서비스들은 일단 소비자들이 같은 여자가 판다는 것에 호의를 가지기 때문에 좀 개판쳐도 봐주겠지 하는 안일함이 깔려있는 것 같고, 핑크택스 붙을 확률도 높다고 생각한다. 뭐 탐폰이나 생리대나 노브라티셔츠나 이런 걸 팔면 모르겠는데 성별 상관없는 걸 팔면서 저런 소리하는 건 싫음.

그리고 난 트레바리 류의 소셜클럽 서비스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데, 나에게는 좀 있어보이는 사람들 나열해놓고 "얘네랑 어울리고 싶으면 친구비 내!"하는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돈 주고 살 수 있는 소셜클럽 티켓이 뭐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돈 주고 와야하니 진짜 돈 없는 사람들은 걸러져서?) 팔리는 기저에는 사람들의 허세 혹은 불안이 있다. 인스타 허세의 끝판왕은 차도 집도 아니고 인맥질이 아닐까 싶은데, 유명인이나 힙스터들이랑 사진 올려대며 "나 얘네랑 아는 사이야~" 하는 거 말야. 사람들은 그걸 하고 싶어서 소셜클럽 회원권을 사는 거지. 아니면 그냥 매일 매일 회사-집 하면서 '이러다 나 도태되는 거 아니야?'하는 불안을 느낄 때 잘 나가는 사람들이랑 그럴듯한 현학적인 대화 좀 하고와서 안도감 느끼려고 하는 거든가.

저런 데 돈 내고 가는 이유 중에 유일하게 납득 되는 건 '애인 사귀려고'다. 보통 소셜클럽 가입비가 듀오보단 싸니까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름.

아무튼 소셜클럽들 수요가 있는 것도 그 이유도 알겠지만 그냥 친구비 걷는 게 싫어서 꼴보기 싫음. 친구비는 유명한 사람들은 안 내도 되고 안 유명한 일반인들만 내야하잖아. 어우...ㅋㅋㅋㅋㅋ

트레바리 너무 까서 미안. 근데 트레바리보다 더 싫은 거 트레바리의 '여성' 버전, 헤이조이스...여성 상대 장사와 소셜클럽을 합쳤슴다.ㅋㅋㅋㅋㅋㅋ 내가 싫어하는 게 다 있네. 하여튼간 소셜클럽만큼 별 자본 없이 사람들 털어먹기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해. 문득 넷플릭스 애나 만들기의 애나가 떠오르는구만.

3. 강연, 토크콘서트...의미있나?

실체 없는 것을 파는 것의 원조는 사실 강연이나 토크콘서트 아닐까. 정작 제일 비싼 사람들, 명문대 대학 교수들의 일반인 대상 강의는 인터넷에 무료로 풀려있는데 말이지. 전문 지식을 알려주는 강의 말고 걍 인생 이렇게 사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는 강연이나 토크콘서트들은 어느 정도는 사기성이 있다고 생각함. 그런 거 백날 듣는다고 내 생각 바뀌고 내 인생 바뀌나? 모르겠다. 들어봐서 하는 소리임.

그래도 김창옥 같은 사람은 한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고라도 이해가 되는데, 자격 없는 강연자 너무 많아. 딱히 전문성도 없는 입 잘 터는 사람들이나 인플루언서들, 요새는 하다하다 걍 대기업, 스타트업, 좀 유명한 회사 다니는 직장인들이 사람들에게 '뭐라도 한 듯한 뿌듯한 느낌'을 팔러 다니는 경우가 많아 보인단 말이지. (그리고 그 직장인 강연자들 중에서는 정작 자기 회사 내에서는 평가 개판인 사람들 많이 봤다. 폴리페서들이 수업평가 개판인 거랑 비슷함.)

관공서나 회사 워크샵 시간 떼우기 위한 지출 덕분에 저런 강연자들이 수도 없이 양성되고 또 유지되고...근데 솔직히 대다수의 일회성 강연으로는 겉이나 핥을 수 있는지 의문.

4. 국뽕 유튜브


인터넷에서 이 글이 화제더라고. ㅋㅋㅋ
국뽕유튜브...예전에 어디서 국뽕유튜브 어그로성 제목 짓는 편집자 재택 알바 구하는 글을 봤는데
돈도 일에 비해 많이 주고 내가 기자도 했었으니까 해볼까 싶어서 유튜브 가서 국뽕 유튜브들 훑어봤거든

근데
못하겠드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할려면 할 수 있거든...내려놓으면...

나 영상 편집도 잘하고 어그로 기사도 써봤고 음...진짜 돈만 생각하면 할 수 있는데 근데 못하겠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범생 출신이라 그런가...
뭔가 정신적 존엄이 무너지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난 국뽕 유튜브 운영자 대단하다고 생각해...
룸싸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성매매 종사자들이 돈 쉽게 번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드는 거랑 똑같음...ㅎ 난 그 비위 안되거든...

일단 난...못한다...
ㅋㅋㅋㅋㅋㅋㅋ


---

여튼 오늘은 날로 돈버는 것 같은 일에 대해 써봤음
쓰다보니 걍 내가 싫어하는 일들 같기도 하네

아무리 돈이 되더라도 사기성이 많이 있는 건 싫더라 그래서 난 우리 사장님들한테도 가격 맨날 낮추라고 그만 올리라고 잔소리해 ㅋㅋㅋㅋㅋㅋㅋㅋ 판매자보다 소비자로 살아온 시절이 길어서인가 아직 소비자한테 더 이입하는듯...

그러면 안되는데 돈 많이 벌려면 이렇게 돈 한 푼도 안되는 티스토리 블로그 12년 운영할 시간에 국뽕 유튜브를 운영하든가 이 글 내용 같은 걸 유튜브나 하다못해 포스타입에 올려대고 한 사람이라도 낚이길 기다려야겠지만

나에겐 돈 안되는 일만 열심히 하는 십선비 유전자가 각인돼있는지 오늘도 광고도 안 다는 티스토리에 무료로 글을 쓰고 있다

내 존엄을 해치지 않으면서 날로 돈버는 방법을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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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친구들이 30대 중반 어느덧 다들 틀딱이 되어버려서 오늘 만난 김에 틀딱에 대해 고찰해봄.

1. 새로 생긴 아파트나 공원 보면서 꼭 "여기가 예전엔 어디였는데!" 라고 함.
옛날에 회사 아저씨들이랑 서울 다른 동네로 외근 나가거나 하면 꼭 "여기가 예전엔 ~였는데!" 이런 소리 했었는데 이제 우리가 그러고 있음.

2. 최근 = 10년 이내
10년 이내 혹은 그 비슷한 때 벌어진 일은 모두 최근 일임. 예를 들어 난지도가 사라지고 상암동 업무지구가 된 건 틀딱들에게는 최근일이다.
보아 옛날 노래는 아이디 피스비지 발렌티 같은 건 보아의 최신곡임...
그외에도 시간 개념이 흐려짐. 3년 전 일을 작년 일이라고 우긴다거나, 지금 자기 나이가 헷갈린다거나...

3. 요즘 애들한테 관심 많음
우리가 한창 20대일 땐 어른들한테도 우리보다 어린 애들한테도 관심 없었는데 30대가 되니 20대들한테 관심 많고 20대들 얘기 열심히들 함. "요즘 애들은 OO 모르더라???" "헐 미친!!! 어떻게 OO을 몰라???" 이거 단골 대화...

4. 옛날 얘기 좋아함
1번이랑 비슷한 맥락인데 시도 때도 없이 누군가 옛날 대중문화 얘기 하고, 얘기 나오면 다들 엄청 좋아함.
버스 얘기 나오니까 누군가가 자자의 버스 안에서 부르고, 그러면 또 다같이 따라부름. 칵테일 마시러 가자니까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부르고, 다같이 신나함.
가족오락관, 사랑의 스튜디오 얘기함...
그러다 갑자기 3번이랑 섞이는 경우도 많음. "요즘 애들은 칵테일 사랑 모르겠지?"

나이들수록 깊어지는,,,우리는 와인이야!!! 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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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능력 있다는 사람들이
공감능력도 지능이다 어쩌고 하면서
공감능력 부족하다고 다른 사람들 욕할 때
꼴보기 싫다 진짜

그렇게 공감능력이 좋은 당신은
공감능력 없거나 부족한 사람한테는 왜 공감 못해줘?

공감능력도 지능이라고 그러는 게 제일 웃긴 게ㅋㅋ 지능이 낮다는 말 자체도 틀렸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맞다쳐도 지능이 낮은 게 죄야? 지적 장애인도 욕할 것임?

사실 진짜 공감능력 없는 건 저런 사람들이 아닐까?
자기가 공감능력 뛰어나다고 믿으면서 자기 기준에 공감능력 없거나 부족한 사람한테는 전혀 공감 못하고 막말해대는 사람들

동네 공원 갔는데 어린이날이라고 축제가 열렸더라고
공무원들이 행사를 열심히 기획했는지
바람넣어 만든 거대 미끄럼틀에, 트램폴린에, 애들 타는 기차까지 갖다놨음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각종 행사 부스들 있고(페이스페인팅, 뭐 만들기, 슬라임, 그림그리기 대회 등등...)
솜사탕 팔고 번데기 팔고 오징어 팔고...

다들 텐트치거나 돗자리 가져와서 어른들 맥주먹고 애들 꺅꺅 거리며 뛰댕기고 연날리고

그냥 동네 갔다가 그 광경 보고
나도 가려던 곳 가는 거 좀 미루고
거기서 남친이랑 오징어랑 맥주 사다 마시면서
신난 어린이들이랑 귀여운 강아지들 구경했음

난 어린이는 아니지만 진짜 코로나 이후로 그렇게 사람들 많이 모여서 막 하하호호 웃고 있는 거 보니까 그냥 그 분위기가 꿈 속 같고 너무 좋았다...

벤치는 물론이고 바닥까지 사람 앉을 수 있는 곳들은 다 차서 농구장 앞 벤치만 비어서 거기 앉아서 애들 농구하고 있는 거 구경하는데

옆 벤치에 어떤 초딩 남자아이가 혼자 시무룩하게 앉아있더라...부모님 없이 혼자 온 것 같았음

어떤 아저씨가 자기 애랑 있다가 걔가 혼자 있는 거 보고 챙겨서 같이 농구도 좀 하고 이름도 물어보고 그러던데
그 아이는 더 안하겠다며 혼자 벤치에 앉더라

나도 그렇고 뭔가 다들 가족이랑 친구랑 있는데
혼자 있는 아이가 짠해서 보고 있는데
기독교 전도하는 교회 아줌마가 와서 혼자 있는 아이한테 열심히 전도 멘트를 하더라고 비눗방울로 꼬시면서
기독교 싫어하는 남친은 어휴 하여간 기독교ㅉㅉ 이러면서 욕하는데 애는 너무 잘 아줌마 말 듣더라
걍 누구라도 말 걸어주길 바란 게 아닐까 싶었음...
그렇게 얘기 다 들으니까 아줌마가 아이한테 뭔가 장난감을 줬고, 애는 그거 받아서 벤치에서 일어나서 가버림
그냥 뭔가 짠했다 어린이날 혼자 있는 어린이가

어린이한테 어린이날은 정말 중요한 날인 것 같다
내가 엄마아빠한테 고마운 건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진 않았어도 엄마아빠가 나랑 언니 데리고 여기 저기 놀러다니는 거 진짜 많은 데 다 데리고 다녀준 거
그런 것들이 진짜 커서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른이 돼서 생각해보니 어린이날 놀이공원 데려가주는 거 어른이 어른 체력으로 하기 진짜 힘든 건데
특히 다들 주6일 일하던 그 시절(우리아빠는 주7일 일했다...) 어른들은 참 피곤하기도 했을텐데 우리 엄마아빠는 놀이공원이고 산이고 들이고 서울 곳곳이고 오만 데 다 데리고 다녀줬다

엄마아빠가 계곡 좋아해서 계곡도 진짜 전국 방방 곡곡 다 다녔고 새벽 동대문, 노량진수산시장, 여의도공원, 명동, 신촌, 광화문, 교보문고, 여의도공원, 서울대공원, 자연농원, 드림랜드, 영화관...
그중에서도 평소엔 자야 할 시간에 돌아다니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엄마아빠언니랑 동대문, 노량진수산시장, 심야영화 보던 거 너무 기억 잘남

난 영화관에서 엄마아빠랑 처음 본 어른용 영화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와호장룡'인데 영화도 진짜 재밌었지만 가족들이 다같이 가던 그 영화관 분위기랑 그런 게 넘 좋았다
남친 없었을 땐 어른돼서도 영화 싫어하는 엄마 빼고 아빠랑 언니랑 셋이 아니면 아빠랑 둘이 영화보러 자주 다녔는데 다 참 좋은 추억

이런 생각 하면 진짜 아이는 돈이 아니라(물론 돈도 중요하겠지만...) 체력으로 키우는 것 같다

나 어릴 땐 반지하도 살고 뭔 산동네 재개발 중인 할렘가 비슷한 동네에도 살고 그랬지만 어른돼서나 그게 별로 좋은 집, 좋은 환경이 아니었구나 싶지 어릴 땐 그런 건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엄마아빠는 돈이 없어도 품 들여서라도 어떻게든 잘 놀아줬다 지금도 워낙 여행 좋아하는 분들이지만...생일엔 꼬깔모자 씌워주고 케익해주고 선물 주고, 어린이날엔 어디 유원지 가서 뛰어놀게도 해주고 부메랑도 사다 던져주고 연도 날려주고

명절에도 우리 아빠는 어른들보다 애들이랑 노는 걸 좋아해서 어른들끼리 고스톱칠 때 언니랑 나랑 사촌동생들 데리고 할머니 동네 공터에 불꽃놀이 도구 잔뜩 사서 불꽃놀이 꼭 해줬다. 우리 집 애들 전용 명절행사ㅋㅋㅋ 우리가 하고 있으면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 모여서 구경함ㅋㅋ

크리스마스엔 트리 놓고 가족들끼리 선물 사다 포장해서 트리 밑에 놓고 당일에 개봉하고...겨울에는 눈사람 만들고 그랬지

난 이렇게 자라서
가난하든 부자든 엄마아빠면 애들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고 놀아주는 게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커서 보니 바빠서든 성향이 달라서든 어째서든 안 그런 부모님들도 많더라
금쪽같은 내새끼 같은 프로그램 봐도 애들은 엄마아빠랑 놀러다니는 걸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바쁘다고 애들이랑 1년에 한번도 놀러 안 다니는 집도 있고 그렇더라고

근데 내가 어른돼보니 바빠서 어째서 애들 데리고 못 놀러다닌다는 건 좀 핑계라고 생각함...연애할 때는 짬내서라도 어떻게든 데이트는 했으니 결혼했을 거 아냐

우리아빠는 젊을 때 주7일 일하고, 매일 밤 10시 반에 퇴근하면서도 휴가때, 퇴근 후 새벽에...그게 아니면 회사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서라도 우리랑 놀아줌

그냥 아무리 바빠도 애들이랑은 놀아줘야한다
그래야하는, 그럴 수 있는 기간이 엄청 긴 것도 아닌데
그 시기만이라도 여기저기 데리고 다녀줘야 한다

물론 요샌 그런 부모가 많진 않겠지만
그냥 문득 어린이날인 오늘도 부모님이 아무데도 같이 안가주거나 해서 하루종일 혼자 시무룩하게 있었을 어린이들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져서 주절주절 써봤음
어린이날은 어린이랑 놀아줍시다...선물도 사주고.

나도 어린이날이니 큰 맘 먹고 내가 아는 어린이인 조카에게 선물을 사줬다...각종 장난감 고민하다가 상상력을 길러준다는 발도르프 어쩌고 원목 야채 장난감 사줌

근데 36개월 이상 사용하라더니 아직 12개월인 어린이 눈엔 별로 흥미가 안 생기나봄...ㅋㅠ 관심없었다는 후문...쌈디가 조카한테 자동차 사줬는데 외면 받았을 때 기분을 이해할듯함...그래도...언젠가는...잘 갖고 노는 날이 오기만을 바랄게...하지만...다음 어린이날에는...아주 자극적인 장난감을 사줘야겠음

자극적인 장난감들에 밀려 외면받은 조카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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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고양이도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개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둘을 좋아하는 사람은 각각 성향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외국에는 cat person / dog person 이란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

나는 고양이도 좋아하지만 스스로는 dog person 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개만 쭉 키워서인지 뭔가 개에 더 친밀감과 근본적 애정이 있음.

친구나 애인을 만나보다보면 cat person도 dog person도 있지만 dog person들과 확실히 뭔가 공감이 더 많이 된다. 내 기준에 인간관계에서 하는 행동들이 좀 더 잘 이해됨. 근데 cat person들은 친해도 좀 이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갑자기 잠수를 탄다든지, 고양이 좋다고 입양해놓고 죽을 때까지 안 키우고 잃어버리거나 누구 주거나 하는 등. 공교롭게도 지금은 다 멀어졌네.

몇 달 전에 카라에서 펴낸 유명인들이랑 작가들이 반려동물 반려경험 나누는 책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를 읽었는데(책은 비추) 여기서 언니네이발관 이석원이 고양이 두 번 입양했다가 털 알레르기 있다고 두 번 다 파양했다는 거 보고 전형적인 cat person이라고 생각했음. 내가 만난 cat person들이랑 비슷함. ㅋㅋㅋ 무책임한 예술가(지망생)들이 주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dog person들 중에서도 나랑 잘 맞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집에서 개를 키워서 평생 같이 산 사람들. 좀 더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키워봤다는 특징보다 기르던 개의 죽음을 겪어봤는가 아닌가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과의 차이인듯. 개에 대해 절대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족의 일원이지만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개는 혼자 두면 안된다, 뭐 먹으면 안된다 같은...강형욱이 설파할법한 개에 대한 상식들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음. 개를 키우는 게 인간이 행복하려고지 개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닌 걸 아는 것도 좋다. 반려동물에 유난떨지 않는 그런 태도야말로 개 그리고 사람을 마음 속 깊이 사랑하기에 나오는 성숙한 태도라고 생각함. 일단 끝까지 책임졌단 것도 좋고.

윤석열이 개와 고양이들을 키우는 게 다른 정치인들의 쇼와 달라보였던 건 윤석열이 개와 고양이를 대하는 걸 보니 그냥 진짜 저 사람한텐 가족이고 생활인 게 잘 보여서였다. 그전엔 이경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경규가 예전에 관찰 예능 나와서 개 여러 마리 키우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 강남 고급 빌라 사는 아저씨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온동네방네 싸져있는 개똥 치우면서 하루를 시작하더라고ㅋㅋ 엄마랑 보다가 엄청 공감돼서 빵터짐. 뭐 개 좋아한다고 좋은 사람은 아니다만, 윤석열이나 이경규나 개를 단순히 홍보 수단이 아니라 진짜 가족으로 여긴다는 게 너무 눈에 보였다.

친한 친구도 지금 애인도 개를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키웠고 기르던 개의 죽음을 겪어봤는데 그래서인지 서로 개나 동물 얘기를 할 때 뭔가 확실히 서로 공감하는 게 있다.

물론 dog person 중에서도 쎄하거나 별로인 사람들도 많다. 같은 개라도 지 깜냥도 안되면서(혼자 살거나, 원룸 살거나) 대책없이 개 키우고 감당 못하는 사람 싫다. 요즘 같이 유기견 문제가 잘 알려진 세상에 굳이 펫샵에서 새로 개를 사오는 사람도 멍청하거나 충동적인 것 같아서 별로다.

개 갖고 유난 떨거나 소위 개맘충처럼 구는 사람들도 싫다. 내가 강아지를 워낙 좋아하고 그래서 회사 카페에 반려동물 출입가능하게 해놨더니 개를 막 카페 테이블에 올리는 인간들 때문에 테라스만 되게 하는 걸로 원칙 바꿈. 다른 손님들이 먹을 거 먹는 테이블인데 의자 위에만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니까 대놓고 불쾌하단 티내고 어휴.

이건 편견일 수도 있지만 허스키, 셰퍼트, 투견 류 같은 품종있는 대형견 좋아하거나 키우는 남자들도 왠지 꺼려진다. 서열 관계에 지나치게 좋아하고 남을 복종시키려는 지배욕이 센 사람 같아보임. 해병대 출신 남자가 싫은 이유랑 비슷함.

뭐 중언부언 쓰다보니 산으로 가네.
결론은 cat person이든 dog person이든 유난 떨지 않고 남한테 폐끼치지 않고 키우면서 반려동물이 죽을 때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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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면접 엄청 보러 다닐 시절에
진짜 완전 절실하고 열심히 하면 떨어지는 그런 게 있었더랬다. 거의 취준 처음할 때 진짜 가고싶던 방송국 최종 면접을 가게돼서 진짜 거기서 넘 붙고 싶어서 절실하게 굴고 떨어진 적도 있음. 그후로도 면접 진짜 많이 봤는데 마음 비우고 대충 보면 70%의 확률로 붙는데 지나치게 절실하면 진짜 백퍼 떨어짐.

백반기행에 이재명이랑 윤석열 나오는 걸 봤는데 물론 두 사람에 대한 내 기본적인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그걸 빼놓고 봐도 이재명이 넘 비호감인 것이다. 너무 절실하고 막 좋은 이미지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인 게 느껴졌음. 근데 그게 그냥 너무 뭔가 부담스럽고 싫더라고. 그에 비해 윤석열은 내내 그냥 백반기행 즐겨본다면서 프로그램에 맞게 먹는 얘기만 하다 갔는데 훨씬 호감이 갔다.

밸런스 잡는 게 어려운 것 같다. 열심히는 해야하는데 절실하면 안된다. 이재명이 선거 막판까지 진짜 절실하길래 '오...?' 했는데 뭔가 저렇게 절실하고 여유가 없으면 나도 그랬고 결과가 항상 안 좋더라고. 되려다가도 안됨. 흠...

연예인에 대해서 호불호가 많진 않은데 프듀 나온 김세정 얘 보면 골목식당에서든 나혼산에서든 어디서든 되게 열심히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 부담스럽고 보기 불편한 것임. 요즘 김세정이 나오는 '사내 맞선'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라서 거기 나온 연기 짤도 유행이라 봤는데 난 그냥 너무 불편하고 오래 못 보겠더라고...

참 열심히 하는 좋은 사람인 거 알겠는데 대체 왜 난 김세정이 항상 보기 불편할까 싶어서 보는데 우연히 아래 짤 보고 실마리를 얻음. 뭔가 저 항상 벼랑 끝에 선 것 같은 절실한 태도가 보기 불편한 것 같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건가 싶기도 하고. 암튼 세상은 알수록 참 불공평해. 열심히 하고 절실하면 잘돼야하는 것 같은데 꼭 그런 게 아닌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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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도 보아라


건강한 몸에 건강한 멘탈이 깃들었구먼
훈훈한 황대헌 선수 억울한 판정 당하고도 금메달!
도쿄올림픽 때 안산 선수도 온갖 페미몰이 악플 달려도 멘탈 전혀 안흔들리고 보란듯이 금메달 3개 따버려서 그 멘탈이 넘 좋아보였는데
황대헌 선수의 멘탈도 넘 좋아보인다
저런 마음가짐으로 사니 금메달도 따고 그러는듯

컴플레인 잘하는 법 - https://seoulnight.tistory.com/m/463

컴플레인 잘하는 법

난 자타공인 컴플레인 고수이다. 친구 대신 전화해서 친구가 실수한 문제를 해결해준 적도 있고 부모님도 나에게 컴플레인을 맡긴다. 대학교 때부터 컴플레인 넣었다가 원하는 대로 해결되지

seoulnight.tistory.com


이 글 보고 컴플레인 성공했단 댓글이 있어 뿌듯했슴다.

나도 오늘도 컴플레인 성공함.

1/29(토)부터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걍 약국에서 파는 키트임) 도입해서 콧속 얕은 부분에만 면봉 몇 번 휘휘하고 20분쯤 기다려서 곧장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음성확인서 준다대?
그대신 원래 3일이던 음성확인서 유효기간이 2일로 둘어듦.

즉 기존 피씨알 검사와 다르게
약국에서 파는 거랑 동일한 자가검사키트로 간단 검사하는 것.

*장점 - 결과 바로 나옴. 코 깊숙히 남이 안 쑤시고 내가 자가로 살짝 쑤시면 됨.
*단점 - 음성확인서 사용 기간이 기존 피씨알보다 하루 짧음.

블로그 이웃분들 중에 미국 여행가셨던 분이 미국에선 검사 다 자가로 면봉 살짝 넣어서 휘휘하면 된다고 올려주셨었는데. 우리도 이제서야 그걸 함. (타액 검사 키트 외국에 수출 겁나하면서 아직도 타액 검사는 도입 안함.)

나는 면봉을 코 깊숙히 억지로 넣는 게 넘 싫어서 피씨알 안받던 1인이라 방식 바뀌자마자 맘이 편해져서 검사받으러 보건소 고고. 우리 동네는 다른 선별진료소는 2/3부터 신속항원검사 도입이고 보건소만 1/29부터 도입이라 보건소로 갔다.

보건소가 연휴라 1시까지 열고, 결과 나오는 데는 20분쯤 걸린대서 12시 30여분쯤 보건소에 도착함.

입구에 들어서는데 이미 피씨알 접수 끝났다고 쫓아내려함. 요즘 진짜 확진자 많긴 한가봄. 내 옆에도 확진 받아서 재검 받으러 소견서 들고 왔다며 들여보내달라는 코로나 양성 확진자, 확진자 가족들이 있었음...ㅋㅋㅋ

내가 난 피씨알 말고 신속항원검사 받으러 왔다니까 저 옆으로 가라고 해서 갔다.

그래서 천막 앞에 도착한 게 12시 39분인데.
나보고 갑자기 늦어서 검사 못한다함. 지들이 운영시간 1시까지라고 써놓고;;;

당연히 항의 시작.

나 - 왜 안되냐.
상대 - 이미 마감돼서 안된다.
나 - 앞에 사람 하나도 없는데 왜? 몇시까지 와야 받을 수 있는데?
상대 - 열두시 반까지는 와야한다.
나 - (시계보니 39분임) 왜지? 지금 39분인데 봐줘라.
상대 - 그냥 그게 원칙임.
나 - 원칙이면 근거 규정이 뭔데? 나 우리 지자체 공지 다 꼼꼼히 보고 왔는데 1시까지 운영한다고 써놨던데? 30분 전에 오라고 어디에 써놨냐?
상대 - 피씨알도 원래 인원 다 차면 조기마감된다. 신속항원검사도 비슷하다.
나 - 그건 인원 마감된거고. 지금 이건 앞에 사람 하나도 없는데? 기사 보니 결과나오기까지 20분쯤 걸린다길래 12시 40분 맞춰 온건데 왜 안되는지?
상대 - (당황) 기다려봐라. 얘기해보겠다.

- 잠시 후, 공무원스러운 다른 직원 옴 -

상대2 - 미안하다. 30분 전엔 와야한다. 원칙이다.
나 - 근거 조항 뭔데? 원칙이면 문서로 근거가 있어야지?
상대2 - 그런 건 없는데 원칙이다. 뭣보다 니가 검사했는데 양성 나오면 여기서 추가로 PCR 검사 해야하는데, 우리 보건소는 PCR 검사 마감돼서 니가 이거 양성 나와도 PCR 못받기 때문에 신속항원검사도 못 해준다.
나 - (지금 생각하니 저 멘트 개어이없음ㅋㅋㅋ 내가 코로나 양성이어도 일단 우리한테서만 안나오면 된다는 건가? 내가 양성 환자면 조금이라도 빨리 알려줘야 전염시키고 돌아다닐 확률이 줄어드는거 아닌가?ㅋㅋㅋ) 음...?
상대2 - 저옆에 다른 선별진료소는 오후에 하니까 거기가서 받길 추천한다.
나 - 거긴 신속항원검사 안하잖아. 난 신속항원검사 받고싶은건데?
상대2 - PCR이 더 정확하고 더 좋지않나. 아직 계도기간이라 증상 없어도 받을 수 있고 유효기간도 길다.
나 - 노노. 난 내가 진짜 코로나 걸렸는지 궁금한 게 아니고 걍 음성확인서가 필요한 거다. 난 오늘 필요한데 피씨알은 받으면 결과 내일 나오잖음. 난 오늘 음성확인서 받고 싶다. 만약에 여기서 양성 나오면 내가 그 다른 선별진료소 가서 PCR 받을게. 그리고 1시 전에 결과 안나오면 걍 난 포기하고 갈 거고, 그전에 결과 나오면 음성확인서를 달라.
상대2 - 아...알겠다.

이 과정을 거쳐 자가키트 검사. 내 덕에 내 뒤에 온 사람 싸우지도 않고 바로 검사 받음ㅋㅋㅋ 내가 나올 때쯤 나보다 5분 늦게 온 사람들은 검사 못받고...(지랄했음 받을 수 있었을 것...) 널려있는 신속항원검사팀 차트 보니 오늘 하루동안 신속항원검사는 나포함 고작 10명쯤 받았고 1명만 양성 나왔더만?

하여튼 음성 나왔고 바로 종이 음성확인서 줘서
하루종일 방탈출도 하고 외식도 하고 연휴 잘 보냄.

오늘 느낀 점

1. 보건소 공무원도 내가 진짜 코로나 양성인지 음성인지 관심 없음. ㅋㅋㅋ 암이나 큰 병이라면 검사 안했다가 미리 발견 못하면 좆될 거란 걸 모두 다 알지만, 오미크론은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음. 양성이라도 검사 안받고 안 걸린 척 돌아다니면 된다고 생각하는듯한 대응. ㅋㅋㅋ

2. 원칙이라면서 아무 데도 안써둔 원칙은 확신갖고 따지면 이길 수 있다. '원칙=우리가 맘대로 정한 것?' 말이 되나.

3. 내가 잘 알고 있으면 컴플레인 실패할 이유가 없다.

4. 음성확인서 있어서 오랜만에 자유롭게 돌아다녀보니 검사 안하는 곳 널림.

사실 집에서 노는 삶에 넘 익숙해져서 오늘 음성확인서 꼭 필요했던 건 아니라 걍 갈까하다가
아무데도 안 써놓고 30분 전엔 와야한다면서 '원칙'이라고 우기는 거에 빡쳐서 말이 길어지고 계속 따지게 됨. 다른 사람이 번거롭게 헛걸음하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아무데도 안써놓고 운영 시간 1시까지라고 오만 데 써놔놓고 뭔 30분까지가 원칙이래. 저기요, 니들만 아는 그런 건 원칙이 아닙니다...

미접종자로서 늘어가는 건 전투력뿐.

이 이상한 좆가튼 병신 방역패스 백신패스 언제 폐지되나. 석열아? 춘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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