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장의 정의

 

나는 대학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소위 '취업 준비생'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들은 1년 넘게 취업을 준비 중인 백수가 둘, 계약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해야 할 기간제 교사가 하나, 올해 대학원을 마치면 취업을 해야 할 대학원생이 하나다. 가장 자주 만나는 친구들인데, 모이기만 하면 취업 얘기를 한 지도 오래다. 한 친구의 생일을 맞아 모인 엊그제의 술자리에서도 취업 이야기가 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1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친구가 전날 가고 싶은 회사의 인턴직 실무면접을 하루 종일 보고 왔기 때문이다. 친구는 전날 자기가 어떻게 면접을 보았는지 이야기 했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주위의 취업 사례로, 또 취업 시장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번졌다.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마음 한 켠으로는 쪽글을 쓸 걱정을 하고 있던 나는 자연스럽게 취업 시장은 정의로운가, 취업 시장의 정의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새 나는 취업 생각 밖에는 하고 있지 않은 시시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업 시장의 정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취업 시장의 정의롭지 못한 부분을 이야기 해야 한다. 취업 시장의 정의롭지 않은 바로 그 부분이 취업 시장이 정의로워야 할 바로 그 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내가 생각하는 취업 시장의 정의롭지 않은 세 부분, 고용주(기업)와 취업 준비생의 관계, 취업 시장에서의 성 평등, 빽과 취업의 상관 관계를 이야기함으로써 취업 시장의 정의란 무엇인지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철저한 갑과 을

 

이 글을 읽는 어떤 사람에게는 취업 시장이라는 말부터가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취업 시장이라는 말은 취업 준비생이나 기업 모두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단어다. 실제로 나를 비롯한 취업 준비생들은 우리를 소비해 줄 기업의 선택을 바라면서 취업 시장의 때깔 좋은 상품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기업은 이 지원자가 때깔만 그럴듯하고 알맹이는 없을까 걱정하며 4,5 차에 이르는 길고 긴 면접이나 몇 박 몇 일의 합숙 면접, 심지어는 한 두 달의 인턴 기간을 거치는 등 물건을 속지 않고 사는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문제는 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전혀 맞지 않다는 데 있다. 양질의 공급은 넘쳐 나는 데 비해 신입 사원에 대한 수요는 많지 않다. 긴 경기 침체로 잘 다니던 직원마저 내쫓는 일이 비일비재다.(경기회복 기대 속에 기업들 구조조정 '칼바람'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40527082008223) 능력이 좋다고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이 회사 저 회사에서 모셔가겠다 하는 인재의 존재는 먼 옛날 이야기다. 능력이 좋은 사람도 한 군데만 최종 합격하면 다행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과 취업 준비생의 관계는 철저히 갑과 을 관계가 된다. 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해도 다 감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의롭지 못한 취업 시장의 한 단면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자기 소개서에 한 줄 더 적기 위해 대학생 시절부터 기업을 위해 무급으로 일한다. 홍보 대사나 서포터즈 같은 이름 아래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자신과 전혀 상관도 없는 기업의 홍보글을 올린다. 공모전은 또 어떠한가. 취업 준비생들은 기업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아이디어를 기꺼이 빼앗긴다. 아이디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는 기업은 널렸다. 공모전에서는 당선 시키지 않아 놓고(,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아 놓고) 공모전에 낸 아이디어는 써 먹는다. 무급 인턴 제도는 어떠한가. 기업은 아쉬울 것 많은 취업 지원생들을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뽑아 놓고 돈도 한 푼 주지 않으면서, 아침 아홉 시부터 저녁 여섯 시까지 붙잠아 두고 복사를 시키고 잡무를 시킨다. 그리고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말한다. “양적인 스펙이 아니라, 남과 다른 스토리가 중요하다. 그러니 남과는 다른 한 줄을 만들어라. (예를 들면 인턴 같은 것!)”

하지만 이 정의롭지 않은 취업 시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취업 준비생 당사자는 언젠가는 취업을 해야 할 철저한 ''이기 때문이고, 이 과정을 거쳐 취업에 성공한 사람에게는 이미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취업 지원팀 행사에 여학생만 바글바글한 이유

 

남녀 평등에 있어 역차별이 만연한 사회라 한다. 남성이 힘든 사회이고, 이에 대한 반증으로 남성의 여성 혐오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취업 시장에서는 이런 이야기는 시기상조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취업 시장에 들어오면 여성이 남성보다 취업에 있어 얼마나 불리한 존재인지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같은 학교 같은 과 CC인 친구 커플은 함께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영어 점수니 학점이니 교환 학생 경험이니 모든 수치화된 스펙이 여자가 남자 보다 더 뛰어난데도, 서류 통과율은 남자가 훨씬 높다. 같은 회사를 써도 그렇다. 학교 취업 지원팀에서 모집하는 취업 멘토링 행사나 취업 박람회에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훨씬 많다. 남자들은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취업이 쉽기 때문에 그런 행사를 굳이 찾아다니지 않는 것이다. 내가 면접을 보러 갔던 한 방송국은 대놓고 나에게여자는 남자보다 우리 회사에서 버티기 힘든데, 우리 회사 들어오면 결혼도 못하고 애도 못 낳는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럴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했다. 유명한 가방 회사인 MCM의 여성 대표는 자신이 여자지만 여자를 뽑고 싶지 않다는 말을 대놓고 했다. 결혼하면 육아와 집안일을 아직까지 여성이 전담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관습적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하지도 않으면서 여성은 태생적으로 이기적이고 조직 생활에 맞지 않는 존재라고 비난하는 시각이 아직도 만연하다. 이것은 분명 정의롭지 않은 취업 시장의 또 다른 단면이다. 기업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데 사용하는 논리들이 얼마나 정의롭지 않은 것인가는 여성을 다른 집단으로 대체해 말해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우리 회사에 여태까지 들어왔던 전라도 사람들은 다 이기적이었으니, 우리 회사는 전라도 사람을 뽑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여태까지 일했던 흑인은 모두 참을성이 없어 금방 퇴사했으니, 우리 회사는 흑인을 뽑고 싶지 않습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다른 정의롭지 못한 취업 시장의 문제들과는 달리 취업 시장에서의 성 평등 문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져 가는 사회 변동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의 문제로서, 점점 더 나아져 가고 있으며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빽 없는 서러움

 

. 유행 지난 단어처럼 들리지만 아직도 빽의 힘은 존재한다. 빽이란 취업이나 승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혈연, 학연, 지연 등의 외부적 요소를 뜻한다. 과거처럼 여러 종류의 빽이 만연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빽의 힘은 존재한다. 하지만 요즘 빽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속 예전 세대의 빽처럼 공공연하지는 않다. 아버지가 특정 기업의 고위임원이라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친구가, 주위에서 보기엔 별 준비도 안 하고 경쟁자들보다 훨씬 부족한 스펙으로 그 기업에 한 번에 입사한다거나, 석사 이상만 뽑기로 유명한 정부 부처의 특채에 그 부처 고위직 아버지를 둔 친구가 별 특이한 스펙도 없는 학부 졸업생 신분으로 한 번에 들어간다거나 하는 일들. 물론 심증만 있지 물증은 없는 일들이다. 그래서 빽 없는 취업 준비생인 나와 내 친구들은 술자리에서 찌질하게 동창들에 대한 의혹만 제기하고 만다. 물론 공공연하게 자기가 빽으로 들어갔음을 말하는 순수한 동창들도 가끔은 있다. 빽을 써서 자녀를 취업시킨 고위 공무원들의 일은 때때로 기사화되어 드러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이력서 속 부모님 직업을 기입하라는 칸과 함께 나를 비롯한 빽 없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박탈감을 선사한다. 취업 준비를 위해 마음을 다잡으면서요즘 세상에 빽이 어딨어.”하다가도 대기업 이력서에 부모님 직업을 쓸 때면빽을 안 본다면 이 칸은 대체 왜 있는 걸까.”하는 의혹이 든다. 입사 지원서의 부모님 직업란은 정의로운 것일까 한탄하며 비슷한 입장의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지만, 이것은 내가 도저히 알 수 없는 너무도 거대한 불의다. 그리고 그런 현실 속에서너라면 빽이 있으면, 그 빽 안쓰겠냐?” 하는 친구들의 자조 섞인 이야기를 듣자면 빽의 존재를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내 마음은 더 불편해진다. “그래, 있으면 썼겠지.”

 

 

취업 시장의 정의

 

다시 돌아와 취업 시장의 정의를 이야기하자면, 취업 시장에서 구현되어야 할 정의란 '각 지원자가 능력에 맞게 평가 받고 취업을 할 수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일 테다. 그리고 그 정의는 실제로 그럭저럭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취업 시장은 취업 시장의 ''인 취업 준비생들이 나서지 못할 만큼만 부당하고, 여성 지원자들이 여자라서 떨어지더라도 여자라서 떨어졌다는 생각을 가질 수 없을 만큼 교묘하고, 빽의 존재는 있더라도 웬만해서는 외부에서 의혹을 제기할 만한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이러한 취업 시장의 불의는 어디에서 오는가? 기업 채용의 불투명성을 그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기업의 채용은 채용 과정이 외부의 감시를 받지 않고, 특정 기업에서 떨어지는 지원자는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의 정책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이것은 옳은 것일까? 기업의 이 같이 닫힌 채용 구조는 본 글에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 뿐 아니라 다른 부정을 용납할 여지를 언제나 내포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부조리를 알면서도 감히 취업 시장을 향해 돌을 던질 수 없다. 게다가 정부가 취업 시장의 부당함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자본의 힘은 정치의 힘을 넘어섰다. 민주화 이후 정치적 자유가 신장 되어 대학생 신분으로 정부에 돌을 던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지만, 내가 정치적으로 부당함을 느낄 때에도 정부에 돌 던지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취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정치 운동하는 나를 못마땅해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가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나 정보과 형사 혹은 국정원이 아니다. 바로 기업이다. 기업 그 중에서도 대다수의 취업 준비생들이 선망하는 일부 기업들이 지금 같이 정부를 넘어서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한, 취업 시장의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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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강정인 교수님 '정치 사상의 이해' 수업에서

'00의 정의(00는 자유)'라는 쪽글을 쓰라 하셔서 썼던 쪽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네. 사회도, 내 처지도.

나는 보통의 일반인 여성보다는 조금 더 하드한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다. 이 평범하지 못한 유머 감각은 팬이 있는가하면, 안티도 있었다. 내 유머 코드를 설명한다면 미국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정도의 수위인데, 유우머 감각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들이 도처에 깔린 한국에서는 종종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외고 입시를 할 때 학원 영어 선생은 나를 무척 싫어했다. 그녀는 나의 개그를 무척이나 싫어했는데, 내 여러 개그 중에서도 디스 개그를 광적으로 싫어했다. 정작 디스를 당하는 당사자들이 더 즐겁게 웃는 디스조차 그녀는 진절머리를 치며 싫어했고, 나와 당사자 사이에 끼어들어 나에게 훈계질을 하곤 했다. 나는 아주 가끔씩 분위기를 봐서 그런 그녀의 오버스러움을 조롱했다. 그러면 친구들은 웃고, 다들 웃는 분위기에서 차마 정색할 수 없는 그녀는 애써 화를 참으며 억지 웃음을 짓다가, 가끔은 폭발하여 정색하고 화를 냈다.


그녀를 조롱하는 데 개그의 형식을 사용했듯,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싫어하는 사람을 비꼬며 같이 있는 사람들을 웃기는 것도 내 특기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내 대부분의 디스 개그는 애정이 바탕이 된, 악의 0%의  초딩식 마인드에서 비롯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장난을 치고 싶은 심리 말이다. 다행히 어린 시절 정신이 건강한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런 내 유머를 받아줄 여유가 있었고, 주위엔 내 개그에 함께 낄낄댈 수 있는 친구들로 가득했다. 나는 디스하는 것을 좋아하듯, 디스 당하는 것도 좋아했다. 친구들이 다같이 연합하여 나를 갈굴 때는 내가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을 느끼며 상황을 즐겼다. 그래서 친구들은 나의 디스 개그에 맞디스로 반격하곤 했다.


하지만 영어 선생만은 내 개그를 너무너무너무 싫어했다. 나는 당시 학원 오빠들과 절친하였는데, 오빠들과 나는 서로를 디스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곤 했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오빠 오늘 그 패션 뭐에요? 할머니가 주신 옷이에요?" "너 그 바지 아빠 팬티 주워 입은 거냐?" 하는 식으로 인사하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사실 오빠들과 나는 아주 호의적인 관계였고, 그 중 한 명과는 썸도 탔으며, 이후로도 14년을 넘게 연락하고 만나고 있다. 그.런.데! 그 문제의 영어 선생은, 그런 내가 오빠들에게 예의가 없다며 또 나를 혼내고 훈계질하곤 했다. 아니 우린 서로를 갈구며 놀고 있는 것뿐인데 왜 그쪽이 불편한 거에욧!


그때부터였다. 어떤 사람을 싫어하냐고 물어보면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이라고 대답하기 시작했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유머가 오고 가는 현장에 꼭 정색하며 분위기를 망쳐놓는, 시쳇말로 '진지충'들. 한마디로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수도없이 관찰해온 결과(싫으니까 집요하게 관찰함), 그들의 몇가지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지충들의 특징~

1. 80% 이상 여자 : 중고딩 남자 사이에서 진지충으로 유머 감각 없이 굴다가는 이미 답답한 새끼 취급 받으며 도태 당하게 되어있음. 아주 소수의 원래 착하거나 올바른 이미지의 남자애들(cf.박보검)만 이 디스 개그전에서 논외 취급 받으며 고고하게 살 수 있음.

2. 90%의 확률로 정신이 건강하지 않음 : 누군가 자신을 놀리거나,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는 것을 곧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유리멘탈. 자신을 향한 놀림은 무조건 자신을 싫어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호의와 애정에서 비롯한 놀림과, 악의에서 비롯한 갈굼을 구분할 줄 모르는 것이다. 이를 구분 못할 거면 그냥 다들 내가 좋아서 놀리나 보다 생각하면 자기 정신 건강에도 더 이로울텐데. 자신을 향한 놀림은 무조건 자신을 싫어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이 건강하지 않고 피해의식이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3. 지능 낮음 : 원래 서양 연구 결과 보면 사르카즘(비꼬기 개그, 농담) 잘하는 애들이 머리 좋고, 유머 감각과 지능은 비례한다고 나옴.

4. 장난이나 농담이 통하지 않는 권위적이고 답답한 가정 분위기 : 진지충 부모 아래 진지충 자식 자란다.


나는 자라면서 최대한 진지충을 피하고, 유머 감각이 풍부한 친구들을 사귀었다. 하지만 걱정 없던 어린 시절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힘들어지는 인생만큼 사람들의 여유도 사라져갔다.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를 디스하며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은 줄어들었다. 호호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서로의 고쟁이 패션을 디스하며 깔깔거리는 친구 관계를 꿈꿨지만, '우리 이제 그럴 나이 아니'라는 말에 숨겨진 친구들의 피곤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아가 나 스스로도 힘든 시간을 겪으며 진지충들의 예민한 유리멘탈을 한시적으로나마 겪어보게 되었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의도치 않게 다치게 할까 웬만해선 디스개그를 자제하게 됐다. 정말 친한 소수의 친구들과만 디스 개그가 남아 있는데, 멘탈의 튼튼함이 상위 10%는 되는 좋은 친구들이다.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서로를 갈구며 놀 수 있는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매우 행복하다. 


대신 나이든 나의 메인 개그는 '자기 디스 개그'가 됐다. 나의 모든 아픔을 개그로 승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20대 초반에 잠수 이별을 두 번이나 당했는데,  친구들과 카톡을 하다가 잠시 카톡이 끊기면 "왜그래...? 잠수야...? 너까지 나한테 왜이래...?"하면서 계속해서 카톡을 보내는 집착녀 코스프레를 하곤 했고, 잠수 이별을 겪으며 내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지켜봤던 친구들은 이 대목에서 어김없이 웃음이 터지곤 했다. 그 외에도 최종 면접 탈락, 부모님 사업 망한 것, 11년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 등 나는 커다란 아픔일수록 개그로 승화하며 치유했다. 11년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 같은 것은 일반인이 받아들이기 하드코어하기 때문에(눈치없이 했다간 그 자리가 숙연해짐), 사람을 가려했다. 이런 개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친구들은 다른 어떤 개그보다도 이런 개그를 좋아하며 함께 깔깔거렸고, 나는 그 과정에서 내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다. 

역시 유머는 만병통치약이었던 것이다. 껄껄껄.


뭘 위해 이 글을 썼는지 모르겠는데. 여기까지 쓰고 나니 하고 싶은 말은, 모두에게 유머 감각이 좀 더 생겼으면 좋겠다는 거다. 우리 나라의 개그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너무 많은 금기가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의 대머리를 보고 웃으면 안 된다고, 달리기하다 친구가 아무리 웃기게 넘어져도 웃지 말아야 한다고, 그 외에 여러가지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질만한 상황에서 웃음을 참아야 한다고 지나치게 강요 받으며 살아왔다. 할아버지가 대머리길래 빛나리라고 놀리다가 진지하게 혼났고, 친구가 웃기게 넘어져서 크게 웃었다가 당사자한테 뒤에서 눈치 없다고 욕 먹은 건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희화화되는 것을 두려워말자! 컴플렉스가 없는 인간은 스스로가 희화화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컴플렉스가 있는 인간도 참고 자신의 컴플렉스를 희화화하다보면 컴플렉스가 점차 사라져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남을 웃긴다는 것은 얼마나 보람찬 행위인가. 빛나리라고 대머리를 놀리는 손녀에겐 "허허허 욘석! 할아버지 레이저 빔 맛 좀 볼테냐?"하며 손녀를 향해 대머리 광선을 쏘자. 넘어져서 아프지만 친구들이 웃으면 무릎을 털고 더 과도하게 절뚝거리며 친구들을 향한 몰카를...왜.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냐고? 그...그...웃으면 수명이 는다구!


하여튼 시절이 하수상해서인지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없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냥 함께 웃어 넘길 수 있을 만한 것에도 진지한 잣대가 끼어드는 모습이 짜증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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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말과 행동, 의정 활동, 아들 취업 특혜 같은 것들을 보면서

5년전 박근혜에게 느꼈던 불안감을 느끼는 게

정말 내 기우일까?


문재인이 참군인이라고 대대적으로 영입한 전인범의 부인 성신여대 총장 심화진은

박근혜의 이대 총장 최경희보다 더한 사람이었고


문재인의 아들 취업 특혜는 문재인 지지자들은 다 검증되고 해명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믿고 싶어 아무리 관련 자료와 해명을 찾아봐도, 전혀 해명이 되지 않는다

(해명대로 그 모든 정황이 우연이라면, 왜 그런 우연은 하필 원장 친구 아들인 문재인 아들에게만 벌어졌을까)

문재인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은 정황상 99% 사실이라고 보여지는데 

그렇다면 문재인 아들이 정유라와 다를 게 뭘까

그들은 모두 나같은 장기 청년 백수에겐 절대 없는 빽이 있었다


문재인의 지지자들은 또 어떤가

이들은 문재인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며,

'달님'에게 위협이 될 것 같은 인물은 그게 누구건 무섭게 공격한다

그들은 민주, 진보, 평화, 인권, 소수자 보호 같은 가치를 위해, 

문재인이 이를 실현할 적임자라 믿어 문재인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문재인에 대한 팬심이 먼저이고, 그런 가치들은 뒷전이다


문재인의 곤란함을 해소해주기 위해서라면 

그에게 호소하는 레즈비언에게 "나중에! 나중에!"를 외치고,

부양의무제 폐지를 알리기 위해 온 장애인 단체 대표는 '무례하게 난입했기에 무시해도 되는 장애인'으로 비하해 버린다

문재인 아내는 페미니스트를 싸잡아 비판했는데(애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며, "페미니스트들은 우리(여성들)가 이렇게 많은 걸 했는데 왜 육아의 고통과 책임을 우리만 져야 되느냐, 애는 국가가 보육하고 나는 그걸 떠나서 돈 벌어오면 된다는 식으로 중무장하면서 간다"고 비판하셨음)

이에 대한 반발은 없고

그로부터 한달도 지나지 않아 문재인이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을 하면 감동한다 

동성애자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민주 진영의 다른 후보가 그렇게 딱잘라 언급하고도 이렇게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을까?


게다가 매번 문재인의 인재 영입을 가장 큰 업적이라고 대대적으로 내세우면서도

막상 전인범이나 양향자나 표창원이 잘못할 때는 문재인한테 따져선 안된단다 


특히 양향자의 반올림 발언은, 사측에 가까운 그녀의 마인드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는데도

'문재인 편'이기 때문에 사과 한 번에 정상참작이 된다

뭐 애초에 고졸 출신 여자가 삼성전자에서 상무까지 달았다는 건, 그 회사에 대한 엄청난 충성이 없인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같은 발언을 양향자 말고 비문 의원이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문재인 지지자들의 이런 종교적 신념과도 같은 무조건적 지지는 매우 우려스럽다

이 태도가 만약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고, 그 후에도 이어진다면

문재인이 국정 운영을 잘못 하더라도 쓴소리가 나오기 힘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을 조금이라도 비판했다 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누가 문재인을 제대로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을까?


정말 문재인이 박근혜보단 훨씬 나은 사람일까?

국정운영을 더 잘할까? 더 좋은 정책을 추진할까? 더 서민을 위할까?

문재인이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믿고 싶은데

한 번 탈덕을 하고 나니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나도 그냥 생각 없는 달레반이 돼서 

문재인의 잘못을 아무리 논리적으로 지적한 자료를 봐도

눈막고 귀막고 역시 문재인!!!하고

허허 웃으면서 

내가 찍을 사람이 대통령될 환상에 젖어있고 싶다


자고 일어나니 박근혜가 탄핵돼있었다

8명 재판관 다 인용

헌법 재판소 기존 판결들 보면 여론을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 같아서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다

탄핵 안될 거라곤 전혀 상상하지 않았다

아마 탄핵 인용 외에 다른 의견을 낸 재판관이 있다면 

재판관 집앞에서 매일 촛불 집회가 일어나고, 재판관 가족들 신상은 다 털리고, 재판관들은 을사오적과 맞먹는 취급을 받게 되지 않았을까...


아무튼 탄핵이 됐고, 친구들 단톡방에도 불이 나있었다

다들 축제 분위기였다

일이 있어서 못갔지만 급번개를 모집하여 치킨을 먹자는 간만의 회동 제안도 있었다

가족들과도 치킨을 시켜 먹었다


근데 난 왠지 흥이 안났다

그 축제에 신나게 동참할 수 없었다

이유를 모르겠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국민들이 위대하단 생각도 들고

박근혜 같은 사람이 대통령에서 내려와서 다행이란 생각도 드는데 

왜일까


2012년 대선 전에 나는

박근혜 반대 서강 동문 서명에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만큼 박근혜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언론 기사로 이름도 많이 팔렸고, 

페이스북의 보수적인 지인들이 서명에 이름 올린 사람들을 욕하는 걸 보며 상처 받기도 했다 

기사에서 내 이름을 본 친구들의 걱정스런 연락을 받기도 했다

너 이런 데 이름 올려도 되냐고...


친구들의 걱정대로 

내가 거기에 이름을 올려서 여지껏 취직을 못한 건진 잘 모르겠지만(아마 아니겠지)

거기 이름 올린 분들 중에 회사에 다니던 분들은 불이익을 받은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전해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 서명에 이름 올린 걸 후회한 적은 없고

박근혜가 탄핵된 오늘에서는 내가 옳았다는 사실에 뿌듯함도 느낀다


나는 그정도로 박근혜가 싫었다

그러니 오늘 나는 사실 누구보다 기뻐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충분히 알 수 있던 예측된 미래를 무시하고

박근혜의 토론회에서의 말이나 의정 활동 기록 같은 눈에 보이는 지표를 

수많은 국민들이 박근혜의 배경이나 이미지만 보며

팬심으로 무시한 결과가 

오늘이라고 생각하면 참 많이 참담하다 


오늘을 마냥 좋아하기엔

지난 4년동안 너무 많은 것을 잃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가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나 죽지 않았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퍽 슬퍼진다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사소하지만

박근혜가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매해 MBC 공채가 열렸을 것이고,

단통법이 생기지 않아 나는 뽐뿌에서 싼값에 쉽게 핸드폰을 살 수 있었을 것이고,

세월호 때 교사였던 고등학교 동창도 죽지 않았을 확률이 높으니,

그 일로 싸워 헤어지게 된 전남친과 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너무 많이 지나가버린 과거는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든다

물론 이만큼은 아니겠지만

대통령이 문재인으로 바뀐다고 딱히 뭐가 바뀌지도 않을 것 같단 생각

문재인에게서 자꾸만 5년 전 박근혜에게 느꼈던 불안감이 느껴진다

애초에 대통령 한 사람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기를 기대한다는 게 웃긴 거겠지?

그렇게 생각해야겠다  



얼마만의 만듦 폴더 업뎃이냐
아빠한테 스크림 고 scream go 게임을 시켜봄
트위터에 어떤 분이 아빠 시켜서 올린 동영상 너무 웃기길래ㅋㅋㅋ
따라해봤는데 우리 아빠도 만만치 않게 웃기다ㅋㅋㅋㅋㅋ
아빠가 좀 더 길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빨리 죽어버려씀ㅠㅋㅋㅋ 아쉽ㅠㅋㅋㅋ


나무위키에서 뭐하나 검색해서 읽는 게 취미인데(주로 사건/사고 항목을 즐겨 읽음)

보다 보면 중간에 꽂히고 꽂히고 들어가서 막 별 이상한 지식을 다 쌓게 된다


오늘만해도 

인터넷에 트위터 관련된 글 보고 트위터에 대해 알고 싶어져서 '트위터'를 검색함

-> 리트윗 기능에 대해 읽다가 박정근의 '우리민족끼리 리트윗 사건'이 리트윗을 무조건 호의의 표현으로 오해해서 나온 웃긴 일이란 설명을 봤음.

-> 몇 년전에 박정근 돕는 두리반 바자회 갔던 게 생각나서 '박정근' 클릭

-> 박정근 사건 1심 공판에서 밤섬해적단의 권용만이 증인으로 나섰다는데 밤섬해적단이 왜 나섰는지 궁금해져서 '밤섬해적단' 클릭

-> 이름만 알고 어떤 밴든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위키에 발췌되어 쓰여진 노래 가사들 읽으니 웃김. 

밤섬해적단 '백범살인일지'라는 노래 가사 보는데 어디선가 들어보기만 하고 뭔지 잘 모르는 사건이라 찾아보게 됨.

-> 김구에게 젊을 때 죄없는 일본인 민간인을 살해한 '쓰치다 살인 사건'이라는 흑역사가 있단 걸 알게됨.

-> 나무 위키 묘사가 맞는지 궁금해서 구글에 '쓰치다 사건'을 검색했더니 김구는 좌익들에게 백색 테러하던 흑역사가 있다는 엠팍 글 발견

-> 김구의 좌익 상대 테러 '백의'에 대해 알게 됨. 

김구가 이승만, 김일성과 달리 같은 독립운동가를 상대로 보복하고 싸우지 않아서 이만큼의 존경을 받게된 것인데, 실은 그들과 같았다는 요지의 글을 읽게됨.

-> 김구의 또다른 흑역사 '김립 피살 사건'에 대해 알게 됨. 

김구가 소련이 준 독립 운동 자금을 임시정부가 아닌 상하이 공산당이 쓰려고 했단 이유로 김립에게 공금 유용 혐의를 씌워 피살한 사건이었음. 

소련은 자금을 임정이 아니라 상하이 공산당에게 준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함. 하지만 아직도 김립은 불명예스럽게 죽어 독립유공자 인정도 받지 못한다나.

-> 다시 박정근 페이지로 돌아옴. 권용만이 왜 증인을 해줬는지 권용만이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서 클릭.

-> 권용만 항목을 읽는데 2000년대 초반 3cf라고 꽤 유명했던 만화 커뮤니티 주인장이었다함.

-> 3cf가 뭔지 처음 들어봐서 클릭. 삼류만화 올리는 사이트였는데 웹툰 작가 주호민이 활동했다고. 이말년도 여러번 가입신청했는데 폐쇄적인 사이트라 가입 못한듯.

권용만은 3cf라는 커뮤니티를 무려 고3때 운영했다함. 

-> 3cf의 레귤러 멤버 항목을 읽다 '팔보채'라는 사람을 발견. 한 여자 회원이 사이트 주인인 보노(권용만)과 팔보채 둘 모두와 교제했다나.  

-> 팔보채는 3cf의 부운영자였던 '닥터 고딕', '고두익'의 또다른 이름이었다고 함.

-> 고두익은 디씨인사이드의 네임드였고, 주호민 '신과 함께'에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했다고 함. 

-> 카메오 단어 링크가 활성화돼 있길래, '신과 함께'에 고두익이 등장한 컷인 줄 알고 클릭.

-> 그냥 '카메오' 항목이었음. 그 항목을 통해 카메오가 '보석을 조각한 장신구를 지칭하는 용어'라는 걸 처음으로 알게됨.

-> 다시 고두익으로 돌아옴. 그의 유명 작품 중엔 김성모 만화로 만든 플래시, '왱알앵알'이 있다고 함.

-> '왱알앵알'이 뭔지 몰라서 눌러봄.


그래서 지금 왱알앵알 감상 중...

나 지금 뭐한거냐...




     

어제 언니가 금이 털을 잘랐다. 털이 군데군데 엉키고 뭉쳤기 때문이다.

겨울이라 엉킨 털만 잘라냈는데도 금이는 꽤 추워했다.

어제 오늘 내내 부들부들 떨며 온몸으로 추위를 표현했다.

금이는 옷이 몇 벌 있지만, 산책용 버버리 후드코트(엄마 作), 여름용 노란 원피스(역시 엄마 作) 등 

겨울에 집안에서 따뜻하게 입을 옷은 없었다.


당장 부들부들 떠는 금이가 불쌍해서, 내가 옷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수면 양말로 강아지 옷 만들어 주는 법'을 본 게 생각나서, 적절히 낡은 수면 양말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4년 전쯤 포에버21 온라인 쇼핑몰에서 세일가 3000원에 샀지만, 

색이 너무나 화려해 한 번도 착용하지 못한 니트 레그 워머를 발견했다.

사이즈가 비슷해 보여서 혹시나 하고 우선 금이 몸에 넣어보니 딱 맞았고ㅋㅋㅋ

앞부분에 작게 가위로 팔이 나올 구멍을 두 군데 뚫었더니 그럴듯한 나시 니트가 됐다.

부들부들 떨던 금이는 더이상 떨지 않고 매우 좋아했다. 춥긴 진짜 추웠나보다. ㅋㅋㅋ

가족들도 다들 감탄했다. 가위질 두 번에 강아지 옷을 만들다니!

늦게 온 언니는 누가 강아지 옷 사줬냐며, 산 옷인 줄 알았다. 뿌듯했다. 

강아지가 추워하는데 겨울 스웨터가 너무 비싸서 고민인 견주분들께 추천! 만드는데 10초도 안 걸립니다! 

3000원이면 두 벌 만들 수 있음. ㅋㅋㅋ


저녁을 먹고 나서 엄마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금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상 위와 식탁 위를 마구 헤집고 다니고(이건 사실 원래 그렇지만), 짖고, 낑낑 거리고, 계속해서 장난을 치고.

평소와는 뭔가 조금 달랐다. 계속 진정하지 못하고 낑낑 대다가 뛰어다니다가 했다. 

밥그릇이 차 있는데도 밥그릇 옆의 사료 봉지를 긁어 대고. (원래 절대 안 그러는데!)

엄마랑 나는 그런 금이를 보며 이상하다는 대화를 나눴지만, 금이가 왜 그러는지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오늘따라 더 신나나 뭘 잘못 먹었나 했을뿐.


근데 아무리 봐도 금이가 진정되지 않기에 부엌에 있는 금이쪽으로 가보니 금이가 격하게 나를 반기는 거다.

이상해서 뭐지? 뭐지? 하면서 금이 주위에 갔더니, 금이 물그릇이 사라져 있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금이 물그릇을 치워놓고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금이는 자기 물그릇에 물이 없으면 그릇을 엎거나 긁으면서 물을 달라고 표현하는데, 

물그릇이 없으니 다르게 표현을 한 거다.

상 위와 식탁 위를 돌아다니며 빈 물컵을 킁킁거리고, 내 물건을 입으로 던져 떨어뜨리면서 의사표현을 한건데

물그릇이 없는 줄 몰라 물을 달라고 하는 건지 미처 생각을 못했다. 

금이는 물을 주니 허겁지겁 열심히 마시고는, 엄마와 내가 앉은 쇼파에 다시 얌전히 앉았다.

강아지들을 20년 넘게 길렀고, 금이랑 14년을 살았는데도 금이가 물 달라 하는 그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다니.

엄마는 금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금이는 그렇게 열심히 표현했는데 우린 목말라서 그러는 줄도 모르고. ㅎㅎㅎ

우리 금이처럼 자기 의사 표현이 확실한 강아지도 없다는 걸 또 한 번 깨닫게 됐다. ㅋㅋㅋ

강아지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덴 분명히 이유가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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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예상대로 됐다.
라라랜드 감독상 문라이트 작품상 적절

다미엔 차젤레 위플래시 때부터 장난 아니더니 라라랜드에선 편집증에 가까운 꼼꼼한 연출력이 돋보여서 감독상 받을 줄 알았다. 그 천문대 씬 딱 하난 굉장히 유치하고 구렸지만...뭐 한 씬이니까.

문라이트는 아직 못봤지만 좋단 소리를 굉장히 많이 들었고+트럼프 반대 분위기도 있으니 작품상 주지 않을까 싶었다. 라라랜드가 작품상 감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결과적으로 발표 번복이라는 안타까운 해프닝이 있었지만 작품상 문라이트. 매우 적절했던 것 같다.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은...라라랜드를 굉장히 재밌고 좋게 봤는데도(왓챠에 별점 5점줌) 엠마 스톤이 여우주연상급 연기였는진 잘 모르겠다. 다른 여우주연상 후보작을 못봤지만, 엠마 스톤 연기만 절대적으로 보자면 여우주연상까진 음...? 싶은. 근데 딱히 줄만한 사람이 후보엔 안보이던 것도 사실. 역시 상 받는 건 운도 중요한듯. 역대급 연기 여러 번하고도 힘들게 힘들게 평생 한 번 상타는 디카프리오 같은 배우가 있는 반면, 그냥 그럭저럭 괜찮은 연기로 상타는 엠마 스톤 같은 배우도 있으니.

남우주연상은 성폭행 미수범ㅋㅋㅋ이 탔네. 합의금으로 이백만달러 쓴 보람이 있겠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잘 만들었고 케이시 에플렉 연기도 좋다고들 하지만...좀 씁쓸하긴 하다. 사적으로 만난 여자도 아니고 영화 제작 현장에서 만난 베테랑 촬영 감독한테 그런 일을 저지른 건데. 영화판에서는 더 괘씸해해야하지 않나? 게다가 유부남이 아내 오빠랑 함께하던 현장에서 벌인 일인데ㅋㅋㅋ 비상식적이다. 이병헌이랑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뭐 이병헌은 바람 피고 여자 갖고 놀고 그런 도덕적 문제지 범죄가 아니잖아. 성폭행 미수랑 그거랑 죄질이 같나. 뭐 비교할 가치도 없다.

이 와중에 제일 맘에 드는 건 컨택트가 철저히 외면 당한 거ㅋㅋㅋㅋㅋ 컨택트 너무 너무 싫었는데 친구들이 다 별점 후하게 주고 평가 좋아서 외로웠는데...아카데미에서 외면해줘서 기분이 좋음. 영화 너무 구린데 평이 좋아서 짜증났다. 컨택트 좋아하는 사람들이 후보 많이 올랐단 사실을 근거로 컨택트가 좋은 영화라고 주장들하던데ㅋㅋㅋ 거기다 대고 컨택트 싫어하는 사람이 후보가 끝이고 상은 절대 못탈 영화라고 두고 보라고ㅋㅋㅋㅋㅋㅋ하는 댓글 읽으면서 공감했는데 역시나다. 연출이고 각본이고 구린 영화인데 참신하단 소리 들으며 인정 받고 호평 받는 게 배아팠음. 컨택트 소재는 생각하기 어려워서 참신한 게 아니라 영화화하기 구린 소재여서 그동안 사람들이 안 만든 것뿐이다. 영화 보니 여태껏 이 소재로 왜 영화를 안 만들었는지 딱 알겠더만. 보이후드도 난 그저 그랬는데, 평 좋다가 아카데미에서 외면 당하길래 역시나 했는데 컨택트도 역시나다.

아무튼 꽤 공감 가는 시상식이었다. 작품상 발표가 매끄러웠음 좋았을텐데 라라랜드랑 문라이트 제작진들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 것 같아 안타깝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0515_0014084461&cID=10201&pID=10200


이 인터뷰를 우연히 보았는데 감동 받았다

장성한 아들이 있는데 세 아이를 더 입양해 키우다니 참 대단한 분들이다


이분들의 부모님도 목회자라 하고, 이분들도 크리스찬이라함

종교의 이름으로 나쁜짓을 저지르는 나쁜놈들도 많지만

종교적 신념으로 좋은 일을 하는 사람도 그 못지 않게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무교지만 개독개독하는 무조건적인 기독교 비난에 동참할 수 없음

무교인으로서, 저런 일은 종교적 신념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인터뷰는

입양 과정에서 힘들었던 첫째딸과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부분이 인상적이고

생모가 있는 둘째딸을 생모가 원하면 언제든지 돌려보내주기로 했단 점도 존경스러움

이런 이야기를 보면 

'근데 뒤에서 애들은 저 가정에 입양돼서 힘든 거 아냐? 구박 당하고 있는 거 아냐?'

'저 애들 커서 입양한 부모 배신하는 거 아냐?' 

하는 부정적인 상상력도 발동되지만,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답기만 했으면 좋겠다




귀야운 고냥이들


뒷모습


남의 집을 내 집처럼


금이가 다가가자 도망가는 냥이


근데 코너 돌아서 또 만남


공원에서 만난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