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 스트리트는 성장물의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성장 영화다.

존 카니 감독의 싱 스트리트가 그의 전작들(원스, 비긴 어게인)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거기다. 


집은 망하고, 부모님은 사이가 나빠지고, 전학간 학교에선 주인공을 괴롭히는 일진이 있다.

고지식하고 유약한 도련님이었던 주인공은 

첫 눈에 반한 예쁜 누나를 꼬시기 위해 밴드를 만들고 직접 가사를 쓰며 성장하고,

그 결과 학교 찐따에서 벗어나 사랑을 쟁취하고, 가족을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줄거리 스포를 해도 전혀 찔리지 않을 정도로 뻔한 영화다.


넉넉한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커플에 집중하느라 매력있는 주변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했다는 점도 아쉽다.

음악에 대한 재능도 뭣도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주인공이 어느 날 뿅 들을만한 음악을 만들어 낸다는 판타지는,

"섹스 피스톨즈는 배워서 음악했냐? 음악은 배워서 하는 게 아냐."는 형의 대사로 개연성을 부여하려 해도 

관객(특히 나처럼 뮤지션이 꿈이었던 관객!)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 아닐지.

음악 혼자 다 만드는 토끼소년은 이유도 대가도 없이 왜 주인공을 마냥 잘 도와주는지도 모르겠고.

하여튼 줄거리는 밍숭맹숭하다.


영화를 보면서 존 레논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 <노웨어 보이>가 떠올랐는데, 두 영화는 여러모로 비슷하다.

소년이 음악을 만나 정신적으로 성장한다는 이야기의 얼개 자체가 같다.  

하지만 실화 기반이라 그런지 <노웨어 보이>의 줄거리가 훨씬 촘촘하고 개연성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아쉬움을 덮는 <싱 스트리트>의 매력은 역시나 음악이다.

존 카니는 좋은 영화 감독이라기 보다, 좋은 '음악 영화' 감독이다. 

어떤 음악을 어느 지점에, 어떻게 써야할지를 아는 감독이랄까.

비틀즈의 음악으로 만든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도 비교될 수 있겠는데, 존 카니가 한 수 위다.

존 카니의 영화는 보고나서 자꾸만 머릿속에 맴도는 좋은 음악을 남긴다.

음악 버프 덕에, 영화 전체의 질이 올라가는 느낌이랄까.

<싱 스트리트>는 비틀즈의 음악을 쓴 <대니 콜린스>, <노웨어 보이>,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나 

명곡을 많이 쓴 <테이킹 우드스탁>보다도 음악이 신선하고 좋다.

<인사이드 르윈>의 음악보단 대중적이고. 


대부분의 OST가 좋지만 기억에 남는 곡은 주인공이 좋아하는 그녀를 응원하기 위해 만든 'Drive it like you stole it'.

주인공이 영화 속에서 이 곡을 부르며 라피나와 관객을 상상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는 관객들을 보면 간만에 콘서트 가고 싶다는 뽐뿌가 솟아오른다.


좋은 음악, 재밌는 영화.


    




요즘 배성재의 텐이라는 라디오를 듣는다

본방사수는 맨날 까먹어서 제 시간에 들어본 적은 없고 팟캐스트로 듣는다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아재판독기 코너를 추천한 글을 보고 듣기 시작했는데

내가 골라듣는 방송분은 박문성 해설위원이 나오는 비연애 참피언스리그다

연애를 안(못)하는 비연애인들을 위한 코너이다

들으면서 내내 낄낄거리게 된다


우선 오랫동안 축구 해설로 호흡을 맞춰온 배성재-박문성의 쿵짝이 잘맞고

배성재가 박문성을 갈구는 게 너무 웃기다

박문성은 갈굼 당하면서도 특유의 고음으로 계속 낄낄거리는데 마치 방청객 웃음 효과 같은 감칠맛을 더해준다

그리고 둘이 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박문성의 아내와 딸 얘기가 나오는데 그것도 웃기다

아내가 출산할 때 영국 프리미어리그 중계하러 갔대나...소소한 에피인데 둘이 말하면 웃긴다


박펠레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웃음 포인트

예측이 틀리기로 유명한 박문성이 여러가지 사회 현안을 예측하는 건데... 거의 틀리는 게 대부분이라 웃기다 짤 수도 없는 거라

축구 예측도 많이 하는데 다 틀리고ㅋㅋㅋ

음악대장이 10연승에 성공한다던 박문성의 예측이 맞나 보려고 복면가왕을 처음으로 본방사수했는데

역시나 10연승에 실패해서 또 웃음이 터졌다

이쯤되면 진짜 기운이 있나 싶음


이 코너의 묘미는 비연애 참피언스리그라는 코너 제목에 맞는 청취자들의 비참문자 사연인데

연애에 관한 비참한 사연들이 폭주하는데 하나하나 다 웃기다ㅋㅋㅋ 

라디오 듣다보면 아 이런 사연 왜읽지 싶은 의미도 재미도 없는 문자 사연이 대부분인데

이 코너 문자 사연들은 하나같이 깨알같고 웃기다


박문성 코너 다 들으면 이말년 코너를 정주행할 계획

배성재 입담도 센스도 진짜 매력적이고 진행도 안정적이고 너무 재밌다

오래했으면 하는 라디오

SBS가 컬투쇼 이후로 라디오가 삼사중에 제일 괜찮아진듯 새로운 시도도 많이하고 구성도 좋고

하여튼 좋다


마무리는

배텐에서 마땅히 틀 노래 없으면 맨날 트는 배국가

블랙넛의 빈지노를 패러디한 곡인데 원곡보다 웃기다

조정식 아나운서 아나운서라 그런가 발음도 좋고 목소리도 좋아서 랩도 듣기 좋다






한국에서 조소 전공하고 독일 가서 공부 중인 베프와의 대화 

구구절절 공감이라 동의 받고 올린다  

우리가 너무 '표현의 자유' 지상주의자인건가? 


대화 속의 *정색러*라는 단어는 우리가 어제부터 사용하는 단어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때

비꼬거나 세련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정색하고 "내가 불편하다고! 그러니까 내 눈 앞에서 치우라고!"

우기는 인간들을 말한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믿는 인간들.


요새 어느 분야나 그런 인간들이 넘쳐난다. 프로불편러들의 세상이다.

자기가 싫으면, 자기가 불편하면 다 세상에서 없애버리려는 대중. 난 그들을 대중 권력자라 부른다. 

더 심각한 것은 전체주의의 광기를 비판해야 할 소위 진보 언론이라는 것들이 

대중 권력자의 취향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똥꼬를 빨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은 대중을, 대중은 지식인이네 뽐내는 파워 트위터리안을, 파워 트위터리안은 대중을... 

서로서로 똥꼬를 빨며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다. 

거기서 입바른 소리 하면? 상식 이하라느니 일베냐느니 온갖 융단폭격을 맞게 된다. 

대중이 마녀사냥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실명의 사람들은 물론, 익명의 사람들도 입바른 소리를 하기가 힘들다. 익명의 사람에게도 멘탈은 있으니까.

키워 진중권 등 몇몇 사람만이 그 가운데서도 옳은 소리를 한다. 


박근혜 풍자 그림, 쥐명박 그림을 지우고 그 작가를 처벌하려던 정부나 

일베 조각상을 없애고 작가를 마녀사냥하려 길길이 날뛰는 대중이나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노래 가사 하나하나 의미 부여해가며 오바스럽게 검열하던 여성부와,

아이유 가사가 소아성애라며 아이유가 사과를 해야한다고 아이유를 죄인처럼 쪼아대던 대중이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서로 욕하지만 너희는 결국 하나야. 


저 작가가 저런 조각상을 만들었다고 일베 취급 하는 것도 웃기고, 

저런 작품이 정문에 있다고 자기 학교가 일베 대학 취급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홍대생들도 웃기고,

이 소동 자체가 너무 웃기다. 

만약 사람들의 항의로 저 작품이 철거된다면, 이 해프닝은 화룡정점을 찍을텐데.

예술엔 예술로, 재미 없는 농담은 재미 있는 비꼼으로 반응하면 되는데 

무조건 입 틀어막고 눈에서 안보이게 치우려고 하는 모습이 비민주적이고 촌스럽다.


이게 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개 똥으로 가르쳐서 그렇다.

한국인들은 하루에 열번씩 아래 문장을 받아쓰고, 외워야 한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그것을 주장하는 권리는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다."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다큐3일을 봤다.
총선 이틀 전부터 당일까지, 72시간을 기록한 편이다.

투표용지가 가득찬 투표함을 개표소까지 옮기는데, 노란 사설 태권도 승합차량의 (트렁크도 아닌) 중간 좌석 의자 위에 실어 옮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현금수송차량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탑차나 경찰차 정도론 실어 날라야 하는 거 아닌가? 사설 태권도 승합차 중간 좌석 위는 너무 위험해보였다.

공영방송 KBS의 다큐3일은 계속해서 투개표의 투명성과 철저함을 강조했지만,
방송을 보고난 후 나는 오히려 찜찜해졌다.

찾아보니 사전투표, 재외국민 투표에서 발생하는 관외투표는 무려 "우체국 우편"를 통해 우체부에 의해 배달되고, 선관위에 도착한 후엔 별도의 안전장치도 없다.

누군가 투표 조작을 했을 거란 음모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구멍이, 빈틈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얘기다. 
나쁜 놈이 맘만 먹으면, 안 걸리고 부정 행위를 저지를 수 있을만한 구멍이 너무 많다.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공시생 A씨는 수능도 컨닝을 했다고 한다. 
약시라고 허위 진단서를 떼어서 시험시간을 1.7배 배정받은 후, 미리 화장실에 숨겨놓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온라온 답안을 확인하여 시험을 쳤다나.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수능을 두 번쯤 봤을 때, 그 시험에서 안 걸리고 컨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열가지 정도는 알 것 같았다.

그 중 한두가지는 아주 구체적으로 떠올렸고, 확신도 있었다. 시행하지 않았을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인데, 실제로 행한 사람이 있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게 할 정도로 국가에서 중요시 여기는 시험이 이렇게 허술하게 돌아간다.

너무 많은 중요한 시스템이 개인의 양심이나 두려움에 기대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양심과 선의를 믿는, 신뢰가 넘쳐나는 세상이라면 별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국정원 직원이 선거 개입 댓글을 달고 다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사실로 확인된 지금, 신뢰 잃은 주체는 더더욱 철저하고 투명하게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애국소녀는 어떻게 애국심 없는 ‘국민’이 되었나 


 나는 애국심이 없다. 물론 날 때부터 없던 것은 아니다. 어릴 때의 나는 국가의 충실한 국민이었다.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을 많이 봤는데, 매일 텔레비전의 하루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애국가를 4절까지 외운 것은 물론이고, 태극기 그리는 법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미 깨쳤다. 그리곤 태극기 그릴 줄 모르는 친구들을 한심하게 여겼다. 초등학교 땐 반장이니 부반장이니 하는 것도 가끔 했었는데, 매주 토요일 학급조회가 시작될 때 친구들 앞에서 가슴에 손을 올리고 국가에 대한 경례를 외워서 말할 때면, 마음 속에서 알 수 없는 애국심이 샘솟았다. (눈물이 찔끔 나올 뻔 한 적도 있다.) 김동성이 오노한테 금메달을 뺏길 땐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울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친구들과 붉은 악마 티를 맞춰 입고 목청 높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뭐 이때까지는 나뿐 아니라 우리 부모님도 나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나랑 언니의 돌반지는 모두 IMF시절 금모으기 운동에 징집되어 집에는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지금 생각해보니, 흑역사다.


 내 애국심이 사라진 것은 정치적 의식이 싹트면서부터였다. 중학교 때 많이 읽었던 시사 주간지나 여러 사회과학, 근현대사 서적들이 내 정치적 의식을 형성하는 과정에 역할을 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 군인들이 베트남 주민들에게 행한 폭력에 대한 충격적인 기록, 자국민을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아니 이념이 없는 사람마저 반대 진영으로 몰아 학살한 국가 권력, 정권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민을 간첩으로 몰아 희생시켰던 그 모든 역사들. 우리나라는 일본에 치이고, 중국에 치이는 당하기만 하는 무결한 나라라고 생각했던 내 신념을 깨버리는 모든 진실들. 충격이었고, 나의 애국심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때 ‘국가’가 싫어졌다. 국가 혹은 국가 유지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온 그 잔혹한 폭력에는 국가에 애국심을 가져온 나 또한 일정 부분 책임을 가진 것만 같았다. 국가가 싫어지자 내 애국심이 내 것이 아니라 국가 유지를 위해 교육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국가 유지를 위한 일정 정도의 애국심을 가지고 사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나는 그것조차 거부하고 싶어졌다.



 애국심 없는 국민으로 살기 


 지금도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아, 조금은 삐딱하게 살고 있다. 조금이라도 국가주의의 냄새가 나는 것에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장에 종종 가는데, 야구장에서 야구 경기가 시작하기 전마다 하는 국가 의례가 너무 싫어 그것이 끝날 때쯤 야구장에 입장한다. 어쩌다 야구장에 일찍 입장했을 때엔, 국가에 대한 경례를 한다고 모두들 일어설 때 일어서지도 않고, 애국가를 따라 부르지도 않는다. 최대한 불량하게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과자를 우걱우걱 씹어 먹는다. 소심한 저항인 셈이다. 왜 내 돈 내고 내가 야구 보는 데 국가에 경례를 해야 하지. 야구장에서 국가 의례를 할 때면, 야구라는 스포츠가 전두환 정권 시절 3S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생각나 속이 부글거린다. 그래서 아직까지 야구장에서 국가 대항 경기가 아닌 자국 프로팀끼리의 경기에서도 국가 의례를 하나 싶기도 하고. 그 시절 언젠가는 길 가다가도 국기 게양하는 하루 두 번은 모두 멈춰 서서 국가 의례를 했다고도 하고,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하기 전마다 국가 의례를 했다고도 하는데, 그것들이 모두 사라진 지금 왜 야구장에서만 국가 의례가 남아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뭐, 일선 학교들에서는 요새도 월요일 아침 조회 시간마다 전교생이 국가 의례를 하려나? 아무튼, 국가의 충성스러운 국민이 되기를 바라서 강요하는 국가에 대한 경례는, 아무리 내용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하고 싶지 않다.


 한국인이면 김연아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해야한다는 식의 생각들도 거부감이 든다. 나는 김연아를 싫어하진 않지만,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빼앗겼다고 서명운동을 하고, 하루 종일 그 얘기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삐딱한 생각이 든다. 물론 김연아의 팬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단순한 김연아에 대한 팬심이 아니라 김연아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어찌저찌 해야한다는 식으로 김연아가 국가주의와 연결될 땐, 짜증이 난다. 물론 요새는 김연아가 대한민국이라는 국민은행 광고가 누리꾼들에게 뭇매를 맞은 것만 보더라도 그런 식의 접근이 촌스럽다는 생각이 대세가 된 것 같아 다행이지만, 평소 한국이 얻었던 홈 어드밴티지나, 한국이 수혜를 입은 편파판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었던 언론과 사람들이 김연아의 일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은 분명 기이하다.


 국가가 남성에게 지우는 군복무의 의무도 달갑지 않다. 나는 징병제가 싫다. 국가 권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곳은 군이다. 군대에 가는 또래 남성들이 안타까우면서도, 군대 안 가는 여자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군대 얘기를 들어보면 군은 합리성이라고는 없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도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군 내부에 대한 문제제기는 웬만하면 기각된다. 군은 외부의 적과 맞서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일까, 국민을 억압하기 위한 조직일까 가끔 헷갈린다. 군은 안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군인에게 특정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안보를 위한다는 이유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한다. 여자들은 징병제에 해당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가 징병제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얼마 전 한의사 함익병의 “여자는 군복무를 하지 않으니, 국가에 대한 권리를 3/4만 가져야 한다.”는 말에서 볼 수 있듯, 일부 남성 심지어 여성에게도 “국가로부터 징집되지 않는 여자는 부당한 차별도 감수해야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징병제로 인해 남성이 직접적으로 겪는 고통과는 다를 테지만, 여성 또한 징병제의 부당한 희생자가 될 소지가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국가의 부름에 응해야 하는가. 헌법을 근거로 댄다면 할 말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헌법을 만들 때, 심지어 마지막으로 개헌할 때도, 투표권이 없었다. 아니 이 세상에 없었다. 나는 국가를 선택하지 않았는데 왜 국가를 따라야 하는가. 여기까지 생각하면 나도 혼란스러워진다.  

 

나의 모순을 극복한다는 것 

 

 그냥 한 마디로, 나는 국가가 싫다. 애국심이 없다. 아니 의식적으로 애국심을 갖지 않고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애국심 없는 국민으로 산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없지만,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나의 사회적 삶을 한 순간에 망가뜨릴 수도 있다. 그 정도로 아직 한국은 애국심이 만연한 국가다. 내가 야구장의 관중석에서 국가 의례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지만, 야구 선수가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경기 전에 국가 의례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인터넷이 뒤집어질 일이다. 


 애국심 없는 국민으로 산다는 것은 때때로 나 스스로에게도 모순된 감정을 갖게 한다. 애국심 없는 국민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아무리 애국심이 없어도 나는 국민이니까. 국가라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나는 국가장학재단과 국가 장학금의 힘으로 학교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재단과 장학금에 아예 ‘국가’라는 이름이 들어가는데, 그런 주제에 애국심을 가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도 될까. 가끔은 그런 생각에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내가 생각해온 바가 있다면, 거창한 이름의 국가 권력에는 언제나 날을 세우고 있되,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한 애정을 가지자는 것이 것이다. 방학에 봤던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가 말했잖은가. 국가는 국민이라고. 국가는 정부가 아니다. 국가는 대통령이 아니다. 국가는 경찰이 아니고, 판사가 아니다. 국가는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모두다. 사회는 한반도 이남의 작은 영역일 수도, 전 지구촌 아니 우주에 속한 모두일 수도 있다. 내가 학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 것은 국가장학재단이지만, 그 재원을 마련해 준 것은 이 사회에 속한 다른 구성원들 모두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내가 가진 모순은 조금 줄어든다. 


 ‘국가 권력에 날을 세운다’는 것은, 나에게 다른 의미로써 기능하기도 한다. 국가 뿐 아니라 자동으로 모든 집단에 대해 날을 세우게 된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이 정당화 되듯, 모든 집단은 그 존재 자체로 집단 외부에 폭력을 가할 소지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보고 들을 수 있는 파벌 문제, 학연 지연 혈연 문제 등이 그 사례이다. 집단에 일정 정도의 애정과 소속감을 가지는 것은 개인에게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애정과 소속감이 외부의 사람이나 집단을 배척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인지하고 살기위해 나는 ‘우리’라는 단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우리 학교’대신 ‘서강대학교’, ‘우리 나라’ 대신 ‘한국’이라고 쓰는 식이다. 어쩌면 내가 너무 예민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식과 시도가 쌓여 나갈 때 조금 더 개인이 존중받고 차별 받지 않으며 합리적인,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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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의 이해 2014년도 1학기 과제 -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제출글

당시 강정인 교수님한테 염세적이고 무기력하다는 안좋은 평을 받았던 글이긴 한데

세월호 2주기를 맞아서 이 글이 생각나서. 이때나 지금이나 내 생각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당신에게 국가란 무엇입니까.




1. 적어도 수도권에선 문재인의 인기는 공고하다


문재인이 영입한 인사들이 수도권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마포을 손혜원, 분당갑 김병관, 은평갑 박주민, 용인정 표창원, 남양주갑 조응천, 동작갑 김병기까지. 이 중 야당 텃밭이라고 할만한 쉬운 지역은 없었다는 점에서 성과가 더 뚜렷해보인다. 호남에서의 패배로 문재인이 사퇴하기엔 수도권과 부산 경남에서의 성과가 확연하다.


2. 새누리 과반 실패


정상적인 국민이 도출한 정상적인 결과. 특히 서울, 경기 지역의 몰빵에 가까운 결과는 민심을 완전히 대변한다. 이명박-오세훈을 뽑았던 서울 아닌가. 그랬던 서울을 하나로 뭉쳐준 건 박근혜의 공이 크다. 어쩌면 이번 총선은 2014 지선 때부터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다. 박원순이 강남구 한 곳 빼고 모든 구에서 정몽준을 이겼고, 구청장도 민주당 몰빵이었으니. 박근혜 이후로 서울은 진짜 야도가 됐다.

어제 일베 좀 눈팅해보니 일베애들 마저도 박근혜 되고나서 살기 팍팍해진 건 인정하더라. 단통법, 도서정가제, 담배값 인상, 술값 인상해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나? 아니 단통법이고 도서정가제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판매자가 싸게 팔겠다는데 나라에서 그걸 막는 법을 만드는 게 말이 되는 건지. 이 와중에 민생 법안한다며 국민 감시하는 테러방지법이나 통과시키고 있고 북풍이나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고 새누리 애들은 학습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당연한 결과. 부산 대구 강남에서까지 더민주 당선자가 나왔으니 할 말 다했지.


3. 더민주 비례 폭망


김종인이 14번이었으면 좋았을 뻔 했는데 아쉽게 됐다. 더민주 비례 명단은 말이 안나오더라. 상징적인 1번에 논문 표절 의혹 있고 별 사회적 활동도 없던 수학교육과 교수를 앉혀놓질 않나, 2번 셀프공천... 할 말이 안나오는 면면이었다. 더민주 지지자들이 더민주 비례에 표를 주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한 결과였다. 그 이탈자들의 대부분이 국민의 당을 선택한 건 좀 충격적이지만.


4. 정의당 아쉬움


선거를 두 달쯤 앞두고 정의당 캠프의 한 오빠에게 영입제의를 받았었다. ㅋㅋㅋ 심상정 캠프에서 일당백으로 일하고 있는 오빤데 정의당 홍보팀 들어와서 같이 2030 저격 영상 좀 만들자는 제의였다. 내가 독일 출국을 며칠 안 남겨놓고 있을 때였기도 하고, 정의당 사정도 있어서 불발됐지만 아무튼 그의 눈물겨운 일당백에도 불구하고 정의당 정당 지지율은 정말 아쉽게 됐다. (나를 영입했어야지!...ㅋㅋㅋ) 심상정과 노회찬이 50%가 넘는 득표율로 넉넉하게 당선됐다는 게 그나마 좋은 소식. 더민주 비례 폭망하면서 10%까지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여러모로 아쉽다. 20대 투표율이 상승했는데도...ㅠㅠ 


내 주변의 특성이긴 하지만 주변에 녹색당에 투표한 지지자들이 꽤나 많았는데(주변은 거의 정의당-녹색당 반반), 정의당도 환경 정책, 동물권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녹색당은 존재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그걸 실질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건 현재로선 진보정당 중 유일하게 원내진출이 가능한 정의당이니까. 녹색당과의 정책 연대를 좀 더 활발하게 했다면 어땠을지. 중식이는 별 영향 없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좀 아쉽게 됐고. (사전에 중식이 얘기를 듣고 난 반대했었다. 물론 여혐 논란을 예상한 건 아니고, 그냥 세련되지 않고 구질한 이미지가 별로인 것 같아서. 결과적으로 세련된 진보 이미지는 괜찮은 애니메이션으로 홍보했던 녹색당이 가져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녹색당으로 간 표는 대표되진 않았어도 충분히 의미있다고 보기에 그다지 아쉽진 않지만, 정의당 지지자 입장에선 더민주 표를 더 못 가져온 게 정말 아쉽다. 조성주의 원내 진출을 기원했는데. 적어도 19살+20대에서만은 정의당이 정당 지지율 1위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심상정이 버니 샌더스처럼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서 대통령 되는 날도 꿈꾸고. 


5. 내가 관심 있는 지역구들 이야기


- 동작갑, 을 


내 고향 동작. 이 곳에서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냈고 지금도 많은 친구들과 친척들이 사는 동네여서 선거 때마다 관심이 가는 동네다. 갑, 을 중에서도 내 고향 동작 을의 결과는 정말 슬프게 됐다. 


동작 을에서 자꾸만 새누리가 당선되니 동작 을이 여권 밭인 줄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동작구는 절대 그런 동네가 아님...ㅠㅠㅠ 이명박 뉴타운 이후로 사람들이 재개발에 눈이 멀어 잠시 잘못된 선택을 했었지만ㅋㅋㅋ 실은 야성이 강한 동네다. 평생 자가 한 채로 동네 떠나지 않고 사는 토박이 서민들이 많은 동네인데, 민주당이 자꾸만 공천을 잘못 했었다. 지역 출신이나 지역에 기반이 있는 사람은 안 나오고, 지역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중앙에서 필요한 네임드들만 밀어 넣으니까 안되지. 새누리당도 그렇긴 하지만. 여든 야든 만만한 게 동작을인지 계속해서 지역과는 상관 없는 중앙 정치인들이 나왔다. 정몽준, 나경원, 정동영, 노회찬 등. 동작 을이 성북이나 마포 같이 대학가가 있고 외부에서 이주해 오는 사람이 많은 동네라면 저게 먹혔을 수도 있겠지만, 동작 을은 비록 대학가(중대)가 있긴 해도 그런 느낌이 아니라 평생 그 동네 사는 토박이가 많은 동네라서 저런 식으로는 안 먹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구청장 출신 허동준을 공천한 건 꽤 괜찮은 선택이었는데, '무도 변호사'로 유명한 장진영이랑 표를 갈라먹는 바람에 졌네. 토박이 가족 단위 유권자들은 허동준을 주로 찍었을 것이고, 중대 때문에 자취하는 젊은 층은 장진영을 많이 찍었을 거다. 나경원은 보궐 때도 그렇고 운도 좋다 진짜. 더민주+국민의당 합치면 55%가 넘는데 동작구민 탓할 건 아니다. 죄라면 전략적 투표에 실패한 죄뿐. 단일화가 진짜 필요한 곳이었다. 


동작 갑은 결과적으로는 이겼고, 중앙에서 필요한 김병기가 아슬아슬하게 당선돼서 국민으로선 잘 된 결과지만, 지역민으로선 지역 네임드고 일 잘하기로 소문난 전병헌을 컷오프한 게 조금 아쉬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구로 을 박영선을 컷오프하고 게임계의 대통령인 전병헌을 구로 을에 박았어야 한다고 생각함. (가디단, 구디단 다 근처잖아~)


- 용산 


한때의 용산구민으로서 진영 아저씨는 새누리당인데도 있는듯 없는듯 잘 살면서 지역구 관리나 잘하는 이미지여서 당이랑 상관 없이 무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공천 탈락된 게 오히려 호재였네. 이번 서울 결과보면 새누리로 나왔으면 간당했을 수도. 어쨌든 귀순용사ㅋㅋㅋ로서 앞으로 여러 일 해주시길 기대하는 바다.


- 광명 갑, 을


여기야말로 더민주가 공천 대충하는 동네ㅋㅋㅋ...(구로을 주민 여러분 같이 웁시다.) 지역 활동 활발히 하는 엄마(cf. 지역에서 환경운동하는 녹색당 지지자)는 광명을 이언주 처음 나올 때부터 이언주 별로라고~~~ 평판 안 좋다고~~~ 싸가지가 없다고오~~~ 그렇게 외치고 있건만 젊은 층, 외부 유입층이 많은 동네 특성상 지역 활동을 하지 않는 대다수의 지역구민들은 그런 거 잘 모르고, 알아도 새누리를 찍을 순 없으니 이언주는 더민주빨 받고 잘 나간다. 


광명갑 백재현은 광명에서 국회의원이고 시장이고 너무 오래 해먹어서(새누리 전재희랑 투탑) 지역구민들이 지겨워함... 그렇다고 중앙에서 딱히 뭘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국민의 당 양순필이 20%나 나온듯. 그리고 엄마 말에 따르면 양순필이 갑툭튀가 아니라 원래 지역에서 활동하고 인식도 좋은 지역 일꾼이라고 한다.


더민주는 꼭 이겨야 되는 중앙에서 필요한 지역구 꼬꼬마들 다른 데 보내지말고 광명으로 보내야 한다. 은수미 같은 사람들 광명 왔으면 다 당선이고, 지역구민들도 백재현, 이언주보다 은수미 같은 사람들을 원했을텐데 하여튼 아쉽게 됐다. 광명에도 전략 공천을 해라 이놈들아! 여기 젊은이들 많고 지역 활동(도시 텃밭, 청소년 운동, 도서관 등) 활발한 동네라 진보 정당도 태동하기 좋은 동넨데 왜 그냥 냅두냐고. 여기 좀 더 이용하라고.


- 종로


애들 밥 안 먹이겠다고 자리 뿌리치고 나간 5세 훈이가 착한 세균 정세균맨에게 응징을 당했다ㅋㅋㅋ

오세훈이 이번 기회로 대선 기어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가 만든 세빛 둥둥섬처럼 세훈이의 정치적 생명도 한강에 세훈 둥둥되어서^.^ 기쁜 마음 뿐이다.  


6. 20대 투표율 상승


이전 총선 대비 13%가 상승했대나ㅋㅋㅋ 20대 투표율 진짜 20대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인스타에 봄꽃 사진만큼이나 투표 인증샷이 넘쳐서 정말 보기 좋았다. 결과에는 다같이 카톡 불나게 환호했고!!! 나만 힘든 거 아니지? 나만 백수인 거 아니지? ㅠㅠㅠ 사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업까지 앞장 서서 20대 빨아먹는 데 혈안이 돼서, 전환형 인턴으로 희망 고문 시키면서 청춘 빼앗고, 공채는 제대로 진행하지도 않고, 이과 아니면 취업 시켜주지도 않으니 이렇게 된 건 당연한 귀결이다. 설연고 서성한 나와서 스펙 빵빵한데도 몇 년째 백수인 친구들이 실제로 한 둘이 아니다. 그리고 그 20대 백수들 이번에 다같이 투표함.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안한 애가 없었다.


딸 취업청탁한 윤후덕이가 당선된 건 20대 백수로서 너무나 빡치는 일이지만!!! (더민주 새끼들 윤후덕이를 공천하냐 개새끼덜아...ㅠㅠㅠ) 그래도 새누리 폭망해서 대부분 신나하는 중. 이제 청년수당 내놔라 이놈들아 ㅠㅠㅠ 수당 받아야 우리도 알바 시간 줄여서 학원도 다니고 기술도 배워서 취업하지... 그리고 20대들은 수고했음 우리 투표 더 잘하자 얘들아~~~(라기엔 다음 선거부턴 30대네 벌써...ㅎㅎㅎ)


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마침.



쓰다보니 아쉬운 점 위주로 쓰게 된 것 같은데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어쨌든 박근혜 책상 땅땅 칠 거 생각하면 기분 좋은 총선이었습니당. 정치 무관심층 코스프레하며 멘탈을 지키고 살았던 지난 4년 그녜치하...간만에 정치 무관심층 코스프레를 집어 던진 즐거운 하루였다.


끗.

캬캬캬.




 



이건 비밀이지만 어딘가엔 털어놓고 싶어서 블로그에 털어놔본다
나는 술 마시면 병신이 된다 모든 자의식이 사라지고 내가 꼴리는 대로 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아주 원초적인 원시인 같은 상태가 된다 
최소한의 이성은 남아있는데 걔네는 별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성 = 아무리 취해도 술값 안내기, 택시 안타기 담당. 뿌리 깊은 가난 탓임.) 
그러다보니 술을 마시고 한 병신짓이 끝이 없다
술을 처음 취하도록 마신 게 고1 16살 때니까 10년이 넘게 술을 마셨는데 정말 세상 모든 주사는 다 부려본듯
여기서 좀 신기한 건 나랑 술마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내 술버릇을 이해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이해하지 못하고 술을 마신 후 다시는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긴 했는데 전체 중 1프로도 안될듯
그래서인지 (그 사람들 탓은 아니지만) 아직도 술버릇을 못 고치고 병신처럼 살고 있다
안 취할 거면 왜 마시냐고 그러면서... 
암튼 내가 술먹고 한 병신짓을 써봄 

난이도 하 

- 술먹고 전화 걸기, 카톡하기 

기본 오브 기본이다. 10년 넘게 한결 같은 술버릇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술먹고 전화나 카톡해서 이상한 소리(고백, 시비 등)를 하는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대부분 이해해줌.
최장 기간+최다 횟수 희생자는 H인데 얘는 아직도 내가 술먹고 전화하면 잘 받음. 술먹고 불러내면 나오기도 함. 
근데 이거 때문에 끊기고 나에게 학을 뗀 짝남도 있음. ㅎㅎ... 
그때 이후로 고쳐야지 했는데 아직도 못고쳤음. 만성 질환. 

- 울기 

이것도 기본인데, 울면서 또 혼자 눈물을 닦는다. 혼자 한맺힌 얘기하다 울컥해서 쳐우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이 때 상대방의 표정은 보통 '으휴 시발 언제 끝나나'인데,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주거나 걱정해준 자는 거의 없었다. ㅋㅋㅋ 
때문에 스무살 땐가 술취해서 쳐운 나를 안아주면서 이제 다 괜찮다고 고생했다고 했던 새끼한테 넘어간 적이 있다. 

- 애정 표현  

이성한테 하는 거 말고 동성 친구들한테 하는 애정 표현. (이성은 뒤에 나옴.) 
이건 한 번인가 밖에 없는데 고딩 친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는 주사이다. 
노래방에서 친구들에게 너무 사랑한다며 너희 없이 못 산다며 마이크에 대고 애정 고백을 하고, 우리 다함께 허그를 하자며 친구들을 껴안았다. 
친구들은 술마시는 걸 별로 안좋아해서 그 날도 나혼자 취했는데, 다들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엄청 즐거워하고 흥미로워 했다. 
두고두고 그 때 그 고백 좋았다며 귀여웠다며 허그 얘기를 한다. 

- 모르는 사람에게 말걸기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주사. 학교 앞 술집에서 술마시다가 화장실(남녀공용) 갔는데 쉬가 급한데 딱봐도 어려보이는 남자애 둘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걔네한테 우리 학교냐고 묻고 학번을 물었더니 15,16학번이라길래 내 학번을 까고 내가 선배니까 먼저 화장실 가도 되지? 하고 화장실을 새치기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나왔는데 걔네가 담배피고 있길래 얘기하다 좀 친해짐. 친구들이 술꼰대냐고 혼냈다. 
그리고 이 날 이상한 날이었던 게 지하철 기다리다 모르는 남자 번호도 땄음. ㅋㅋㅋㅋㅋ 
다음 날 일어나서 폰에 찍혀있는 모르는 번호 보고 벙찜. 어휴... 

난이도 중 

- 키스  

마음있는 남자랑 단둘이 술을 마시고 취하면 상황을 봐서 키스를 해버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전남친도 이래서 사귀게 됐음. 남녀관계에 진전을 만드는 데 이것만한 방법은 없었다. 
근데 물론 단둘이 술마실 정도로 이미 썸을 타고 있거나 마음이 있는 사이이긴 했다. 사실 난 첫키스도 이렇게 함. ㅋㅋㅋㅋㅋ 
아 근데 이건 결과가 나빴던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대부분 잘돼서 후회 없는 주사. 
당신이 남자고 나랑 단둘이 술마시고 내가 취했는데도 내가 당신에게 키스하지 않았다면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입니다...ㅎㅎ (근데 또 키스했다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님...ㅎㅎㅎ)

- 토 

한때 별명이 토0(0은 내이름)였음... 술만 마시면 토를 해대서. 
근데 의외로 남자들은 토하는 주사를 별로 안 싫어하는 것 같다. 여자애들은 엄청 싫어한다. 
근데 여자랑은 그렇게 취할 때까지 마시는 정도가 흔치 않아서 여자애들이랑 있는데 토한 적은 한두번? 손에 꼽는다. 
 웃긴 건 절대 변기에 토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토버릇이 잘못 들었다. 그래서 아무데나 토를 한다. 길거리는 무난한 편... 
술집 테이블 위 작은 철제 쓰레기통에 토하고 계속 술 마신 적도 있다. (그 술자리의 사람들과는 그 후로 연락이 끊김. 원래 안 친했던 게 패착.) 
남자들이 토에 관대한다고 느낀 이유는 내가 토한 직후에도 나랑 키스했던 남자들이 꽤 여럿 있었다는...사실. 
그리고 방바닥에 했던 내 토를 정성스레 치워준 전남친을 떠올리며. (넌 착했구나 정말) 

- 훈계질 (했던 얘기 또 하기) 

가끔 술 마시면 누군가 붙잡고 훈계질을 함. 했던 얘기를 또 함. 
내용은 보통 넌 잘될거야 널 응원해 하는 좋은 내용이지만 듣는 사람의 얼굴은 그 어떤 얘기보다 개같은 얘기를 듣는듯 썩어있음. 
이건 내가 고쳐야 할 주사 1위로 생각하는 주사. 당하는 사람이 보통 내 개인적인 얘기를 할 수 없는 안 친한 사람이라 더더욱 문제다. 
내 얘기를 못해서 할 얘기가 없으면 주로 이런 얘기를 하는듯 하다. 

난이도 상 

- 퍼지기 

남자들이 싫어하는 주사 1위는 바로바로~~~ 길바닥에 퍼지기^.^ 
이것 또한 당해보신 분들이 꽤 됩니다... 
전화받기 최대 피해자 H 또한 당연히 예외는 아니다. H는 술 마시고 퍼진 나를 데려다 주기 위해 나를 업고 신촌 밤거리를 헤매다 본인의 지갑을 잃어버린 적까지 있다. (웃긴 게 그와중에 내 가방은 지가 챙겨가서 줌.) 그 날 나는 H한테 업힌 채로 칭얼대며 편의점에 가서는 이거 사줘 저거 사줘 고르기까지 하였다. (물론 업힌채로...) 
그리고... 밴드하던 시절 밴드 애들과 술먹고 퍼져서 모르는 밴드원 친구네 자취방에서 깨어난 적도 있다. (다행히 남녀 섞여서 10명 가까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밴드 같이 했던 친구가 또 날 업고 거기까지...ㅎㅎㅎ...
이것도 진짜 당시엔 엄청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모두가 깔깔거리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네... 

- 노상방뇨 

이것도 딱 한 번인데... 왜 가도가도 화장실이 안나왔는지. 길에서 쉬쌀 때 가려주던 전남친의 헌신을 평생 기억하겠읍니다...
넌 헤어졌지만... 참 좋은 애였어... (이후로도 그곳을 지날 때마다 전남친은 날 놀리곤 하였다.) 

- 때리기 

나한테 맞았던 친구 Y와 D에게... 평생 사죄하겠읍니다. 둘 다 피해를 입고도 나랑 놀아줘서 고마워... 

- 회사 상사한테 회사욕(다른 상사욕) 하기 

그래서 짤렸나...? (...) 

난이도 최상 

- 그리고 여기에도 차마 쓸 수 없는... 정말 최악의 주사 두 번. 
이것들은 평생 혼자 무덤까지 갖고 갈 것임. 


써놓고 보니 진짜 병신 오브 상병신이구나 
하지만 잘 살고 있습니다 술 마시고 실수해서 다음날 후회중이신 분들 이 글 보고 힘을 내세요! 
이런 병신도 멀쩡한 척하며 여러분 주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후후... 
게다가 저 주사들을 당해놓고도 이런 병신에게 여전히 술을 마시자는 사람도 다수 존재한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앞으로도 업데이트될 예정임 내 주사엔 끝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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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쯤 

클럽에 다녀옴

이태원에 어떤 클럽이 핫하다는 소리를 독일에 있을 때 누구한테 들었는데

한국 오면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드디어 가봄

우선 파티원은 나포함 셋

다수의 강남 클럽 경험이 있는 Y, 모쏠이지만 노는 건 좋아하는 백수 K

둘은 모르는 사이지만 내가 모집했더니 둘다 좋다고 했음 


저녁 때 이태원에서 고딩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 나는 미리 예열을 했음

펍에서 맥주를 엄청 마셨음 나는 가난한 백수이기 때문에 돈은 일하는 착한 부자 친구들이 내주었음 

시간이 지나서 고딩 친구들이랑 안면이 있는 Y가 펍으로 날 데리러 왔음

Y랑 나는 서로를 만나자마자 놀랐음

우리는 마치 트윈룩처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음 

검은 라이더 자켓과 짧은 바지와 스타킹 룩이었음


그리고 뒤이어 K도 펍으로 왔음

K는 갈색 라이더 자켓과 짧은 치마와 스타킹 룩을 입고 옴

우리는 깔깔깔 웃었음


그리고 고딩친구들과는 빠빠이하고 파티원들과 함께 클럽으로 향했음

촌스럽게 클럽이 열 시간에 맞춰 가서 팔에 도장 찍고 들어갔는데 사람이 없었음

우리는 좀이따 오자며 술집으로 향했음

맥주를 또 퍼마시고 수다를 한참 떨다가 다시 클럽으로 갔음

앞에 줄이 쫙 서있었는데 우리는 이미 도장을 찍었으므로 걍 들어감 VIP가 된 기분이었음

들어가니까 사람들이 많았음 

우리는 옷을 맡기고 춤을 추기 시작했음 난 술을 또 쳐마셨음 보드카였나

암튼 술도 잔뜩 마셨고 어둡고 정신도 없고 해서 정신줄을 놓고 춤을 췄음 

음악도 좋고 음악 소리도 귀 아프게 안 크고 공기도 안 구려서 기분이 좋았음

아 이래서 다들 클럽을 오는구나 깨달았음

내가 5년전쯤 20대 초반에 한 두 번 가본 클럽들이 개구렸던 거였음

그래서 이후로 클럽을 안갔는데 여기는 너무 좋았음

너무 신난 나머지 나는 애들을 끌고 스테이지 맨앞까지 진출해서 춤을 춤 

내가 너무 또라이처럼 정신줄 놓고 춤을 추니 감히 애매한 놈들이 부비부비하겠다고 달라붙지 않아 좋았음


무튼 진짜 땀 뻘뻘 흘리며 춤추다가

중간중간 남자들이랑 얘기하고 수다 떨면서 놀다가

여러 명 중에 좀 귀여운 놈이 나가서 얘기 좀 하재서

나가서 편의점 가서 젤리 얻어먹고 수다 떨었음

그리고 걔랑 친해짐

Y는 걔친구랑 클럽에서 재밌게 논듯 하였음 (K가 제보해줌)

한창 밖에서 놀고 있으니 애들이 날 찾길래 들어가서 만났고 뭐 그렇게 됐음


그날 친해진 놈이랑은 3주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함


재밌는 경험이었음

Y가 프리드링크 쿠폰을 못썼대서 조만간 또 갈 계획임

이번 주말에 갈까 생각중

자주 가게 될듯함 

인생 뭐있나

술먹고 정신줄 놓고 춤추는 게 세상에서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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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흡연자다.

하지만 담배를 펴본 적이 몇 번 있다. 

첫경험은 17살, 고2 때다. 

지금이나 그때나 죽이 아주 척척 잘맞는 친구 M과 함께한 경험이다.

M과 나는 하루종일 학교에 붙어있다가 매일 밤 연인처럼 장시간의 통화를 하곤 했었다. (요새도 가끔)

수 시간씩 나누던 이야기는 인간 심리에 대한 분석이나 자기가 욕망하는 것 등등


어느 날의 새벽 통화 중 우리는 사람들은 담배를 왜 필까 하는 순수한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당시 좋아하던 오빠(개새끼였음)와 M의 엄마가 오랜 흡연자였기 때문에

우리는 흡연이 궁금해졌다.

그들은 대체 왜 담배를 피는가.

그래서 우리는 담배를 펴보기로 결의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우선 담배는 M이 집에서 엄마의 것을 쌔볐다. (연습장 스프링 사이에 껴왔다.)

시간은 아침에 스쿨버스에서 내려서 학교에 도착해야하는 시간까지 40분 정도의 텀이 있었기 때문에 그 때로 정했다.

두근두근 약속한 날이 왔다.

스쿨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다른 아이들과는 반대로 시내 쪽으로 나갔다.

그리곤 미리 물색해둔 던킨도너츠 상가 건물 화장실으로 갔다.

아주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에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주위 눈치를 살피며 화장실 한 칸에 함께 들어가 조심조심 담배를 꺼냈다. 에쎄였나.

그리곤 담배에 불을 붙였다.

소심한 나보단 조금 더 대범한 M이 먼저 담배를 한 모금 폈다.

"?? 이게 뭐야?"

M은 아무 느낌이 나지 않는다며 나에게 담배를 권했다.

뒤이어 나도 담배를 폈고, M과 같이 느꼈다.

우리는 여러 번 담배를 빨아봤으나 역시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담배를 제대로 피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허무한 담배 펴보기 도전이 끝나고 우리는 등교를 했다.

별거 해본 것도 아닌데 굉장히 비행 청소년이 된 기분이었고, 그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후로 담배를 안피게 되었다.

20살 땐가 말보로 멘솔을 사서 한 두 번 펴본 적이 있는데 그것도 재미가 없어서

두 개피인가 도전해보고 담배 피는 친구에게 줘버렸다.

그래서 난 아직도 사람들이 왜 담배를 피는지 모른다. 

주위 대부분의 사람이 흡연자인데도.

그리고 앞으로도 흡연할 계획이 없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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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밤 같은 노래

비개인 봄 밤 공기가 너무 좋다 

그냥 그 공기 속엔 누구랑 있든 사랑에 빠질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캔맥주를 마셨다

봄이 좋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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