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안84

기안84가 좋다

예전에 패션왕을 봤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늑대인간까지가 한계였다 

복학왕을 봤다

우바마까지 보고 포기했다

무한도전에 나온 기안84는 만화를 보며 상상한 것과 너무 다른 사람이라 놀랐다

만화보다 인간이 더 매력적이다


일단 어디에서든 자연스럽다

나혼자산다 같은 리얼리티에서는 최고의 출연자다

주변 의식을 안하고, 뭐든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자신을 그냥 한 마리의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의식이라곤 0인, 자의식 무의 상태

그래서 같이 방송에 나오는 박태준과의 케미가 웃기다

박태준이 자의식 과잉 환자라면 기안84는 자의식 부족 환자다

가끔 박태준이 기안84를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는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떻게 저런 인간이 있지 하는)

극과 극이라 잘 어울린다


그러면서 또 유리멘탈인게 너무 티나는데

유리멘탈이라 그런지 주변인들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것 같다 (박태준이나 이말년이나 네이버 담당자나)

하지만 매력있고 자연스러운 인간이라 사람들도 받아주게 되는...그런 인간인듯

그래서 나의 모성애병을 충족시켜준다...네이버에서 사는 거 보고 끌렸다

근데 또 악플 십만개 달려도 군소리 없이 잘살고 자기 앞가림 잘하고 사는 거 보면 약한 멘탈도 잘 다듬고 잘 살아가는듯 하고

아무튼 기안84는 간만에 발견한 매력남이다

사귀고 싶은 매력남말고 친구하고 싶은 매력남

친구돼서 나한테 의존하게 만들고 싶다



2. 원티드

SBS 드라마 원티드를 챙겨본다

원래 운빨로맨스를 보고 있었는데

친구의 추천으로 다시보기로 보다 중간부턴 원티드로 본방을 갈아탔다

원티드는 배우 류준열과 제수호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뛰어나지만, 줄거리가 아쉬웠다면

이 드라마는 배우는 다 그저 그런데 작가가 캐리하는 드라마다

매 회 새로운 사건이 터지고, 숨겨진 단서가 드러난다.

등장인물도 많고 사건도 많아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런만큼 집중해서 보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가끔 몇 가지 작위적 설정이 몰입을 방해하거나 거슬릴 때도 있지만

대부분 탄탄하고 짜임새있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간다

아직 6회분을 남겨두었는데, 끝까지 지금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결말도 기운 빠지지 않게 잘 맺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님 사랑합니다 PD님도 수고가 많으세요 



3. 류준열 (제수호)


원티드로 갈아탄 후 13회정도부터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을 정도로 시들해졌지만

한동안 제수호를 보며 꺅꺅거리곤 했다

소년처럼 틱틱대면서도 지고지순한, 첫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이라니

기존 드라마에서 거의 못보던 캐릭터라 좋았다

그리고 보통 드라마는 여주인공의 감정선 위주로 전개가 흘러가는 데 반해

첫사랑에 빠진 남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

여주인공한테 원하는 대답을 들었을 때 방방 뛰는 장면이라든가

친구에게 연애상담하는 장면이라든가

평생 내 눈으론 직접 볼 일 없는 장면을 드라마로나마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류준열이라는 배우 자체도 정말 좋았다

일단 몸매가 내 이상형 몸매다 

원래 몸이 옷빨을 진짜 잘받는데다 옷도 남친룩의 정석으로 입고 나온다

예전부터 직각어깨의 신재평 몸매를 찬양해왔는데,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얼굴도 매력있다 인조적인 얼굴을 제일 싫어하는데 그런 느낌이 하나도 안나서 좋다

류준열이 못생겼다고 하는 것까진 이해하는데(나도 사람들이 좋다는 김우빈 못생겼다고 생각하니까),

한국남자 중 상위 50프로라느니 주위에 류준열 같은 애 널렸다느니 하는 말은 전혀 공감이 안 된다

어디있냐 대체

저정도 매력상 얼굴에 좋은 비율과 몸매를 가진 남자를...

난 초중고대학 다 남녀공학 합반을 다니면서도 본 일이 없다 그러니 연예인하는 거겠지만

무튼 류준열 좋다좋아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다음엔 다음에 빠져있는 것들로 돌아오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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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가 세다

기가 세다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단어로 가족을 설명하자면 저 단어가 적절할 것이다

엄마 아빠 언니 나

하나 같이 자기 주관이 강하고, 상대방에게 부러 져주는 일따윈 없으며, 자신의 감정 표출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작은 싸움도 큰 싸움으로 번지기 십상이다


이런 집안에서 자란 나는 표면상 서열이 4위인 집안의 막내였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맘놓고 화를 낼 수 없었다

설사 다른 가족이 나에게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내가 어느 정도 이상의 화를 내면 가족들은

"아무리 내가 잘못했어도 이게 이렇게 화낼 일이냐?" 

는 비판과 함께, 내가 낸 것보다 더 큰 화를 내기 마련이었고, 

때문에 나는 화를 내고 싶어도 웬만해선 화를 낼 수 없었다


엄마는 자주 나에겐 사춘기가 없었다는 말을 하는데

사춘기를 맞아 부모에게 반항을 하고, 이유 없이 혹은 사소한 이유로 화를 내는 보통의 청소년과는 달리

나는 청소년기에도 가족에게 화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가장 공감가지 않는 이야기가

밖에선 착하면서도 만만한 가족에게 화풀이를 한다거나 하는 류의 이야기인데

나에겐 제일 만만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화를 낼 수 없어, 화가 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예전에 친구가 

결정적인 순간부터 허락해주지 않는 여자친구를 1년 만나다 발기부전이 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나의 화가 바로 그런 것이다

화가 나도 낼 수 없으니 화가 나지 않는 인간,

나는 그렇게 후천적 평화주의자로 자라났다


사람한텐 화가 거의 안 난다

그대신 상황에 혼자 화나는 경우는 있다

예전엔 자기 검열 탓에 그럴 때도 화를 표출하지 못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이럴 땐 화를 내고 살아야 정신이 좀 건강해질 것 같아서

그럴 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예컨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개똥을 밟고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고 

화장실에 발을 씻으러 갔는데 미끄러져 넘어진다거나 하는 상황


이럴 땐 크게 썅욕을 하며 심하면 엉엉 울기까지 한다

약간의 개운함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는

사람에게 화를 못내는 대신

불만이 있거나 맘에 안드는 게 있으면

웃으며 비꼬기를 잘한다

약자의 표출방법인 셈이다


아무튼

맨정신에 화를 시원하게 확 내는 사람이 신기하다

욱해서 다 뒤집어버리고 사람들이 자기 눈치 보게 만드는 사람들


가끔 이런 성격이 손해처럼 

혹은 머리 아프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아마 못고칠 것이다

사실 이제 그렇게 큰 불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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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제목이

오늘밤도 너에게 텔레폰 콜 이었나

일본어 읽을 줄 몰라서 모르겠는데 암튼

싸이시절에 내 배경음악 중 한 곡이었다

내 기억에 그 때 저렇게 써있던듯


오랜만에 들으니 좋으네 뮤비가 앞에 20초동안 음악이 안 나와서 불편하지만...


일본어 잘 모르고 과하게 프로듀싱된 아이돌의 느낌도 싫어서 일본 노래 잘 안 듣는데

가끔 들어보면 좋은 노래 많다 일본엔 유독 요런 청량한 느낌 노래들이 많은듯


cero의 summer soul인가 하는 노래도 좋았고, 선물 받았던 the indigo 노래도 좋았고

칸노 요코를 비롯한 시부야계 음악이나 tokimonsta 노래도 좋고 

한적한 오후에 어울리는 음악이 많다

이 노래는 차 한 대 없는 메타세콰이어길을 홀로 드라이브할 때 틀어놓고 싶은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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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친에게 연락이 온 날 저 제목으로 잠깐 글을 올렸다 지웠는데, 그 글을 지운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블로그 검색 유입 키워드 1위가 '전남친 연락'이다. 그 글은 이제 없는데...저 키워드를 고민하고 검색하다 여기까지와서 허탕만 치고갔을 누리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 다시 글을 쓰기로 하였다. 원래 썼던 글과는 조금 다른 글일테지만.

전남친 연락

이라는 단어를 검색한 사람들은 무슨 의도로 무슨 답을 찾고 싶어서 검색한걸까.

1. 전남친한테 연락이 와서
2. 전남친의 연락을 기다리는데 안와서
3. 자기가 전남친이고 전여친에게 연락해보고 싶은데, 여자들은 이런 경우에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서

내 머리론 세가지 정도가 떠오르는데.
뭐가됐든.


어릴 때, 그러니까 20대 초반의 나는 연애를 하는 족족 말아먹었다. 그 때 내 연애 패턴이란

상대와 가까워짐->관심이 생김->짧게 썸을 탐->너무 빨리 상대가 좋아짐->얘 없으면 안될 것 같고 마음이 조급함->부담스럽게 달라붙음->상대 놀라서 도망감

ㅋㅋㅋㅋㅋ의 개병신 패턴이었다.
세글자로 금.사.빠.....ㅎ
먼저 다가오던 남자도 놀라 도망가곤 했다.
저 때 나는 엄청나게 충동적+모험적이었다. 이랬다간 관계가 망할 수 있단 걸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지르고 싶은대로 빵빵 지르고, 하고 싶은대로 다하고 다녔다.

그래서, 저 때 난
망한 남자들에게
소위 '구남친짓'이라고 여자들이 흉보는 그 짓을 수도없이 했었다. ㅋㅋㅋ

술마시고 전화걸기,
술마시고 전화해서 지금 찾아가겠다 떼쓰기,
술마시고 만나달라 졸라서 만나서 울기, 여친 생겼다는데 매달리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으로 한번만 안아달라고..... 어휴...ㅎ...
(이걸 다 당한 한 명도 있네. 소오름ㅋㅋㅋ)

등등.

음 암튼 저짓거리를 하고나면 바닥을 다 본 느낌이 들었다. 물론 상대말고, 내 자신의 바닥.
그래서 아직도 저 꼴 다 보여준 남자들한텐 연락을 영영 못한다. 물론 걔들한테도 연락 절대 안옴ㅋㅋㅋㅋㅋ

그래서 결론은 뭐냐면.
당신을 고민하게 만드는 전남친이 있다면.
전남친한테 연락왔으면, 맘있으면 다시 대시해보고(까여봤자 본전), 맘없으면 그냥 차단해버리고.
전남친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거면 그냥 먼저 연락해 버리고.
그렇게 다 바닥을 보시길.

그리고 전여친한테 연락할까말까 고민하며
전남친 연락 받는 여자들의 심리가 궁금해 검색해본 남자분들은, 그냥 해보세요. 해봐야 알지. 망할지 안망할지. 이미 망한 사이니까 연락해서 망해도 본전이잖아.

마지막으로, 나는 어땠냐면.
2년 넘게 사귄
다시는 연락 안올 것 같은 전남친에게
헤어지고 8개월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연락이 왔는뎁.

내 전남친은...망함...
나랑 걔랑 헤어진지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밤 열두시 반에 술먹고 전화온 것도 별로였고,
이제와서 미련 절절 헤어진 거 후회된다는 말도 우습게 들렸고,
내가 할 말 없어서 전화기들고 걔 말하길 기다리는데 거따 대고 나한테 우냐고 물은 건 정말 최악이었음.
근데 이 모든 건 이미 헤어질 때
내가 다신 뒤돌아보지 않겠다고 걔랑 난 아니라고 결론을 확실히 내렸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될놈될, 안될안이니.
맘대로들 하세여.
내 맘 뭔지 나도 몰라~ 라면
무조건 질러서 바닥보길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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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각종 외국인 인스타

시바견이랑 라쿤 사진 보려고 인스타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힐링~~되는 기분
시바견도 라쿤도 어떻게 저렇게 귀엽게 생겼을까 세상 가장 귀여운 생명체가 아닐까 싶다
혼자 동물들 사진을 구경하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얘봐봐 너무 귀엽지~~~" 를 하도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자제해야지 퍽퍽하고 새로운 일 없는 일상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너흰 너무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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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년은 나빼고 다 잘 살아보여서 너무도 좆같은 시간들이었는데 그 시간을 함께해준 건 이자혜의 만화 <미지의 세계>였다. 겸디갹 시절부터 이자혜 블로그의 오랜 독자였지만 겸디갹 시절의 판타지적인 만화들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영화로 치자면 겸디갹 시절의 수많은 만화들은 다음 장면을 쉽게 예측할 수 없고, 때론 실험적인 독립 단편 영화 같았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는 좀 더 정제된 언어와 설정의 장편 영화였다. 이것도 그렇게 메이저하지는 않았지만, 겸디갹 시절의 만화에 비하면 훨씬 대중적이었다.

 나는 미지가 완전히 나같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미지는 나와 다르다. 나는 BL엔 전혀 관심이 없고, 미지만큼 책을 즐겨 읽거나 지성적이지도 않고, 트위터도 안 한다. 미지와는 성격도 다르다. 하지만 미지에게 수없이 공감했다. 미지의 생각이 꼭 내 생각 같아 캡쳐한 장면이 한 트럭은 된다. 돈이 없지만 알바를 안하고, 맨날 음악할거야 악기 배울거야 잡지 만들거야 하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사람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대하거나 하는... 채 다 나열할 수 없는 수많은 장면에서 나는 공감했다. 대부분 미지가 하는 병신짓 혹은 병신 같은 생각이다. 

 난 어릴 때부터 친구가 많고 누구와도 쉽게 친해졌는데, 내가 친구를 사귀는 방법은 솔직해지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내 치부를 거르지 않고 털어놓곤 했다. 사람들은 치부를 쉽게 털어놓으면 나중에 화살이 되어 돌아올 거라고 하지만, 딱히 그런 적은 없다. 내 치부야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니, 그게 화살이 될 건덕지가 없었기 때문일거다. 난 해리포터에 나오는 자백약이라도 마신듯 병적으로 솔직했고, 솔직하게 병신이었고, 그 방식은 사람들이 내가 아무리 병신짓을 해도 나를 떠나지 않게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미지의 세계> 속 미지도 그렇기 때문에, 내가 미지를 좋아했던 것 같다. 미지는 솔직한 애가 아니지만, 나는 미지의 솔직한 생각을 볼 수 있으니까. 

 일반적으로 동종혐오와 공감 중 무엇의 힘이 더 큰 지 알 수 없지만, 나에겐 후자의 힘이 더 크다. 내가 <미지의 세계>나 홍상수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공의 찌질함과 병신 같은 면이 나같아서다. 동시에 인간은 다 찌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주인공에게 공감보단 낯섦,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정말 안 찌질한 소수의 인간이거나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는 멍청한 인간, 그것도 아니라면 솔직함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한국형 선비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미지의 세계>는 취향의 리트머스지와도 같은 작품이다. 나와 취향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판별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의 결말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딱히 배드 엔딩도 해피 엔딩도 아니고,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일어나는 그런 결말은 처절하게 현실적이다. 그리고 미지는 여전히 혼자고, 영원히 혼자일 거다. 내가 그렇듯. 울어도 달라질 게 없다는 하리보의 말처럼, 삶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내 인생도 아마 그렇겠지만, 그래도 나도 잘 좀 살아보려고. 미지처럼. <디어 마이 프렌즈> 마지막 회에서 영원이가 항암 치료 받을 난희한테 그러잖아. 기대는 버리고 희망은 품으라고. 그렇게 살아야지.

 지난 2년 가까운 시간동안 나에게 <미지의 세계>는 일주일에 하루 낄낄대며 웃을 수 있는 5분이었다. 5분씩의 웃음이 쌓이니 위로가 되고, 거창하게 말하자면 희망이 되고, 그랬다. 540분의 웃음을 선물해준 미지 그리고 이자혜 작가에게 고맙다. 


다들 행복해져라. 리보도 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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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에, 내가 한 말에, 내가 했을 생각에 관심 가져주길 바랐다

내가 비밀로 한다는 이 블로그 주소를 궁금해하길 바랐고

내가 수주를 공들인 그 자소서 내용을 궁금해하길 바랐다

내가 요새 듣는 음악, 보는 웹툰, 예능 프로그램이 뭔질 궁금해하길 바랐다


너는 한 번도 내 속을 궁금해하는 법이 없었다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함께 보고 나와 고기를 먹던 날, 

영화가 너무 좋아 영화에 대한 감상을 주절주절 늘어놓던 나에게

"나는 영화 보고 그렇게 생각 많이 하는 거 별로."라며 네가 내 입을 틀어막았을 때

너랑은 그런 얘기를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널 만나면 그냥 가벼운 장난만 쳤다

오늘 처음 본 사람과도 할 수 있는 별 거 없는 일상 얘기만 했다

가끔 술이라도 마시고 진짜 얘기를 할라치면 돌아오는 네 시큰둥한 반응에 

난 그냥 포기했다 

나는 그래도 네가 좋아서, 네 생각을 궁금해했는데, 넌 네 얘기도 제대로 해준 적이 없었다

그런 얘기는 친구들이랑 한다고 했다 

나도 듣고 싶었던 네 얘기. 구차해서 더 물어볼 수 없었다

우리 사이엔 절대 넘어설 수 없는 투명한 유리벽이 있는 것 같았다


너는 아직도 이 블로그를 모른다

난 네가 블로그 주소를 물어보면 알려주려고, 너에게 보여주기 싫은 글은 비공개로 돌려놨었는데 

괜한 짓이었다 

너는 한 번도 내 글을, 내 생각을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너랑 내가 거기까지였던 거야


어젯밤, 헤어진 후 8개월만에 처음 온 너의 연락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

그저 나도 너에게 미안한 게 많아 모질지 못하고 받아준 것 뿐이다

할 말이 없어 멍하니 전화기를 붙잡고 네 말만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우냐고, 울지 말라는 네 말을 듣고 난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넌 아직도 나를 몰랐다 

날 궁금해한 적이 없으니까 


매일 만났다고, 

수십 번 함께 밤을 보냈다고, 

지금 입고 있는 옷을 어디서 산 지 안다고, 

어제 뭘 먹었는지 혹은 내일 뭐할지를 안다고 해서

서로를 아는 게 아닌데

그런 식으로는 2년이 아니라 20년을 만났더라도 달랐을 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너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그리고 그래서, 지금도 네가 그립지 않다

너와 난 서로를 잘 모르는 낯선 사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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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한겨레를 팔로우해서 보고 있는데 

제목만 봐도 눈쌀 찌푸려지는 칼럼이 바로 토요판의 '안인용의 좋아요가 싫어요' 칼럼이다.

TV 비평 칼럼인데 누군가 내게 비평가가 싫은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 대신 이 칼럼을 보여줄 것이다.

영화 '버드맨'에 보면 주인공 리건이 바에서 평론가 실비아에게 평론가라는 직업에 대해 디스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칼럼에 아주 적절한 비판이다.


안인용은 자신의 편협한 잣대가 절대적인(정치적으로 올바르고도 무결한) 잣대인 것처럼 프로그램을 비평한다.

안인용은 불편한 게 많다. 그의 잣대에 따르면 텔레비전에서 해서는 안될 것도 많다.

뭐 칼럼 제목만 봐도 애초에 이 칼럼의 목적이 그건데, 그게 이 칼럼이 쓰레기 같은 이유다.

예능에서 농담의 소재로 쓰이면 안될 것도 많고, 예능 속 예능인들은 해서는 안될 말도, 가져선 안될 태도도 많다.

예능 속 사람들은 사회적 풍자도 해야 하고, 시청자는 한 명이라도 불쾌하지 않게 배려도 해야 하고, 해야할 게 많다. 

안인용 칼럼은 대통령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요구하는 게 더 많다.

청학동에서 평생 산 훈장 선생님이랑 같이 TV를 보면 이럴까? 

유머감각이라곤 없는 '정치적 올바름 지상주의자'랑 텔레비전을 함께 보는 듯한 피곤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칼럼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이렇게 예능을 안 좋아하면서 대체 왜 보는거야? 대체 왜 애정도 없는 것에 대해 글쓰며 글밥 먹고 사는 거야?

안인용의 TV 칼럼에선 TV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애정어린 비판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다짜고짜 "난 이거 싫어-" 하는 어린 애 억지로 보이는 게 문제.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분석이나 날선 지적은 없다.

그냥 당장 몇몇 여초 커뮤니티만 들어가도 볼 수 있는 "이거 불편하지 않아?" 수준의 비평뿐.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취향존중'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예능의 제 1 목표는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것인데, 

안인용의 가이드 라인을 지키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동시에 안인용에게 비판 받지 않을 프로그램도 알겠다.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용기있게 박근혜나 새누리 까는 예능을 만들면 백전백승!

안인용은 그렇게 만들다 내부에서 압박을 받아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좌천될 PD의 미래엔 관심이 있을까?


아, 물론 그의 모든 지적이 다 쓸 데 없는 건 아니다. 공감가는 비평도, 지적도 있다. 

하지만 대안이나 시청자의 수준,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은 없이 

모든 책임을 프로그램 제작자와 출연진에게 돌리는 그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안인용의 칼럼을 읽다보면 '발목만 잡는 야당' 프레임이 왜 힘을 갖는지를 알 수 있다. 

누구 발목만 잡는 모습처럼 무능력하고 비호감인 모습이 없구나 싶다.

이 칼럼은 비평가에 대한 편견을 가속화 시킨다. 

비평가가 가만히 팔짱끼고 앉아 누군가가 만든 컨텐츠를 까기만 하는 비호감 직업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자신의 잣대에서 자신만은 예외인듯 하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비평에선 '잘생긴 얼굴에 눈물자국이 어디 어울리나' 라는데 그럼 못생긴 얼굴엔 어울리냐?

말도 안되는 비판 같나? 내가 안인용 칼럼 읽을 때 드는 느낌이 저런 거다. 

TV를 좋아서 보는 게 아니라 까려고 보는구나 하는 느낌. 


안인용의 '좋아요가 싫어요'는 같은 한겨레에 연재됐던 방송 칼럼 '류호진의 백스테이지'와 비교된다.

1박 2일 PD인 류호진이 한겨레에 연재했던 '류호진의 백스테이지'는 내가 류호진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칼럼이다.

이 칼럼엔 안인용의 칼럼에 없는 게 다 있다. 방송에 대한 애정, 깊이 있는 분석과 성찰.

비평가와 제작자의 입장이 아무리 다르다지만, 그걸 감안한다해도 이건 뭐 칼럼 자체의 질이 다르다.

취향을 가진 대중문화 마니아가 넘쳐나는 시대에, 

당장 사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대중문화 비평가라는 직업으로 먹고 살려면 이 정도 분석은 해야하지 않을까.


류호진 최고의 칼럼을 링크하며 글을 마침.

류호진의 백스테이지 2013. 2. 28 '호감 가는 사람이 웃기는 예능시대'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5760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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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똑같은 것들을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더랬어요 (있었더랬어요) 내가 아 하면 아 그리고 어 하면 어 하던 사람이 있었더랬어요 (있었더랬어요) 당신도 결국엔 날 떠날 거잖아요 아무래도 난 상관이 없어요 그 사람마저도 나를 떠났잖아요 아무래도 난 괜찮아요 나는 토마토를 좋아하지만 당신은 안 좋아해도 괜찮아요 나는 노홍철을 좋아하지만 당신은 안 좋아해도 괜찮아요


-

친구가 가사 좋다고 추천해줘서 듣게 된 노래.

멜로디는 그냥 그런데 가사가 좋아서 계속 듣게 되네.

연애의 제1조건이 취향이던 시절이 있었다.

취향이 딱 맞는 사람들을 찾았다. 만났고.

취향 때문에 얼굴도 모른 채 반한 적도 있었다.

함께 까페에 가면 열시간씩 밥도 안먹고 수다를 떨었었다.

할 얘기가 너무 많았다.

요즘 읽은 책, 들은 음악, 본 영화. 거의 모든 취향과 생각이 비슷했다.

근데 그 관계들도 허무하게 끝이났다.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고 취향도 생각도 전혀 다른 남자친구를 사귀면서도

늘 그 관계들이 그리웠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그리운 이들의 SNS를 훔쳐보곤 하는데

여전히 나와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공연을 가고파하고, 같은 만화를 보고 있다.

그러면서 다시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못 만날 것 같아서

이젠 아무래도 

괜찮아요 


대학을 다니면서 좋은 인상이든 나쁜 인상이든 나에게 인상이 남은, 내가 만난 교수님들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검색 유입 키워드에 강정인 교수가 있길래 생각나서.

내가 좋아하는 강정인 교수님부터.


강정인 교수님 (정치외교학과)


학교에 친구가 별로 없는 나는 수강 신청 전에 교수 이름을 구글링 해보곤 했다.

사과대 교수라면 정치적 성향을 주로 찾아봤다.  

나랑 도무지 맞지 않는 꼴통 교수의 수업이라면 처음부터 피하는 게 좋을테니. 

검색 결과 강정인 교수는 나와 같은 좌빨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꼴통 같아 보이지도 않았고

송두율 교수의 이론을 반박한 학자라기에 생각이 궁금해지기도 해서 수업을 들었다.


'정외과 극악 난이도 수업'이라는 수강평에 걸맞게 교수님의 첫인상은 퍽 깐깐해 보였다. 

눈빛은 예리했고, 말투는 까칠했다.

말을 술술하는 사기꾼 같은 달변가와는 거리가 멀었고, 천천히, 쉬이 알아볼 수 없는 필기를 하며 수업을 했다.

사실 교수님의 이론 설명 시간은 별 재미가 없었다. 거의 항상 졸거나 딴 생각을 했다. 

하지만 교수님의 토론 수업 시간과 과제 피드백은 무척 좋았다.

나는 토론을 좋아하는 편이라 토론 시간에 의견을 잘 말하곤 했는데

교수님은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반박하지 못하는 내 의견에 예리한 질문을 던지곤 하셨다. 

"그거 진짜 그러냐? 이러이러한 허점이 있지 않나?"

나는 교수님의 예리한 질문에 대답하고 싶어서, 수업이 끝나고서도 관련 정보를 뒤져보곤 했다.

'아까 이렇게 대답했어야 하는데!' 하면서.


교수님과 나는 정치적 성향이 달랐다. 

교수님의 정치적 성향을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나랑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학부 시절의 나는 지금보다 감성적인 사회주의자였는데, 교수님은 내 생각이 부족할 때면 적절한 질문을 던졌다.

"약자라고 다 도와야 하냐? 왜?" 

"왜 1인 1표여야 하냐? 정치학자인 나랑 정치적 지식 없는 사람이 왜 똑같이 한 표를 가져야 하지?"

"대의 민주주의가 최선이야? 왜? 엘리트 민주주의가 더 나을 거 같지 않냐?"

논리보다는 믿음에 가까워서, "그냥, 당연히, 그런 거 아닌가요."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내 생각에 

교수님은 근거를 요구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근거를 고민하곤 했다.


토론 끝에 교수님이 내 의견에 설득된 적도 있다.

어떤 문제로 토론 수업 중에 나와 교수님이 일대일 토론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나는 생각이 정리된 문제여서 끝까지 토론을 이어나갔고, 교수님은 다른 학생이 반박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반론했다. 

그 끝에 결국 반론할 수 없어진 교수님이 학생들 앞에서 "듣고보니 네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인정하셨는데 

토론의 내용보다 교수님의 태도가 기억에 남는다.

학생들 앞에서 학생과 대등하게 토론을 하고, 학생의 의견에 설득됐다는 걸 인정할 수 있는 교수가 몇이나 될까.

대학에 다니며 권위를 잃기 싫어 끝까지 억지 주장을 펼치다 오히려 권위를 잃는 교수를 많이 봤는데

강정인 교수님은 그 자신이 저명한 정치학자이면서도, 당신도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사회과학자적 태도를 지닌

몇 안되는 교수였다.

그래서 교수님과 정치적 성향이 다르든 말든 별 상관이 없었다. 

교수님의 수업시간에 나는 눈치보지 않고 교수님의 주장을 비판하고, 내 의견을 주장할 수 있었다.


어떤 수업 시간엔 교실에 들어오자 마자 내 과제의 한 문장을 읽으시고는

"이거 누가 썼나?" 하시기에 손을 들었더니 

"남자가 쓴 글인 줄 알았는데, 여자가 '술잔을 기울이며'라는 말도 쓰나?" 라며 사소한 꼰대 의식을 보여주신 적도 있었다. 

그 수업시간엔 마침 양성 평등 관련 토론이 이어졌다.

여성 동지들의 불만에 찬 목소리가 커지고, 쪼그라드는 남성 동지들을 바라보며 교수님은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

"근데 남자는 아직도 가부장적 요구가 만연한데, 여자는 여자니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그런 거 요새는 별로 없지 않나?" 

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가 웃으며 "교수님도 아까 여자는 술잔 기울이면 안된다고..." 라고 대답하니

교수님도 학생들도 다 엄청 웃었다. 그리고 교수님은 당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나에게 사과하셨다.


수업 종강을 앞두곤 다같이 고깃집에 회식을 하러 갔는데 그 회식도 무척 재밌었다. 

교수님은 사생활에서는 젠틀하다거나 철저하다거나 하신 분은 아니고

오히려 꼰대 같은 면도 적잖게 있고, 학생들 앞에서 술에 취해 술주정을 하기도 하는 인간적인 분이셨다.

돼지고기를 먹으며 교수님과는 말 한마디 섞지 않고 구석에 있던 내가

총대를 매고 "교수님 차돌박이 사주세요!!!" 라고 외치자 사람들이 다같이 웃었고

교수님은 통크게 차돌박이를 사주시기도 했다. 그리곤 뒤끝있게- 나를 차돌이라고 부르곤 하셨다.


과제와 시험은 공정했고, 피드백은 성의있었다. 

교수님은 종강 후 겨울방학에도 연구실에 찾아가면 글이든 시험이든, 궁금한 모든 것에 피드백을 해주는 몇 안되는 분이었다.

교수님의 학자적 면모가 좋아 나는 교수님의 수업을 한 번 더 들었다.


졸업 후 학교 앞 편의점 파라솔에서 밤에 맥주를 마시다

역시 파라솔에서 맥주를 마시러 오신 교수님을 마주치기도 했는데

교수님은 나를 불러다 맥주와 안주를 더 사주셨다. 아직 취업 못했다니 예와 같은 까칠한 태도로 짓궂게 놀리시며.


여하튼 내가 본 강정인 교수님은 가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하실 때도 있고, 꼰대 같은 면모도 있으시지만 

대화가 통하는 합리적인 선생님이다. 


송두율 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을 비판한 대표적인 학자이면서도, 

인간의 양심, 표현, 학문의 자유를 위해 저자의 행위와 텍스트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송두율 교수를 변호한 것에서도 드러나지만. 

(쓰고 보니 나도 강 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학교에서 만난 어떤 교수보다도 교수의 본분(연구와 강의)에 충실하시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치우침을 드러내지도 않고, 정치학자의 모습에 가장 부합하는 분.

정치하려고, 유명인이 되려고 교수라는 직함을 이용하는 어떤 장돌뱅이들과는 격이 다른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