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났더니 엄마가 끓여놓은 떡만두국을 먹으라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제부도에 있는 유리 박물관에 간다고 나갔다. 아침에 어디 티비 프로에 나왔거나 엄마가 보는 전시 정보 공유 밴드에 올라왔거나 한 모양이다. 

엄마가 끓인 떡만두국과 함께 어제 엄마와 아빠가 먹고 남았다는 오징어 통찜을 먹었다. 티비를 켰는데 마침 '금쪽 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채널A 버전이다. 폭력성이 강하고 자해하는 유치원생이 나왔다. 오은영 선생님의 처방으로 아이가 달라지긴 했지만 엄마가 너무 피곤해보였다. 역시 애 키우는 건 쉽지 않은 일 같았다.

뒹굴거리다보니 낮잠을 자고 싶었는데 남자친구와 약속을 해놔서 더 잘 수 없었다. 약속 시간이 다 돼서야 준비를 시작했다...(남친아 미안...) 회사에서 선후배로 만나 이제 내가 좋아하는 동생이 된 H씨가 생일 선물로 준 빨간 목도리를 처음 개시했다. 요즘 날이 따뜻해서 오랜만에 코트도 입고 맨발로 모카신도 신었다.

남친을 만나 우선 카페에 갔다. 남친도 나도 할일이 좀 있어서 엄마에게 오늘은 카페에 좀 가겠다고 아침에 허락을 받아두었다. 아메리카노와 레모네이드를 해먹고 스콘도 먹었다. 엄마네 카페 메뉴판에 수정사항이 있어서 고치고, 어제부터 빠진 짱구 게임을 열심히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영화 시간이 다 되어 영화관에 갔다. CGV 생일콤보 쿠폰이 왠일인지 나오지 않았다...CGV가 힘들어서 비용절감 차원인가...? 그대신 CJ ONE 앱에 50프로 할인 쿠폰이 있길래 받아서 팝콘과 콜라를 샀는데 사고 나니 안에서 팝콘을 취식 금지라고 알려주었다. 쉣...우리 이거 왜 샀니...

남자친구와 한 칸 띄어 앉아 마스크를 쓰고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소울'을 봤다. PC를 강조하는 세상 흐름에 맞게 픽사 최초로 흑인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라나 뭐라나. 근데 흑인이 재즈하는 건 좀 뻔하지 않남...ㅎ 하여튼 울다 웃다 재밌게 봤다. 이야기의 주제가 좋았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른들이라면 마음에 와닿는 내용일 것 같다. 감독은 인사이드 아웃 감독이던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데 흥미를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 감정도 영혼도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까. 그리고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버럭이, 소울에서는 테리를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 좀 투덜거리는 스타일을 좋아하나봄.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소울에서도 한번씩 울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빙봉-양보 장면) 뭔가 구조상 둘이 좀 비슷한 느낌.

그리고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보니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요즘이야말로 영화관 가기 최적일 것 같았다. 한 칸씩 떨어져서 앉으니 앞뒤 양옆에 사람 없지, 마스크 쓰니 서로 떠드는 사람들도 없지, 팝콘 못 먹으니 팝콘 쩝쩝충들도 없지...코로나가 문제겠지만.

보고 나와서 남친이 먹고 싶다던 해장국집에 갔다. 해장국 가격이 올라 있었다. 코로나고 다들 힘드니까 이해한다...8시 반까지 먹어야 된다고 하셔서 20분만에 해장국을 다 먹었다.

그리곤 남친네 집에 가서 다시 짱구 게임을 했다. 남친과 교대로 게임을 하며 우여곡절 끝에 엔딩을 깼는데 프로그램이 파박 꺼졌다. ㅋㅋㅋ 허허... 그래도 재미있었다.

영화관에서 한입도 못 먹고 싸온 팝콘을 먹으며 1호가 될 순 없어를 봤는데 점점 너무 작위적이어진다...팽락 부부 시청률이 제일 잘 나온다던데 그래서인지 점점 더 자극적이어지고 보기 불편하다. 다 짜고 치는 시트콤이란 걸 알고 보는데도 괴로웠다. 특히 최양락 카드가 안 되는 순간에 남친과 함께 괴로워했다...ㅠㅠㅠ

그렇게 일요일이 갔다. 남친은 공부를 너무 안한다고 괴로워 했다. 오늘 못했으니 내일 하자...

오늘도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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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갤러리를 넘기다
의도치 않게 금이 사진을 볼 때가 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겨버리지만
사실 그 순간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럴 때면 나는 억장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다

아픈 금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후룸라이드를 탈 때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하지만 사진을 지우지도 못한다
나는 아직도 마음 속에서 금이를 보내지 못했다

가족들도 금이가 죽고 나서 지금까지 두 달이 다 돼가도록 금이 이야기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상실의 감정이 오래도록 계속되고 있다
혼자 있기가 괴롭다
언제쯤 평정심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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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는 춤추는 걸 무지 싫어한다. 나는 좋아한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오랫동안 다녔던 운동 시설은 댄스학원이었다. 나는 아무데서나 춤을 잘 춘다. 길을 걷다가도 왠지 삘이 오는 노래가 나오면 추고, 맛있는 걸 먹다가도 신나서 춘다. 남자친구는 그럴 때마다 내가 신기하다고 한다.

사실은 나도 원래 춤추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댄스학원에 다니기 전까지는 내 몸의 관절이 비실용적인 이유로 움직이는 꼴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전전긍긍했다. 학창시절 체육시간에 춤을 춰야 할 때는 빨리 때려치고 집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도 목소리는 한껏 신났지만 몸은 움직일 수 없었다. 노래방 쇼파와 테이블을 점령한 친구들을 보면서도 차마 동참하지 못하고 내 자리를 지켰다.

나는 왜 춤추는 걸 싫어했을까? 내 몸은 엄청 어색하게 움직인다. 언젠가 민정 언니는 내 몸이 귀귀 웹툰 속 캐릭터 같다고 했고, 그 얘기를 들은 애들은 모두 맞장구치며 웃었다. 내 몸은 항상 어딘가가 엉성하고, 여기저기 잘도 부딪힌다. 그냥 남들처럼 움직일 뿐인데, 온 몸, 특히 튀어나온 옆구리나 무릎 같은 곳에는 멍이 마를 날이 없다. 이상하게 넘어질 뻔 할 때도 많다. 내 몸을 내가 컨트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그래, 나는 몸치다.

 

귀귀 만화. 이런 느낌.

 

 

중학교 때 다 같이 보아의 넘버 원에 맞춰 춤을 췄을 때, 고등학교 때 조규만의 다 줄거야에 맞춰 율동을 하며 담임 선생님의 축가를 불렀을 때 나는 다른 애들보다 학습 속도가 느렸다. 나는 공부를 잘해서 내가 다른 애들보다 잘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공부도 못하고 나보다 머리도 안 좋다고 생각하던 애들이 나보다 훨씬 빠르게 춤과 율동을 익혔다. 멍청이가 된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의 몸이 움직이는 걸 보고 어떻게 내 몸을 따라 움직일 수 있는지 참 신기했다.

20대가 되어 춤을 추게 된 건,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바라는 내 모습에 나를 끼워 맞추려 노력한다. 어릴 때부터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은 그때 그때 정해져 있었다. 캘리포니아 10대 소년이 되고 싶어 애써 공책 앞에 이름 적고 싶은 마음을 참고 공책 표지를 비우며 살아온 나다. 나는 춤을 엄청 잘 추는 사람이고 싶었다. 신날 땐 몸으로 행복을 표현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무엇보다 뭔가 주목받을 자리에 갔을 때 춤을 춰서 사람들 입에서 탄성이 나오게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취준생이어서 가격이 저렴한 학교 옆 마포아트센터에 갔다. 한달에 3만원쯤 내면 주 2회씩 다이어트 댄스를 수강할 수 있었다. 춤이 무섭게 느껴졌기에 혼자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친구들을 열심히 꼬셔 그중에서도 함께 다니겠다는 연우를 꼬실 수 있었다. 하지만 유학 준비로 바빴던 연우는 나를 자주 바람 맞히더니 결국 거의 오지 않게 되었다. 나는 혼자서라도 열심히 다니려고 노력했지만 연습실을 가득 메운 아주머니들의 기운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왠지 뽕삘이 나게 바뀐 듯한 비의 라송과 강남이 속해 있었던 M.I.B의 G.D.M, AOA의 짧은 치마 등을 배웠는데 내가 바라는 댄서가 되어가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댄스 강사님과 맨 앞자리 고인물 아주머니들의 춤은 집에서 찾아보면 분명 원곡 춤과 같은 춤인데도 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춤을 추겠다는 목표는 이루지 못하고 흐지부지 다이어트 댄스 반을 그만두게 되었다.

취업을 하고 나서 지루했던 어느날 길을 걷는데 댄스학원 간판이 보였다. 댄스학원에 들어가서 내 또래 같아보이는 원장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월,수 반과 화, 목 반을 같이 들으면 할인이 된다고 했다. 설명을 듣자마자 두 반을 함께 결제했다. "보통 듣고나서 생각하고 오신다고 하는데, 이렇게 바로 긁으시는 분은 처음이에요."

월, 화, 수, 목 댄스학원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회사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가 밥을 재빨리 먹고, 편한 티셔츠와 레깅스로 갈아입고 댄스학원까지 걸어갔다. 댄스학원에 가면 30분 정도 준비운동을 하고 30분 정도는 수업을 한다. 마포아트센터의 평균 연령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었다면, 댄스학원의 평균 연령은 17세 정도였다. 초딩부터 고딩까지의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선생님을 통틀어도 우리 반에서 내가 제일 연장자였다. 그런데 춤은 내가 제일 못 췄다. 나는 느렸고, 허우적댔으며, 심지어 준비운동할 때 다리도 안찢어졌다.

춤을 배우고 나면 영상을 찍었는데, 나는 어떻게든 잘하는 초딩 아가들 뒤에 수납되기 위해 노력했다. 내 춤실력이 부끄러워서도 있지만 학원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선생님에게 미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면 내 실력은 정말 처참했다. (그렇게 1년을 다녀도 처참했다.) 그래도 수업을 빠지지 않고 매일매일 열심히 갔다. 정말 재미있고 내 삶의 활력소여서 그랬다. 트와이스의 Dance the night away 를 출 때는 2인 1조로 짝지어 춤을 췄는데, 나와 짝이 된 초딩 아가에게 미안했다. 친구들이 그 아가는 집에 갈 때 "나 어떤 아줌마랑 짝됐어ㅠㅠ"하고 울 거라고 날 놀렸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럴 것 같았다. 아무튼 춤 실력이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춤을 추는 것에 대해 두려움은 사라졌다.

댄스학원을 1년쯤 다녔더니, 어디엔가 가서 내 춤실력을 뽐내고 싶었다. 친구들과 술먹고 노래방에 가면 모모랜드의 뿜뿜을 열심히 췄으며, 친구들이 못춘다고 놀려도 혼자 열심히 추었다. 그러다 발견한 을지로의 '감각의 제국'은 혁명이었다. 여기는 헌팅이 금지되고 오로지 춤만 출 수 있는 막춤 공간인데, 보통 클럽과 달리 공간이 아주 환해서 서로 춤 추는 게 다 보이는 곳이었다. 친구들과 감각의 제국에 간 나는 정신줄을 놓고 열심히 춤을 췄다. 1년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낸 것이다. 나는 곧장 그곳의 핫 피플이 되었다. 춤만 춰도 탄성이 나오게 하겠다는 내 포부와는 조금 다른 결말이었으나, 내 춤에 삘 받은 모르는 여성이 내게 다가와 우리는 마주보고 신나게 춤을 추기도 했다. 그리고 예전의 나처럼 춤추기를 극도로 거부하며 자리에 앉아있던 친한 동생 소영이가 이 모든 것을 영상으로 찍어주었다.

내가 댄스학원에 다녀도 몸치라며 놀리던 소영이조차 인정하고 만 그날 나의 춤 실력. 그날 나는 20년 넘게 가지고 있었던 춤 공포증에서 탈출했다. 내가 바라던 날이었다.

춤추기 싫어하는 남자친구를 보면 예전의 내가 생각난다. 그래서 마치 하나님 좋은 걸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픈 극성 전도사처럼 춤추기를 전도하고 싶어진다. 춤을 추기 위해서는 자의식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쓰지 않아야 춤을 출 수 있게 된다. 자의식이 클수록 춤추기 어렵다. (비슷한 것으로는 사진 찍히기가 있다. 나도 한때는 사진 찍히기를 싫어했지만 이것도 노력으로 극복했다.) 하지만 그걸 벗어나 춤을 추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아기들은 누구나 뽀로로 노래를 틀어주면 춤을 춘다. 춤을 추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데, 나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도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느라 본능을 억제하고 산다. 춤을 추게 된 나는 본능에 충실한 것은 생각보다 더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즐거울 때 춤을 추면 두 배로 즐거워지고, 맛있을 때 춤을 추면 두 배로 맛있어진다. 슬플 때 춤을 추면 왠지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을 때도 있다. 몸을 움직이는 재미는 인간 존재 자체의 재미이다.

엎드린 남자친구 등에 아기 침팬지처럼 매달려 있는데, 남자친구가 갑자기 트월킹이라며 엉덩이를 흔들거렸다. 그 순간 나는 남자친구에게도 춤을 추고 싶은 내면 어딘가의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춤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므로. 그래서 나는 남자친구에게 트월킹을 계속 해볼 것을 종용했지만, 남자친구는 격하고 진지하게 거부했다. 남자친구가 언젠가 춤추기를 가로막는 마음 속의 벽을 허물고 나와 함께 춤출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린다. 춤추는 건 정말 좋으니까!

 

 
마포아트센터의 열정 넘치던 댄스 수업이 생각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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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서에 내가 싸인했고
내가 마지막 순간까지 손을 잡고 있었다
내가 보냈다

자고 일어나 밀려오는 죄책감에 가슴이 아프다는 말이 비유가 아니라는 걸 알게됐을 정도로 가슴이 진짜 아프다
다들 금이를 위한 거였을 거라고 잘한 선택이라고 나를 위로해주지만 마지막까지 심장 잘 뛰고 있던 금이를 내 손으로 보냈다는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너무 빨리 포기해버린 것 같다
어제로 돌아가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금이는 날 원망하고 있을까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금이야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사랑해 많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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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가 많이 아프다
신부전이라고 한다
수의사는 생명이 꺼져가는 것이라며
18살이니 개로서는 정말 오래 산 것이라고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게 없으니
굳이 괴롭게 연명치료를 하거나 입원시키지는 말라고 했다

병원에 입원해있는 신부전이라는 강아지가 혼자 켄넬 속에 너무 외로워 보였고, 금이는 이제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데 죽을 땐 내가 곁에 있어야하니 집에 데리고 왔다

동물병원에서 수액을 받아와서 집에서 놔주면서 아침 저녁으로 먹이라는 약을 먹이고 있다
수액을 맞고 있어서 금이는 많이 움직일 수가 없는데 여전히 머리는 똑똑해서 오줌은 싸던 곳에서만 싸려고 한다
기저귀를 채워줘도 싸던 곳에 가서 싸려 한다
그래서 금이가 일어나면 나는 바로 금이를 마루로 데려가 오줌을 누인다
고작 요 며칠 새 뒷다리를 못 가누게 된 금이는 바닥에 오줌을 싸고 난 그런 금이 옆을 수액을 들고 따라다닌다
밤새 금이 옆에서 자다가 금이가 일어나면 바로 수액을 들고 움직이며 오줌을 누이거나 물을 마시고 싶어하면 물을 준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금이는 계속 아프고 그런 모습을 보는 나는 계속 괴롭다
엉엉 울다가 금이를 안아주다가 다시 엉엉 울다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올해 들어 급격히 늙는 금이를 보며 예감해왔던 일이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괴롭고 괴롭고 괴롭다
뽀뽀와 곤지의 죽음을 겪었지만 그땐 곤지와 금이 혹은 금이가 남아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나보다
금이가 가면 이제 아무도 없다
금이 없이 살 수 있을까?
금이의 수액 줄을 바라보며 핸드폰으로 이 글을 적고 있다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난다
금이가 많이 아프지 않아야 할텐데
계속 응원해주고 있다
힘내렴 금이야
아니 억지로 괴롭게 내지는 말고
아프지 말아라 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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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힘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조건 윤희숙을 내보내야 이긴다.

오세훈, 나경원, 김용태, 이혜훈, 안철수, 금태섭

나머지 누가 나오든 민주당에 진다.

박주민 같은 쪼렙이 나와도 니들은 진다.

이건 정해진 결과다. 니들이 날고 기어도 어쩔 수 없다.


김종인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데, 내부 고인물 지랄탱들 이겨내고

관철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임.

윤희숙 의원 본인이 그만한 의지가 있을지도 관건.


그럼 윤희숙만 되는 이유 지금부터 설명해준다.


1. 내년 서울시장 선거는 부동산&세금 선거다. 


문재인 부동산 정책이 좆망인 건 김현미랑 문재인 빼고 동네 지나가는 개까지 다 아는 사실임.


이건 진짜 내가 요새 티비 보면서도 느끼는 건데

일반적으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치 사회적인 것 거의 언급 안 하는데,

예능에서 정치 사회를 언급되기 시작하면 전국민 공감대가 생긴 사안이라고 보면 됨.


무한도전에서 김태호가 광우병으로 자막 깔고 이명박 열심히 까고

박근혜 탄핵 때 각종 예능에서 정유라 비꼬던 거 기억남?

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서 예능에서 언급할 수 있는 거임.


요즘 TV 예능 프로 봐라. 각종 예능 프로에서 집값 오른 얘기 하고 있음.

집값 올라서 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예능 프로에서, 

일반인 정서를 가장 고려해야하는 연예인들이 털고 있음.


일단 지상파 예능 탑티어

MBC 나혼자 산다에서는 김광규랑 육중완 나와서

김광규가 집값 얘기 한참 털다 감.


https://news.joins.com/article/23886667


예능인이자 인기 웹툰 작가인 기안84도 웹툰에서 집값 얘기를 텀.


JTBC 새 예능은 아예 제목이 '서울엔 우리 집이 없다' 임.


이게 소재가 된 이유가 뭐겠냐.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라는 거임.


그래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는 부동산&세금 선거가 될 것임.

국민의 힘에선 임대차 3법 연설로 국민에게 임팩트 줬고, 1주택자인데다가, 경제학 박사인

윤희숙 내보내서

선거 기간 내내 부동산이랑 세금 얘기만 털면 이긴다.

윤희숙 말고 그럴 수 있는 사람 없음.



2. 박원순 자살로 치러지는 선거


그리고 이번 선거는 박원순 자살로 치러지는 선거다.

여성 인권을 강조해야하는 선거라는 거지.

웃기게도 전통적으로는 국민의 힘이 섹누리당, 성누리당 소리 들으면서 취약한 부분이었는데

안희정-오거돈-박원순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3연타로

민주당이 더듬고만진당이라고 조롱받는 형국이 됨


게다가 민주당은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박원순 오거돈 제대로 손절도 못하고 

여가부 장관이라는 사람마저 헛소리해서 자폭 중.


이걸 더 떳떳하게 공세하면서 나오려면 여성 후보가 나오는 게 최선인데

나경원 : 본인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와는 별개로 이미 국민썅년, 나베 등으로 이미지가 망가질 대로 망가짐. 지역구 관리는 참 잘한다고 들었으나 이 망가진 이미지로 서울시장 나오면 광탈 확실.

이혜훈 : 유승민계이기도 하고 말하는 거 똑똑해서 응원했으나 동대문에서도 광탈할 정도의 인기. 윤희숙처럼 국민에게 한 방 임팩트 없음, 인지도 없음, 김을동 닮은 외모로 겉으로 보기에 빡세 보임.


누가 남았냐. 윤희숙이지.



3. 다른 후보들이 안 되는 이유

 

나경원이랑 이혜훈은 앞에 말했고 나머지들이 안 되는 이유 알려드림.

오세훈 : 국민의힘에서는 나름 소장파적 인물이나 국민 비호감 심함. 

무상급식 투표에 서울시장직 걸고 때려치고 나와 박원순 3선 만든 장본인이라는 게 비호감의 원천. 

아무리 민주당이 고민정 총력을 다해서 밀어줬다해도 광진구에서 고민정한테 진 게 실력이고 이미지임. 국민 비호감 아직 다 못 벗음. 좀 더 존버해야 한다. 특히 서울시장은 ㄴㄴ. 이번엔 안됨.


김용태 : 김용태도 괜찮은 사람인 거 안다만 국회의원 그렇게 하면서 임팩트 0. 당장 지지도 안 나오는 듣보여도 5공 청문회 노무현처럼 국민에게 한 순간이라도 임팩트가 있고 주구장창 틀어댈 영상이라도 하나 있어야 뭐라도 해보는 건데 전혀 없음. 

안철수 : 안철수가 중도적 인물이라고 해서 국민의 힘이 받으려고 서로 물밑작업할 것 같은데. 안철수 이미 신상빨 다 끝남. 

실체도 없고 포장만 있던 전형적 인물로, 지금부터 아무리 옳은 소리 한다해도 국민 비호감 심함. 

이도 저도 아닌 첫끗발이 다였던 인물. 

윤희숙이랑 경선 정도 같이 해서 흥행 일으키고 사라져주셈.


유승민 : 안철수와 이하동문.


금태섭 :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인물이나, 서울시장 나오면 보수도 안찍고 중도도 안찍고 대깨문은 아예 안 찍는...아무도 안 찍는 현상이 일어남. 길에서 돌아다니면 시민들이 아는 척 해주고 인기 만점 같지만 정작 투표하면 아무도 안찍을 스탈. 안타깝지만 현재 상황은 그러함. 국힘 경선 나오기도 애매하잖아. 철새 소리 듣기 딱인데.


야권 단일화 통합 경선 열어서 국힘 후보들 + 안철수, 금태섭 다 몰아넣고 경선하는 건 추천

경선 인기 끌기 딱임.


4. 예상되는 반박에 대한 반박


- 윤희숙 국민 인지도 부족하다

비호감으로 가득한 인지도보다 좀 부족한 인지도가 나은 게 서울시장 선거임. 

요즘 인터넷 세상이라 인지도 올리고 유력 후보 만드는 것도 금방임.

문재인도 김어준이 닥치고 정치에서 차기 대선 후보로 언급하기 전엔 노사모도 잘 몰랐던 듣보였으며,

닥치고 정치 출간 전까지 민주당도 대선 후보 없다고 징징거리고 있었음.


윤희숙은 임대차 3법 연설이라는 강력한 임팩트 한 방이 있으므로 해당 영상 열심히 서울시 곳곳에서 선거차로 틀고 다니고, 국힘에서 윤희숙 미친듯이 밀면 됨.

어차피 서울 노인들은 아묻따 국힘 찍을 거고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 TV 채널로 다 보고 있어서 윤희숙에 대해 알면 찍게 됨.


그리고 박원순 처음 서울시장 나올 때 지지율 찾아보고 와라. 한 3% 됐나?

얘가 3선 했음.

새 인물 나와서 띄우면 됨.

새 인물에 대해서 검증할 시간도 적어서, 

윤희숙이 저기 어디 저서 한 구석 한 구절이라도 뭔가 병크가 있다해도 선거 기간 동안 제기되기도 힘듦.


그에 비해 오세훈, 나경원 이런 쌉고인물들은 옛날 뭐라도 찾아내서 나올 게 너무 많음. 프레임 말리기 쉬움. 안됨.


민주당도 박원순 처음 보궐 나왔을 때

안에 서울시장 하고 싶어서 안달난 대기자가 몇 명인데

지네쪽 시민 단체 측 인사라고 해도

당 밖 인사인 박원순한테 후보 양보하기 쉬운 결정 아니었음. 


하지만 해서 이긴 거임.


국민의 힘은 민주당 보고 배워야함.

니들은 쌉고인물들 고집하면 무조건 진다.

가세연 같은 애들이 장사 좀 된다고 그런 중도 포괄 못하는 쌈마이들 말 듣고 꼴보수 후보 내도 진다.


새 인물 내보내야 한다.

윤희숙 내보내라.

서울시장 이겨야 대선에서도 승산 있다.



토요일에는 친구 Y의 초대로 Y의 집에 놀러갔다.

Y 부모님의 환대를 받으며 소, 돼지, 오리 고기를 맛있게 구워먹었다. 맥주도 잔뜩 마셨다. 3시간이 넘는 프랑스식 식사. 나중에 온 Y의 귀여운 동생 S와 Y는 롤드컵을 열심히 봤고 나는 옆에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같이 롤드컵을 봤는데 재미있었다.

부모님이 계신 친구 집에 놀러가는 건 오랜만이었는데, 마치 하이킥의 범이가 된 것처럼 재밌고 편하게 놀다왔다. Y 부모님은 참 좋은 분들이셨고 Y 가족이 머리를 맞대 하나하나 직접 인테리어 했다는 새 집도 참 예뻤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간에서 갖는 시간이 행복했다.  

나는 내가 낯을 꽤 가리고 어른들을 어려워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 Y네 집에서는 그런 생각이 안들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단지 몇 번 봤을 뿐인 Y의 부모님과 동생은 그냥 오래 전부터 잘 알아온 사람들처럼 편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내 친구와 내 친구의 가족이 좋은 사람들이어서겠지.

Y네 집에서 나올 땐 비가 왔는데, 내가 옷을 얇게 입고 와서 추울 것 같다며 Y가 바람막이를 빌려주었다. 자기가 집에 도로 가져와야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바람막이를 빌려준 Y의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이 글을 볼 것 같아 부끄럽지만. 모른 척 하거라.)  

Y네 집에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Y의 부모님이 더 좋아하실만한 걸 들고가야겠다.



토요일에 Y네 집에서 자고 일요일에 일어나서 Y와 함께 글쓰기 모임의 오프라인 모임에 갔다. 글쓰기 모임은 나와 남자친구가 우리의 친구들을 모아 만든 온라인 모임이다. 한 달에 한 번 오프라인 모임을 하는데 오늘이 그 날이었다.

오늘은 나도 처음 보는 친구의 친구가 와서 혹시 소외되기라도 할까봐 좀 신경이 쓰였는데 잘 적응한 것 같아 다행이었다.

쭈뼛쭈뼛 시작한 모임이 다같이 너무 웃어서 광대가 아프다고 하면서 헤어지는 것으로 끝났다.

앞서 두 번의 모임도 그랬지만 오늘도 정말 즐거웠다.


-

좋은 사람들과 왁자지껄 웃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시간이 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그 순간이 즐거우면서도 동시에 이 시간이 신기루처럼 느껴진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런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든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내 분수에 맞지 않는 것 같고 곧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불안할 때가 있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떤 사람들은 니가 좋은 사람이니까 주위에 좋은 친구들이 있는 거야 하고 말해주겠지만 난 사실 그냥 운이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라 좋은 부모를 만나는 게 아니듯이. 그냥 난 운이 좋은 것 같다.

내 남자친구는 인간적으로 친구로서나 연인으로서나 나보다 좋은 사람인데 친구가 몇 명 없다. 그래서 내가 친구 많은 걸 신기해 하면서 좀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런다. 처음에는 남자친구가 왜 친구가 없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내가 친구가 많은 것에 이유가 없듯이 남자친구가 친구가 없는 데도 이유가 없다. 나랑 학창시절부터 알았으면 나와 내 친구들과 좋은 친구가 돼서 잘 지냈을 것 같은데, 학창시절에 나나 내 친구들 같은 사람들을 못 만난 탓이겠지. 그래도 이젠 나나 내 친구들이랑 친구를 하면 되니까 괜찮다.

인생의 많은 것들이 운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들 자기의 운이 있다. 나는 인생에서 어떤 카드는 꽝을 골랐고 또 어떤 카드는 보통을 골랐고 어떤 카드는 에이스를 골랐다. 오늘 나는 내 친구들이 내가 뽑은 몇 가지 에이스 카드 중에 한 장이라고 생각했다.


-

친구에 대해 부쩍 생각하고 또 쓰게 되는 이유는 15년된 친구들과 꽤 멀어진 일 때문이다. 사실 갑작스러운 건 아니고 최근 몇 년동안 서서히 진행돼온 일이다. 알지만 애써 외면해왔는데 뭔가 자각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와서, 한동안 마음이 참 씁쓸했다. 여러 번 그 친구들에 대한 꿈을 꿨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내 선택인데도 함께 한 오랜 시간과 추억을 생각하면 뭔가 마음이 허전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인연이 다했음을 인정해야겠지.


그리고 지난 주에는 오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한때는 내가 참 좋아했고 날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그러니까 참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친구였는데, 여러 사정이 있어 오랜만에 만났다. 친구는 예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그 모습. 하지만 친구에 대한 내 생각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같이 있는 동안 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고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빨리 집에 가려했는데 친구가 붙잡아서 더 앉아있다 왔다. 집에 오는 길에 앞으로 한 몇 년간은 이 친구를 다시 볼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친구도 다시 연락이 없었다.


알 수 없는 관계, 알 수 없는 마음. 그래도 그 안에서도 한결 같은 마음과 한결 같은 관계, 그리고 새로운 관계들이 있다는 사실이 내게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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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백반기행 짱 좋다
원래도 좋아했는데 방송 시간이 금요일 저녁이라
보통 약속있는 요일이니 어쩌다 가끔 봤는데
b tv에서 다시보기가 무료인 걸 발견하고부터는
밥 먹을 때도 보고, 밥 먹고도 보고, 일할 때도 보고
그냥 내내 틀어놓곤한다

특히 엄마아빠랑 봐도 다들 재밌어해서 다같이 있을 때도 자주 틀어서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우선 주인공 허영만 화백이 굉장히 보기 편한 사람이라 좋다
식당 주인들을 존중하고 게스트도 편하게 대한다
나이 많은 한국 남자 특유의 권위적인 말투나 가르치려는 태도가 없고
음식 만드는 식당 주인을 존중하면서도 손님으로서의 자존감도 지킨다

황교익 같은 자칭 미식가처럼 불편하게 아는 척 하지도 않고 백종원보다도 편하게 음식을 그 자체로 좋아하면서 감상해서 좋다
그러면서도 맛 없으면 티가 나고ㅎㅎ
그래도 자기 입맛에 안 맞아도 그 요리에서 장점을 어떻게든 찾아내서 말해주는 태도가 참 좋다
나도 웬만하면 이왕 먹는 것 맛있게 먹자는 주의라
여러모로 공감도 된다

그리고 성우를 맡은 배우 윤주상님의 존재감도 참 큰데, 목소리가 허영만 화백과 비슷하면서도 참 좋아서 허 화백 1인칭 화법이 어색하지 않고, 듣기가 참 좋다

요즘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을 보면서 문제 내는 피디 목소리가 너무 별로여서 대체 왜 성우를 쓰지 않는건가 불만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정말 잘맞는 성우를 잘 찾은 사례다

언제 한 번 윤주상님이 게스트로 나와서 허 화백과 백반기행을 하고 자기 시점으로 녹음을 한 번 해봐도 좋을 것 같다ㅎㅎㅎ 아직 세계관이 깨지는 거라 못나오신 것 같은데 혹시 백반기행 제작진이 검색하다가 이 글을 발견한다면 한 편은 윤주상 배우를 게스트로 초대하면 좋겠다

나 이거 넘 쓰고 싶어서 티조 백반기행 홈피 찾고 그랬는데 의견 남길 수 있는 곳을 못찾음ㅠㅠ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진짜 대부분 오래된 맛집들이 나와서 좋다ㅎㅎ 사실 백반기행 존재감 느낀 게 내가 찾아가는 맛집 중에 백반기행에 나온 집들이 꽤 나와서였다 특히 내가 일했던 여의도 지역 맛집은 2곳이나 내가 가던 곳ㅎㅎ
제작진과 허 화백이 참 맛집을 잘 찾아서 소개해준다 능력 좋음

여튼 한동안 내 최애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이어져 나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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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마음이 이유가 되어 선택한 일은 결과가 좋을 수 없다

-
Do not fear, for I am with you; do not be afraid, for I am your God. 

-Isaiah 41:10

저 구절을 읽고 이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어릴 때는 해의 마지막 날마다 송구영신 예배에 가야만 했다. 우리 가족이 다니던 교회의 송구영신 예배에서는 1월 1일 0시가 되면 카운트 다운(이미 녹화된 재미없는 영상)을 하고 올해의 성경 말씀을 뽑을 수 있었다. 뽑기를 좋아해서 예배시간 내내 그 시간만을 기다렸는데, 그렇게 여러 해 동안 뽑은 성경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성경 말씀이 저 구절이다. 이사야 41장 10절. 난 딱히 종교는 없지만 저 구절은 지금도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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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전에 남자친구랑 친구랑 셋이 술을 마셨다. 1차는 남자친구가, 2차는 친구가 샀다. 이렇게만 쓰면 내가 좀 기생충 같아보이니 지난 번에 셋이 술 마셨을 땐 내가 샀다는 점을 굳이 언급하고 싶다. 여튼 지난 번에 내가 샀더라도 내 남친이 같이 놀았는데 친구가 술을 산다는 건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서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친구에게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메론 선물 세트를 보냈다. 친구가 이게 뭐냐고 해서 추석이니 어머니랑 맛있게 먹으라고 했다. 친구가 왜 하필 메론이냐고 해서 내가 좋아하니까 보낸다고 했다. 추석이 지나고 친구는 메론 인증샷을 보내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메론이다. 참외도 좋아하지만 참외는 뭔가 너무 딱딱한 느낌이 좀 있는데 메론은 부드럽기까지해서 좋다. 맛 없는 메론은 말 그대로 무(無)맛이지만, 맛있는 메론은 천상의 달콤함을 선물해준다. 요즘 먹은 메론들은 다 달콤한 메론이었다. 친구에게 간 메론도 달콤한 메론이었길 바란다. 메론은 과일로 먹는 게 제일 맛있다. 내가 좋아하는 모스 버거에서는 메론 소다를 팔았는데 너무 인조스러운 색과 맛이라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나는 가끔 문방구 앞 불량식품 먹는 기분으로 메론 소다를 먹지만 솔직히 맛은 잘 모르겠다. 그냥 모스버거에만 있으니까 모스버거에 왔으면 이거 먹어야지 하는 느낌으로 선택한다. 메론빵 같은 것도 메론이라는 글자에 눈이 돌아가 사곤 하는데 만족한 적은 없다. 가끔 메론이 올라간 타르트나 뭐 이런 것도 보긴 하는데 솔직히 별 맛이 있는 것 같진 않다. 메론은 그냥 메론대로 먹는 게 좋다.


 진짜 맛있던 메론은 노량진 술집 '오감만족'에서 먹던 메론이다. 여긴 극강의 가성비+맛있는 안주로 내가 한동안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가던 술집인데, 술자리 분위기들이 무르익으면 주인장께서 잘 익은 메론을 테이블마다 서비스로 돌려주곤 했다. 여기 메론이 진짜 맛있었어서 기억에 남아있다.


 아무튼 추석 선물은 회사 다니면서 받아만 봤지 줘본 적이 없는데 친구에게 추석 선물을 주는 기분이 참 좋았다. 술값 중에 나와 내 남자친구가 먹은 분을 보내줄까 하다가 선물을 보냈는데 이게 서로에게 더 좋고 따뜻한 선택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돈을 잘 벌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주고 싶은 선물을 마음껏 줄 수 있는 넉넉한 주머니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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