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에 엄마가 갑자기 앨범을 보자고 했다. 집에 있는 앨범을 모두 꺼내 엄마와 수다를 떨며 봤다.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화된 2000년대 초반부터는 앨범에 사진이 거의 없었다. 물론 그때 찍은 디지털 사진들은 다 어디 갔는지 잃어버렸다. 이럴 때 확실히 기술의 발전이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80년대 언니 어린 시절부터 엄마 아빠의 결혼식(언니 어린시절보다 후다), 나의 성장과정까지 쭉 봤다. 중간중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때 엄마한테 물어보면 엄마는 내가 당연히 알만한 사람인데 잃어버렸다는 듯 '누구누구잖아.'하고 대답한다. 근데 난 누군지 들어도 잘 모르겠는 경우가 대다수다.

앨범에는 지금도 나와 친한 친구이자 우리아빠친구딸인 C가족의 지분이 엄청났다. 정말 오만 곳을 같이 놀러다녔더랬다. 우리는 서울 살고 C네는 대전에 살았는데도 거의 모든 휴가를 같이 보냈고, 명절마다도 만났다. 이렇게 자주 놀러다니던 친구 가족과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친하게 지낼 수 있단 사실이 좀 좋았다. 반면에 사진 속에선 한껏 친했는데 지금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뭔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느낌이었다.

그 며칠 뒤엔 관자가 먹고 싶어서 충무로에 가는데, 가는 김에 남자친구와 필름을 셀프로 스캔할 수 있다는 현상소에 갔다. 충무로 고래사진관이라는 곳이었다. 부랴부랴 집에 쌓여있는 수많은 필름들을 가지고 현상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스캔할 필름들을 고름. 가서 필름을 스캔했는데 스캔기계가 좀 신기했다. 결과물은 생각보단 만족스럽지 못했다. 필름 보관 상태의 문제였는지 스캔 설정이 잘못 건드려진 건지 엄마아빠 결혼식 사진들 외엔 좀 다 누렇게 스캔됐다. 남자친구가 보정해주려고 노력했는데 그래도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다. 처음 스캔할 때부터 잘해야하는 것 같다.

(몇 안되는 덜 누런 수산시장 풍경 사진)

그리고 필름 넣는 종이가 몇개 없어서 필름들이 너무 다 겹쳐져있어서 필름을 꽂을 수 있는 매거진(?)을 샀다. 집에 와서 장갑을 끼고 필름을 한장한장 정리해넣었다. 엄마는 사진이 있는데 필름을 뭘 그리 정리하냐고 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앨범에 다 안들어간 사진들도 많아서 인터넷으로 앨범을 추가로 사서 며칠 동안 조금씩 열심히 사진을 정리했다. 필름과 사진을 정리하면서 '이것들은 내 후대의 후대쯤에게는 의미도 재미도 없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엄마 아빠도 아니고 할아버지 할머니 앨범을 딱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내 사진 앨범들은 언제, 누구 손에 의해 사라지게 되려나.

여름이고 겨울이고 열심히 국내 여행을 다닌 사진 속에서 가장 지분을 많이 차지한 여행 풍경은 계곡 물놀이 풍경이었다. 어릴 땐 아빠랑 언니랑 C랑 C동생이랑 계곡에서 튜브 끼고 참 많이도 놀았더랬지. 엄마와  C부모님은 우리가 한창 놀 땐 물가에서 고스톱을 치거나 수다를 떨며 노시다가 우리가 한창 물놀이를 하고 나면 라면을 끓이거나 수박을 썰어서 우리를 부르곤 하셨다. 그때 그렇게 놀던 게 너무 그리워졌다.

그래서 남자친구와 가기로 한 여름휴가를 계곡으로 가기로 했다. 원래도 계곡 물놀이를 하기로 했었지만 사진을 보고나니 더 제대로 해야겠다는 의지가 넘쳐나서 짠순이인 내가 구명조끼와 튜브와 튜브 바람 넣는 펌프를 모두 샀다. 어릴 때 이후론 바다나 워터파크에서 놀았지 계곡에서 논 적은 거의 없는데, 놀기 좋은 적절한 계곡을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계곡에 간다고 하니 우리집에 계신 국내여행 전문가 두 분께서 '어딜 가봐라', '아니다 여길 가라' 하며 조언을 열정적으로 하셨다. 둘이 어디가 더 놀기 좋을 거다, 아니다 거긴 사람 많을 거다 하면서 거의 다투다가 언제나처럼 엄마가 이겼다. 엄마는 지도까지 그리며 진심이었다. ㅋㅋㅋ 덕분에 엄마가 추천한 숙소를 예약했다.

여행은 금요일에 가기로했다. 많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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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 라디오에서 성대모사 하는 날

넘 웃기다

백화점 상품권 10만원을 받기 위해

멀쩡한 일반인들이 벌이는 각축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카우보이가 로데오하면서 신나게 외치는 거 따라하는 아저씨부터 시작해서 (성대모사 안비슷한데 사람이 개웃김ㅋㅋㅋ)

산란하는 개구리를 따라한 여자분(10만원 타감) 

전화연결되자마자 인사도 없이 혹성탈출 원숭이 따라하신 분 (박명수가 땡하니까 인사도 없이 전화끊음ㅋㅋㅋㅋㅋㅋ)

등 아주 오늘도 난리남

지금은 이박사가 날 웃기고 있다

일반인들이 이걸 이렇게 열심히하고

박명수가 엄근진하게 채점하는 이 상황이 넘웃기다

나의 웃음지뢰 목요일 박명수 라디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캡처본을 보면서 우리 엄마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친엄마와 친아빠가 이혼해서 어린 시절에 친엄마를 거의 못 만나고

친아빠와 새엄마 아래서 자랐다.

물론 자기 자식이 아니라도 자기 자식처럼 사랑을 주는 좋은 새엄마들도 많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 엄마의 새엄마는 그랬던 것 같진 않다.

 

그리고 엄마는 형제들도 매우 많았다.

나는 아직도 이모와 외삼촌을 다 합치면 몇 명인지 정확히 모른다.

그중에서도 우리 엄마는 거의 막내였기 때문에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 모습에 우리 엄마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얼마 전에 뭘 좀 찾느라 엄마 화장대 서랍을 열었는데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내게 써주신 편지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자식이 많았고, 그래서 손주도 무척 많았다.

이모와 외삼촌 수를 다 헤아릴 수 없는 내가

외사촌들이 몇 명인지 헤아릴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튼 내가 당장 머릿 속에 생각나는 외사촌들만 해도 족히 열 다섯 명은 된다.

그 중에서도 나는 막내에서 두번째 딸의 막내 딸이었기 때문에

내가 어렸을 때도 할아버지는 이미 80대셔서

귀가 잘 안들리셨고 항상 느릿느릿 지팡이를 짚고 다니셔서

나와 막 이렇다할 엄청난 추억이 있지도 않다.

 

근데 어느 날은 엄마가 할아버지께 부탁했었나

아니면 엄마와 할아버지가 통화를 할 때 옆에서 엄마한테 부탁해서

할아버지한테 편지를 받고 싶다고 했던가

(우표를 붙여 편지 주고 받는 걸 처음 알고

한동안 누구와도 편지를 주고받고 싶어 난리였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어쩌면, 내가 먼저 썼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곧 할아버지가 나에게 편지를 쓰셨다.

달력을 찢어 뒷면에 쓰신 편지였다.

내 이름이 맨 위에 적혀있었다. OO 보아라. 하고.

그리고 짧은 내용이었지만 할아버지의 흔들리고 큼직한 글씨가

참 따뜻한 느낌이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 편지는, 나에게도 15명의 손주 중 한 명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손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줘서

소중한 편지였는데.

 

엄마는 내 편지를 20년이 넘게 서랍 속에 소중하게 간직해둔 것이었다.

그 편지를 보면서 수많은 자식 중의 한 명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자식이 된 기분을 느끼셨으리라.

 

형제가 단둘이어서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잘 받고 자랄 수 있던 나와 달리

우리 엄마는 엄마의 사랑은 거의 받을 수 없었고,

아빠의 사랑을 수많은 형제들과 나눠 받으며 자랐을텐데도

자식을 받은 사랑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이유가 종종 궁금했었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대놓고 애정표현을 하는 분은 아니셨던 것 같고

또 자식을 챙기면서 새 부인의 눈치도 보신 것 같지만

그래도 무심한듯 다정하게 엄마를 챙기셨던 것 같다.

가끔 엄마가 할아버지의 사랑을 느꼈던 이야기를 할 때,

새벽에 과일 같은 걸 먹으라고 엄마 머리 맡에 조용히 두고 간 얘기 같은 걸 할 때에

그래서 '우리 엄마가 나와 언니에게 줄 사랑이 생겨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엄마나 본문의 주인공을 보면서

사람은 꼭 엄청난 사랑을 충분히 받아야만 잘 자랄 수 있는 게 아니라

몇 가지 사랑의 기억만 있어도 의지에 따라 잘 자랄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와 아빠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 않지만

엄마가 엄마의 엄마와 아빠에게 받은 사랑의 기억이

내가 들은 것보다는 더 여러 개 있길 바라는

그래서 엄마의 유년시절이 좀 더 따뜻했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초반엔 재밌다가
어느 순간부터 PPL 프로 되더니
되게 맥락 없는 프로그램됨

뚠뚠뱅크 지점장...
이건 왜 넣었냐...
재미도 없고 캐릭터가 호감도 아니고...

개그맨도 아닌 일반인 피디가
어떻게 혼자 방송분량 채우겠냐...
이 사람 나올 때마다 재미없고 텐션 떨어짐
도저히 왜 나오는지 모르겠음
촬영분 부족한데 러닝타임 채우는 용인가?

점점 이상해져가고 노잼화되는
개미는 오늘도 뚠뚠ㅜㅠ
미주 장동민이 웃긴데 얘네 비중이나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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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은 광릉수목원에 갈랬는데
예약하는 걸 깜박했더니 예약 이미 다 차있어서 못감ㅎㅎㅎ
어차피 비왔으니 안가는 게 나았을듯
오늘은 일산에 있는 아쿠아리움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에 다녀왔다.

가기 전에 비용이랑 할인 수단 알아보고 갔는데
대인 기준 31,000원이었고
우리가 받을 수 있는 할인 중에 가장 큰 건
KT 멤버십 15% 할인이었다.

매표소에서 15% 할인을 받고 표를 끊음.
그러고나서 남친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해서 다녀오라고 하고
화장실 근처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분은 백신으로 !@#$%"
매표소 직원 목소리였는데 다른 건 몰라도 백.신 두글자는 똑똑히 들렸다.
'아쿠아플라넷 아무데도 코로나19 백신접종자 할인 안내가 안 붙어있는데...?'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구글에 '한화 아쿠아플라넷 백신'을 검색하니
사이트 이벤트가 뜸...!

전 권종 본인 40%, 동반 3인 30% 할인!!!
유레카~~~!!! 이렇게 혜자할 수가!!!
난 백신을 맞지 않았지만 예비군인 남친은 바이든이 하사한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신난 마음으로 캡처해서 남친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림 ㅎㅎㅎ
(마침 남친 배가 딱 아파서 행운이었음)

샀던 표를 환불하고
백신 접종자와 동반인 할인을 받아
저렴하게 표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집와서 아빠한테 아쿠아리움 다녀왔다고 하면서 막 사진 보여주다가
아빠가 가격 얼마냐고해서 원래 얼만데
백신접종 할인 받았다고 자랑을 했다.
자랑하면서 '아 근데 왜 가기 전에 남친은 할인을 못 발견했지?' (남친이 찾아봤었음)
싶은 마음에
한화 아쿠아플라넷 홈페이지 들어가서 다시 이벤트탭을 보는데

띠용?ㅎㅎㅎㅎㅎ
캡처 시각보면 알겠지만
낮 1시 20분에 캡처했을 때랑
다녀와서 저녁 7시에 캡처했을 때랑
이벤트 내용이 다름ㅎㅎㅎ

코로나19 백신 접종 혜택이
AQ입장권 본인 20%, 동반 1인 20% 할인으로
현저히 줄어들었다...ㅋㅋㅋ


전 권종 본인 40%, 동반 3인 30% 할인 → AQ입장권 본인 20%, 동반 1인 20% 할인

띠용..........
대기업이 소리 소문없이 이벤트를 막 줄여버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나야 당분간은 다시 갈 일도 없을 거고
누군가 문제제기한대도
"코로나19 확산 상황에도
관람객이 몰려서 혜택 줄였다"
(입장인원수를 제한하면 해결될 문제지만...ㅎㅎ)
뭐 이런 식으로 변명하고
썰렁하게 끝날 것 같지만

내가 갔던 오늘 낮엔
사람도 그렇게 많진 않았고
주말이라 걱정했는데 그냥 적당히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는 정도였는데
이유 한마디 없이 혜택 저렇게 반토막 내버리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음
어디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데 퍼져서 부랴부랴 만든 대책일까...?
혜택 전후를 마침 둘다 발견하고 캡처하게된 나...이런 우연이 있나ㅎㅎ
하여튼 혜택이 바뀌기 직전에 다녀왔으니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은
내가 각종 동물을 하도 좋아해서인지 그럭저럭 괜찮았다
다녀온 사진과 후기는 담에 올리겠음

새벽에 영화 엑시트 보고
아침에 나왔는데 흰가스가...
1년에 몇 번 못보는 풍경인데 타이밍 쥐김

내가 말걸고 대화 중에 M 프사가 추위를 싫어하는 펭귄으로 바뀌어서 망했단 걸 직감함
취향마저 똑같아 협상 결렬

넘 귀엽다 펭귄쓰...

이마트에서 본 맥주+보냉백 세트인데
로고 넘 귀여워서 갖고 싶었는데
형부 회사 거라 내 돈 주고 사기 싫은 기분 알아...?
형부가 맨날 공짜로 갖다주던 맥주라...
내 돈 주고 사기 싫었음...

주말 볼링
잘 못치지만 재밌었다

코로나 염려증에 보건소에 검사 받아보러 갔다가
온동네 중고딩 다 저앞에 줄 서 있어서
저기서 줄 서다간 없던 코로나도 걸려올 것 같아서 백스텝함

가방에 대체 뭐가 들어있었는지 너무 궁금...
덕분에 복도에 cctv 없단 것도 알게됨
그리고 저거 만든 사람 디자인에 일가견이 있는듯
내용이 저렇게 많은데 눈에 잘 들어온다

내 얼굴은 공개하지 않는 블로그지만
이건 나랑 전혀 닮지 않았으므로 공개 가능

못본 사이에 회장이 되셨구만...

엄마랑 평일 낮에 자연사박물관에 다녀왔다





다닐 땐 맨날 같은 학교 애들이나
타학교생이래봤자 대학 입학 전부터 친했던 애들이랑 놀아서 잘 몰랐는데

졸업하고 사회 나와서 이런 저런 사람들이랑 일하고 우연찮게 출신 학교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면서 학교별로 경향성이 좀 보임
학풍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싶음

한정된 경험으로 편협하게 작성해보는 나의 학교별 편견~ 나와 같은 문과 비상경 기준임


서울대
- 기본적으로 개인주의
- 서울대 나온 여자 중년 상사들 똑똑하고 합리적
- 저 사회성으로 어떻게 저 나이까지 직장 다녔지 싶은 특이하고 이상한 틀딱 아재들 까보면 서울대 출신.(부인이 지 때문에 감옥가도 페북 못놓는 조국 같은... 비정상적인 느낌)
- 대학 교수들 중에 이상한 데서 고집 부리고 권위주의적이며 사회성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들 대부분이 서울대 졸업생이란 걸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 대학생 땐 다들 서울대생인 거 티 못내서 안달이더니 내또래 서울대 졸업한 직장인들은 특별히 튀거나 티내지 않음 서울대란 이유로 튀어봤자 괜히 피곤해진단 걸 이미 잘 알고들 있는 느낌

고려대
- 우리나라 3대 모임이 고대 해병대 호남향우회인 이유를 대학 졸업하면 알 수 있음
- 나이를 서른 넘게 먹고도 어디서든 고대인 걸 티내지 못해 안달임ㅎㅎ 아닌 척 해도 뒤에서 고대끼리 모이고 있음ㅎㅎ 졸업하고도 고파스에 죽치는 애들 한 트럭.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많겠지만 저러는 사람 비율이 타 대학에 비해 너무 높아서 눈에 띔.
- 고대남에 대해선 '고또'(고대가 또)라는 말로 요약 가능. 고대에 가서 고대화된건지 애초에 고대스러운 사람이라 고대를 간건지 알 수 없음.
- 고대 졸업한 여자는 아주 극단적인 두 부류로 나뉘는데 고대남과 동일한 부류/고대남과 고대의 집단주의 문화에 질린 자발적 아싸 부류가 있음
어디가서 자기가 고대 나온 걸 아무도 묻지 않는데 혼자 말하면 전자고 묻기 전엔 말 안하면 후자임.

이화여대
- 학교 다니면서 본 이대생들과 졸업하고 만난 일하는 이대생들의 갭이 큼
- 학교 다닐 때 만난 이대생들은 우정이고 캠퍼스라이프고 뭐고 남자 만나는 데만 너무 열중하거나 극렬 페미니스트거나 어느쪽이든 극성인 느낌이었음
- 근데 졸업하고 만난 이대생들은 다들 일 잘함. 똑부러짐. 합리적임. 여성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조직에 적응 잘하는 사람들이 많음.
- 입학할 땐 이대 한물 가고 중대만도 못하지 않나 싶었는데 졸업생들 보고 재평가
- 이대 나온 중년 여자 상사들도 일잘함. 합리적임.

서강대
- 대다수가 개인주의 강함
- 어디서 서강대 나온 거 말안함 티안냄
- 우연히 서로 서강대 동문인 거 알아도 학교 앞 밥집 얘기나 잠깐 하고 맘; 더 친하게 지내거나 밥이라도 따로 먹을 생각 없어보임ㅎㅎ
- 서강대 나온 중년 아저씨 상사들 업무능력은 천차만별이지만 성격은 대체적으로 마초적이지 않고 나이스한 편 천주교 학교라 그런가 천주교 느낌이 남
- 우연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아는 비건이자 요가인이면서 극성 페미니스트가 아닌 사람들은 다 서강대 출신이네

성균관대
- 고대 못간 남자애들이 성대가는 듯ㅎㅎ
- 여자는 잘 모르겠다 몇 명 못봤음

중앙대
- 고대 못간 남자애들이 성대도 못가면 중대를 가게 됨ㅎㅎㅎ
- 중대남은 고대남과 뼈대는 유사하나 열등감이 커서(고대남도 열등감이 있으나 대학시절에 고대뽕을 자체주입해 해결하는 편ㅎㅎ) 이를 강약약강 정서로 표출하는 경우가 잦다
- 중대남중엔 일할 땐 자기 몫은 하는 스타일들이 많지만 딱히 같이 일하고 싶진 않다ㅎㅎㅎ

경희대
- 문재인 지지자 많음ㅎㅎㅎㅎㅎ

그외 대학 : 표본 부족으로 작성 불가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을 정말 재밌게 읽어서 아무튼 시리즈 중의 한 권인 '아무튼, 예능'도 샀다. 나도 예능 프로그램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하고, 또 예능 PD를 준비하고 방송국에서 인턴 PD로 일했던 적이 있어서 책 날개에 쓰여있는 작가의 비슷한 이력에 관심이 갔다.

예능PD를 준비하고 수많은 친구들과 스터디를 했지만 나만큼 예전부터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본 사람은 별로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초반에 느껴지는 작가의 덕력에(세대도 비슷)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친구를 찾은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초반부는 재미있었다. 종종 웃음이 나왔고 여러 부분에서 공감이 됐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의 비중이 높았지만 감초처럼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가 적절해서 재미있었다.

딱 94페이지까지만.

작가는 이 책을 2년 넘게 썼다는데 나도 책을 내려고 글을 써봐서, 2년이나 걸렸을 이유를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람은 트위터에서 연예 분야에 대한 입담(대종상 중계는 희대의 드립임ㅎㅎ)으로 인기를 얻었고 또 평생 TV와 연예인을 좋아해왔기에 자기가 예능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94페이지쯤 쓰고 나니 소재가 고갈된 거겠지. 냉정하게 말해서 이 책은 94페이지까지가 다다. 여기까지는 음 소소하게 읽기 좋은 책이네 싶었는데 이후로는 '아 환불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정말 꾸역꾸역 짜낸 책이다.

왜 94페이지가 기준이냐면.

95페이지부터 이 트위터리안 작가는 트위터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남성 중심의 한국 예능과 남성 예능인을 까는 데만 몰두한다. 복길의 시선에서는 유재석, 이경규, 강호동, 신동엽, 김제동, 김구라, 나영석 이 모두가 남성 중심의 한국 예능을 공고화한 책임있는 가해자일 뿐이다. (나영석의 '꽃보다 누나'나 '윤식당'의 여성 서사는 작가가 원하는 여성 서사가 아닌 모양이다). 작가는 이어서 이영자, 장도연, 김신영, 송은이 등을 칭찬한다. (왜 등이냐면 송은이 부분까지만 읽은 상태라서다.) 뭐 여성 예능인 중에도 뛰어난 사람들이 많으니 칭찬하는 건 이해하는데, 칭찬에는 내용이 없거나 지나치게 편파적이다.

무한도전의 레전드 편인 예능총회에서도 김숙이 말하자 '드디어 했다!'는 감탄이 나왔단다. 초조하고 말없이 못 끼어들던 '여성 예능인 대표' 김숙이 남자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아, 책 이렇게 쓸 거면 '아무튼, 예능'이 아니라 '트위터 페미니스트가 바라 본 한국 예능'으로 제목을 지었어야지. 그러면 그런 걸 보고 싶은 사람들이 이 책을 샀을 것 아닌가. 예능에 대한 애정있는 관심을 읽고 싶었던 내가 대체 왜 이 교조적인 페미니스트의 일장 연설을 듣고 있어야 하는지? 저 내용을 읽은 지점에서는 사기를 당한 느낌까지 들었다.

나는 여자지만, 첫 PD 면접에서 "여자는 PD하기 어려운데, 할 수 있어요?"라는 다분히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아본 여자지만, 인턴 PD로 일하면서 다분히 성차별적인 업계 분위기를 직접 느낀 여자지만,
이렇게 평면적으로 한국 예능을 다루는 책이 '아무튼, 예능'이라는 이름을 달고 팔리는 것은 유감이다.

95페이지부터의 이 책은 읽다가 뭔가 현기증이 나올 것 같았는데, 그건 트위터 중독에 절여진 극한 페미니스트에게서 '집단주의'의 스멜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개인주의적인 사람이다. 나를 구성하는 정체성이 여럿이다. 여성, 한국인, 서울에서 태어나서 수도권에서 자란 사람, 전직 기자, 프리랜서 등등. 그런데 나는 그 중 어떤 것에도 과몰입하고싶지 않다. 나는 그런 정체성들을 가졌지만 결국 나고, 그냥 나로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게 좋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 욕먹는 걸 절대 못참아하는 '조직 과몰입인'들이다.) 개인주의자로서, 가끔 한국의 지나치게 집단주의인 분위기가 너무 부담스럽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 지나치게 과몰입해서 모든 걸 그걸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들.

그래서인지 작가가 항상 자신을 여성으로 의식하며 여성으로서 예능과 예능인을 평가하는 태도가 너무 평면적이고 게으르게 보였다. 개그콘서트에서 '왕비호' 윤형빈이 "일본 잘들어! 독도 우리땅이다!"를 외치고 방청객들이 마구 박수를 치며 호응하는 걸 볼 때의 느낌? 여성이든 남성이든 한국인이든 고대생이든 군대든 자기가 속하거나 속했던 집단에 과몰입하는 모습이 항상 부담스럽고 싫다.

요즘은 페미니즘도 안티페미니즘도 유행이라서 어느 한쪽이든 노선을 확실히 하면 그쪽에선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집단주의의 호응에 기대려는 안일함이 느껴져서 짜증나는 책이었다.

30년 넘게 정상을 지켜온 예능인 이경규에 대해 '라인업', '남자의 자격'이라는 극히 일부의 커리어를 꺼내 '남성 중심적인 예능 풍토를 공고히 한 꼴마초 도시 경상도 출신의 남성 예능인'이라고 라벨링하는 것은 얼마나 게으른가. 이경규가 30년 넘게 방송을 했기에 여러 방송국의 PD와 친분이 있는 것을 방송에서 웃음 소재로 사용하는 것을 업계에서의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얼마나 단편적인가. 다른 남성 예능인에 대한 분석도 별 다를 바 없다. 그저 페미니스트적인 입장에서 남성 예능인들과 한국 방송 환경을 비판하는 데서 그친다.

그에 비해 여성 예능인에 대한 평가는 지나칠 정도로 후하다. 나는 '전참시'에서 이영자가 매니저에게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는 장면들이 직장 갑질 같아서 보기 불편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seoulnight.tistory.com/358) 이 진보적인 페미니스트는 이영자의 '충청도식 수동공격' 화법은 풍파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면서 쌓아온 이영자 화술의 정점이란다. 상대방이 여자이기만 하다면, 대체 어디까지 좋게 봐줄 수 있는 거지?

경상도 남성 중심의 공고한 권력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저자지만, 한 집단이 권력을 갖고있다는 게 차별적이어서 싫은 것 같진 않다. 자기가 여자여서 그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해 짜증날뿐. 작가도 어쩔 수 없는 경상도 사람인지(집단주의의 산실 고대 출신이기도 하군), 자기와 같은 여자들에게 '우리가 남이가?'나 '여자끼린 서로 도와야지!'하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으로 느껴졌다.

학부 시절에 연출 입문을 가르치시던 교수님이 글을 쓰든 연극을 만들든 그림을 그리든 잊지 말아야할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고 했다. 그 말은 내가 대학 4년동안 들은 말 중에 유일하게 마음에 박혀 절대 잊혀지지 않는 말이 되었다. 그때는 대체 무슨 말씀일까 싶었는데 이 책처럼 '인간'이 아닌 '여성', 혹은 인간 중 특정 집단에 대한 애정만을 가지고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나 피해의식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보면서 교수님의 말씀을 이해한다.

물론 이런 책도 니즈가 있을 거고, 이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야 팔든지 말든지 싶은데 왜 싫어하는 나한테까지 팔지? 제목을 '페미니스트가 바라 본 한국예능'으로 붙였어야지. 최소한 책 날개 자기소개에 트위터 페미니스트라고 언질이라도 해주든지. 나같이 예능에 대한 애정이 담긴 책을 기대한 사람에겐 매우 실망스러웠다.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독특한 통찰력이나 애정은 95페이지 이후로는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여성'인 '나'에 대한 애정만이 느껴졌다. 편협한 책.

p.s 예전에도 블로그에 언급한 적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정말 좋은 칼럼은 유호진PD가 한겨레에 연재했던 '백스테이지'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 궁금하다면 찾아서 읽어보시길.

3x살 모쏠인데 괜찮을까요? 아니 안 괜찮다 [여자편]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진짜 커뮤사세 같은 게 많다. 가볍게 예를 들자면 인터넷 커뮤에서는 자기는 빠른년생 안 쳐준다며 빠른이 어디있냐고 자긴 무조건 맞먹는다고, 빠른년생을 박쥐

seoulnight.tistory.com

내가 여자편은 길게 썼는데 솔직히 남자들은 이런 거 길게 써도 안 읽잖아
여자 꼬셔서 자는 법 이런 거 써야 길어도 읽지

부동산 갤러리 아재의 일침 > 유저업로드 | 베스트유머

bhu.co.kr


할튼 뭐 딴 얘기 해보자면
내가 야구 좋아해서 가끔 엠팍보는데 엠팍에서 이 글 보고 개터졌잖아
무슨 존나 띵문이라면서 지들끼리 공감공감 댓글을 191개를 쳐달았더라고ㅋㅋㅋㅋㅋ
(엠팍글 삭제돼서 링크 바꿈)
이거 보고 난 진짜 개웃겼던 게 아니 뭐 맞는 부분도 일부 있어
예를 들면 결혼 적령기 30대인데 요즘 수도권에 집 있고 남자가 대기업 정도 다니면
팔 다리 합쳐 4개인 이상 얼굴이 옥동자건 키가 163이건 여자들이 줄을 서는 건 맞거든?
근데 그렇다고해서 여자들이 자기가 30대, 40대가 됐다고 모든 남자가 아쉬운 건 아니야...ㅋㅋㅋ
눈을 확 낮추지 않는다구 절대...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기준이 높아지지
인터넷 여혐 남성들은 여자들이 무슨 살림 안하고 집에서 놀고 싶고 샤넬백 매고 싶어서
남자 경제력 보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실제론 그런 여자들은 진짜 소수거든ㅋㅋㅋ

여자들이 경제력을 보는 건 애를 좋은 환경에서 안전하게 키우려는 본능에서 나오는 건데
그러니까 내가 애낳느라 일 못하고 혹여나 경력단절돼서 돈 못벌게 돼도
나랑 애 먹여살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거거든

그건 대출 좀 꼈더라도 아파트 한 채 있는 정도의 능력이란 말야
근데 그렇게라도 집있는 남자 몇이나 되는데?
왜 니들은 서울은 커녕 어디에도 집 한 채 없으면서 이 글에 공감하는건데...?ㅋㅋㅋㅋㅋ

글안에 분명히 '남자가 30대가 돼서 경제적 능력을 갖추면' 여자들이 줄을 선다는데
저기 댓글단 남자 중에 그런 남자가 몇이나 되냐고...

여자들이 더 아쉬워하고 매달린다?
괜찮은 남자가 괜찮은 여자보다 절대적으로 적어서 여자들이 아쉬운 경우가 많은 거지
소수의 경제력 있는 남자한테 여자가 몰리니까ㅋㅋㅋ

성비 불균형 최대가 지금 결혼 적령기인 90년생인데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많은데
여자가 집없고 돈없는 남자도 아쉬우면 만났겠지
그게 절대 아닌데 왜 집도 절도 없는 자기들이 여자들을 이긴 것처럼 승리감에 도취돼있는 거냐...ㅋ
경제적 능력 없으면서...왜 그러냐구...ㅋ...
그러니까 남자들은
저런 글 보고 '아 내가 지금은 인기 없어도 30대 40대 나이 먹게되면 점점 결혼 상대로는 인기있어 질거야'
이런 망상하면 안돼
집값이 미치면서 이제 남자 혼자 대기업 다니는 것 정도로는 집을 못 사고
여자들이 보는 경제적 능력=집 잘 사는 정도가 될 거거든...
근데 집이 갑자기 못살다가 잘살게 되기 쉽지 않잖아
고로 니가 남자고 20대, 30대인 지금 인기 없으면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아 제목이랑 별 상관이 없어졌네
뭐 남자는 3x살 모쏠이면...음...돈 열심히 벌고 재테크 열심히해라
저 글에서 맞는 건 '남자가 경제적 능력을 갖추면 여자가 줄 선다' 이거
3x살 모쏠이 연애, 결혼하려면 돈 열심히 벌어서 집 한 채 마련하고
여혐에 안 빠지고 남페미질도 안하고 여자를 그저 자기랑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면 됨
근데 비밀은
솔직히 남자는 못생기고 당장 돈 없어도
성실하고 여자를 자기랑 동등한 인간으로만 볼 줄 알아도
그거 알아보는 여자들이 있음

내가 예전에 잠깐 만났던 오빠들 중에 집 찢어지게 가난한 소년가장이 두명 정도 있었는데
그냥저냥한 회사 들어가고 몇 년 일하니까 다들 멀쩡한 여자랑 결혼 잘 하더라
여자를 동등하게 생각하는 말이 통하는 인간들이라 그래 돈없어도 저러니까 되는 거야

근데 여자를 자기랑 동등한 인간으로 볼 줄 아는 남자가 존나 소수지
어렵거든
근데 다른 조건이 안되면 그런 면이라도 노력해야지
내가 돈없고 못생겨서 여자들이 안 만나준다고
저런 여혐글에 맞장구 치고 있음 안돼

그럼 여자들이 더 싫어하고
여자 만나봤자 제대로된 여자 못만나
정신건강하고 멀쩡한 여자가 자기를 동등하게 안보는 남자를 왜 만나겠니
남자없이 못사는 결핍녀들이나 꼬이겠지
여자들도 마찬가지지만
남탓 여자탓 하면 여자 더 못 만나
뭔가 스스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지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진짜 커뮤사세 같은 게 많다.

가볍게 예를 들자면 인터넷 커뮤에서는 자기는 빠른년생 안 쳐준다며 빠른이 어디있냐고

자긴 무조건 맞먹는다고, 빠른년생을 박쥐라고 엄청들 욕하는데

내가 빠른년생으로 30년 넘게 살아보면서 내가 빠른년생이라고 했을 때 해당년생 사람들은 진짜 백이면 백

"아 그럼 누나네요", "아 그럼 언니네요" 라고 하고 누나, 언니라고 불렀음

물론 내가 말 놓고 싶어서 친구하자고 한 애들도 있지만 자기가 먼저 그러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봄

단.한.번의 예외도 본 적 없음

근데 인터넷에선 다들 지가 빠른년생 안 쳐준대ㅋㅋㅋ 대체 니들은 어딨는거냐?

 

암튼 본론을 얘기하자면

요즘 남혐, 여혐이 유행이니까 커뮤에서 종종 관련 게시글들을 많이 보고

20대 후배나 동생들 만나면 확실히 내 세대보다는 페미니즘이나 남혐이 유행이구나 싶을 때가 많음

여자 기준에서 얘기하자면

뭐 인터넷만 보면 성범죄도 넘 많고 더치페이충에 헬시댁에 남자를 상종하면 안될 것 같은 헬조센이라 그런지 몰라도

요새 20대들 중엔 아이돌만 좋아하면서 현실 남자를 다 '한남충'이라고 지레짐작하는 여자들이 많은 것 같음

 

문제는 이런 남혐이 자기 합리화의 도구로 쓰인다는 것임

자기가 2x살, 3x살 모쏠인 게 속으로는 불안하면서

'한남충은 배나와서 꼴리지도 않고 돈도 많이 못벌고 더치페이만 요구하니 뭐하러 만나냐',

'한남충 만나는 여자들도 대부분 오징어 지킴이던데?'

하고 정신승리를 하는 도구로 남혐을 사용하는 것임

 

이게 문제가 뭐냐면 솔직히 20대 후반, 30대까지 비자발적으로 모쏠인 건 뭔가 특이한 거고

내가 지나치게 집순이건, 사람 만나는 걸 안 좋아하건, 사회성이 부족하건, 여성성이 부족하건, 남자를 두려워 하건

연애하는 데 불리한 점이 한 가지 정도는 있다는 거고

어쨌든 내가 모쏠을 탈출하고 싶으면 스스로 자아성찰을 해서 개선해야할 부분이 있긴 하단 건데

저렇게 남탓, 한남충 탓을 해버리면 그럴 수가 없어진다는 것임

 

진짜 비혼이고 자발적 모쏠이고 그게 좋은 인생은 괜찮아

김숙 송은이 박나래보고 아무도 결혼하라고 안하잖아? 배우자 없어도 인생 되게 재밌어보이니까

근데 속마음은 그게 아니고 남들처럼 연애하고 싶고 모쏠 탈출하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싶은데

남탓 하느라 자기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렇게 모쏠 탈출은 더 소원해지고

나이가 들수록 괜찮은 남자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더욱더 모쏠 탈출은 소원해짐

 

이게 공감이 안된다면 취직이랑 비교한다면

취직은 보통 20중후반까지 하니까 연애보다 시작 연령이 더 높다고 보면

30대 중반이나 40까지 태어나서 한번도 취직 안하고 남이 번 돈으로 살면 특이한 거잖아

물론 결혼을 했거나 집에 돈이 많거나해서 취직 필요성 없어서 자발적으로 취직 안하는 사람 말고

(아까 말한 송은이 김숙 같은 존재)

취직해야하는 상황인데 여기 회사는 이게 맘에 안들고, 저기 회사는 저게 맘에 안들어서 35살 40살까지 취직 안하고

빠듯한 부모 돈 축내면서 살면 뭔가 특이한 거잖아

근데 그러면 일단 갈 수 있는 회사라도 간 다음에 경험을 쌓거나

하다못해 알바나 계약직으로라도 사회 생활을 시작해야

그걸 발판으로 이 회사도 가고 저 회사도 가고 하는 건데

회사들이 다 구려서 못 가겠다고 회사들만 탓하고 있음 얼마나 한심해

이성탓하면서 모쏠인 걸 합리화하는 건 이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함

 

하여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특히나 소심하고 누워서 인터넷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모쏠도 보통 사람들보다 많을 수밖에 없어서

자기들끼리 "20대 후반 모쏠인데 괜찮나요", "30대 모쏠인데 괜찮나요" 물어보고

"뭐 어때 괜찮은 남자도 없던데", "한남충들 다 별로라서 모쏠". "아이돌 OOO급 아니면 만나기 싫어서 모쏠"

이런 댓글 달아가면서

'역시 나만 모쏠이 아니구나', '난 고칠 게 없어', '내가 이상한 게 아니네' 하면서 안심하고 아무것도 안하는데

그러다가 좋은 사람 만날 기회 다 놓치고 나중에 후회하게 됨

저런 말에 위로 받으면 안됨

박명수 말대로 뭐라도 찍어바르고 나가서 말 걸고 시도하고 노력해야함

남자들은 성욕이라는 강력한 원동력이 있어서 이렇게 지레 시도도 안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여자들은 그것도 없어서 걍 집에서 홀로 늙어가기 쉬움

 

물론 이 글은 모쏠들이 문제있단 글이 아님

나도 남자를 쉽게 만나는 편은 아니라서

내가 왜 남들 다하는 연애를 못할까 존나 머리뜯고 고민하고 분석하던 게 한 세월이고

끼리끼리 논다고 내 친구들도 모쏠, 거의 모쏠들 많음

다들 줜나 멀쩡하고 이쁘고 똑똑하고 주체성 매력 넘침

얘넨 내가 볼 때 적극성 좀 탑재하고 주체성을 좀만 숨기면 언제든 연애할 수 있을 것 같음

무엇보다 일단 기회가 되면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은 하거든

 

근데 문제는 스스로 남혐으로 자기합리화하면서 이래서 한남충은 안만나야지 하면서

애초에 기회를 원천차단하는 게 문제임

20대 후반 모쏠, 30대 모쏠 괜찮다는 커뮤 여론은 진짜 커뮤사세니까 절대 듣지 말아야함

까여도 되고 썸만 타도 되고 짝사랑해도 되고 차여도 되니까 나가서 남자 만나라